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광화문 물바다’…콘크리트 광장 탓?

입력 2010.09.27 (08:59) 수정 2010.09.27 (09: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추석 연휴 화제의 뉴스, 단연 수도권에 퍼부은 기습폭우였죠.

그중에서도 서울의 심장 같은 광화문이 물바다가 됐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민우 기자, 광화문 침수 원인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리포트>

그 상징성이 큰 만큼 해석도 다양한데요.

가장 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곳이 바로 광화문 광장입니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건설한 광화문 광장, 하지만 나무를 뽑고 콘크리트로 광장을 뒤덮는 바람에 결국 물난리를 불러왔다는 주장인데요.

물론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 분석은 달라도 시민들이 놀라서 탄식한 이유는 똑같습니다.

서울의 심장 광화문이 어떻게 물바다로 변할 수 있느냐, 정말 제대로 된 대책이 시급합니다.

폭우가 쏟아진 서울 광화문 광장.

이내 거대한 호수를 방불케 합니다.

넘쳐나는 빗물은 마치 파도가 철썩이듯 물결쳤고, 차량들은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 보일 정돕니다.

이렇게 넘쳐나는 빗물은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덮쳤는데요.
<인터뷰> 윤지혜(근처 상점 직원) : “물이 최대한 차올랐을 때는 여기, 무릎정도까지 올라왔어요. 순식간에 물이 그렇게 불어나니까, 눈앞이 캄캄하던데요.”

쏟아지는 빗물이 맨홀 안에서 역류하면서 분수처럼 솟구쳐 오릅니다.
빗물이 한꺼번에 역류하면서, 광화문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 겁니다.
<인터뷰> 전수현(피해 상점 직원) : “역류하자마자, 그 때부터 (빗물이) 팡 터진 거죠. 빗물이 한 이만큼 있으면, 이 만큼 솟구쳐 올라와서 퍼지는 식이었어요, 분수처럼.”

광화문 인근 상가 역시, 한바탕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인터뷰> 박춘자(피해 상점주인) : “말도 못해요. 냉장고랑 또 제빙기랑 이런 게 다 고장이 나서 고치고 그랬어요. (피해 복구하느라) 추석준비는 하지를 못했어요.”

서울의 심장부라 불리는 광화문, 도대체 왜, 삽시간에 물바다가 된 걸까.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광화문 광장입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 화려하게 탄생한 광화문 광장, 서울시가 내건 ‘디자인 서울’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는데요.

하지만 이 광화문 광장을 건설하느라, 가로수를 모두 뽑아버렸고, 그래서 결국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주장입니다.

콘크리트로 덮인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그 자체로 물이 빠르게 모여드는 물길이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 토목공학과) : “물이 한꺼번에 전부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게 했고, 광화문 광장 자체에서 떨어지는 물도 한꺼번에 모이도록 (돼 있어요). 나무가 있으면, 시간차를 두고 물이 모이거든요.”

더불어, 광화문 광장이 제대로 된 배수시설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형철(사무처장/서울환경운동연합) : “(광화문 광장은) 시멘트를 다 발라놓은 상태라서, 광화문 광장에서 빗물이 빠질 수 있는 데는 거의 없다는 것이고요.”

서울시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광장 조성 전, 심어져있던 나무를 모두 광장 내에 이식했을 뿐 아니라, 종전보다 넓은 잔디마당이 조성돼, 오히려 빗물 침투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물난리는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비가 온 탓에 벌어진 천재라고 항변했는데요.

그런가 하면, 서울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가 바로, 물난리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재개발, 재건축으로 서울의 구릉지가 콘크리트로 덮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인데요.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비가 모일 수밖에 없는 지형인데, 구릉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산지에 내린 비가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평지로 모여들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도년 교수(성균관대 건축학부) : “(광화문의 경우,)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물하고, 남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나는 곳이거든요. 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콘크리트로) 다 막혀버렸단 말이죠. 비가 스며들어갈 틈은 하나도 없어지고...”

빗물이 모이는 속도에 비해, 광화문 광장의 하수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창근 (교수/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 “배수관의 규격이 작아서, 원활하게 청계천 쪽으로 빼내지 못해서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시민들은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서 어떻게 물난리가 일어날 수 있냐며 부끄럽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박춘자(피해 상점주인) : “정말 서울 시내의 가장 중심지에서, 빗물이 넘칠 리가 없다 (생각했는데)...”

<인터뷰> 이상언(시민) : “(당연히) 배수시설이 잘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아했고요. 서울 중심에서 침수가 일어난 것이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요.”

누리꾼들은 ‘시멘트로 만든 거대한 수족관이다’, ‘넓은 수영장’, ‘광화문 앞바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서울시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빗물 펌프장 시설 확대 등 수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오세훈(서울시장) : “짧은 시간 동안 큰 강우가 있더라도 문제없도록 (빗물을 가두는 저류)용량을 늘려가겠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발표된 대책마저도 기본 대책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엄형철 사무처장(서울환경운동연합) : “(서울시에서) 20년 전부터 빗물과 하수관을 나누는 사업을 했는데 지금까지 전체의 10%밖에 못했거든요. 빗물이 스며들어가는 장치를 마련하고, 환경에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거죠.”
기습폭우로 물바다가 된 서울 광화문.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뒷북행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광화문 물바다’…콘크리트 광장 탓?
    • 입력 2010-09-27 08:59:55
    • 수정2010-09-27 09:59:41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추석 연휴 화제의 뉴스, 단연 수도권에 퍼부은 기습폭우였죠. 그중에서도 서울의 심장 같은 광화문이 물바다가 됐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민우 기자, 광화문 침수 원인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리포트> 그 상징성이 큰 만큼 해석도 다양한데요. 가장 큰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곳이 바로 광화문 광장입니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건설한 광화문 광장, 하지만 나무를 뽑고 콘크리트로 광장을 뒤덮는 바람에 결국 물난리를 불러왔다는 주장인데요. 물론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 분석은 달라도 시민들이 놀라서 탄식한 이유는 똑같습니다. 서울의 심장 광화문이 어떻게 물바다로 변할 수 있느냐, 정말 제대로 된 대책이 시급합니다. 폭우가 쏟아진 서울 광화문 광장. 이내 거대한 호수를 방불케 합니다. 넘쳐나는 빗물은 마치 파도가 철썩이듯 물결쳤고, 차량들은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 보일 정돕니다. 이렇게 넘쳐나는 빗물은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덮쳤는데요. <인터뷰> 윤지혜(근처 상점 직원) : “물이 최대한 차올랐을 때는 여기, 무릎정도까지 올라왔어요. 순식간에 물이 그렇게 불어나니까, 눈앞이 캄캄하던데요.” 쏟아지는 빗물이 맨홀 안에서 역류하면서 분수처럼 솟구쳐 오릅니다. 빗물이 한꺼번에 역류하면서, 광화문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된 겁니다. <인터뷰> 전수현(피해 상점 직원) : “역류하자마자, 그 때부터 (빗물이) 팡 터진 거죠. 빗물이 한 이만큼 있으면, 이 만큼 솟구쳐 올라와서 퍼지는 식이었어요, 분수처럼.” 광화문 인근 상가 역시, 한바탕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인터뷰> 박춘자(피해 상점주인) : “말도 못해요. 냉장고랑 또 제빙기랑 이런 게 다 고장이 나서 고치고 그랬어요. (피해 복구하느라) 추석준비는 하지를 못했어요.” 서울의 심장부라 불리는 광화문, 도대체 왜, 삽시간에 물바다가 된 걸까.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광화문 광장입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 화려하게 탄생한 광화문 광장, 서울시가 내건 ‘디자인 서울’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는데요. 하지만 이 광화문 광장을 건설하느라, 가로수를 모두 뽑아버렸고, 그래서 결국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주장입니다. 콘크리트로 덮인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그 자체로 물이 빠르게 모여드는 물길이 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조원철(교수/연세대 토목공학과) : “물이 한꺼번에 전부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게 했고, 광화문 광장 자체에서 떨어지는 물도 한꺼번에 모이도록 (돼 있어요). 나무가 있으면, 시간차를 두고 물이 모이거든요.” 더불어, 광화문 광장이 제대로 된 배수시설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형철(사무처장/서울환경운동연합) : “(광화문 광장은) 시멘트를 다 발라놓은 상태라서, 광화문 광장에서 빗물이 빠질 수 있는 데는 거의 없다는 것이고요.” 서울시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광장 조성 전, 심어져있던 나무를 모두 광장 내에 이식했을 뿐 아니라, 종전보다 넓은 잔디마당이 조성돼, 오히려 빗물 침투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물난리는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비가 온 탓에 벌어진 천재라고 항변했는데요. 그런가 하면, 서울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가 바로, 물난리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재개발, 재건축으로 서울의 구릉지가 콘크리트로 덮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인데요.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비가 모일 수밖에 없는 지형인데, 구릉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산지에 내린 비가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평지로 모여들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도년 교수(성균관대 건축학부) : “(광화문의 경우,)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물하고, 남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만나는 곳이거든요. 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콘크리트로) 다 막혀버렸단 말이죠. 비가 스며들어갈 틈은 하나도 없어지고...” 빗물이 모이는 속도에 비해, 광화문 광장의 하수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창근 (교수/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 “배수관의 규격이 작아서, 원활하게 청계천 쪽으로 빼내지 못해서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시민들은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서 어떻게 물난리가 일어날 수 있냐며 부끄럽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박춘자(피해 상점주인) : “정말 서울 시내의 가장 중심지에서, 빗물이 넘칠 리가 없다 (생각했는데)...” <인터뷰> 이상언(시민) : “(당연히) 배수시설이 잘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의아했고요. 서울 중심에서 침수가 일어난 것이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요.” 누리꾼들은 ‘시멘트로 만든 거대한 수족관이다’, ‘넓은 수영장’, ‘광화문 앞바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서울시는 이번 수해를 계기로, 빗물 펌프장 시설 확대 등 수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오세훈(서울시장) : “짧은 시간 동안 큰 강우가 있더라도 문제없도록 (빗물을 가두는 저류)용량을 늘려가겠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발표된 대책마저도 기본 대책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엄형철 사무처장(서울환경운동연합) : “(서울시에서) 20년 전부터 빗물과 하수관을 나누는 사업을 했는데 지금까지 전체의 10%밖에 못했거든요. 빗물이 스며들어가는 장치를 마련하고, 환경에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거죠.” 기습폭우로 물바다가 된 서울 광화문.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뒷북행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