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인도에서 불교도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불교가 창시된 성지답게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교 성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 특히 불가촉천민들은 기본적 생활 수단조차 갖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땅에서 버려진 사람들..임종빈 순회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의 4대 성지, 인도 보드가야. 해탈에 이른 부처가 앉았던 자리에는 50미터가 넘는 마하보디 대탑이 세워져 천5백 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객들은 보리수 나무 아래 합장을 하고 승려의 설법을 들으며 부처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봅니다.
부처의 흔적을 따르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인근에 있는 전정각산. 해탈에 이르기 전 부처가 6년 동안이나 고행을 했던 돌산입니다.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지에는 고요함이 감돌지만, 그 뒷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돌산을 파헤치는 바람에 능선이 깎여나가 지형이 변할 정도입니다. 도로와 건설현장에 쓰이는 자갈을 채취하는 겁니다. 파헤쳐진 바위는 노동자들이 깨뜨려 자갈을 만듭니다. 맨손에 망치를 든 맨발의 노동자들이 단단한 바위를 깨질 때까지 내려칩니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으로 이들이 버는 돈은 150루피 정도. 우리 돈으로 4천 원이 조금 넘습니다.
<인터뷰>말레쉬(채석 노동자): “집에 먹을 것도 사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150 루피 정도.”
깨진 돌에 맞아 다리가 온통 상처투성이지만,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습니다.
<인터뷰>“위험하긴 하죠. (다친사람 봤어요?) 많이 다치죠. 머리도 깨지고 다리도 찍히고 그래요.”
인근의 또 다른 채석장. 돌산이 통째로 없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연못이 생겼습니다. 여성들과 소년들도 생계를 위해서 채석장으로 나와야합니다.
이곳에는 안전장치도 안전장비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7살의 채석 노동자 시브라딴 쿠마르.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시브라딴 쿠마르(채석 노동자/17세): "다른 데 갈 수가 없어요. 일이 없으면 그냥 집에 있어요. 이 일밖에 없으니까요."
채석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아자드비가 마을. 벌거숭이처럼 변한 돌산에서는 빗물에 자갈이 쓸려내려와 담벼락을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수렌드라 만지(마을 지도자): “저 위에서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다 쓸려 내려와서 집도 무너지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 해요.”
상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 마을에서는 오염된 우물물이 유일한 식수원입니다. 깨진 돌맹이투성이인 마을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돌을 깨는 흉내를 내며 천진하게 웃는 이 아이들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채석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채석 마을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초가집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만코시힐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하루 3천 원도 안 되는 품삯을 받는 가난한 소작농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쁘라카쉬의 집. 석 달 전 정신질환을 앓던 엄마가 숨진 뒤, 여덟살 배기 형이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모유를 일찍 뗀 탓에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쁘라카쉬. 구호단체가 분유를 공급해주고 있지만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면서 병세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믈레시(프라카시 형):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요. 몸이 너무 약해요. 밥을 다 토해내고..."
세렌 뚜의 두 칸짜리 집은 오남매를 비롯한 일곱 식구가 살기에 너무나 비좁습니다. 세렌 뚜는 일주일째 원인모를 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 엄마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약을 구하기 위해 논두렁길을 두 시간이나 걸어 도시로 나갔습니다.
<인터뷰>세렌 투(8세): “(언제부터 아팠어요?)토요일부터요. (엄마는?)보드가야에 (왜?) 약 사러요.”
마을의 주부들은 대부분 10대 초반에 결혼해 아이를 낳습니다. 신부의 나이가 많을 수록 신랑집에 더 많은 지참금을 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집을 보내는 겁니다. 또 피임을 거부하는 남성들 때문에 여성들은 아이를 원치 않아도 계속 낳아야 합니다.
<녹취>코실랴 데비(20세): “(결혼 언제 했어요?)15년 전에 했다고 남들이 그러던데요. (왜 그렇게 빨리 했어요?) 여기서는 다들 빨리 시켜요.”
소작농 마을 만코시힐과 채석마을 아자드비가를 비롯해 전정각산 주변에는 모두 16개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둥게스와리. 힌디어로 '버려진 땅'이라는 뜻입니다. 수백년전 시신을 화장한 뒤 공동 묘지로 쓰던 땅에 천민들이 이주하면서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85%가 카스트의 가장 낮은 계급이자 불가촉 천민인 하리잔들입니다.
전기와 수돗물은 들어오지 않고, 주민들은 국가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돼 있다보니 정부는 학교와 병원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둥게스와리 지역의 유일한 학교는 한국의 구호단체가 세운 수자타 아카데미. 책상도 의자도 없는 교실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합니다.
학교를 다녀본 적도 본적도 없는 주민들을 설득해 거의 모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오기까지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1세대 교육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 함께 모이는 종례시간에는 언젠가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거듭 다짐합니다.
<현장음>“누가 한다고?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지난 96년 콜레라가 온 마을을 휩쓴 뒤부터 학교에서는 병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는 아기들과 산모들의 건강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하수와 빗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조그만 상처도 목숨을 위협하는 큰 병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파스완(의사): “매년 설사병이 돌았어요. 상수도가 없어서 물이 더러운데, 장마 때는 더러운 물이 (지하수로) 들어와도 그걸 마셨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시골에서 아이들은 다시 소작농이나 채석 노동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일방적인 구호보다는 자립에 필요한 수익 사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터뷰>박애란(인도 JTS 사무국장): "아이가 처음에는 한 두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의 깨달음이 배어 있는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둥게스와리 사람들. 구호단체의 노력으로 이들의 삶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지만, 가난과 차별이라는 현실의 벽은 아직 높아 보입니다.
남미의 좌장격인 브라질에서 내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룰라 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딜마 호우세피 후보가 1차 투표 혹은 결선 투표에서 무난히 승리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집권 세력을 공격하기 마련인 야권이 선뜻 룰라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룰라 대통령이 퇴임을 눈앞에 둔 지금도 80%에 가까운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극빈층 출신 룰라는 브라질의 부흥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인도에서 불교도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불교가 창시된 성지답게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교 성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 특히 불가촉천민들은 기본적 생활 수단조차 갖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땅에서 버려진 사람들..임종빈 순회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의 4대 성지, 인도 보드가야. 해탈에 이른 부처가 앉았던 자리에는 50미터가 넘는 마하보디 대탑이 세워져 천5백 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객들은 보리수 나무 아래 합장을 하고 승려의 설법을 들으며 부처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봅니다.
부처의 흔적을 따르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인근에 있는 전정각산. 해탈에 이르기 전 부처가 6년 동안이나 고행을 했던 돌산입니다.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지에는 고요함이 감돌지만, 그 뒷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돌산을 파헤치는 바람에 능선이 깎여나가 지형이 변할 정도입니다. 도로와 건설현장에 쓰이는 자갈을 채취하는 겁니다. 파헤쳐진 바위는 노동자들이 깨뜨려 자갈을 만듭니다. 맨손에 망치를 든 맨발의 노동자들이 단단한 바위를 깨질 때까지 내려칩니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으로 이들이 버는 돈은 150루피 정도. 우리 돈으로 4천 원이 조금 넘습니다.
<인터뷰>말레쉬(채석 노동자): “집에 먹을 것도 사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150 루피 정도.”
깨진 돌에 맞아 다리가 온통 상처투성이지만,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습니다.
<인터뷰>“위험하긴 하죠. (다친사람 봤어요?) 많이 다치죠. 머리도 깨지고 다리도 찍히고 그래요.”
인근의 또 다른 채석장. 돌산이 통째로 없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연못이 생겼습니다. 여성들과 소년들도 생계를 위해서 채석장으로 나와야합니다.
이곳에는 안전장치도 안전장비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7살의 채석 노동자 시브라딴 쿠마르.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시브라딴 쿠마르(채석 노동자/17세): "다른 데 갈 수가 없어요. 일이 없으면 그냥 집에 있어요. 이 일밖에 없으니까요."
채석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아자드비가 마을. 벌거숭이처럼 변한 돌산에서는 빗물에 자갈이 쓸려내려와 담벼락을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수렌드라 만지(마을 지도자): “저 위에서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다 쓸려 내려와서 집도 무너지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 해요.”
상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 마을에서는 오염된 우물물이 유일한 식수원입니다. 깨진 돌맹이투성이인 마을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돌을 깨는 흉내를 내며 천진하게 웃는 이 아이들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채석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채석 마을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초가집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만코시힐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하루 3천 원도 안 되는 품삯을 받는 가난한 소작농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쁘라카쉬의 집. 석 달 전 정신질환을 앓던 엄마가 숨진 뒤, 여덟살 배기 형이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모유를 일찍 뗀 탓에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쁘라카쉬. 구호단체가 분유를 공급해주고 있지만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면서 병세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믈레시(프라카시 형):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요. 몸이 너무 약해요. 밥을 다 토해내고..."
세렌 뚜의 두 칸짜리 집은 오남매를 비롯한 일곱 식구가 살기에 너무나 비좁습니다. 세렌 뚜는 일주일째 원인모를 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 엄마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약을 구하기 위해 논두렁길을 두 시간이나 걸어 도시로 나갔습니다.
<인터뷰>세렌 투(8세): “(언제부터 아팠어요?)토요일부터요. (엄마는?)보드가야에 (왜?) 약 사러요.”
마을의 주부들은 대부분 10대 초반에 결혼해 아이를 낳습니다. 신부의 나이가 많을 수록 신랑집에 더 많은 지참금을 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집을 보내는 겁니다. 또 피임을 거부하는 남성들 때문에 여성들은 아이를 원치 않아도 계속 낳아야 합니다.
<녹취>코실랴 데비(20세): “(결혼 언제 했어요?)15년 전에 했다고 남들이 그러던데요. (왜 그렇게 빨리 했어요?) 여기서는 다들 빨리 시켜요.”
소작농 마을 만코시힐과 채석마을 아자드비가를 비롯해 전정각산 주변에는 모두 16개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둥게스와리. 힌디어로 '버려진 땅'이라는 뜻입니다. 수백년전 시신을 화장한 뒤 공동 묘지로 쓰던 땅에 천민들이 이주하면서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85%가 카스트의 가장 낮은 계급이자 불가촉 천민인 하리잔들입니다.
전기와 수돗물은 들어오지 않고, 주민들은 국가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돼 있다보니 정부는 학교와 병원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둥게스와리 지역의 유일한 학교는 한국의 구호단체가 세운 수자타 아카데미. 책상도 의자도 없는 교실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합니다.
학교를 다녀본 적도 본적도 없는 주민들을 설득해 거의 모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오기까지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1세대 교육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 함께 모이는 종례시간에는 언젠가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거듭 다짐합니다.
<현장음>“누가 한다고?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지난 96년 콜레라가 온 마을을 휩쓴 뒤부터 학교에서는 병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는 아기들과 산모들의 건강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하수와 빗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조그만 상처도 목숨을 위협하는 큰 병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파스완(의사): “매년 설사병이 돌았어요. 상수도가 없어서 물이 더러운데, 장마 때는 더러운 물이 (지하수로) 들어와도 그걸 마셨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시골에서 아이들은 다시 소작농이나 채석 노동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일방적인 구호보다는 자립에 필요한 수익 사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터뷰>박애란(인도 JTS 사무국장): "아이가 처음에는 한 두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의 깨달음이 배어 있는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둥게스와리 사람들. 구호단체의 노력으로 이들의 삶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지만, 가난과 차별이라는 현실의 벽은 아직 높아 보입니다.
남미의 좌장격인 브라질에서 내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룰라 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딜마 호우세피 후보가 1차 투표 혹은 결선 투표에서 무난히 승리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집권 세력을 공격하기 마련인 야권이 선뜻 룰라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룰라 대통령이 퇴임을 눈앞에 둔 지금도 80%에 가까운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극빈층 출신 룰라는 브라질의 부흥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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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성지의 버려진 천민들
-
- 입력 2010-10-03 09:59:53

<앵커 멘트>
인도에서 불교도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불교가 창시된 성지답게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불교 성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 특히 불가촉천민들은 기본적 생활 수단조차 갖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땅에서 버려진 사람들..임종빈 순회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불교의 4대 성지, 인도 보드가야. 해탈에 이른 부처가 앉았던 자리에는 50미터가 넘는 마하보디 대탑이 세워져 천5백 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객들은 보리수 나무 아래 합장을 하고 승려의 설법을 들으며 부처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봅니다.
부처의 흔적을 따르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인근에 있는 전정각산. 해탈에 이르기 전 부처가 6년 동안이나 고행을 했던 돌산입니다.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성지에는 고요함이 감돌지만, 그 뒷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돌산을 파헤치는 바람에 능선이 깎여나가 지형이 변할 정도입니다. 도로와 건설현장에 쓰이는 자갈을 채취하는 겁니다. 파헤쳐진 바위는 노동자들이 깨뜨려 자갈을 만듭니다. 맨손에 망치를 든 맨발의 노동자들이 단단한 바위를 깨질 때까지 내려칩니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으로 이들이 버는 돈은 150루피 정도. 우리 돈으로 4천 원이 조금 넘습니다.
<인터뷰>말레쉬(채석 노동자): “집에 먹을 것도 사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150 루피 정도.”
깨진 돌에 맞아 다리가 온통 상처투성이지만,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습니다.
<인터뷰>“위험하긴 하죠. (다친사람 봤어요?) 많이 다치죠. 머리도 깨지고 다리도 찍히고 그래요.”
인근의 또 다른 채석장. 돌산이 통째로 없어진 자리에는 거대한 연못이 생겼습니다. 여성들과 소년들도 생계를 위해서 채석장으로 나와야합니다.
이곳에는 안전장치도 안전장비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17살의 채석 노동자 시브라딴 쿠마르.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시브라딴 쿠마르(채석 노동자/17세): "다른 데 갈 수가 없어요. 일이 없으면 그냥 집에 있어요. 이 일밖에 없으니까요."
채석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아자드비가 마을. 벌거숭이처럼 변한 돌산에서는 빗물에 자갈이 쓸려내려와 담벼락을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수렌드라 만지(마을 지도자): “저 위에서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다 쓸려 내려와서 집도 무너지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 해요.”
상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이 마을에서는 오염된 우물물이 유일한 식수원입니다. 깨진 돌맹이투성이인 마을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 돌을 깨는 흉내를 내며 천진하게 웃는 이 아이들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채석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채석 마을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초가집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는 만코시힐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하루 3천 원도 안 되는 품삯을 받는 가난한 소작농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쁘라카쉬의 집. 석 달 전 정신질환을 앓던 엄마가 숨진 뒤, 여덟살 배기 형이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모유를 일찍 뗀 탓에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쁘라카쉬. 구호단체가 분유를 공급해주고 있지만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면서 병세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카믈레시(프라카시 형):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요. 몸이 너무 약해요. 밥을 다 토해내고..."
세렌 뚜의 두 칸짜리 집은 오남매를 비롯한 일곱 식구가 살기에 너무나 비좁습니다. 세렌 뚜는 일주일째 원인모를 열병을 앓고 있는 상황. 엄마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약을 구하기 위해 논두렁길을 두 시간이나 걸어 도시로 나갔습니다.
<인터뷰>세렌 투(8세): “(언제부터 아팠어요?)토요일부터요. (엄마는?)보드가야에 (왜?) 약 사러요.”
마을의 주부들은 대부분 10대 초반에 결혼해 아이를 낳습니다. 신부의 나이가 많을 수록 신랑집에 더 많은 지참금을 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집을 보내는 겁니다. 또 피임을 거부하는 남성들 때문에 여성들은 아이를 원치 않아도 계속 낳아야 합니다.
<녹취>코실랴 데비(20세): “(결혼 언제 했어요?)15년 전에 했다고 남들이 그러던데요. (왜 그렇게 빨리 했어요?) 여기서는 다들 빨리 시켜요.”
소작농 마을 만코시힐과 채석마을 아자드비가를 비롯해 전정각산 주변에는 모두 16개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이름은 둥게스와리. 힌디어로 '버려진 땅'이라는 뜻입니다. 수백년전 시신을 화장한 뒤 공동 묘지로 쓰던 땅에 천민들이 이주하면서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85%가 카스트의 가장 낮은 계급이자 불가촉 천민인 하리잔들입니다.
전기와 수돗물은 들어오지 않고, 주민들은 국가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돼 있다보니 정부는 학교와 병원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둥게스와리 지역의 유일한 학교는 한국의 구호단체가 세운 수자타 아카데미. 책상도 의자도 없는 교실이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합니다.
학교를 다녀본 적도 본적도 없는 주민들을 설득해 거의 모든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오기까지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1세대 교육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 함께 모이는 종례시간에는 언젠가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거듭 다짐합니다.
<현장음>“누가 한다고?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지난 96년 콜레라가 온 마을을 휩쓴 뒤부터 학교에서는 병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에서는 아기들과 산모들의 건강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하수와 빗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조그만 상처도 목숨을 위협하는 큰 병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파스완(의사): “매년 설사병이 돌았어요. 상수도가 없어서 물이 더러운데, 장마 때는 더러운 물이 (지하수로) 들어와도 그걸 마셨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시골에서 아이들은 다시 소작농이나 채석 노동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일방적인 구호보다는 자립에 필요한 수익 사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터뷰>박애란(인도 JTS 사무국장): "아이가 처음에는 한 두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혼자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의 깨달음이 배어 있는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가장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둥게스와리 사람들. 구호단체의 노력으로 이들의 삶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지만, 가난과 차별이라는 현실의 벽은 아직 높아 보입니다.
남미의 좌장격인 브라질에서 내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됩니다. 룰라 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딜마 호우세피 후보가 1차 투표 혹은 결선 투표에서 무난히 승리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집권 세력을 공격하기 마련인 야권이 선뜻 룰라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룰라 대통령이 퇴임을 눈앞에 둔 지금도 80%에 가까운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극빈층 출신 룰라는 브라질의 부흥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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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빈 기자 chef@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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