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체벌없는 학교…‘기대 반, 우려반’

입력 2010.11.02 (09:10) 수정 2010.11.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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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로 어제부터죠,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이 전면금지 됐습니다.



그동안 일부 교사의 지나친 체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체벌 금지 첫날,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재환 기자, 사소한 체벌도 제한된다고 요?



<리포트>



예, 흔히 벌을 설 때 하는 손들기나 팔굽혀펴기 같은 것도 체벌에 해당합니다.



서울 시교육청에서는 체벌대신 학부모를 불러 상담하거나 학생 스스로가 반성할 수 있는 교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체벌금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학생들조차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울며 애원하는 초등생을 빗자루로 때리고, 한쪽 벽에서 계속해서 절을 하도록 시키기도 합니다.



뺨을 때리다 발로 차기도 하고, 주먹으로 여학생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합니다.



믿기 어렵지만, 일선 학교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체벌동영상입니다.



<녹취>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뺨을 갑자기요 딱딱. 굴욕적이었어요. 아파서 침 까지 튀기고, 볼이 아주 딸기처럼 빨개져가지고...”



<녹취> 중학교 3학년 학생 : “머리 안 자르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때렸어요. 발바닥 계속 맞아서 거의 못 걸어 다녔어요. 피멍들어서.”



어제부터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체벌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교육청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어떤 형태의 체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창학(중학교 교사) : “교사들에게 조금 더 재량권이라 그럽니까 그런 걸 줘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좋은데...”



교육청이 정한 금지해야 할 체벌 유형, 회초리 등 도구로 종아리나 손바닥을 때리거나, 손이나 발로 등이나 뺨을 때리는 것입니다.



또 손들기나 팔굽혀펴기도 지속적인 고통을 준다면, 이 역시 ‘체벌’에 해당합니다.



교사들은 교육 현실을 간과한 기준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인터뷰> 이창희(중학교 교사) : “(학생들이) 뭔가 불합리하다 싶으면 선생님들한테 막 대들거든요. 심하게 욕도 하죠. 대놓고 해요. 돌아서면서 ‘아이 **’ 어쩌고 하면서 욕도 하니까. 경미한 처벌도 안 된다고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교육청에서는 체벌의 구체적인 범위까지 제시하며,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된 모습입니다.



<녹취> 00중학교 교장(음성변조) : “(성찰교실) 인원을 요청하라 그래서 공문을 보냈어요. 교육청에.”



<녹취> 00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성찰교실이라는 상담교실을 운영하고 있나요?) 아니요. 저희는 아직 그건 안하고 있고요. 학교 자체적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되는데...”



체벌금지 첫날, 학교에서는 체벌만 안할 뿐, 학생들은 황당한 벌을 받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중학교 2학년 : “다른 방식으로 벌을 주더라고요. (어떻게 주는데요?) 오늘은 배드민턴채 휘두르는 걸 8백번 하라고 하더라고요.”



교사들 대부분은 체벌금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인터뷰> 이창희(중학교 교사) :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너 그거 하지 마라’ 해서 아이들이 다 안한다고 말을 잘 들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아이들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시행되는 체벌금지.



그렇다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녹취> 중학교 2학년(체벌금지 찬성) : “(체벌할 때)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감정을 실으면 안 되는데, 감정을 싣게 되고, 서로 기분 나빠지고 그러니까 (체벌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녹취> 중학교 3학년(체벌금지 찬성) : “저는 체벌 금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 인권도 존중하고...”



반대의견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체벌대신 ‘생활평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벌점을 받고 학교생활이나 진학에 불이익을 받느니 차라리 체벌 받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녹취> 고등학교 2학년(체벌금지 반대) : “안 때리니까 매일 이래요. (선생님들이) 벌점카드 매일 주고, 너 벌점카드 툭. 벌점카드 툭.”



고등학교 2학년(체벌금지 반대) : “있는 게 나아요. 체벌 있는 게. 그냥 몇 대 맞고 끝내면 되는데, 생활평점제 때문에요. 걸리면 계속 (벌점이) 누적이 되잖아요. 누적이 돼서 꽉 차면 학교 퇴학이에요. 그냥.”



체벌대신 벌점을 주자는 취지지만, 학생들은 학생대로 불만이 생긴 겁니다.



한국교총은 체벌금지가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는데요.



<인터뷰> 김동석(대변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소수의 학생들로 인해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을 때 교사들은 학급교실을 이끌어가야 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부분이거든요. (체벌금지로) 교육방종이나 포기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학교에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단체에서는 체벌보다 학생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원단체와 의견이 달랐습니다.



<인터뷰> 정은숙(회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체벌은 교육적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체벌대신) 반성할 수 있는 격리된 장소로 가게 한다던지, 감정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던지...”



서울시 교육청은 다음 달까지 전문 상담원을 지원받길 원하는 학교에 우선적으로 상담원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선 학교의 의견을 모아 체벌을 대신할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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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체벌없는 학교…‘기대 반, 우려반’
    • 입력 2010-11-02 09:10:33
    • 수정2010-11-02 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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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로 어제부터죠,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이 전면금지 됐습니다.

그동안 일부 교사의 지나친 체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체벌 금지 첫날,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재환 기자, 사소한 체벌도 제한된다고 요?

<리포트>

예, 흔히 벌을 설 때 하는 손들기나 팔굽혀펴기 같은 것도 체벌에 해당합니다.

서울 시교육청에서는 체벌대신 학부모를 불러 상담하거나 학생 스스로가 반성할 수 있는 교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체벌금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학생들조차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울며 애원하는 초등생을 빗자루로 때리고, 한쪽 벽에서 계속해서 절을 하도록 시키기도 합니다.

뺨을 때리다 발로 차기도 하고, 주먹으로 여학생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합니다.

믿기 어렵지만, 일선 학교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체벌동영상입니다.

<녹취> 고등학교 2학년 학생 : “뺨을 갑자기요 딱딱. 굴욕적이었어요. 아파서 침 까지 튀기고, 볼이 아주 딸기처럼 빨개져가지고...”

<녹취> 중학교 3학년 학생 : “머리 안 자르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때렸어요. 발바닥 계속 맞아서 거의 못 걸어 다녔어요. 피멍들어서.”

어제부터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체벌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교육청 방침에 따른 것인데요, 어떤 형태의 체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창학(중학교 교사) : “교사들에게 조금 더 재량권이라 그럽니까 그런 걸 줘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좋은데...”

교육청이 정한 금지해야 할 체벌 유형, 회초리 등 도구로 종아리나 손바닥을 때리거나, 손이나 발로 등이나 뺨을 때리는 것입니다.

또 손들기나 팔굽혀펴기도 지속적인 고통을 준다면, 이 역시 ‘체벌’에 해당합니다.

교사들은 교육 현실을 간과한 기준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인터뷰> 이창희(중학교 교사) : “(학생들이) 뭔가 불합리하다 싶으면 선생님들한테 막 대들거든요. 심하게 욕도 하죠. 대놓고 해요. 돌아서면서 ‘아이 **’ 어쩌고 하면서 욕도 하니까. 경미한 처벌도 안 된다고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교육청에서는 체벌의 구체적인 범위까지 제시하며,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된 모습입니다.

<녹취> 00중학교 교장(음성변조) : “(성찰교실) 인원을 요청하라 그래서 공문을 보냈어요. 교육청에.”

<녹취> 00고등학교 교사(음성변조) : “(성찰교실이라는 상담교실을 운영하고 있나요?) 아니요. 저희는 아직 그건 안하고 있고요. 학교 자체적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되는데...”

체벌금지 첫날, 학교에서는 체벌만 안할 뿐, 학생들은 황당한 벌을 받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중학교 2학년 : “다른 방식으로 벌을 주더라고요. (어떻게 주는데요?) 오늘은 배드민턴채 휘두르는 걸 8백번 하라고 하더라고요.”

교사들 대부분은 체벌금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인터뷰> 이창희(중학교 교사) :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너 그거 하지 마라’ 해서 아이들이 다 안한다고 말을 잘 들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아이들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지도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해 시행되는 체벌금지.

그렇다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녹취> 중학교 2학년(체벌금지 찬성) : “(체벌할 때)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감정을 실으면 안 되는데, 감정을 싣게 되고, 서로 기분 나빠지고 그러니까 (체벌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녹취> 중학교 3학년(체벌금지 찬성) : “저는 체벌 금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 인권도 존중하고...”

반대의견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체벌대신 ‘생활평점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벌점을 받고 학교생활이나 진학에 불이익을 받느니 차라리 체벌 받는 게 낫다고 말합니다.

<녹취> 고등학교 2학년(체벌금지 반대) : “안 때리니까 매일 이래요. (선생님들이) 벌점카드 매일 주고, 너 벌점카드 툭. 벌점카드 툭.”

고등학교 2학년(체벌금지 반대) : “있는 게 나아요. 체벌 있는 게. 그냥 몇 대 맞고 끝내면 되는데, 생활평점제 때문에요. 걸리면 계속 (벌점이) 누적이 되잖아요. 누적이 돼서 꽉 차면 학교 퇴학이에요. 그냥.”

체벌대신 벌점을 주자는 취지지만, 학생들은 학생대로 불만이 생긴 겁니다.

한국교총은 체벌금지가 교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는데요.

<인터뷰> 김동석(대변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소수의 학생들로 인해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을 때 교사들은 학급교실을 이끌어가야 되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부분이거든요. (체벌금지로) 교육방종이나 포기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학교에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단체에서는 체벌보다 학생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원단체와 의견이 달랐습니다.

<인터뷰> 정은숙(회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체벌은 교육적인 효과가 없고, 오히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체벌대신) 반성할 수 있는 격리된 장소로 가게 한다던지, 감정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던지...”

서울시 교육청은 다음 달까지 전문 상담원을 지원받길 원하는 학교에 우선적으로 상담원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선 학교의 의견을 모아 체벌을 대신할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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