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옛 서독이 2차 세계대전 후 폐허를 딛고 경제적 강자로 부상한 것을 일컬어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죠. 그런데 통일 독일에서 지금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옛동독 지역의 경제가 성장해 인구가 늘고 신흥 시장이 창출되면서 더욱 강한 독일이 탄생하고 있는 겁니다. 독일 통일 20년이 바로 내일인데요. 그간의 힘겨운 통합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10월 첫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성년을 맞은 통일 독일로 갑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동독 회생 프로젝트.. 이제는 양 지역간 격차가 줄어든 것은 물론 독일 시장을 석권하는 옛 동독 기업이 나오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통일 비용이 결국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성공의 이면에는 옛동독 기업들에 기술을 수혈해준 세계 정상급 연구소와 회생의 의지를 불태운 기업인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독일의 경험..최재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첨단 디스플레이와 생산 장비를 만드는 옛 동독의 중소기업, 스마트 가전 열풍 속에서, 신규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수출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30%, 4백여 건의 국제 특허는 로열티 수입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소린(노발레드 사장): “저희 회사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맞춤형 첨단 기술과 장비도 공급합니다. 우리의 신기술은 매우 독보적입니다. 현재로선 딱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엔 또 따른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 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을 도운, 세계 최정상급 기술 연구소, 프라운호펍니다.
지난달, 국제 가전 박람회가 베를린에서 열렸을 때, 스마트의 첨단 기술이 선보인 프라운호퍼의 부스는 전 세계 대기업 관계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이번엔 어떤 신기술을 내놨는지 살펴보고, 기술 제휴를 요청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마이(프라운호퍼 연구소): "우리 연구소는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난,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천 기술을 응용한 첨단 산업 기술,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도 개발합니다."
통일 직후, 독일 정부는 옛 서독이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연구소를 드레스덴 등 옛 동독 도시에 집중시켰습니다. 연구소의 첨단 기술은 옛 동독, 곳곳으로 퍼져갔습니다.
창업이나 재기에 성공한 기업은 90여만 개, 이들의 수출은 지난 20년 새, 3배 이상 늘면서 통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장인의 나라, 독일이 통일 경제를 회복시킨 첫 번째 비결은
첨단 기술의 공급이었던 겁니다.
통일 독일이 경제 회복에 성공한 두 번째 비결은 회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옛 동독의 기업가들입니다. 공산주의가 남긴 도산의 위기를 넘어, 옛 서독 기업을 압도하는 역전의 사례까지 만들었습니다.
옛 동독의 샴페인 회사, 공산 정권 시절엔 국영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옛 동독 경제가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경영난이 가중됐습니다. 통일 직후엔, 직원의 80% 이상을 해고하는 끔찍한 구조조정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과 직원들은 재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위축된 판매와 영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다급해진 직원들이 샴페인 병을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했고, 경영진과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년, 4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로 통일 독일을 석권했고 옛 서독과 캐나다 경쟁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자금력도 풍부해졌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새롭게 열린 옛 서독의 거대 시장에 우리 회사 제품의 달라진 품질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옛 동독보다 서독에서 더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선전 속에서 옛 동독의 실업자 수는 통일 이후 처음으로 백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동서의 생산성과 소득 수준은 20% 대로 좁혀졌고, 자동차 보유 비율은 도리어, 옛 동독이 높습니다. 지역 경제 회복에 성공해 다시 인구가 늘고 있는 옛 동독의 도시들, 옛 서독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일 비용으로 되살아난 신흥 동독 시장이 등장한 겁니다.
<인터뷰>키젤(옛 서독 지역 시민): "통일 20년은 긴 세월이었죠. 이제는 옛 서독 기업이 동독 경기 상승으로 기회를 누리는 통일 경제 회복의 두 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회복의 순풍 속에서, 동서를 갈라놓았던 지역감정도 완화되고 있습니다. 옛 서독 출신 보수 여당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옛 동독 출신, 물리학 박삽니다. 지난 총선 때 당선된 독일 국회의원, 옛 서독 출신이지만 그가 당선된 지역구는 동독 지역입니다.
<인터뷰>하인리히(독일 국회의원/기민당): "저는 옛 서독이 아니라 통일 독일의 정치인입니다. 옛 동독 땅에서 살고 있는 유권자들도 그렇게 믿고 저를 뽑아 줬습니다."
물론, 분단이 낳은 이질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동독 지역, 전역에 퍼진 것도 아니고 실업률의 격차도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직업을 갖고도 동독 쪽 수입이 더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임금 인상을 억제한 통일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이 동독 의사의 의료 수가는 옛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인터뷰>홀메어(옛 동독 지역 의사): "동서독 의사들이 치료하는 질병이 다른 것도 아니고 업무량에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옛 동독 지역 의료 수가가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수입이 적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부의 그늘 때문에 통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동독인은 많지 않습니다. 통일 이후 그들의 소득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냉전 시절, 군함과 잠수함의 신경전이 치열했던 발트해에서, 요트를 타는 동독인, 그에게 통일은 커다란 선물처럼 여겨집니다.
<인터뷰>뵐러(옛 동독 지역 시민): "그야말로 모든 게 좋아졌죠. 당장 차만 보더라도 옛날의 고물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통일 독일의 경제 회복 비용은 3천조 원, 연구소의 첨단 기술과 옛 동독 기업의 회생 의지는, 이 엄청난 비용을 극복하고 라인강의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통일 독일의 현재는 첨단 기술 개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에, 미래의 통일 경제를 회복시킬 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옛 서독이 2차 세계대전 후 폐허를 딛고 경제적 강자로 부상한 것을 일컬어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죠. 그런데 통일 독일에서 지금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옛동독 지역의 경제가 성장해 인구가 늘고 신흥 시장이 창출되면서 더욱 강한 독일이 탄생하고 있는 겁니다. 독일 통일 20년이 바로 내일인데요. 그간의 힘겨운 통합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10월 첫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성년을 맞은 통일 독일로 갑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동독 회생 프로젝트.. 이제는 양 지역간 격차가 줄어든 것은 물론 독일 시장을 석권하는 옛 동독 기업이 나오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통일 비용이 결국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성공의 이면에는 옛동독 기업들에 기술을 수혈해준 세계 정상급 연구소와 회생의 의지를 불태운 기업인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독일의 경험..최재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첨단 디스플레이와 생산 장비를 만드는 옛 동독의 중소기업, 스마트 가전 열풍 속에서, 신규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수출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30%, 4백여 건의 국제 특허는 로열티 수입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소린(노발레드 사장): “저희 회사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맞춤형 첨단 기술과 장비도 공급합니다. 우리의 신기술은 매우 독보적입니다. 현재로선 딱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엔 또 따른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 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을 도운, 세계 최정상급 기술 연구소, 프라운호펍니다.
지난달, 국제 가전 박람회가 베를린에서 열렸을 때, 스마트의 첨단 기술이 선보인 프라운호퍼의 부스는 전 세계 대기업 관계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이번엔 어떤 신기술을 내놨는지 살펴보고, 기술 제휴를 요청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마이(프라운호퍼 연구소): "우리 연구소는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난,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천 기술을 응용한 첨단 산업 기술,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도 개발합니다."
통일 직후, 독일 정부는 옛 서독이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연구소를 드레스덴 등 옛 동독 도시에 집중시켰습니다. 연구소의 첨단 기술은 옛 동독, 곳곳으로 퍼져갔습니다.
창업이나 재기에 성공한 기업은 90여만 개, 이들의 수출은 지난 20년 새, 3배 이상 늘면서 통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장인의 나라, 독일이 통일 경제를 회복시킨 첫 번째 비결은
첨단 기술의 공급이었던 겁니다.
통일 독일이 경제 회복에 성공한 두 번째 비결은 회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옛 동독의 기업가들입니다. 공산주의가 남긴 도산의 위기를 넘어, 옛 서독 기업을 압도하는 역전의 사례까지 만들었습니다.
옛 동독의 샴페인 회사, 공산 정권 시절엔 국영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옛 동독 경제가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경영난이 가중됐습니다. 통일 직후엔, 직원의 80% 이상을 해고하는 끔찍한 구조조정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과 직원들은 재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위축된 판매와 영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다급해진 직원들이 샴페인 병을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했고, 경영진과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년, 4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로 통일 독일을 석권했고 옛 서독과 캐나다 경쟁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자금력도 풍부해졌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새롭게 열린 옛 서독의 거대 시장에 우리 회사 제품의 달라진 품질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옛 동독보다 서독에서 더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선전 속에서 옛 동독의 실업자 수는 통일 이후 처음으로 백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동서의 생산성과 소득 수준은 20% 대로 좁혀졌고, 자동차 보유 비율은 도리어, 옛 동독이 높습니다. 지역 경제 회복에 성공해 다시 인구가 늘고 있는 옛 동독의 도시들, 옛 서독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일 비용으로 되살아난 신흥 동독 시장이 등장한 겁니다.
<인터뷰>키젤(옛 서독 지역 시민): "통일 20년은 긴 세월이었죠. 이제는 옛 서독 기업이 동독 경기 상승으로 기회를 누리는 통일 경제 회복의 두 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회복의 순풍 속에서, 동서를 갈라놓았던 지역감정도 완화되고 있습니다. 옛 서독 출신 보수 여당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옛 동독 출신, 물리학 박삽니다. 지난 총선 때 당선된 독일 국회의원, 옛 서독 출신이지만 그가 당선된 지역구는 동독 지역입니다.
<인터뷰>하인리히(독일 국회의원/기민당): "저는 옛 서독이 아니라 통일 독일의 정치인입니다. 옛 동독 땅에서 살고 있는 유권자들도 그렇게 믿고 저를 뽑아 줬습니다."
물론, 분단이 낳은 이질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동독 지역, 전역에 퍼진 것도 아니고 실업률의 격차도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직업을 갖고도 동독 쪽 수입이 더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임금 인상을 억제한 통일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이 동독 의사의 의료 수가는 옛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인터뷰>홀메어(옛 동독 지역 의사): "동서독 의사들이 치료하는 질병이 다른 것도 아니고 업무량에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옛 동독 지역 의료 수가가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수입이 적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부의 그늘 때문에 통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동독인은 많지 않습니다. 통일 이후 그들의 소득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냉전 시절, 군함과 잠수함의 신경전이 치열했던 발트해에서, 요트를 타는 동독인, 그에게 통일은 커다란 선물처럼 여겨집니다.
<인터뷰>뵐러(옛 동독 지역 시민): "그야말로 모든 게 좋아졌죠. 당장 차만 보더라도 옛날의 고물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통일 독일의 경제 회복 비용은 3천조 원, 연구소의 첨단 기술과 옛 동독 기업의 회생 의지는, 이 엄청난 비용을 극복하고 라인강의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통일 독일의 현재는 첨단 기술 개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에, 미래의 통일 경제를 회복시킬 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강한 독일의 숨은 주역
-
- 입력 2010-10-03 09:59:52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옛 서독이 2차 세계대전 후 폐허를 딛고 경제적 강자로 부상한 것을 일컬어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죠. 그런데 통일 독일에서 지금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옛동독 지역의 경제가 성장해 인구가 늘고 신흥 시장이 창출되면서 더욱 강한 독일이 탄생하고 있는 겁니다. 독일 통일 20년이 바로 내일인데요. 그간의 힘겨운 통합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10월 첫 주 특파원현장보고, 먼저 성년을 맞은 통일 독일로 갑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동독 회생 프로젝트.. 이제는 양 지역간 격차가 줄어든 것은 물론 독일 시장을 석권하는 옛 동독 기업이 나오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통일 비용이 결국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성공의 이면에는 옛동독 기업들에 기술을 수혈해준 세계 정상급 연구소와 회생의 의지를 불태운 기업인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독일의 경험..최재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첨단 디스플레이와 생산 장비를 만드는 옛 동독의 중소기업, 스마트 가전 열풍 속에서, 신규 주문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수출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30%, 4백여 건의 국제 특허는 로열티 수입까지 안겨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소린(노발레드 사장): “저희 회사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맞춤형 첨단 기술과 장비도 공급합니다. 우리의 신기술은 매우 독보적입니다. 현재로선 딱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엔 또 따른 주인공이 있습니다. 이 기업의 첨단 기술 개발을 도운, 세계 최정상급 기술 연구소, 프라운호펍니다.
지난달, 국제 가전 박람회가 베를린에서 열렸을 때, 스마트의 첨단 기술이 선보인 프라운호퍼의 부스는 전 세계 대기업 관계자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이번엔 어떤 신기술을 내놨는지 살펴보고, 기술 제휴를 요청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마이(프라운호퍼 연구소): "우리 연구소는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난,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원천 기술을 응용한 첨단 산업 기술,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도 개발합니다."
통일 직후, 독일 정부는 옛 서독이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연구소를 드레스덴 등 옛 동독 도시에 집중시켰습니다. 연구소의 첨단 기술은 옛 동독, 곳곳으로 퍼져갔습니다.
창업이나 재기에 성공한 기업은 90여만 개, 이들의 수출은 지난 20년 새, 3배 이상 늘면서 통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장인의 나라, 독일이 통일 경제를 회복시킨 첫 번째 비결은
첨단 기술의 공급이었던 겁니다.
통일 독일이 경제 회복에 성공한 두 번째 비결은 회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옛 동독의 기업가들입니다. 공산주의가 남긴 도산의 위기를 넘어, 옛 서독 기업을 압도하는 역전의 사례까지 만들었습니다.
옛 동독의 샴페인 회사, 공산 정권 시절엔 국영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옛 동독 경제가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경영난이 가중됐습니다. 통일 직후엔, 직원의 80% 이상을 해고하는 끔찍한 구조조정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과 직원들은 재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위축된 판매와 영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다급해진 직원들이 샴페인 병을 들고 거리로 나가기도 했고, 경영진과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년, 40퍼센트의 시장 점유율로 통일 독일을 석권했고 옛 서독과 캐나다 경쟁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자금력도 풍부해졌습니다.
<인터뷰>클라우센(로트캡센 마케팅 이사): "새롭게 열린 옛 서독의 거대 시장에 우리 회사 제품의 달라진 품질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옛 동독보다 서독에서 더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의 선전 속에서 옛 동독의 실업자 수는 통일 이후 처음으로 백만 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동서의 생산성과 소득 수준은 20% 대로 좁혀졌고, 자동차 보유 비율은 도리어, 옛 동독이 높습니다. 지역 경제 회복에 성공해 다시 인구가 늘고 있는 옛 동독의 도시들, 옛 서독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일 비용으로 되살아난 신흥 동독 시장이 등장한 겁니다.
<인터뷰>키젤(옛 서독 지역 시민): "통일 20년은 긴 세월이었죠. 이제는 옛 서독 기업이 동독 경기 상승으로 기회를 누리는 통일 경제 회복의 두 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회복의 순풍 속에서, 동서를 갈라놓았던 지역감정도 완화되고 있습니다. 옛 서독 출신 보수 여당을 이끌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옛 동독 출신, 물리학 박삽니다. 지난 총선 때 당선된 독일 국회의원, 옛 서독 출신이지만 그가 당선된 지역구는 동독 지역입니다.
<인터뷰>하인리히(독일 국회의원/기민당): "저는 옛 서독이 아니라 통일 독일의 정치인입니다. 옛 동독 땅에서 살고 있는 유권자들도 그렇게 믿고 저를 뽑아 줬습니다."
물론, 분단이 낳은 이질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동독 지역, 전역에 퍼진 것도 아니고 실업률의 격차도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직업을 갖고도 동독 쪽 수입이 더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해 임금 인상을 억제한 통일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이 동독 의사의 의료 수가는 옛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인터뷰>홀메어(옛 동독 지역 의사): "동서독 의사들이 치료하는 질병이 다른 것도 아니고 업무량에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옛 동독 지역 의료 수가가 서독 지역보다 낮게 책정돼 수입이 적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부의 그늘 때문에 통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동독인은 많지 않습니다. 통일 이후 그들의 소득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냉전 시절, 군함과 잠수함의 신경전이 치열했던 발트해에서, 요트를 타는 동독인, 그에게 통일은 커다란 선물처럼 여겨집니다.
<인터뷰>뵐러(옛 동독 지역 시민): "그야말로 모든 게 좋아졌죠. 당장 차만 보더라도 옛날의 고물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통일 독일의 경제 회복 비용은 3천조 원, 연구소의 첨단 기술과 옛 동독 기업의 회생 의지는, 이 엄청난 비용을 극복하고 라인강의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통일 독일의 현재는 첨단 기술 개발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에, 미래의 통일 경제를 회복시킬 힘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
최재현 기자 hyun@kbs.co.kr
최재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