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사업 몰아주기’ 재벌가 불공정 게임

입력 2010.11.04 (22:08) 수정 2010.11.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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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족끼리, 친족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재벌들의 재산 불리기 방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최근엔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면서 이 논란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이슈 앤 뉴스. 먼저 '피자 논란'부터 노윤정 기자가 짚어 봅니다.



<리포트>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 피자.



<인터뷰> 원정아(서울 가양동) : "적게는 2시간이예요. 어떤 때는 5시간도 막 (기다리라) 그래갖고..."



인근 피자집은 초상집입니다.



<인터뷰> 김영옥(인근 피자가게 주인) : "생각중이에요...계속 해야될 지 말아야 될 지."



이마트 피자는 신세계 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가 운영합니다.



5년 전 조선호텔에서 분사하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 유경 씨가 지분 40%를 사들였습니다.



신세계 계열사에 빵을 팔아 버는 돈이 매출의 93%. 특히 전국 125개 이마트에서 빵집을 독점 운영하면서 5년 만에 매출과 주식가치가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조선호텔이 베이커리를 계속 운영했다면 벌 수 있었던 순익은 168억 원. 유경 씨에게 넘긴 뒤 받은 돈은 배당금 13억 5천만 원뿐입니다.



<인터뷰> 박경철(경제 평론가) : "주주 일가가 그 사업에 진출해서 오히려 주식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사실 주주권을 훼손당하는 것이죠."



이마트는 올해 안에 피자 매장을 60개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 "(이마트 피자 논쟁이 있었는데요) 아니요, 오늘은 피자 얘기하러 온 게 아니라 동반 성장 관련해서 온 거기 때문에요."



<질문> 단순히 피자를 싸게 파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재벌의 자기 식구 챙기기'란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경제부의 이소정 기자 나왔습니다. 이기자, 그런데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 이런 표현이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데. 용어들이 좀 어렵네요?



<답변>



A라는 그룹 안에 대형 극장 체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A그룹 총수 가족이 극장 매점에 팝콘을 납품하는 비상장 회사 B를 만듭니다.



이 회사는 영화관 뿐 아니라 호텔, 놀이 공원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도 거래를 터서 급성장합니다.



그냥 A그룹이 사업을 했더라면 이익은 A그룹의 주주들에게 돌아갔겠죠?



하지만 사업기회를 별다른 이유없이 B회사에 넘겼기 때문에 이익은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사업기회 탈취 의혹은 특히 자녀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LCD용 필름을 코팅하는 LG그룹 비상장 계열삽니다. 설립 2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구본준 LG전자 CEO의 아들인 대학생 23살 구모 씨입니다.



<녹취> 지흥 관계자 : "(LG화학이) 물량 달리면 배분을 해주죠. 저희 같은 경우도 그러면서 받은 거죠."



LG화학이 독점 생산하던 제품을 이 회사가 넘겨받은 건데, 앞으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이 최대주주도 있습니다. 매출 48억 원에 순이익 1억 9천만 원을 올리는 운송 알선업쳅니다.



직원은 단 3명, 거래처는 100% GS 칼텍스뿐입니다.



<녹취> 관계자 : "GS칼텍스 원료, GS 것 외에는 하지를 않죠."



회사 지분은 GS 허용수 전무의 6살, 9살 난 자녀가 100% 가지고 있어 역시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아들들을 위해 사업부문을 통째로 넘기기도 합니다.



지난 2001년, 효성은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 지분 40%를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에게 팝니다.



가격은 액면가의 1/10도 안 되는 432원, 3형제가 투자한 돈은 불과 1억 원입니다.



곧바로 효성은 알토란 같은 현금지급기 사업을 떼줬고, 이후 노틸러스 효성은 급성장합니다.



3형제의 총 투자금은 6억 원이지만, 현재 이들이 가진 노틸러스 효성 지분은 635억 원이나 됩니다.



해당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계열사와 거래규모가 작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고, 대주주가 책임감을 갖고 사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서민들이 평생 꿈꾸기도 힘든 금액을 어찌 보면 좀 쉽게 버는 느낌인데, 이런 식으로 총수 일가들이 얻는 이익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답변>



예, 2008년 말 기준으로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10명을 꼽아봤습니다.



현대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과 SK, 대림가가 2명씩이네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7,500억원 정도로 1등입니다.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나 2조 2천억원이 넘었습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9천 4백억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천 6백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770억원의 이익을 얻은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회사 기회 유용과 같은 불공정 게임에 대해 선진국에선 엄중히 책임을 묻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주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0년 말,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 주도로 물류회사 설립이 준비됩니다.



두달 뒤 글로비스가 세워집니다.



현대차그룹의 운송을 몽땅 책임지는 알짜사업인데도 어찌된 된 일인지 회사가 아닌 정 회장 부자가 100% 출자합니다.



물량 몰아주기로 매출액은 10년 만에 16배가 뛰었고 단돈 50억 원으로 시작한 정 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는 무려 3조 2천억 원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선웅(변호사) : "주주들은 손해를 입고 총수만 이득을 모두 가져가는 게 문제죠."



현대차그룹은 물류사업은 예전부터 외주사업이었고 글로비스는 이를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영규(현대차 이사) : "현대차가 직접 물류사업을 영위한 적이 없기 때문에 회사기회유용과 무관합니다."



미국의 경우 1939년 펩시콜라의 사업 부문 일부를 개인적으로 인수한 사탕회사 사장에게, 회사 이익을 편취했다고 판단한 구스 판결 이후 기회유용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루스 클로(계명대 법경대 교수) : "(기회유용의 경우)법적 구제 방법은 이사, 지배주주에게서 이익을 환수해 회사에 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 상법은 현재 이사의 충실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 상태, 법무부는 지난 2007년 회사 기회유용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3년 넘게 낮잠만 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주형입니다.



<앵커 멘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다, 오히려 환경보존이다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내일 이슈앤뉴스에서 집중점검하겠습니다.



지금 KBS 홈페이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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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사업 몰아주기’ 재벌가 불공정 게임
    • 입력 2010-11-04 22:08:54
    • 수정2010-11-04 22:55:46
    뉴스 9
<앵커 멘트>

가족끼리, 친족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재벌들의 재산 불리기 방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최근엔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면서 이 논란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이슈 앤 뉴스. 먼저 '피자 논란'부터 노윤정 기자가 짚어 봅니다.

<리포트>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 피자.

<인터뷰> 원정아(서울 가양동) : "적게는 2시간이예요. 어떤 때는 5시간도 막 (기다리라) 그래갖고..."

인근 피자집은 초상집입니다.

<인터뷰> 김영옥(인근 피자가게 주인) : "생각중이에요...계속 해야될 지 말아야 될 지."

이마트 피자는 신세계 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조선호텔 베이커리가 운영합니다.

5년 전 조선호텔에서 분사하면서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 유경 씨가 지분 40%를 사들였습니다.

신세계 계열사에 빵을 팔아 버는 돈이 매출의 93%. 특히 전국 125개 이마트에서 빵집을 독점 운영하면서 5년 만에 매출과 주식가치가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조선호텔이 베이커리를 계속 운영했다면 벌 수 있었던 순익은 168억 원. 유경 씨에게 넘긴 뒤 받은 돈은 배당금 13억 5천만 원뿐입니다.

<인터뷰> 박경철(경제 평론가) : "주주 일가가 그 사업에 진출해서 오히려 주식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사실 주주권을 훼손당하는 것이죠."

이마트는 올해 안에 피자 매장을 60개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 "(이마트 피자 논쟁이 있었는데요) 아니요, 오늘은 피자 얘기하러 온 게 아니라 동반 성장 관련해서 온 거기 때문에요."

<질문> 단순히 피자를 싸게 파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재벌의 자기 식구 챙기기'란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경제부의 이소정 기자 나왔습니다. 이기자, 그런데 '사업 기회를 유용했다.' 이런 표현이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데. 용어들이 좀 어렵네요?

<답변>

A라는 그룹 안에 대형 극장 체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A그룹 총수 가족이 극장 매점에 팝콘을 납품하는 비상장 회사 B를 만듭니다.

이 회사는 영화관 뿐 아니라 호텔, 놀이 공원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과도 거래를 터서 급성장합니다.

그냥 A그룹이 사업을 했더라면 이익은 A그룹의 주주들에게 돌아갔겠죠?

하지만 사업기회를 별다른 이유없이 B회사에 넘겼기 때문에 이익은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사업기회 탈취 의혹은 특히 자녀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LCD용 필름을 코팅하는 LG그룹 비상장 계열삽니다. 설립 2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구본준 LG전자 CEO의 아들인 대학생 23살 구모 씨입니다.

<녹취> 지흥 관계자 : "(LG화학이) 물량 달리면 배분을 해주죠. 저희 같은 경우도 그러면서 받은 거죠."

LG화학이 독점 생산하던 제품을 이 회사가 넘겨받은 건데, 앞으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이 최대주주도 있습니다. 매출 48억 원에 순이익 1억 9천만 원을 올리는 운송 알선업쳅니다.

직원은 단 3명, 거래처는 100% GS 칼텍스뿐입니다.

<녹취> 관계자 : "GS칼텍스 원료, GS 것 외에는 하지를 않죠."

회사 지분은 GS 허용수 전무의 6살, 9살 난 자녀가 100% 가지고 있어 역시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아들들을 위해 사업부문을 통째로 넘기기도 합니다.

지난 2001년, 효성은 계열사인 노틸러스 효성 지분 40%를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에게 팝니다.

가격은 액면가의 1/10도 안 되는 432원, 3형제가 투자한 돈은 불과 1억 원입니다.

곧바로 효성은 알토란 같은 현금지급기 사업을 떼줬고, 이후 노틸러스 효성은 급성장합니다.

3형제의 총 투자금은 6억 원이지만, 현재 이들이 가진 노틸러스 효성 지분은 635억 원이나 됩니다.

해당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계열사와 거래규모가 작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고, 대주주가 책임감을 갖고 사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서민들이 평생 꿈꾸기도 힘든 금액을 어찌 보면 좀 쉽게 버는 느낌인데, 이런 식으로 총수 일가들이 얻는 이익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답변>

예, 2008년 말 기준으로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10명을 꼽아봤습니다.

현대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과 SK, 대림가가 2명씩이네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7,500억원 정도로 1등입니다.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나 2조 2천억원이 넘었습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9천 4백억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천 6백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770억원의 이익을 얻은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회사 기회 유용과 같은 불공정 게임에 대해 선진국에선 엄중히 책임을 묻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주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0년 말,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 주도로 물류회사 설립이 준비됩니다.

두달 뒤 글로비스가 세워집니다.

현대차그룹의 운송을 몽땅 책임지는 알짜사업인데도 어찌된 된 일인지 회사가 아닌 정 회장 부자가 100% 출자합니다.

물량 몰아주기로 매출액은 10년 만에 16배가 뛰었고 단돈 50억 원으로 시작한 정 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는 무려 3조 2천억 원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선웅(변호사) : "주주들은 손해를 입고 총수만 이득을 모두 가져가는 게 문제죠."

현대차그룹은 물류사업은 예전부터 외주사업이었고 글로비스는 이를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영규(현대차 이사) : "현대차가 직접 물류사업을 영위한 적이 없기 때문에 회사기회유용과 무관합니다."

미국의 경우 1939년 펩시콜라의 사업 부문 일부를 개인적으로 인수한 사탕회사 사장에게, 회사 이익을 편취했다고 판단한 구스 판결 이후 기회유용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루스 클로(계명대 법경대 교수) : "(기회유용의 경우)법적 구제 방법은 이사, 지배주주에게서 이익을 환수해 회사에 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 상법은 현재 이사의 충실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 상태, 법무부는 지난 2007년 회사 기회유용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3년 넘게 낮잠만 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주형입니다.

<앵커 멘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다, 오히려 환경보존이다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내일 이슈앤뉴스에서 집중점검하겠습니다.

지금 KBS 홈페이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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