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에 자살까지…시골마을 ‘발칵’

입력 2011.01.27 (08:55) 수정 2011.01.27 (09: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평화롭던 한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성폭행 사건에 자살 사건까지 열흘새 3명이 음독 자살을 시도하고 그중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살한 남성들은 같은 마을에 사는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는데요.

정수영 기자, 한 동네라면 서로 잘 알만한 사람들일텐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건가요?

<리포트>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식구처럼 지내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손녀 같은 동네 여학생이 할아버지 같은 동네 노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했습니다

. 그게 전부 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가해 남성들은 극단적 선 택으로 온 마을을 또 한번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그저 쉬쉬하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의 한 시골마을. 2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새해 들어 입에 담기조차 힘든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중학생. 열 다섯살 중학교 2학년이라 하더라고요. 소문에 (어른이) 막 건드렸다 하고.”

<녹취> 마을주민 : “눈이 안 뒤집히면 그렇게 하겠어요? 손자까지 있는 놈이. 온 동네가 떠들썩했는데 뭐. 만면 전체가.”

지난 해 11월. 이 마을에 사는 여중생 강모 양은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마침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러 나가 집에는 강 양 혼자뿐 이었는데요, 평소 강 양도 잘 알고 지내던 이웃 주민 57살 한모 씨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집 안에 단 둘임을 확인한 한 씨는 느닷없이 강 양을 쓰러뜨리고는 욕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부모님들이 다 나가고 없는 겁니다. (여학생) 혼자 귀가해 있으니까 (한 씨가 들어와도)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런 사람한테 당한 거고...”

강 양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한 씨 집은 불과 5분 거리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강 양의 악몽은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한 씨와 평소 가까이 지내던 동네 노인 70살 이모 씨는 강 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했습니다.

한 씨로부터 끔찍한 일을 겪은 지 불과 한 달 만이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이 모 씨가) 자기 부인 어디가고 나면 (강 양에게) 오라고 하고. 집에 와라하고, 집안으로 오라 했다 하더라고요. 딱 노리고 있었고.”

잘 아는 동네 주민으로부터 연거푸 몸과 마음을 짓밟힌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강 양은 차마 부모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녹취> 청소년상담소 관계자 : “부모님이 두 분 다... 아버지는 조금 주정이 심하시고,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불화가 너무 심해가지고...”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들을 매일같이 마주치는 참혹한 나날 속에 고통을 견디다 못한 강 양은 성폭력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청소년상담소 관계자 : “상담하자마자 우리가 바로 조치를 해가지고 마을에서 학생을 분리시켰죠. 부모동의를 받아가지고 (강 양을) 시설에서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강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동네 주민 한모 씨와 이모 노인이 곧바로 용의 선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 양을 짓밟은 가해자는 두 사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피해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여학생한테 내가 물어보니까 더 피해당한 사실이 있다 해가지고 나온 게 50대 친척, 친척이 성폭행을 한 거죠. (그것도 같은 학생 집에서요?) 그렇죠. 세 명이 애한테 몹쓸 짓을 한 거예요.”

뒤늦게야 어린 딸이 마을 남성들과 친척에게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피해 학생 어머니 : “놀라가지고 말도 안 나오고, 어이가 없어가지고... 그런 일 있었는지도 몰랐는데요, 밥도 안 넘어가고.”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는 동네 주민이 손녀뻘 되는 어린 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에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욕하지. 사람이 천지에 다 내놔도 제일 더러운 거라 했지. 도둑질보다 더하지 그런거는. 조그만 아이 하나에 어디 그 짓을 하고 있나.”

마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일파 만파로 퍼졌습니다.

이웃들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성폭행 가해자 한 씨는 술에 취한 채 피해자 강 양 가족을 찾아오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 피해학생 어머니 : “(한 씨가) 술 취해서 왔던데 한번... 죽을 죄를 졌다하면서 용서해 달라고 이러더라고요. 무슨 낯으로 여기 왔냐고 내가. 가시라 했어요.”

경찰 조사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0일, 한 씨는 마을 어귀 자신의 고추밭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녹취> 한 씨 부인 : “(남편이) 이상하게 막 한숨 쉬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봤는데 제가 감기가 걸려서 들에 못나가고 있었는데, 들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남편) 보고 연락이 와가지고...”

또 다른 성폭행 용의자 70대 이모 노인은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해 감옥 문턱까지 갔다가 풀려났습니다.

고령에다 지병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인데요, 석방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9일, 이 노인마저 부인과 함께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던 한 씨와 이 씨는 결국 숨을 거뒀고, 이 씨의 아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녹취> 한 씨 부인 : “(남편의) 그 죄는 말로 할 수는 없지만... 한번 실수가 목숨하고 바꿔야 되니까 많이 비참하네요. 어디가도 눈 피하고 다녀야 될 거고, 남 앞에 나설 수도 없고...”

경찰은 강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또 다른 가해자 강 양의 친척 59살 최모씨를 구속했습니다.

그저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하던 외딴 농촌 마을, 입에 담기 힘든 성폭행 사건에 동네 주민 두 사람이 연거푸 목숨을 끊는 일까지 겪으면서 주민들은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성폭행에 자살까지…시골마을 ‘발칵’
    • 입력 2011-01-27 08:55:06
    • 수정2011-01-27 09:41:23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평화롭던 한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성폭행 사건에 자살 사건까지 열흘새 3명이 음독 자살을 시도하고 그중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살한 남성들은 같은 마을에 사는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는데요. 정수영 기자, 한 동네라면 서로 잘 알만한 사람들일텐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건가요? <리포트> 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식구처럼 지내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손녀 같은 동네 여학생이 할아버지 같은 동네 노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했습니다 . 그게 전부 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가해 남성들은 극단적 선 택으로 온 마을을 또 한번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그저 쉬쉬하고 있습니다. 경남 밀양의 한 시골마을. 2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 새해 들어 입에 담기조차 힘든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중학생. 열 다섯살 중학교 2학년이라 하더라고요. 소문에 (어른이) 막 건드렸다 하고.” <녹취> 마을주민 : “눈이 안 뒤집히면 그렇게 하겠어요? 손자까지 있는 놈이. 온 동네가 떠들썩했는데 뭐. 만면 전체가.” 지난 해 11월. 이 마을에 사는 여중생 강모 양은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마침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러 나가 집에는 강 양 혼자뿐 이었는데요, 평소 강 양도 잘 알고 지내던 이웃 주민 57살 한모 씨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집 안에 단 둘임을 확인한 한 씨는 느닷없이 강 양을 쓰러뜨리고는 욕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부모님들이 다 나가고 없는 겁니다. (여학생) 혼자 귀가해 있으니까 (한 씨가 들어와도)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그런 사람한테 당한 거고...” 강 양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한 씨 집은 불과 5분 거리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당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강 양의 악몽은 또다시 반복됐습니다. 한 씨와 평소 가까이 지내던 동네 노인 70살 이모 씨는 강 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했습니다. 한 씨로부터 끔찍한 일을 겪은 지 불과 한 달 만이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이 모 씨가) 자기 부인 어디가고 나면 (강 양에게) 오라고 하고. 집에 와라하고, 집안으로 오라 했다 하더라고요. 딱 노리고 있었고.” 잘 아는 동네 주민으로부터 연거푸 몸과 마음을 짓밟힌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강 양은 차마 부모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녹취> 청소년상담소 관계자 : “부모님이 두 분 다... 아버지는 조금 주정이 심하시고,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불화가 너무 심해가지고...”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들을 매일같이 마주치는 참혹한 나날 속에 고통을 견디다 못한 강 양은 성폭력 상담실 문을 두드리기에 이르렀습니다. <녹취> 청소년상담소 관계자 : “상담하자마자 우리가 바로 조치를 해가지고 마을에서 학생을 분리시켰죠. 부모동의를 받아가지고 (강 양을) 시설에서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강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동네 주민 한모 씨와 이모 노인이 곧바로 용의 선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 양을 짓밟은 가해자는 두 사람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피해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여학생한테 내가 물어보니까 더 피해당한 사실이 있다 해가지고 나온 게 50대 친척, 친척이 성폭행을 한 거죠. (그것도 같은 학생 집에서요?) 그렇죠. 세 명이 애한테 몹쓸 짓을 한 거예요.” 뒤늦게야 어린 딸이 마을 남성들과 친척에게까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피해 학생 어머니 : “놀라가지고 말도 안 나오고, 어이가 없어가지고... 그런 일 있었는지도 몰랐는데요, 밥도 안 넘어가고.” 조용하기만 했던 시골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는 동네 주민이 손녀뻘 되는 어린 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에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녹취> 마을주민 : “욕하지. 사람이 천지에 다 내놔도 제일 더러운 거라 했지. 도둑질보다 더하지 그런거는. 조그만 아이 하나에 어디 그 짓을 하고 있나.” 마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일파 만파로 퍼졌습니다. 이웃들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성폭행 가해자 한 씨는 술에 취한 채 피해자 강 양 가족을 찾아오기도 했다는데요. <녹취 > 피해학생 어머니 : “(한 씨가) 술 취해서 왔던데 한번... 죽을 죄를 졌다하면서 용서해 달라고 이러더라고요. 무슨 낯으로 여기 왔냐고 내가. 가시라 했어요.” 경찰 조사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0일, 한 씨는 마을 어귀 자신의 고추밭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녹취> 한 씨 부인 : “(남편이) 이상하게 막 한숨 쉬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봤는데 제가 감기가 걸려서 들에 못나가고 있었는데, 들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남편) 보고 연락이 와가지고...” 또 다른 성폭행 용의자 70대 이모 노인은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해 감옥 문턱까지 갔다가 풀려났습니다. 고령에다 지병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인데요, 석방된 지 나흘 만인 지난 19일, 이 노인마저 부인과 함께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던 한 씨와 이 씨는 결국 숨을 거뒀고, 이 씨의 아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녹취> 한 씨 부인 : “(남편의) 그 죄는 말로 할 수는 없지만... 한번 실수가 목숨하고 바꿔야 되니까 많이 비참하네요. 어디가도 눈 피하고 다녀야 될 거고, 남 앞에 나설 수도 없고...” 경찰은 강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또 다른 가해자 강 양의 친척 59살 최모씨를 구속했습니다. 그저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하던 외딴 농촌 마을, 입에 담기 힘든 성폭행 사건에 동네 주민 두 사람이 연거푸 목숨을 끊는 일까지 겪으면서 주민들은 마치 자신이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