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원대 딱지어음 발행 일당 기소

<앵커 멘트>

3천억 원대의 가짜 어음 일명 '딱지 어음'을 발행해 유통시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시중은행 지점장이 이들 일당에게 어음용지를 대량으로 넘기고 범행을 묵인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습니다.

조태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오토바이 배달원에게 뭔가를 건네자, 배달원은 다른 남자에게 물건을 전달합니다.

박모 씨 등이 발행한 가짜 어음, 이른바 '딱지어음'이 배달된 겁니다.

박 씨 등은 지난 2007년 농수산물 유통회사 6곳을 설립한 뒤 딱지어음 640여 장을 발행했습니다.

발행된 딱지어음의 액면가 총액은 3천2백억 원이 넘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시중은행 지점장이었던 김모 씨 덕에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6천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김 씨가 딱지어음에 쓰일 은행 어음용지를 박씨 등에게 대량 공급한 겁니다.

은행 직원들이 해당 어음을 문제 삼자 이를 무마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배성범(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 "문제된 실태를 확인하거나 어음 거래 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1/5의 피해에서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시중은행 어음용지에 대기업 대표의 위조된 배서까지 찍힌 딱지어음.

까맣게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급전이 필요해 어음을 주고받았던 중소 상인들만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녹취> 중소업체 상인(음성변조) : "우선 결제를 해야되니까. 현찰이 없으니까, 어음 3개월이면 90일 뒤에 돌아오니까. 그동안 판매해서 돈을 마련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음을 주고받는다)"

검찰은 박 씨 등 10명을 기소하고 달아난 5명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태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