[뉴스 따라잡기] 중국인 불법체류자 ‘의문의 죽음’
입력 2010.08.31 (09:22)
수정 2010.08.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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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고향으로 가는항공권까지 예매해 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향갈 표까지 끊어놓고 자살을 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민우 기자,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까지 갔었다면서요?
<리포트>
실제로 인천공항까지 갔었답니다.
표도 있었고, 공항까지 갔고,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바로 고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럴 거라면 표는 왜 샀는지, 왜 공항까지 갔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고 직전 간직하고 있던 현금과 여권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불법체류자의 코리안드림.
마지막 가는 길마저 안타깝게도, 이렇게 의문투성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지방의 버스터미널 난간에서 떨어진 채 발견 된 중국인 왕모씨.
<녹취> 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4층, 저 높이에서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그를 자살로 처리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자살이죠. 자살. 투신자살."
하지만 사망 전날,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까지 끊었던 왕씨.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그 친구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갔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고향 가는 날, 그는 왜 돌연 의문의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지난해 1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온 33살 왕모씨.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한국 돈으로 약 1500만 원 정도 돈이 들어가요. 주변에 중국의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지고 가서 차사고, 집 사고 하니까."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위장입국이었는데요.
그러던 지난 8일.
그는 1년 반 동안의 불법 체류자 생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습니다.
고향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었습니다.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 부모님,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누나, 그 다음에 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뒤, 자신이 잠시 일하던 전남 완도에서 광주로 간 왕씨. 여행사에 들러 고향에 돌아갈 표를 구입했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사망하기 전 날인 9일, 11시 30분경에 중국총영사관 (인근) 여행사에 와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예정돼있던 그 다음날. 중국에 있어야 할 그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비행기 표를 샀던 광주의 여행사 근처였습니다.
<녹취>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저희가 왔을 때는 팔하고 다리 부분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부목을 사용해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한거죠."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된 왕씨. 하지만 결국 6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장기가 몸에서, 4층에서 떨어진 충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가 많이 손상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명백한 투신자살로 보이는 상황, 하지만 자살로만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망 당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실제로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갔다는 사실입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0일 날. 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었데요. 근데 그 상대편에서 통화중이어서 나중에 조회를 해보니까 인천 국제공항 공중전화 부스 전화번호더라고요."
사망 전날, 2백 3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던 왕씨.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왕씨 수중에는 현금 37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여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기존의 가방이라던가, 여권도 안 나오고 현금 한 백 삼십 여 만 원이 없어졌던 거예요."
더욱이 인천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내려와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자기가 하려고 하면 인천도 있고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광주까지 와서 죽었을까."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자살이 확실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그 돈은) 자기가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분실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왕씨가 4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실제로 본 목격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녹취>담당 형사(음성변조) : "휴가 나온 현역군 병장인데 밑에서 보니까 웬 남자가 4층에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암벽 타듯이 이렇게 매달려 있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소리를 쳤는데 변사자가 혼자 고함을 지르면서 손을 놔가지고 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고향으로 가기 직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녔다는 왕씨.
최근까지도 일정한 거주지 없이 양식장과 양계장 등을 옮겨 다니며 일했는데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상당히 성격 자체도 내성적이고 상당히 힘들어해서 주변인들하고도 좀 못 어울리고, 또 다른 곳에 가서도 자주 일자리를 옮겨 다니고."
불법체류자였던 현실은 왕씨가 꿈꾸었던 코리안 드림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이제 불법 체류자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었을 거 아닙니까. 추정이."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년 반 동안 한국에 체류해 있으면서 중국에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돈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 년 반 동안."
천오백만원이란 빚까지 지고 한국행을 택했던 왕씨.
1년 반 동안 어렵게 모은 전 재산 2백 30만원으로는, 차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일까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이게 인천이나 광주 어디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아무것도 없으니까 극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응급실에서 그렇게 물어봤죠. 응급실에서. 왜 자살기도를 했냐고 하니까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 하늘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밋빛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던 33살 중국인 왕씨.
석연치 않은 죽음의 사연을 간직한 채, 그의 시신은 한줌의 재로 변해 오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고향으로 가는항공권까지 예매해 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향갈 표까지 끊어놓고 자살을 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민우 기자,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까지 갔었다면서요?
<리포트>
실제로 인천공항까지 갔었답니다.
표도 있었고, 공항까지 갔고,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바로 고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럴 거라면 표는 왜 샀는지, 왜 공항까지 갔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고 직전 간직하고 있던 현금과 여권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불법체류자의 코리안드림.
마지막 가는 길마저 안타깝게도, 이렇게 의문투성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지방의 버스터미널 난간에서 떨어진 채 발견 된 중국인 왕모씨.
<녹취> 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4층, 저 높이에서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그를 자살로 처리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자살이죠. 자살. 투신자살."
하지만 사망 전날,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까지 끊었던 왕씨.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그 친구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갔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고향 가는 날, 그는 왜 돌연 의문의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지난해 1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온 33살 왕모씨.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한국 돈으로 약 1500만 원 정도 돈이 들어가요. 주변에 중국의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지고 가서 차사고, 집 사고 하니까."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위장입국이었는데요.
그러던 지난 8일.
그는 1년 반 동안의 불법 체류자 생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습니다.
고향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었습니다.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 부모님,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누나, 그 다음에 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뒤, 자신이 잠시 일하던 전남 완도에서 광주로 간 왕씨. 여행사에 들러 고향에 돌아갈 표를 구입했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사망하기 전 날인 9일, 11시 30분경에 중국총영사관 (인근) 여행사에 와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예정돼있던 그 다음날. 중국에 있어야 할 그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비행기 표를 샀던 광주의 여행사 근처였습니다.
<녹취>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저희가 왔을 때는 팔하고 다리 부분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부목을 사용해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한거죠."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된 왕씨. 하지만 결국 6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장기가 몸에서, 4층에서 떨어진 충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가 많이 손상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명백한 투신자살로 보이는 상황, 하지만 자살로만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망 당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실제로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갔다는 사실입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0일 날. 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었데요. 근데 그 상대편에서 통화중이어서 나중에 조회를 해보니까 인천 국제공항 공중전화 부스 전화번호더라고요."
사망 전날, 2백 3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던 왕씨.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왕씨 수중에는 현금 37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여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기존의 가방이라던가, 여권도 안 나오고 현금 한 백 삼십 여 만 원이 없어졌던 거예요."
더욱이 인천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내려와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자기가 하려고 하면 인천도 있고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광주까지 와서 죽었을까."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자살이 확실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그 돈은) 자기가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분실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왕씨가 4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실제로 본 목격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녹취>담당 형사(음성변조) : "휴가 나온 현역군 병장인데 밑에서 보니까 웬 남자가 4층에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암벽 타듯이 이렇게 매달려 있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소리를 쳤는데 변사자가 혼자 고함을 지르면서 손을 놔가지고 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고향으로 가기 직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녔다는 왕씨.
최근까지도 일정한 거주지 없이 양식장과 양계장 등을 옮겨 다니며 일했는데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상당히 성격 자체도 내성적이고 상당히 힘들어해서 주변인들하고도 좀 못 어울리고, 또 다른 곳에 가서도 자주 일자리를 옮겨 다니고."
불법체류자였던 현실은 왕씨가 꿈꾸었던 코리안 드림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이제 불법 체류자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었을 거 아닙니까. 추정이."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년 반 동안 한국에 체류해 있으면서 중국에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돈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 년 반 동안."
천오백만원이란 빚까지 지고 한국행을 택했던 왕씨.
1년 반 동안 어렵게 모은 전 재산 2백 30만원으로는, 차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일까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이게 인천이나 광주 어디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아무것도 없으니까 극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응급실에서 그렇게 물어봤죠. 응급실에서. 왜 자살기도를 했냐고 하니까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 하늘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밋빛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던 33살 중국인 왕씨.
석연치 않은 죽음의 사연을 간직한 채, 그의 시신은 한줌의 재로 변해 오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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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08-31 09:22:03
- 수정2010-08-31 09:27:53
<앵커 멘트>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고향으로 가는항공권까지 예매해 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향갈 표까지 끊어놓고 자살을 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민우 기자,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까지 갔었다면서요?
<리포트>
실제로 인천공항까지 갔었답니다.
표도 있었고, 공항까지 갔고,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바로 고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럴 거라면 표는 왜 샀는지, 왜 공항까지 갔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고 직전 간직하고 있던 현금과 여권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불법체류자의 코리안드림.
마지막 가는 길마저 안타깝게도, 이렇게 의문투성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지방의 버스터미널 난간에서 떨어진 채 발견 된 중국인 왕모씨.
<녹취> 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4층, 저 높이에서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그를 자살로 처리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자살이죠. 자살. 투신자살."
하지만 사망 전날,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까지 끊었던 왕씨.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그 친구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갔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고향 가는 날, 그는 왜 돌연 의문의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지난해 1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온 33살 왕모씨.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한국 돈으로 약 1500만 원 정도 돈이 들어가요. 주변에 중국의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지고 가서 차사고, 집 사고 하니까."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위장입국이었는데요.
그러던 지난 8일.
그는 1년 반 동안의 불법 체류자 생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습니다.
고향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었습니다.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 부모님,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누나, 그 다음에 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뒤, 자신이 잠시 일하던 전남 완도에서 광주로 간 왕씨. 여행사에 들러 고향에 돌아갈 표를 구입했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사망하기 전 날인 9일, 11시 30분경에 중국총영사관 (인근) 여행사에 와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예정돼있던 그 다음날. 중국에 있어야 할 그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비행기 표를 샀던 광주의 여행사 근처였습니다.
<녹취>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저희가 왔을 때는 팔하고 다리 부분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부목을 사용해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한거죠."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된 왕씨. 하지만 결국 6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장기가 몸에서, 4층에서 떨어진 충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가 많이 손상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명백한 투신자살로 보이는 상황, 하지만 자살로만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망 당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실제로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갔다는 사실입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0일 날. 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었데요. 근데 그 상대편에서 통화중이어서 나중에 조회를 해보니까 인천 국제공항 공중전화 부스 전화번호더라고요."
사망 전날, 2백 3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던 왕씨.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왕씨 수중에는 현금 37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여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기존의 가방이라던가, 여권도 안 나오고 현금 한 백 삼십 여 만 원이 없어졌던 거예요."
더욱이 인천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내려와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자기가 하려고 하면 인천도 있고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광주까지 와서 죽었을까."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자살이 확실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그 돈은) 자기가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분실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왕씨가 4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실제로 본 목격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녹취>담당 형사(음성변조) : "휴가 나온 현역군 병장인데 밑에서 보니까 웬 남자가 4층에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암벽 타듯이 이렇게 매달려 있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소리를 쳤는데 변사자가 혼자 고함을 지르면서 손을 놔가지고 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고향으로 가기 직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녔다는 왕씨.
최근까지도 일정한 거주지 없이 양식장과 양계장 등을 옮겨 다니며 일했는데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상당히 성격 자체도 내성적이고 상당히 힘들어해서 주변인들하고도 좀 못 어울리고, 또 다른 곳에 가서도 자주 일자리를 옮겨 다니고."
불법체류자였던 현실은 왕씨가 꿈꾸었던 코리안 드림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이제 불법 체류자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었을 거 아닙니까. 추정이."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년 반 동안 한국에 체류해 있으면서 중국에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돈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 년 반 동안."
천오백만원이란 빚까지 지고 한국행을 택했던 왕씨.
1년 반 동안 어렵게 모은 전 재산 2백 30만원으로는, 차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일까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이게 인천이나 광주 어디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아무것도 없으니까 극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응급실에서 그렇게 물어봤죠. 응급실에서. 왜 자살기도를 했냐고 하니까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 하늘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밋빛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던 33살 중국인 왕씨.
석연치 않은 죽음의 사연을 간직한 채, 그의 시신은 한줌의 재로 변해 오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고향으로 가는항공권까지 예매해 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향갈 표까지 끊어놓고 자살을 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이민우 기자,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까지 갔었다면서요?
<리포트>
실제로 인천공항까지 갔었답니다.
표도 있었고, 공항까지 갔고,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바로 고향에 갈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타지 않았습니다.
대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그럴 거라면 표는 왜 샀는지, 왜 공항까지 갔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데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사고 직전 간직하고 있던 현금과 여권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불법체류자의 코리안드림.
마지막 가는 길마저 안타깝게도, 이렇게 의문투성입니다.
<리포트>
지난 11일, 지방의 버스터미널 난간에서 떨어진 채 발견 된 중국인 왕모씨.
<녹취> 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4층, 저 높이에서 추락한 겁니다. 경찰은 그를 자살로 처리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자살이죠. 자살. 투신자살."
하지만 사망 전날,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까지 끊었던 왕씨.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그 친구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에 갔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고향 가는 날, 그는 왜 돌연 의문의 자살을 선택했을까요.
지난해 1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온 33살 왕모씨.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한국 돈으로 약 1500만 원 정도 돈이 들어가요. 주변에 중국의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지고 가서 차사고, 집 사고 하니까."
돈을 벌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위장입국이었는데요.
그러던 지난 8일.
그는 1년 반 동안의 불법 체류자 생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했습니다.
고향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었습니다.
<녹취>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중국에 부모님,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누나, 그 다음에 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뒤, 자신이 잠시 일하던 전남 완도에서 광주로 간 왕씨. 여행사에 들러 고향에 돌아갈 표를 구입했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사망하기 전 날인 9일, 11시 30분경에 중국총영사관 (인근) 여행사에 와가지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예정돼있던 그 다음날. 중국에 있어야 할 그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비행기 표를 샀던 광주의 여행사 근처였습니다.
<녹취>한지수(광주서부소방서 구조대 1팀장) : "저희가 왔을 때는 팔하고 다리 부분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부목을 사용해서 바로 구급차로 이송한거죠."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된 왕씨. 하지만 결국 6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장기가 몸에서, 4층에서 떨어진 충격이 있기 때문에 장기가 많이 손상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명백한 투신자살로 보이는 상황, 하지만 자살로만 보기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사망 당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실제로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갔다는 사실입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0일 날. 죽은 사람이,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었데요. 근데 그 상대편에서 통화중이어서 나중에 조회를 해보니까 인천 국제공항 공중전화 부스 전화번호더라고요."
사망 전날, 2백 30만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던 왕씨.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왕씨 수중에는 현금 37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여권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기존의 가방이라던가, 여권도 안 나오고 현금 한 백 삼십 여 만 원이 없어졌던 거예요."
더욱이 인천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까지 내려와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자기가 하려고 하면 인천도 있고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광주까지 와서 죽었을까."
하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 자살이 확실하다며 사건을 종결했는데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그 돈은) 자기가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분실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그렇게 추정이 됩니다."
왕씨가 4층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실제로 본 목격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녹취>담당 형사(음성변조) : "휴가 나온 현역군 병장인데 밑에서 보니까 웬 남자가 4층에 에스컬레이터 난간에 암벽 타듯이 이렇게 매달려 있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소리를 쳤는데 변사자가 혼자 고함을 지르면서 손을 놔가지고 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고향으로 가기 직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을 떠돌아다녔다는 왕씨.
최근까지도 일정한 거주지 없이 양식장과 양계장 등을 옮겨 다니며 일했는데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상당히 성격 자체도 내성적이고 상당히 힘들어해서 주변인들하고도 좀 못 어울리고, 또 다른 곳에 가서도 자주 일자리를 옮겨 다니고."
불법체류자였던 현실은 왕씨가 꿈꾸었던 코리안 드림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이제 불법 체류자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었을 거 아닙니까. 추정이."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1년 반 동안 한국에 체류해 있으면서 중국에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돈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 년 반 동안."
천오백만원이란 빚까지 지고 한국행을 택했던 왕씨.
1년 반 동안 어렵게 모은 전 재산 2백 30만원으로는, 차마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일까요?
<녹취> 죽은 왕모씨의 지인(음성변조) : 이게 인천이나 광주 어디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아무것도 없으니까 극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녹취> 담당 형사(음성변조) : "응급실에서 그렇게 물어봤죠. 응급실에서. 왜 자살기도를 했냐고 하니까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 하늘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밋빛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던 33살 중국인 왕씨.
석연치 않은 죽음의 사연을 간직한 채, 그의 시신은 한줌의 재로 변해 오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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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kbsmin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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