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불길에서 생명 구한 “용감한 의인들”

입력 2010.11.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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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성동 화재사건 어제 보도해 드렸는데요, 하지만 이들이 없 었다면 인명 피해는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위험천만한 화재현장에서 애타게 구조 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한 시민들입니다.



이민우 기자, 의로운 시민들, 소방관보다 먼저 사다리를 타고 구조 활동을 벌였다구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겠죠.



불길은 치솟고, 연기는 유독가스를 내뿜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 간절한 목소리가 점점 약해졌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소방관들보다도 먼저, 생전 타 본 적 없는 아찔한 사다리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느냐.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다.



이런 의인들, 영웅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리포트>



새까만 연기를 뿜어대는 위급한 화재 현장.



건물에 걸쳐진 좁은 사다리차 끝에 위태롭게 서서 유리창을 부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사람 살려달라고 계속 외치는 상황이었고, 빨리 유리창 깨서 저기에 있는 4-5명 있는 사람들 일단 숨통이라도 트게 하고...”



구조현장에 뛰어든 이 남자는 41살 남기형씨.



인근 회사에 다니는 남씨는 불이 났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왔는데요,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벌써 불이 3층 출구 쪽에서 엄청나게 갑자기 불이 확 번지더라고요. 연기가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사람 살려달라고 계속 아우성치고...”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아비규환의 화재현장.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를 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 죽게 생겼으니까 본능적으로 (사다리차) 올라가서..."



소방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주저하지 않고 사다리차에 올라탔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좁은 사다리를 따라 건물로 다가갔습니다.



동료들이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용준(남씨 회사동료) : "그냥 올라가시는 것도 아니고, 한손으로는 소화기를 가지고 올라가시니까 위험한 거 아니냐고, 사람들이 그때 내려오라고..."



서둘러 유리창을 깨고 사람들을 구출했습니다.



이렇게 구한 사람은 모두 네 명. 자기 손이 크게 다치는 것도 몰랐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내 손에서 피가 막 흐르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다친 줄도. 덜 깨진 유리쪽에 손이 쓸린 것 같아요.”



결국 오른손 인대가 파열돼 봉합수술을 받은 남씨. 하지만 끝까지 구조한 사람들의 건강을 먼저 챙깁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저야 뭐 다친 건 별거 아니니까 (괜찮은데) 마지막 쓰러진 분은 제가 쓰러진 상태에서 인계를 해서 그 분 건강이 어떠신지...”



화재 현장의 또 다른 영웅, 31살 한동희씨.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망설임없이 불길 속으로 다가갑니다.



건물 안에는 직장 동료 30여 명이 불길 속에 갇혀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소화기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까지 입구가 불이 너무 많이 번져있었어요. 가까이 가기에 열기가 상당히 높았어요. (소화기) 뿌릴만큼 뿌렸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에 숨이 턱턱 막혔고, 새까만 연기가 시야를 가려 앞뒤 분간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그을음이, 검은 연기가 너무 순식간에 퍼진 상태여서 앞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일단 (상태가) 안 좋은 사람부터 업고, 앞에 큰길까지 들쳐 업고....”



하지만 오직 동료들 생각뿐이었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사다리차 끝에 서서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일단 (사다리차) 올라와서 창문 옆을 잡고 건너가지고, 내려오기 시작해서 구하기 시작한 거죠. 여자 분들이고 하니까 일단은 부축을 해야지 (창문으로) 넘어올 수 있겠더라고요.”



20여 분만에 가까스로 잡힌 불길.



하지만 3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한씨 역시 동료 4명을 잃었습니다.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미처 구하지 못한 동료들을 생각하면 왠지 미안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다친 사람들 앞에서 멀쩡하게 보여준다는 거 자체가 너무 창피하고 미안해요. (내가) 좀 더 열심히 하거나 달리 (구조)했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한씨는 아직까지 집에도 가지 못하고 부상당한 동료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정작 자신은 간단한 진료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유독가스를 안 마신 건 아닌데, (일) 수습하고 나서 그때 시간 내서 병원을 찾아보던가 진료를 받던가 그렇게 하려고...”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꺼이 구조작업에 뛰어든 용감한 시민들.



이런 살신성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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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불길에서 생명 구한 “용감한 의인들”
    • 입력 2010-11-24 09: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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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성동 화재사건 어제 보도해 드렸는데요, 하지만 이들이 없 었다면 인명 피해는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위험천만한 화재현장에서 애타게 구조 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구한 시민들입니다.

이민우 기자, 의로운 시민들, 소방관보다 먼저 사다리를 타고 구조 활동을 벌였다구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겠죠.

불길은 치솟고, 연기는 유독가스를 내뿜었습니다.

건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 간절한 목소리가 점점 약해졌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소방관들보다도 먼저, 생전 타 본 적 없는 아찔한 사다리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느냐.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다.

이런 의인들, 영웅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리포트>

새까만 연기를 뿜어대는 위급한 화재 현장.

건물에 걸쳐진 좁은 사다리차 끝에 위태롭게 서서 유리창을 부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사람 살려달라고 계속 외치는 상황이었고, 빨리 유리창 깨서 저기에 있는 4-5명 있는 사람들 일단 숨통이라도 트게 하고...”

구조현장에 뛰어든 이 남자는 41살 남기형씨.

인근 회사에 다니는 남씨는 불이 났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왔는데요,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벌써 불이 3층 출구 쪽에서 엄청나게 갑자기 불이 확 번지더라고요. 연기가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사람 살려달라고 계속 아우성치고...”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 아비규환의 화재현장.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발만 동동 구를 수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 죽게 생겼으니까 본능적으로 (사다리차) 올라가서..."

소방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지만, 주저하지 않고 사다리차에 올라탔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좁은 사다리를 따라 건물로 다가갔습니다.

동료들이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용준(남씨 회사동료) : "그냥 올라가시는 것도 아니고, 한손으로는 소화기를 가지고 올라가시니까 위험한 거 아니냐고, 사람들이 그때 내려오라고..."

서둘러 유리창을 깨고 사람들을 구출했습니다.

이렇게 구한 사람은 모두 네 명. 자기 손이 크게 다치는 것도 몰랐습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내 손에서 피가 막 흐르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다친 줄도. 덜 깨진 유리쪽에 손이 쓸린 것 같아요.”

결국 오른손 인대가 파열돼 봉합수술을 받은 남씨. 하지만 끝까지 구조한 사람들의 건강을 먼저 챙깁니다.

<인터뷰> 남기형(화재현장 인명구조) : “저야 뭐 다친 건 별거 아니니까 (괜찮은데) 마지막 쓰러진 분은 제가 쓰러진 상태에서 인계를 해서 그 분 건강이 어떠신지...”

화재 현장의 또 다른 영웅, 31살 한동희씨.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망설임없이 불길 속으로 다가갑니다.

건물 안에는 직장 동료 30여 명이 불길 속에 갇혀있었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소화기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까지 입구가 불이 너무 많이 번져있었어요. 가까이 가기에 열기가 상당히 높았어요. (소화기) 뿌릴만큼 뿌렸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에 숨이 턱턱 막혔고, 새까만 연기가 시야를 가려 앞뒤 분간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그을음이, 검은 연기가 너무 순식간에 퍼진 상태여서 앞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일단 (상태가) 안 좋은 사람부터 업고, 앞에 큰길까지 들쳐 업고....”

하지만 오직 동료들 생각뿐이었습니다.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사다리차 끝에 서서 사람들의 탈출을 도왔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일단 (사다리차) 올라와서 창문 옆을 잡고 건너가지고, 내려오기 시작해서 구하기 시작한 거죠. 여자 분들이고 하니까 일단은 부축을 해야지 (창문으로) 넘어올 수 있겠더라고요.”

20여 분만에 가까스로 잡힌 불길.

하지만 3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한씨 역시 동료 4명을 잃었습니다.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미처 구하지 못한 동료들을 생각하면 왠지 미안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다친 사람들 앞에서 멀쩡하게 보여준다는 거 자체가 너무 창피하고 미안해요. (내가) 좀 더 열심히 하거나 달리 (구조)했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한씨는 아직까지 집에도 가지 못하고 부상당한 동료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정작 자신은 간단한 진료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동희(화재현장 인명구조) : “유독가스를 안 마신 건 아닌데, (일) 수습하고 나서 그때 시간 내서 병원을 찾아보던가 진료를 받던가 그렇게 하려고...”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꺼이 구조작업에 뛰어든 용감한 시민들.

이런 살신성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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