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세상보기] 수도권 물난리, 왜?

입력 2010.09.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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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백 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 등 수도권에 쏟아졌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장덕수 기자!

비, 정말 많이 왔어요?

<리포트>

네, 백 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나는 비였습니다.

지난 21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 첫날이었는데요.

서울에는 공식적으로 256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이는 지난 1907년,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하순 강우량으로는 최다량입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서울 강서구 일대에는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역시 백 년 만의 기록이었습니다.

<질문> 대체 왜 그렇게 비가 많이 온건가요?

<답변>

네, 올해 들어 유달리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입니다.

보통 이때쯤이면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잃으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야 하는데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다 보니, 두 공기 사이에서 강하고 좁은 비구름이 발달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예보관) : "남쪽으로 물러갈 것으로 예상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강한 비구름이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비 피해도 대단했습니다.

<답변>

네. 백 년 만의 폭우에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그야말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화곡동입니다.

도로인지 하천인지 도저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멈춰버린 차량을 이동시키려고 사람들이 힘을 쓰고, 상점에 들어찬 물속에서 조금이라도 쓸만한 물품을 건져보려 애 써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비로 침수 피해를 본 가구수는 모두 만천여 가구에 달합니다.

수도권 공장 55개 동과 국가산업단지 일부도 침수됐고, 수도권 47개 도로와 지하철 4개 노선도 비로 피해를 입어 시민들은 교통 대란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아무리 비가 왔어도, 이렇게까지 피해가 큰 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심각한 비 피해 뒤에는 역시나 사람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시민 : "하수구 며칠 전에 공사를 했어요. 했는데 여기 깨끗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마무리만 대충 적당히 하고 넘어가버렸어요."

<녹취> 피해시민 : "물이 지금 여기 이거 하수구 하나에요. 여기 전체적으로 다 내려오는게. 이거 하나로 이게 감당이 되냐고요."

길 가운데 있는 하수구에서 마치 분수처럼 하수가 뿜어져 나옵니다.

하수관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하수가 몰렸기 때문인데요.

서울시 하수관은 시간당 75mm의 강우량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리다 보니, 하수가 역류한 것입니다.

<녹취> 강서구청 관계자 : "물통에 주전자를 확 부어버리면 물이 금방 넘쳐버리지 않습니까. 순간적으로 확 부어버리면."

서울시는 최근에야 시간당 95mm의 비도 견딜 수 있도록 하수관을 교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산부족으로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용지물 하수구 때문에 서울의 중심지라는 광화문 광장도 물난리로 허둥거려야 했습니다.

<질문> 그래요. 공무원들의 늑장 대응이 또 도마에 올랐어요?

<답변>

네, 장대비에 피해가 속출하자, 당황한 시민들은 소방서나, 구청, 시청 등 관공서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대부분 전화 연결 자체가 안되거나, 전화가 연결된다 하더라도 처리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왜 안 나오냐 그러게요. 저도 아침에 전화한 게 왜 안 나오냐고. 나와보지도 않고 그냥 회의만 하고, 회의 끝나면 나가겠다."

피해지역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빗물펌프장에 대한 불만도 쇄도했습니다.

공무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들입니다.

추석 연휴로 당직자를 제외한 근무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피해를 본 시민의 입장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피해를 본 시민들은 정말 날벼락이었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비 피해를 본 날이 추석 연휴였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가장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가장 악몽 같은 순간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시민 (계산동) : "차례도 못 지내고 2주 뒤에 성묘만 하러 가기로 했어요."

<인터뷰> 피해시민 (작전동) : "명절 쇠러 못 가고, 다 취소가 됐고, 집안 정리나 해야죠."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모습인데요.

추석 대목을 기다리던 상인들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노량진 시장 상인 : "낙뢰가 쳐가지고 정전이 되버렸잖아요. 그러니까 다 죽어버렸잖아요. 게가 다 죽어서 나온거에요."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인 피해복구에 나섰지만, 피해를 본 시민들의 마음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때를 노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고요?

<답변>

네, 피해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밖으로 내놓으면 이를 몰래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두 번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폭우로 반지하 집이 잠겼던 정모 씨.

밤새 물을 퍼낸 뒤 길가에 말리기 위해 내놓은 180만 원짜리 검도 장비가 불과 한 시간 만에 없어졌습니다.

<녹취> 정모 씨(절도 피해자) : "제가 써놨거든요.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나와보니까 없어지니까 사람이 확 하고 올라오는게 있잖아요. 뒤집힌다고 하죠."

정 씨뿐이 아닙니다.

가구며, 이불과 옷가지 등 햇볕에 말리려고 내놓았던 물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피해 지역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쓰레기를 줍는 척하며 슬쩍 집어가는 건데요.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렇게 남의 물건을 가져간 고물상 67살 박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앵커멘트>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덕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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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세상보기] 수도권 물난리, 왜?
    • 입력 2010-09-26 07: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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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백 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 등 수도권에 쏟아졌습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장덕수 기자! 비, 정말 많이 왔어요? <리포트> 네, 백 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제대로 실감나는 비였습니다. 지난 21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 첫날이었는데요. 서울에는 공식적으로 256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이는 지난 1907년,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하순 강우량으로는 최다량입니다. 특히 피해가 심했던 서울 강서구 일대에는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역시 백 년 만의 기록이었습니다. <질문> 대체 왜 그렇게 비가 많이 온건가요? <답변> 네, 올해 들어 유달리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입니다. 보통 이때쯤이면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잃으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야 하는데요.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다 보니, 두 공기 사이에서 강하고 좁은 비구름이 발달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예보관) : "남쪽으로 물러갈 것으로 예상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강한 비구름이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비 피해도 대단했습니다. <답변> 네. 백 년 만의 폭우에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그야말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화곡동입니다. 도로인지 하천인지 도저히 구별할 수 없습니다. 멈춰버린 차량을 이동시키려고 사람들이 힘을 쓰고, 상점에 들어찬 물속에서 조금이라도 쓸만한 물품을 건져보려 애 써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비로 침수 피해를 본 가구수는 모두 만천여 가구에 달합니다. 수도권 공장 55개 동과 국가산업단지 일부도 침수됐고, 수도권 47개 도로와 지하철 4개 노선도 비로 피해를 입어 시민들은 교통 대란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아무리 비가 왔어도, 이렇게까지 피해가 큰 건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심각한 비 피해 뒤에는 역시나 사람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시민 : "하수구 며칠 전에 공사를 했어요. 했는데 여기 깨끗하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마무리만 대충 적당히 하고 넘어가버렸어요." <녹취> 피해시민 : "물이 지금 여기 이거 하수구 하나에요. 여기 전체적으로 다 내려오는게. 이거 하나로 이게 감당이 되냐고요." 길 가운데 있는 하수구에서 마치 분수처럼 하수가 뿜어져 나옵니다. 하수관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하수가 몰렸기 때문인데요. 서울시 하수관은 시간당 75mm의 강우량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내리다 보니, 하수가 역류한 것입니다. <녹취> 강서구청 관계자 : "물통에 주전자를 확 부어버리면 물이 금방 넘쳐버리지 않습니까. 순간적으로 확 부어버리면." 서울시는 최근에야 시간당 95mm의 비도 견딜 수 있도록 하수관을 교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산부족으로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용지물 하수구 때문에 서울의 중심지라는 광화문 광장도 물난리로 허둥거려야 했습니다. <질문> 그래요. 공무원들의 늑장 대응이 또 도마에 올랐어요? <답변> 네, 장대비에 피해가 속출하자, 당황한 시민들은 소방서나, 구청, 시청 등 관공서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대부분 전화 연결 자체가 안되거나, 전화가 연결된다 하더라도 처리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녹취> 피해주민 : "왜 안 나오냐 그러게요. 저도 아침에 전화한 게 왜 안 나오냐고. 나와보지도 않고 그냥 회의만 하고, 회의 끝나면 나가겠다." 피해지역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빗물펌프장에 대한 불만도 쇄도했습니다. 공무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들입니다. 추석 연휴로 당직자를 제외한 근무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피해를 본 시민의 입장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피해를 본 시민들은 정말 날벼락이었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비 피해를 본 날이 추석 연휴였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가장 즐거워야 할 명절이 가장 악몽 같은 순간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 피해시민 (계산동) : "차례도 못 지내고 2주 뒤에 성묘만 하러 가기로 했어요." <인터뷰> 피해시민 (작전동) : "명절 쇠러 못 가고, 다 취소가 됐고, 집안 정리나 해야죠."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모습인데요. 추석 대목을 기다리던 상인들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노량진 시장 상인 : "낙뢰가 쳐가지고 정전이 되버렸잖아요. 그러니까 다 죽어버렸잖아요. 게가 다 죽어서 나온거에요."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인 피해복구에 나섰지만, 피해를 본 시민들의 마음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때를 노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고요? <답변> 네, 피해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밖으로 내놓으면 이를 몰래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두 번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폭우로 반지하 집이 잠겼던 정모 씨. 밤새 물을 퍼낸 뒤 길가에 말리기 위해 내놓은 180만 원짜리 검도 장비가 불과 한 시간 만에 없어졌습니다. <녹취> 정모 씨(절도 피해자) : "제가 써놨거든요.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나와보니까 없어지니까 사람이 확 하고 올라오는게 있잖아요. 뒤집힌다고 하죠." 정 씨뿐이 아닙니다. 가구며, 이불과 옷가지 등 햇볕에 말리려고 내놓았던 물품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피해 지역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쓰레기를 줍는 척하며 슬쩍 집어가는 건데요.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렇게 남의 물건을 가져간 고물상 67살 박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앵커멘트>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장덕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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