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도심이 위험하다

입력 2010.10.0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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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1일 수도권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의 산과 절개지 80여 곳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도심 산사태는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너지면 복구하고 또 무너지면 복구하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요?

<리포트>

수도권 지역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절개지가 붕괴됐습니다. 이 장면은 아파트 CCTV가 잡은 화면입니다. 차량 한대가 지나간 뒤 얼마 안돼 나무와 산이 물의 압력을 못 이기고 아파트 쪽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무너지는 시간은 불과 1~2초도 안됩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그때 무척 무서웠죠. 막 밑의 층 사람들은 들어가질 못했어요. 집에 혹시나 해서 또 무너질까봐 2차로..."

더구나 학교에 접해 있는 이 도로는 평소 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용되는 곳입니다. 추석 연휴라 통행이 거의 없어 큰 피해는 면했습니다.

주민들은 태풍 곤파스 때 이미 붕괴 조짐을 발견해 관련 당국에 신고해 봤지만 충분한 조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미리 얘기를 했어요. 나무가 태풍이 와서 지반이 약해서 나무가 많이 쓰러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구청에 전화를 해서 나무를 정리하셔야겠다. 애들이 다니는 인도인데 좀 위험하다 그랬더니 나오셨더라고요. 근데 자기네가 거기까지 손을 못 댄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동작구 다세대 주택들 바로 옆에 깎아지른 절개지도 무너져내렸습니다. 흙물이 반지하 집을 덮쳤습니다.

<인터뷰>산 소유자 : "집 뒤에 배수로가 하나도 없어요. 그냥 집만 지어놨지. 바짝 집만 지어놨지 내가 볼 때 건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다행히 휴일 낮시간이라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민들은 주변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근진(동네 주민) : "위험했죠. 잘못 좀 저거 했으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었대요. 조금만 늦었어도 돌아가실뻔 했어요. 나오자마자 산사태가 나서 흙 들어오는 통에 그렇게 됐어요. 그 상황이..."

주민들은 비가 조금만 더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인터뷰>배영복(마을주민) : "비 안 그쳤으면 못 자죠. 사람들 난리지 우왕좌왕. 비가 그치는 바람에 그래도 그만 내려온 거죠. 저 산 무너진게..."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와 바로 붙어 있는 깎아지른 절개지도 무너졌습니다. 조그만 수로는 쏟아져 내려오는 흙탕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막혀버렸습니다.

물이 흘러넘치면서 길을 무너뜨렸습니다.

<인터뷰>산책로 공사 담당자 : "힘들다 버티기가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처음 공사할 때 잘못한 것 같다고..."

서울 용산구의 한 옹벽은 집을 덮쳤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찾아온 아들, 손자와의 단란한 시간은 악몽이 됐습니다. 큰아들은 다리에 부상이 심각해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인터뷰>박옥례(피해주민) : "인대를 다쳤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20바늘 꿰매고 여기 밑에 15바늘 정도 꿰매고 그날 못해서 그 다음날 수술했어요."

무너진 집 주변 주민들도 추가 붕괴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양희광(동네 주민) : "저거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요. 못 들어가요. 불안해서 오래된 집이라 주저앉아버린다고..."

무너진 옹벽은 그야말로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배수 구멍이 있어야 하지만 없습니다. 더구나 옹벽 바로 위쪽이 운동장이기 때문에 모래로 스며든 물이 바로 옹벽에 압력을 가한 것입니다.

<인터뷰>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이렇게 배수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전부 다 시멘트였다면 물이 흘러갔을텐데 모래니까 물이 여기서 스며들어가지 이쪽으로 흘러가지 않아요. 옹벽이 붕괴 되면서 인근 지역은 침수 피해도 입었습니다. 혼자 사는 임학숙 할머니의 집도 물에 잠겼었습니다."

<인터뷰>임학숙(피해주민) : "이번 비는 말도 못하죠. 다 뜯고 퍼내고 퍼내는 것도 못해요. 하도 많이 내려오니까."

서울 서초구민들의 휴식처였던 우면산은 이번 집중 호우로 폐허로 변했습니다.

산사태는 숲을 일순간에 돌무덤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산사태 규모는 폭 80미터, 길이 8백 미터나 됩니다. 기록된 우리나라 도심 속 산사태로서는 사상 최대로 추정됩니다.

주민들도 이곳을 푸른 숲이 울창했던 예전의 그곳으로 믿기 힘들 정돕니다.

<인터뷰>박우봉(서울시 방배동) : "산사태가 이건 상상도 못할 그런 상태에 놓여있는데요. 대단하네요. 여기 지금 현재 제가 서 있는 주변 여기 전부 다 나무가 꽉 찼던 데거든요."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토사와 뒤섞인 흙탕물이 남부순환로를 넘어 주택가를 강타했습니다.

<인터뷰>피해 주민 : "그리로 해서 흙탕물이 다 들어온 거거든요. 거의 폭포수처럼 진짜 이 물이 금방 매장으로 들어와 버린 거죠."

이 동네는 밀려드는 물에 순식간에 무릎까지 잠겼습니다. 동네 마트의 낮은 곳에 진열된 물건들도 모두 물에 잠겨 못쓰게 됐습니다. 물에 젖은 물건들을 밖에 꺼내놓고 말리고 있습니다. 수해가 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예견된 인재였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배은희(마트 주인) : "하수구가 역류가 됐다고 하면 시커먼 물이 올라오잖아요. 근데 이건 전부 흙물이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토사가 내려와서 하수구를 막았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어요."

지대가 높아 수해 걱정은 해본 일이 없던 동네 전체가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만큼 아무런 대비도 없었습니다.

<인터뷰>배은희 : "여기 주민이 30년을 사셨어도 이런 경우가 첨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높은 지대라 다들 여기가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을 안 했다 그러시죠."

우면산의 산사태 위험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수없이 지적돼 왔습니다. 우면산은 토질이 무른데다 뿌리가 깊지 않은 잣나무나 낙엽송들이 많은 산이라 산사태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별다른 산사태 방지 시설은 없었습니다.

산사태는 근본적으로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물의 압력을 이길만한 시설이 없는 것입니다. 조그만 수로가 있었지만 용량이 작은데다 밀려드는 토사에 쉽게 막히기 때문에 산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인터뷰>김민식(사방협회 실장) : "대부분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물보다는 등산로를 위한 시설물밖에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같은 집중 호우에 의해서 계곡이 이렇게 굉장히 처참할 정도로 토속이 유출이 많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실패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절도 산사태로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시유지인 이 산은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산사태가 났던 곳입니다.

<인터뷰>손정예(절 관계자) : "우리 할머니가 여기 산사태 날 때 여기 사람들 다 살렸어요. 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손수 시신을 갖다가 우리 할머니가 다 일을 하신 거예요."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손정예 : "이 나무들이 다 위험해요. 곳곳마다 갈라지고 다 위험한데 한다는 소리가 뭐라는지 아세요? 우리한테 문제가 있대요. 왜 나무가 위험할 때 연락을 안했냐 이거야 전화하면 뭐라는지 아세요? 쓰러진 거 저기도 다 쓰러져 있어요. 쓰러진 것만 치워주고 간다. 우리는 그 일밖에 못한다 이러고 가요."

서울에서만 지난 1972년 175명이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압사당했고 지난 98년에는 12명이 사망하는 등 해마다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산과 절개지 210여 곳이 붕괴됐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도심 산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여전히 미봉책에 그치고 있습니다. 제2대 도시 부산의 쓰디쓴 경험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은 도시 조경에만 예산을 쏟는 것에 비해 정작 생색 안나는 안전 예방 대책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자체들은 현재 산사태나 절개지 등을 총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조직조차 사실상 없습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철저한 사후 대책을 다짐했습니다.

<인터뷰>이건기(서울시 건축기획 과장) : "옹벽이나 석축은 설치 기준대로 정확하게 공사가 되도록 저희 행정력을 강화를 하고요. 지금 기존 주택이나 석축을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점검을 통해서 문제가 있는 석축이나 옹벽은 저희가 보완토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방보다는 복구 중심의 중구난방식 현 제도로서는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자체와 정부 부처들을 초월해서 국가 방제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기구나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인터뷰>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각 지자체가 녹지과 건축과 토목과 따로따로 지금 나눠져서 관리를 하고 복구도 따로따로 하고 그리고 지자체 위로 올라가게 되면 방재청도 행자부 소관이거든요. 건교부 것은 지금 국도나 고속도로는 통제를 못해야 따로따로 놀거든요."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진 한반도, 특히,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도심에서 일어나는 산사태는 곧바로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집니다.

붕괴되고 무너져도 그때마다 복구에만 급급하다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피해는 피해대로 늘어날 뿐입니다. 무너질 때마다 언제까지 하늘만 탓만 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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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사태, 도심이 위험하다
    • 입력 2010-10-04 07:21:05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1일 수도권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의 산과 절개지 80여 곳이 무너졌습니다. 특히, 도심 산사태는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너지면 복구하고 또 무너지면 복구하는,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요? <리포트> 수도권 지역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린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절개지가 붕괴됐습니다. 이 장면은 아파트 CCTV가 잡은 화면입니다. 차량 한대가 지나간 뒤 얼마 안돼 나무와 산이 물의 압력을 못 이기고 아파트 쪽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무너지는 시간은 불과 1~2초도 안됩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그때 무척 무서웠죠. 막 밑의 층 사람들은 들어가질 못했어요. 집에 혹시나 해서 또 무너질까봐 2차로..." 더구나 학교에 접해 있는 이 도로는 평소 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용되는 곳입니다. 추석 연휴라 통행이 거의 없어 큰 피해는 면했습니다. 주민들은 태풍 곤파스 때 이미 붕괴 조짐을 발견해 관련 당국에 신고해 봤지만 충분한 조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아파트 주민 : "미리 얘기를 했어요. 나무가 태풍이 와서 지반이 약해서 나무가 많이 쓰러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구청에 전화를 해서 나무를 정리하셔야겠다. 애들이 다니는 인도인데 좀 위험하다 그랬더니 나오셨더라고요. 근데 자기네가 거기까지 손을 못 댄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동작구 다세대 주택들 바로 옆에 깎아지른 절개지도 무너져내렸습니다. 흙물이 반지하 집을 덮쳤습니다. <인터뷰>산 소유자 : "집 뒤에 배수로가 하나도 없어요. 그냥 집만 지어놨지. 바짝 집만 지어놨지 내가 볼 때 건축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다행히 휴일 낮시간이라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민들은 주변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근진(동네 주민) : "위험했죠. 잘못 좀 저거 했으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었대요. 조금만 늦었어도 돌아가실뻔 했어요. 나오자마자 산사태가 나서 흙 들어오는 통에 그렇게 됐어요. 그 상황이..." 주민들은 비가 조금만 더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인터뷰>배영복(마을주민) : "비 안 그쳤으면 못 자죠. 사람들 난리지 우왕좌왕. 비가 그치는 바람에 그래도 그만 내려온 거죠. 저 산 무너진게..."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와 바로 붙어 있는 깎아지른 절개지도 무너졌습니다. 조그만 수로는 쏟아져 내려오는 흙탕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막혀버렸습니다. 물이 흘러넘치면서 길을 무너뜨렸습니다. <인터뷰>산책로 공사 담당자 : "힘들다 버티기가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처음 공사할 때 잘못한 것 같다고..." 서울 용산구의 한 옹벽은 집을 덮쳤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찾아온 아들, 손자와의 단란한 시간은 악몽이 됐습니다. 큰아들은 다리에 부상이 심각해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인터뷰>박옥례(피해주민) : "인대를 다쳤다고 그러더라고요. 한 20바늘 꿰매고 여기 밑에 15바늘 정도 꿰매고 그날 못해서 그 다음날 수술했어요." 무너진 집 주변 주민들도 추가 붕괴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양희광(동네 주민) : "저거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요. 못 들어가요. 불안해서 오래된 집이라 주저앉아버린다고..." 무너진 옹벽은 그야말로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배수 구멍이 있어야 하지만 없습니다. 더구나 옹벽 바로 위쪽이 운동장이기 때문에 모래로 스며든 물이 바로 옹벽에 압력을 가한 것입니다. <인터뷰>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이렇게 배수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전부 다 시멘트였다면 물이 흘러갔을텐데 모래니까 물이 여기서 스며들어가지 이쪽으로 흘러가지 않아요. 옹벽이 붕괴 되면서 인근 지역은 침수 피해도 입었습니다. 혼자 사는 임학숙 할머니의 집도 물에 잠겼었습니다." <인터뷰>임학숙(피해주민) : "이번 비는 말도 못하죠. 다 뜯고 퍼내고 퍼내는 것도 못해요. 하도 많이 내려오니까." 서울 서초구민들의 휴식처였던 우면산은 이번 집중 호우로 폐허로 변했습니다. 산사태는 숲을 일순간에 돌무덤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산사태 규모는 폭 80미터, 길이 8백 미터나 됩니다. 기록된 우리나라 도심 속 산사태로서는 사상 최대로 추정됩니다. 주민들도 이곳을 푸른 숲이 울창했던 예전의 그곳으로 믿기 힘들 정돕니다. <인터뷰>박우봉(서울시 방배동) : "산사태가 이건 상상도 못할 그런 상태에 놓여있는데요. 대단하네요. 여기 지금 현재 제가 서 있는 주변 여기 전부 다 나무가 꽉 찼던 데거든요." 하지만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토사와 뒤섞인 흙탕물이 남부순환로를 넘어 주택가를 강타했습니다. <인터뷰>피해 주민 : "그리로 해서 흙탕물이 다 들어온 거거든요. 거의 폭포수처럼 진짜 이 물이 금방 매장으로 들어와 버린 거죠." 이 동네는 밀려드는 물에 순식간에 무릎까지 잠겼습니다. 동네 마트의 낮은 곳에 진열된 물건들도 모두 물에 잠겨 못쓰게 됐습니다. 물에 젖은 물건들을 밖에 꺼내놓고 말리고 있습니다. 수해가 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예견된 인재였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배은희(마트 주인) : "하수구가 역류가 됐다고 하면 시커먼 물이 올라오잖아요. 근데 이건 전부 흙물이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는 토사가 내려와서 하수구를 막았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어요." 지대가 높아 수해 걱정은 해본 일이 없던 동네 전체가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그만큼 아무런 대비도 없었습니다. <인터뷰>배은희 : "여기 주민이 30년을 사셨어도 이런 경우가 첨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높은 지대라 다들 여기가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을 안 했다 그러시죠." 우면산의 산사태 위험에 대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수없이 지적돼 왔습니다. 우면산은 토질이 무른데다 뿌리가 깊지 않은 잣나무나 낙엽송들이 많은 산이라 산사태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별다른 산사태 방지 시설은 없었습니다. 산사태는 근본적으로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물의 압력을 이길만한 시설이 없는 것입니다. 조그만 수로가 있었지만 용량이 작은데다 밀려드는 토사에 쉽게 막히기 때문에 산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인터뷰>김민식(사방협회 실장) : "대부분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물보다는 등산로를 위한 시설물밖에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같은 집중 호우에 의해서 계곡이 이렇게 굉장히 처참할 정도로 토속이 유출이 많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실패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절도 산사태로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시유지인 이 산은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산사태가 났던 곳입니다. <인터뷰>손정예(절 관계자) : "우리 할머니가 여기 산사태 날 때 여기 사람들 다 살렸어요. 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손수 시신을 갖다가 우리 할머니가 다 일을 하신 거예요."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었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손정예 : "이 나무들이 다 위험해요. 곳곳마다 갈라지고 다 위험한데 한다는 소리가 뭐라는지 아세요? 우리한테 문제가 있대요. 왜 나무가 위험할 때 연락을 안했냐 이거야 전화하면 뭐라는지 아세요? 쓰러진 거 저기도 다 쓰러져 있어요. 쓰러진 것만 치워주고 간다. 우리는 그 일밖에 못한다 이러고 가요." 서울에서만 지난 1972년 175명이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압사당했고 지난 98년에는 12명이 사망하는 등 해마다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산과 절개지 210여 곳이 붕괴됐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도심 산사태에 대한 대비책은 여전히 미봉책에 그치고 있습니다. 제2대 도시 부산의 쓰디쓴 경험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은 도시 조경에만 예산을 쏟는 것에 비해 정작 생색 안나는 안전 예방 대책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자체들은 현재 산사태나 절개지 등을 총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조직조차 사실상 없습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철저한 사후 대책을 다짐했습니다. <인터뷰>이건기(서울시 건축기획 과장) : "옹벽이나 석축은 설치 기준대로 정확하게 공사가 되도록 저희 행정력을 강화를 하고요. 지금 기존 주택이나 석축을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점검을 통해서 문제가 있는 석축이나 옹벽은 저희가 보완토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방보다는 복구 중심의 중구난방식 현 제도로서는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자체와 정부 부처들을 초월해서 국가 방제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는기구나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인터뷰>이수곤(서울시립대 교수) : "각 지자체가 녹지과 건축과 토목과 따로따로 지금 나눠져서 관리를 하고 복구도 따로따로 하고 그리고 지자체 위로 올라가게 되면 방재청도 행자부 소관이거든요. 건교부 것은 지금 국도나 고속도로는 통제를 못해야 따로따로 놀거든요."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가 잦아진 한반도, 특히,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도심에서 일어나는 산사태는 곧바로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집니다. 붕괴되고 무너져도 그때마다 복구에만 급급하다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피해는 피해대로 늘어날 뿐입니다. 무너질 때마다 언제까지 하늘만 탓만 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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