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대학 입시, 공정 없이 자율 없다

입력 2010.09.17 (07:17) 수정 2010.09.17 (07: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관 해설위원]

대학입시 자율.. 대학들이 수 십 년 동안 되뇌어 온 구홉니다. 스스로의 잣대로 학생을 뽑고 잘 가르쳐보겠다..

대학들이 가진 숙원이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정책의 방향은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당국은 대학입시에 관련된 권한들을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에 대폭 이관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를 위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대학이 성급했던 걸까요?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대학입시에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전형 1단계에서 불거진 불공정 시비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 향후 커다란 사회적 파문으로 번질 기셉니다. 법원은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들을 뽑기 위해 고교별로 학력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 된다”고 했습니다. 고려대는 항소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좋은 내신을 받고도 전형에서 탈락한 또 다른 학생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해마다 확대되는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로 뽑는 전형에서 대학들의 특목고 우대 논란은 해마다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은 제도 운영의 방법, 절차, 출신고교별 합격자 현황 등 주요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공개의 명분은 바로 ‘자율’이고, 이 ‘자율’은 전가의 보도인 셈입니다.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치 우물가에 세워둔 어린아이를 보는 심정입니다. 더욱이 최근 ‘아내가 모 대학 입학사정관이니 원서접수하면 연락 달라’는 한 인사의 언사가 알려지면서 심사는 더욱 복잡합니다. 제도가 이렇게 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입니다. 안면과 정실과 청탁이 통하는 대학입시제도... 생각만 해도 끔직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불공정 행위가 터져 나와도 대학입시만큼은 공정하다는 것이 나라의 자부심 아니었습니까?

입시의 공정한 관리 없는 대학의 자율은 공염불일 뿐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교육협의회는 공정성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까지 대학들은 자율을 유보해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대학 입시, 공정 없이 자율 없다
    • 입력 2010-09-17 07:17:07
    • 수정2010-09-17 07:24:15
    뉴스광장 1부
[김용관 해설위원] 대학입시 자율.. 대학들이 수 십 년 동안 되뇌어 온 구홉니다. 스스로의 잣대로 학생을 뽑고 잘 가르쳐보겠다.. 대학들이 가진 숙원이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정책의 방향은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당국은 대학입시에 관련된 권한들을 대학들의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에 대폭 이관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3불 정책’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를 위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대학이 성급했던 걸까요?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대학입시에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전형 1단계에서 불거진 불공정 시비에 대해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 향후 커다란 사회적 파문으로 번질 기셉니다. 법원은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들을 뽑기 위해 고교별로 학력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 된다”고 했습니다. 고려대는 항소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좋은 내신을 받고도 전형에서 탈락한 또 다른 학생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해마다 확대되는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로 뽑는 전형에서 대학들의 특목고 우대 논란은 해마다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은 제도 운영의 방법, 절차, 출신고교별 합격자 현황 등 주요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공개의 명분은 바로 ‘자율’이고, 이 ‘자율’은 전가의 보도인 셈입니다.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치 우물가에 세워둔 어린아이를 보는 심정입니다. 더욱이 최근 ‘아내가 모 대학 입학사정관이니 원서접수하면 연락 달라’는 한 인사의 언사가 알려지면서 심사는 더욱 복잡합니다. 제도가 이렇게 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큰일입니다. 안면과 정실과 청탁이 통하는 대학입시제도... 생각만 해도 끔직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불공정 행위가 터져 나와도 대학입시만큼은 공정하다는 것이 나라의 자부심 아니었습니까? 입시의 공정한 관리 없는 대학의 자율은 공염불일 뿐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교육협의회는 공정성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까지 대학들은 자율을 유보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