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취직 못해 화풀이’…타이어 4백 개 펑크

입력 2010.09.01 (09:06) 수정 2010.09.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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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물차의 타이어만 골라 펑크를 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늦은 밤 날카로운 송곳으로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달아난 건데요.



이민우 기자, 그런데 피해 규모가 대단하다면서요?



<리포트>



확인된 범행만 여든 세 차례입니다.



펑크난 타이어가 무려 4백 개가 넘는데요.



외곽 국도에 주차된 화물차들, 눈에 띠는대로 죄다 타이어에 구멍을 냈는데요, 차량 전문가들이나 쓰는 송곳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작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알았으니 망정이지, 그 큰 화물차들, 타이어가 펑크난 채로 도로를 질주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해집니다.



멀쩡하던 타이어, 밤새 펑크가 나버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 "가보니까 타이어가 푹 꺼져 있더라고요. 이 길에 있는 차들의 타이어를 누가 (송곳으로) 찔러서..."



주차된 화물차들은 예외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 "(옆 동네는) 서른 몇 대 피해 보고, 이쪽 길에도 8대가 펑크 났어요."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지난 1월. 운송업을 하는 이 모 씨는 자신의 화물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멀쩡하던 타이어가 모두 펑크 나있던 것입니다.



누군가 예리한 도구로 타이어 옆면을 찔러, 여덟 개의 타이어를 죄다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타이어가 앞에 주저앉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나가 펑크 났겠지 생각했어요. 타이어 가게에 가서 조사를 해보니까, (타이어가 좌우) 네 바퀴씩, 양쪽 8개가 다 펑크가 나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 달 뒤, 어이없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껏 갈아 끼운 새 타이어마저 망가뜨린 것입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개인적으로 제가 (나쁜) 감정 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못된 사람이 이렇게 했나 싶었는데... 그 이후로도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건 동일범이 했구나 생각했어요. CCTV를 어쩔 수 없이 달았습니다, 차에..."



범인을 잡기 위해 차량에 CCTV까지 설치한 이 씨.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범인은 교묘하게 CCTV 연결선까지 끊은 뒤,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달아난 것입니다.



무려 7차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피해가) 햇수로는 7번입니다. 한꺼번에 펑크 내놓고 다 수리를 한 다음에, 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니까, 참 황당하더라고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인데, (타이어 수리비 때문에) 그달은 수입이 없는 적자라고 봐야죠."



피해를 입은 것은 이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근 공장에서는 하룻밤 사이, 무려 9대의 화물차가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조덕제(피해자) : "(피해를 본 차량이 총 몇 대인가요?) 총 9명 정도 될 겁니다."



<인터뷰> 최 모 씨(피해자) : "(옆 동네는) 서른 몇 대 피해 보고, 이쪽 길에도 8대가 펑크 났어요."



전문가도 뚫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화물차 타이어, 하지만 범인은 타이어 깊숙이 감춰진 얇은 부분만을 찾아내 손쉽게 구멍을 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 모 씨(피해자) : "타이어 중에서도 여기가 제일 얇아요. 여기는 두꺼운데, 여기가 얇거든요."



<인터뷰> 조덕제(피해자) : "나중에 실험을 해보니까, 송곳이 깊게 힘들이지 않고, 잘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7개월 동안 피해본 차량은 모두 83대! 무려 4백여 개의 타이어가 망가졌습니다.



한밤중에 벌어진 일이라 목격자도 없고, 현장에 남은 흔적도 없었던 탓에 용의자를 찾기는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운송용 화물차였고, 발생지역도 모두 35번국도 내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피해가 35번 국도 쪽으로 치중해서 많이 발생했는데, 피의자가 35번 국도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그러던 중 지난달 29일, 35번국도 내 한 주차장에서 또 차량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타이어 펑크가 아니라, 누군가 차량 기름을 훔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된 것입니다.



화물차 기름통의 잠금장치를 부수곤, 고무호스를 이용해 기름을 빼내 차에 옮겨 넣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제가 순찰을 하다가 (한 남성이) 기름통에서 기름을 빼는 것을 목격했어요. 이상해서 제 차로 가로막았죠. 가로막아 놓고 소리를 지르니까, 기름통 두고, 사람은 없고... 그래서 가보니까 기름통 (잠금장치는) 벌써 파손 돼서..."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고, 이 도둑은 재빨리 인근 야산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잠복을 통해, 결국 이 도둑을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차를 버리고 야산으로 도주하는 피의자를 주변 수색해서 붙잡게 됐습니다. (피의자가 진술한 것만) 총 4회에 걸쳐 510ℓ, 약 97만 원 정도로 피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절도 용의자는 41살의 정 모 씨!



단지 기름이 필요해 훔쳤다는 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정 씨의 소지품 중 낯선 물건이 하나 발견 됐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커다란 차량 전문가용 송곳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전문가들이)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구멍을 넓히는 용도로 쓰는 건데, 피의자가 (송곳 앞부분을) 갈아서, 펑크 내기 좋게..."



의심쩍은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정 씨의 집이 그동안 타이어 펑크가 잇따랐던 문제의 35번국도 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정 씨를 추궁한 끝에 타이어 펑크 사건의 자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피의자가) 언어장애 4급이고, 정상적으로 일반인과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죠. 취업이나 교통사고라든지, (장애 때문에) 이유가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는..."



대형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장애 때문에 운송업체에 취직이 되지 않자, 그 화풀이로 다른 화물차에 구멍을 냈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2차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타이어 펑크.



하지만 범행 7개월 만에 정 씨가 붙잡히면서, 또 다른 피해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펑크를 낼 경우, 다른 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정도까지도 (피의자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시켜주지 않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저지른 타이어 펑크.



경찰은 피의자 정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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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취직 못해 화풀이’…타이어 4백 개 펑크
    • 입력 2010-09-01 09:06:01
    • 수정2010-09-01 0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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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물차의 타이어만 골라 펑크를 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늦은 밤 날카로운 송곳으로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달아난 건데요.

이민우 기자, 그런데 피해 규모가 대단하다면서요?

<리포트>

확인된 범행만 여든 세 차례입니다.

펑크난 타이어가 무려 4백 개가 넘는데요.

외곽 국도에 주차된 화물차들, 눈에 띠는대로 죄다 타이어에 구멍을 냈는데요, 차량 전문가들이나 쓰는 송곳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작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알았으니 망정이지, 그 큰 화물차들, 타이어가 펑크난 채로 도로를 질주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해집니다.

멀쩡하던 타이어, 밤새 펑크가 나버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 "가보니까 타이어가 푹 꺼져 있더라고요. 이 길에 있는 차들의 타이어를 누가 (송곳으로) 찔러서..."

주차된 화물차들은 예외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 "(옆 동네는) 서른 몇 대 피해 보고, 이쪽 길에도 8대가 펑크 났어요."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지난 1월. 운송업을 하는 이 모 씨는 자신의 화물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멀쩡하던 타이어가 모두 펑크 나있던 것입니다.

누군가 예리한 도구로 타이어 옆면을 찔러, 여덟 개의 타이어를 죄다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타이어가 앞에 주저앉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나가 펑크 났겠지 생각했어요. 타이어 가게에 가서 조사를 해보니까, (타이어가 좌우) 네 바퀴씩, 양쪽 8개가 다 펑크가 나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 달 뒤, 어이없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껏 갈아 끼운 새 타이어마저 망가뜨린 것입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개인적으로 제가 (나쁜) 감정 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못된 사람이 이렇게 했나 싶었는데... 그 이후로도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건 동일범이 했구나 생각했어요. CCTV를 어쩔 수 없이 달았습니다, 차에..."

범인을 잡기 위해 차량에 CCTV까지 설치한 이 씨.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범인은 교묘하게 CCTV 연결선까지 끊은 뒤,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달아난 것입니다.

무려 7차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피해가) 햇수로는 7번입니다. 한꺼번에 펑크 내놓고 다 수리를 한 다음에, 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니까, 참 황당하더라고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인데, (타이어 수리비 때문에) 그달은 수입이 없는 적자라고 봐야죠."

피해를 입은 것은 이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근 공장에서는 하룻밤 사이, 무려 9대의 화물차가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조덕제(피해자) : "(피해를 본 차량이 총 몇 대인가요?) 총 9명 정도 될 겁니다."

<인터뷰> 최 모 씨(피해자) : "(옆 동네는) 서른 몇 대 피해 보고, 이쪽 길에도 8대가 펑크 났어요."

전문가도 뚫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화물차 타이어, 하지만 범인은 타이어 깊숙이 감춰진 얇은 부분만을 찾아내 손쉽게 구멍을 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 모 씨(피해자) : "타이어 중에서도 여기가 제일 얇아요. 여기는 두꺼운데, 여기가 얇거든요."

<인터뷰> 조덕제(피해자) : "나중에 실험을 해보니까, 송곳이 깊게 힘들이지 않고, 잘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7개월 동안 피해본 차량은 모두 83대! 무려 4백여 개의 타이어가 망가졌습니다.

한밤중에 벌어진 일이라 목격자도 없고, 현장에 남은 흔적도 없었던 탓에 용의자를 찾기는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운송용 화물차였고, 발생지역도 모두 35번국도 내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피해가 35번 국도 쪽으로 치중해서 많이 발생했는데, 피의자가 35번 국도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그러던 중 지난달 29일, 35번국도 내 한 주차장에서 또 차량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엔 타이어 펑크가 아니라, 누군가 차량 기름을 훔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된 것입니다.

화물차 기름통의 잠금장치를 부수곤, 고무호스를 이용해 기름을 빼내 차에 옮겨 넣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인터뷰> 이승용(피해자) : "제가 순찰을 하다가 (한 남성이) 기름통에서 기름을 빼는 것을 목격했어요. 이상해서 제 차로 가로막았죠. 가로막아 놓고 소리를 지르니까, 기름통 두고, 사람은 없고... 그래서 가보니까 기름통 (잠금장치는) 벌써 파손 돼서..."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고, 이 도둑은 재빨리 인근 야산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잠복을 통해, 결국 이 도둑을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차를 버리고 야산으로 도주하는 피의자를 주변 수색해서 붙잡게 됐습니다. (피의자가 진술한 것만) 총 4회에 걸쳐 510ℓ, 약 97만 원 정도로 피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절도 용의자는 41살의 정 모 씨!

단지 기름이 필요해 훔쳤다는 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정 씨의 소지품 중 낯선 물건이 하나 발견 됐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커다란 차량 전문가용 송곳이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전문가들이)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구멍을 넓히는 용도로 쓰는 건데, 피의자가 (송곳 앞부분을) 갈아서, 펑크 내기 좋게..."

의심쩍은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정 씨의 집이 그동안 타이어 펑크가 잇따랐던 문제의 35번국도 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정 씨를 추궁한 끝에 타이어 펑크 사건의 자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피의자가) 언어장애 4급이고, 정상적으로 일반인과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죠. 취업이나 교통사고라든지, (장애 때문에) 이유가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는..."

대형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장애 때문에 운송업체에 취직이 되지 않자, 그 화풀이로 다른 화물차에 구멍을 냈다는 겁니다.

자칫하면 2차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타이어 펑크.

하지만 범행 7개월 만에 정 씨가 붙잡히면서, 또 다른 피해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신현(양산경찰서 수사과/형사) : "펑크를 낼 경우, 다른 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정도까지도 (피의자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시켜주지 않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저지른 타이어 펑크.

경찰은 피의자 정 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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