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변하는 남유럽

입력 2010.11.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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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음 소식입니다. 지금 유럽 남부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갈수록 땅이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국토의 5분의 1 가량이 사막으로 변했고,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의 다른 나라들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활 터전을 버리는 '환경 난민'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물 없는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스페인을 이충형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의 알메리아 지역.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메마른 들판에, 민둥산이 이어집니다. 오렌지 농장과 레몬 농장이 펼쳐져 있던 대초원은 이제 거대한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거센 모래 바람이 불어닥치고, 농부들에게 젖줄과도 같던 강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깊은 계곡만이 남아 이곳에 과거, 강이 있었음을 증언합니다.

한 줄기 물도 흐르지 않는 강 바닥에는 차가 다닐수 있는 단단한 길이 생겨났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나무들은 모두 말라 쓰러졌습니다.

<인터뷰>카를로스(주민) : “1400년대까지 이웃 마을인 페치나 지역까지 강물이 흘러 배가 들어올수 있었습니다.”

사막화는 곧 인간의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갈수록 사막 속에 고립되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메마른 마을 주변의 산들.. 서서히,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주택가 가까이 밀려내려온 바윗 덩어리들은 마을을 덮칠 듯 위태롭습니다.

<인터뷰>후안(주민) : “거의 50%씩 사막화돼 가고 있습니다.올해 녹지를 사진 찍어 놓으면 다음해에는 50%가 없어집니다.그 다음 해에는 다시 50%가 또 사라지고요.”

황무지 가운데 언듯 언듯 보이는 작은 마을들. 가까이 찾아가 보면 비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더이상 나그네가 찾지 않는 호텔도 있고, 농사를 포기한 농가들도 있습니다.

사막 주변에는 이렇게 버려진 집들이 늘고 있습니다.마을마다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저마다 고향을 등진채 도시로 떠나고 있습니다.

모래 땅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이른바 '환경 난민'입니다.

남아있는 농민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합니다. 물기 하나 없는 팍팍한 땅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습니다. 오렌지 밭을 일구고 있지만 마치 거북 등처럼 갈라진 땅바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풍부한 일조량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던 오렌지 산지는 옛 말일 뿐,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토양은 모래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놀(농민) : “노인을 제외하고 젊은이들은 더이상 농사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왜냐하면 거의 노예 생활이니까요.오렌지와 귤이 많이 나던 곳인데 이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요.”

농작물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30년째 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다비드 씨. 과거에는 빗물로 밀과 보리를 길렀지만, 이제는 건조한 기후에 잘 견디는 올리브 나무로 바꿨습니다. 파도 파도 푸석푸석한 땅은 한줌의 물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멀리 우물을 파서 끌어온 물을 나무마다 일일이 주지 않으면 그나마 올리브 농사도 되질 않습니다.

<인터뷰>다비드(농민) : “물을 찾기 위해 더 깊이 파야 합니다.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습니다.결국 세상이 터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습니다. 마치 바다에 흰물결이 넘실 거리듯, 수없이 많은 비닐하우스들은 다들, 지하수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헤오르게(농민) : “엄청납니다.지금 보시는 비닐 하우스들이 모두 다 물을 필요로 합니다.”

안에는 탐스런 토마토가 영글어 갑니다. 고추나 가지,호박 등 채소도 사시사철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지하수에 의존하는 온실 농사가 확산될수 밖에 없고 또, 그래서 지하수마저 고갈되는 심각한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국토의 5분의 1이 이미 사막으로 변해버린 스페인.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 국토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바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스페인 환경 당국은 추산했습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다른 남유럽 국가들도 위험 수위에 와 있긴 마찬가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지중해를 넘어 유럽으로 북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제임스 로브록(대기 과학자) : “땅은 갈수록 사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사하라 사막이 점차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비단 유럽 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땅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지중해 섬들.. 바다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늘어선 하얀 집들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휴양지들이지만 사막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수지에는 물이 고갈됐고, 주변의 땅은 말라서 갈라지고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는 등의 행위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될 정돕니다. 섬 안에는 지하수도 고갈돼 정기적으로 그리스 본토에서 수송선이 와 물을 배급합니다.

<인터뷰>레프테리스(주민) : “육지에서 온 배에 물을 얻으러 10년 전부터 여기 오고 있습니다. (먹을수 있는 물입니까?)본토에서 올 때는 먹을수 있지만 저장소에 놔두면 상하게 됩니다.”

스페인의 상징, 황소는 이제 푸른 초원이 아니라 메마른 황무지에 외롭게 서 있습니다. 유엔 환경계획은 전세계 110개 나라에서 10억의 인구가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갈수록 사막화의 위험에 처해 있는 남유럽은 인류가 미래에 직면할 물 부족 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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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으로 변하는 남유럽
    • 입력 2010-11-21 08:31:1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다음 소식입니다. 지금 유럽 남부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갈수록 땅이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국토의 5분의 1 가량이 사막으로 변했고,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의 다른 나라들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활 터전을 버리는 '환경 난민'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물 없는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스페인을 이충형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의 알메리아 지역.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메마른 들판에, 민둥산이 이어집니다. 오렌지 농장과 레몬 농장이 펼쳐져 있던 대초원은 이제 거대한 황무지로 변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거센 모래 바람이 불어닥치고, 농부들에게 젖줄과도 같던 강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깊은 계곡만이 남아 이곳에 과거, 강이 있었음을 증언합니다. 한 줄기 물도 흐르지 않는 강 바닥에는 차가 다닐수 있는 단단한 길이 생겨났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나무들은 모두 말라 쓰러졌습니다. <인터뷰>카를로스(주민) : “1400년대까지 이웃 마을인 페치나 지역까지 강물이 흘러 배가 들어올수 있었습니다.” 사막화는 곧 인간의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갈수록 사막 속에 고립되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메마른 마을 주변의 산들.. 서서히,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주택가 가까이 밀려내려온 바윗 덩어리들은 마을을 덮칠 듯 위태롭습니다. <인터뷰>후안(주민) : “거의 50%씩 사막화돼 가고 있습니다.올해 녹지를 사진 찍어 놓으면 다음해에는 50%가 없어집니다.그 다음 해에는 다시 50%가 또 사라지고요.” 황무지 가운데 언듯 언듯 보이는 작은 마을들. 가까이 찾아가 보면 비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더이상 나그네가 찾지 않는 호텔도 있고, 농사를 포기한 농가들도 있습니다. 사막 주변에는 이렇게 버려진 집들이 늘고 있습니다.마을마다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저마다 고향을 등진채 도시로 떠나고 있습니다. 모래 땅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이른바 '환경 난민'입니다. 남아있는 농민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합니다. 물기 하나 없는 팍팍한 땅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습니다. 오렌지 밭을 일구고 있지만 마치 거북 등처럼 갈라진 땅바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풍부한 일조량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던 오렌지 산지는 옛 말일 뿐,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토양은 모래알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마놀(농민) : “노인을 제외하고 젊은이들은 더이상 농사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왜냐하면 거의 노예 생활이니까요.오렌지와 귤이 많이 나던 곳인데 이젠 거의 생산이 되질 않아요.” 농작물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30년째 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다비드 씨. 과거에는 빗물로 밀과 보리를 길렀지만, 이제는 건조한 기후에 잘 견디는 올리브 나무로 바꿨습니다. 파도 파도 푸석푸석한 땅은 한줌의 물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멀리 우물을 파서 끌어온 물을 나무마다 일일이 주지 않으면 그나마 올리브 농사도 되질 않습니다. <인터뷰>다비드(농민) : “물을 찾기 위해 더 깊이 파야 합니다.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습니다.결국 세상이 터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습니다. 마치 바다에 흰물결이 넘실 거리듯, 수없이 많은 비닐하우스들은 다들, 지하수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터뷰>헤오르게(농민) : “엄청납니다.지금 보시는 비닐 하우스들이 모두 다 물을 필요로 합니다.” 안에는 탐스런 토마토가 영글어 갑니다. 고추나 가지,호박 등 채소도 사시사철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지하수에 의존하는 온실 농사가 확산될수 밖에 없고 또, 그래서 지하수마저 고갈되는 심각한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국토의 5분의 1이 이미 사막으로 변해버린 스페인.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전 국토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바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스페인 환경 당국은 추산했습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다른 남유럽 국가들도 위험 수위에 와 있긴 마찬가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은 지중해를 넘어 유럽으로 북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제임스 로브록(대기 과학자) : “땅은 갈수록 사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사하라 사막이 점차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비단 유럽 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이런 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땅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지중해 섬들.. 바다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늘어선 하얀 집들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휴양지들이지만 사막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수지에는 물이 고갈됐고, 주변의 땅은 말라서 갈라지고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는 등의 행위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될 정돕니다. 섬 안에는 지하수도 고갈돼 정기적으로 그리스 본토에서 수송선이 와 물을 배급합니다. <인터뷰>레프테리스(주민) : “육지에서 온 배에 물을 얻으러 10년 전부터 여기 오고 있습니다. (먹을수 있는 물입니까?)본토에서 올 때는 먹을수 있지만 저장소에 놔두면 상하게 됩니다.” 스페인의 상징, 황소는 이제 푸른 초원이 아니라 메마른 황무지에 외롭게 서 있습니다. 유엔 환경계획은 전세계 110개 나라에서 10억의 인구가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갈수록 사막화의 위험에 처해 있는 남유럽은 인류가 미래에 직면할 물 부족 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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