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이집트 ‘무정부 상태’…외국인 탈출 러시

입력 2011.01.31 (22:01) 수정 2011.01.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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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년을 철권통치한 이집트의 현대판 파라오.무바라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수천명이 다치고 숨져도,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군부는 총부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그 카이로에서. 이충형 특파원이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왔습니다.



<리포트>



민주화 시위 일주일째, 무바라크가 홍해의 휴양지역으로 피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위대 분노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진압 탱크는 모두 시민들 차지, 군인들도 민심에 동조를 넘어 아예 시위에 가담까지 합니다.



특히 시위대가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해 이집트에서의 민주화 시위는 더욱 격한 양상을 띌 전망입니다.



시위대의 요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한 퇴진입니다.



그러면서 군부에는 이집트와 무바라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투기의 위협 비행 등 위기감은 거듭돼, 이집트 전역에서는 유혈 충돌이 이어지면서 희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숨졌고 수천 명이 부상했습니다.



<녹취> "이게 뭡니까? 이 총탄은 국제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이집트 국민들을 지켜봐주세요"



무질서 상태가 계속되면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수천 명이 탈옥하고 시위대는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했습니다.



폭도로 변한 일부 시위대에 의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약탈이 일어났고 박물관의 고대 유물도 털렸습니다.



<인터뷰> 시위대 : "우리는 무바라크를 더 이상 원치않습니다. 정말 지긋지긋 합니다. 쓰레기 정권은 바로 떠나야 합니다."



갈수록 거세지는 안팎의 압박에 기로에 선 무바라크. 30년동안 이어진 철권 통치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대혼란 속에 이집트를 떠나려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 교민, 기업도 많은데.. 괜찮을까요?



국현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현재 이집트에 있는 우리 교민과 관광객은 천2백 명 정도. 이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 식당이 시위대에 점거되기도 했고 주차된 교민의 차량도 불에 탔습니다.



길에서 돌맹이를 맞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집트 거주 한국 교민 : "제 차가 이렇게 불타고 있었는데 (소화기) 2대 가지고 계속 꺼봤지만 상황이 이렇게 다 타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항은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브리짓 린스(관광객) : "이런 상황에 (이집트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도 자국민 철수를 앞다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귀국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LG 전자와 현대차 그룹 등 현지 국내 기업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키거나 주변 나라로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편을 구하기가 순탄치 않은 상황.



정부는 이에 따라 카이로를 오가는 항공기 편수를 늘리거나 특별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30년 독재정치한 것도 모자라 무바라크는 아들에게까지 권력을 물려주려했고 민중들은 분노했습니다.



30%넘는 실업률 실패한 경제 역시 국민을 화나게 했습니다.



이젠 ’군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게 관건일텐데.. 현지 연결합니다. 함철 특파원 상황 전해주시죠???



<리포트>



네, 하지만 이집트 군부의 행보가 상당히 모호한 상황입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새로 임명된 술레이만 부통령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 수습을 위해서는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군 지도자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사태 수습책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있고, 군부에서 미국측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이 현 정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또다른 군부 정권을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어젯밤 시위 현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역할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 "일생의 가장 행복한날을 맞아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 을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인으로서의 삶과 자유의 권리를 되찾읍시다."



이집트 군부는 그동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안개 속입니다.



다만 엘바라데이를 구심점으로 한 민주화 세력이 군부의 행보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질문>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바라크. 한때는 이집트의 ’전쟁영웅’이었죠.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사실, 미국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에 30년 철권통치가 가능했죠. 그런만큼 이번 민주화 시위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동 정책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춘호 특파원. 미국 입장이 상당히 애매해졌네요?



<리포트>



현단계에서 미국의 공식 입장은 정부와 시위대 어느쪽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사태 해결의 핵심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미국은 무바라크가 이 위기를 넘긴후 자연스럽게 퇴임하고 오는 9월 대선에서 새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를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오늘 추가 개혁 조치와 점진적 민주화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속내의 표현입니다.



<인터뷰> 클린턴(미국 국무장관) :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추가 개혁조치 실행을 명백하게 원합니다.아울러 질서있는 민주주의 이행을 원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가 축출되고 이란처럼 반미 이슬람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옵니다.



이스라엘과 다른 친미 중동 국가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이에따라 이집트 군부의 사태 수습에 기대를 걸면서 동시에 반미 감정 확산을 막기위해 민주화 세력과도 접촉하는 균형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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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이집트 ‘무정부 상태’…외국인 탈출 러시
    • 입력 2011-01-31 22:01:45
    • 수정2011-01-31 2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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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년을 철권통치한 이집트의 현대판 파라오.무바라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수천명이 다치고 숨져도,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군부는 총부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그 카이로에서. 이충형 특파원이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왔습니다.

<리포트>

민주화 시위 일주일째, 무바라크가 홍해의 휴양지역으로 피신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위대 분노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진압 탱크는 모두 시민들 차지, 군인들도 민심에 동조를 넘어 아예 시위에 가담까지 합니다.

특히 시위대가 내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해 이집트에서의 민주화 시위는 더욱 격한 양상을 띌 전망입니다.

시위대의 요구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한 퇴진입니다.

그러면서 군부에는 이집트와 무바라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투기의 위협 비행 등 위기감은 거듭돼, 이집트 전역에서는 유혈 충돌이 이어지면서 희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숨졌고 수천 명이 부상했습니다.

<녹취> "이게 뭡니까? 이 총탄은 국제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이집트 국민들을 지켜봐주세요"

무질서 상태가 계속되면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수천 명이 탈옥하고 시위대는 경찰서 무기고를 습격했습니다.

폭도로 변한 일부 시위대에 의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약탈이 일어났고 박물관의 고대 유물도 털렸습니다.

<인터뷰> 시위대 : "우리는 무바라크를 더 이상 원치않습니다. 정말 지긋지긋 합니다. 쓰레기 정권은 바로 떠나야 합니다."

갈수록 거세지는 안팎의 압박에 기로에 선 무바라크. 30년동안 이어진 철권 통치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대혼란 속에 이집트를 떠나려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 교민, 기업도 많은데.. 괜찮을까요?

국현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현재 이집트에 있는 우리 교민과 관광객은 천2백 명 정도. 이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국 식당이 시위대에 점거되기도 했고 주차된 교민의 차량도 불에 탔습니다.

길에서 돌맹이를 맞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집트 거주 한국 교민 : "제 차가 이렇게 불타고 있었는데 (소화기) 2대 가지고 계속 꺼봤지만 상황이 이렇게 다 타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항은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세계 각국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브리짓 린스(관광객) : "이런 상황에 (이집트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도 자국민 철수를 앞다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귀국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LG 전자와 현대차 그룹 등 현지 국내 기업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키거나 주변 나라로 대피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공편을 구하기가 순탄치 않은 상황.

정부는 이에 따라 카이로를 오가는 항공기 편수를 늘리거나 특별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30년 독재정치한 것도 모자라 무바라크는 아들에게까지 권력을 물려주려했고 민중들은 분노했습니다.

30%넘는 실업률 실패한 경제 역시 국민을 화나게 했습니다.

이젠 ’군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이게 관건일텐데.. 현지 연결합니다. 함철 특파원 상황 전해주시죠???

<리포트>

네, 하지만 이집트 군부의 행보가 상당히 모호한 상황입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새로 임명된 술레이만 부통령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 수습을 위해서는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군 지도자들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사태 수습책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있고, 군부에서 미국측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이 현 정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또다른 군부 정권을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어젯밤 시위 현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역할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녹취>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 "일생의 가장 행복한날을 맞아 여러분과 함께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 을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인으로서의 삶과 자유의 권리를 되찾읍시다."

이집트 군부는 그동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안개 속입니다.

다만 엘바라데이를 구심점으로 한 민주화 세력이 군부의 행보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질문>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바라크. 한때는 이집트의 ’전쟁영웅’이었죠.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사실, 미국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에 30년 철권통치가 가능했죠. 그런만큼 이번 민주화 시위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동 정책 역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춘호 특파원. 미국 입장이 상당히 애매해졌네요?

<리포트>

현단계에서 미국의 공식 입장은 정부와 시위대 어느쪽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지지하면서도 사태 해결의 핵심인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미국은 무바라크가 이 위기를 넘긴후 자연스럽게 퇴임하고 오는 9월 대선에서 새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를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오늘 추가 개혁 조치와 점진적 민주화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속내의 표현입니다.

<인터뷰> 클린턴(미국 국무장관) :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추가 개혁조치 실행을 명백하게 원합니다.아울러 질서있는 민주주의 이행을 원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시민혁명으로 무바라크가 축출되고 이란처럼 반미 이슬람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옵니다.

이스라엘과 다른 친미 중동 국가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이에따라 이집트 군부의 사태 수습에 기대를 걸면서 동시에 반미 감정 확산을 막기위해 민주화 세력과도 접촉하는 균형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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