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내 안에 또 다른 나”…김길태 사형 면하나?

입력 2010.09.30 (08:58) 수정 2010.09.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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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떠들썩하게 했던 김길태를 기억하십니까.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데요.

이민우 기자, 김길태가 사형을 면할 수도 있다는데 대체 무슨 얘깁니까?

김길태가 계속 이런 얘기를 했죠.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나는 전혀 기억 못한다.

살인마의 뻔뻔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겁니다. 알고보니 측두엽간질이란 병이 있는데, 이 병으로 발작을 일으키면 정말 자신도 모르게 끔찍한 폭력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살인마를 살려둘 수 있느냐, 정신질환자면 무슨 범죄든 용서가 되느냐.

일단 누리꾼들은 분노 일색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포트>

혼자 있던 13살 여중생을 성폭행 살해한 뒤, 물탱크에 버린 살인마 김길태.

<녹취> 김길태 :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그에게 내려진 죄 값은 사형, 하지만 그가 사형을 면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일까요.

어느 날,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13살 이모양.

<인터뷰> 이 모양 어머니 (음성변조) : "너무 너무 미안 하다고, 꼭 살아서 만나자고, 보내주세요."

하지만 실종 11일 뒤, 이 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이웃 주민이었던 33세 김길태.

<녹취> 김길태 : "기억 안 납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어떻게 기억합니까?"

김길태는 검거 직후부터 일관되게 ‘기억이 안 난다.’‘내 안에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다.’며 범행을 부인해왔는데요.

<녹취> 김영식(차장/부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 "실종 사건 당일인 2월 24일 행적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결국 지난 6월 김길태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요.

하지만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김길태가 사형을 면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가 김길태를 정신 감정한 결과 측두엽 간질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입니다.

측두엽 간질은 공포감이나 환청, 환각에 시달리며 심할 경우 폭력을 저지르거나 발작 중 기억을 잃을 수 있는 정신 질환. 그러니까 김길태가 범행당시에도 발작 중이었다면 정말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손영민(교수/가톨릭대학병원 신경과) : "무서운 느낌, 공포스러운 느낌(들고) 그러다가 의식 소실하면서 주변에서 불러도 대답을 못하는 의식 소실과 함께 심한 경우에는 전신 발작까지 진행되는 그런 운동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김길태는 이외에도 망상장애와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모두 세 가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심한 측두엽간질은 형법상 '심신장애'에 해당되는데 전 국민을 놀라게 한 흉악범이 이런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감정이 재판 중에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우리나라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소위 말해서 측두엽간질 환자에 의한 범죄사건 대한 판례가 없습니다. 이것이 이제 판례가 되어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측두엽간질 환자에 대한 범죄자의 양형 설정 기준이 되겠지요."

김길태가 정신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검거 직후 받은 1차 감정에서는 비록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있지만 현실 판단 능력은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와 사형을 선고받은 것인데요.

하지만 2차 감정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국립 치료감호소에 따르면 김길태는 중 2때부터 간질 발작에 시달렸지만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길태 아버지 (음성변조) : "공부할 적에는 그런 것도 없고 어릴 적에도 말 잘 듣고 (교도소) 생활 하면서 몰매를 맞았나...병원에 안 갔어. 한 번도 안 갔어."

김길태는 앞서 다른 성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정신 질환을 앓는 범죄자들이 수감된 진주교도소에서 복역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정신분열증 진단만을 받아 간질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정신 분열증 약만 먹었다고 합니다.

김길태가 교도소에서 보낸 기간만 11년, 때문에 당시 정확한 진단과 치료만 이뤄졌다면 부산 여중생 살인같은 끔찍한 추가 범죄를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인터뷰> 김길태 아버지 (음성변조) : "거의 교도소 생활 밖에 안 했다니까..교도소 안 간 데가 어디 있어요. 그 아이가.. 내가 망하려고 키웠던 것이지..후회가 막심해요."

결국 김길태는 보호관찰이나 전자발찌 착용 등 어떤 예방조처도 없이 풀려나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정신병자가 사람 죽일 권리는 없다, 정신병을 이유로 감형은 안 된다는 등 감형에 반대하며 분노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옥혜미(경기도 수원시) : "그런 이유로 한 명씩 감형을 해주면 그 이후에 더 악질 한 죄가 나와도 또 비슷한 이유로 감형되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정신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을 하면 안 되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간질은 없지요, 무슨 정신병자야, 쇼하는 거죠. 그런 거면 동네에 싹 퍼지죠."

또 만약 그렇다면 김길태와 같은 환자를 왜 사전에 진단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인터뷰> 박애랑(서울특별시 중구) : "그 사람을 계속 보호를 해주고 병을 치료해 줬다면 그런 병이 없을 수도 있고 책임 못 지고 방치 했다는 것은 조금 안타깝더라고요."

김길태의 감형 여부는 이제 재판부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정신질환 정도에 따라서 판사가 형량을 감경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감경해줘야 된다는 그런 규정은 아닙니다."

어린 소녀를 처참히 짓밟은 흉악범 김길태. 이런 그에게 정신질환이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다음달 13일에 열릴 2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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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9-30 10: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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