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내 외도 의심…살해 잇따라

입력 2011.03.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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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내가 외도를 저지르지 않을까 의심하던 남편들이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아내에 대한 병적인 의심에 사로잡히는 의처증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정수영 기자,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건가요?



아내를 살해한 남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렸다, 살해하지 않으면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장모를 살해한 또 다른 남편은 아내에게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면 집에 일찍 들어오겠다고 서약하라는 각서였습니다.



의처증에 빠져들면 배우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끔찍한 일이 드물지 않다고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리포트>



이틀 전 지난달 27일 경북 경산의 한 작은 마을. 54살 석모 씨는 장모가 홀로 지내는 처가를 찾아왔습니다.



부부싸움 뒤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온 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오후 3시경 자기 처남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장모님 동네에 낚시하러 왔다, 낚시하고 지금 술이 좀 취했는데, 장모 집에 와서 자고 술 깨서 가겠다, 이렇게 처음에 전화가 왔고...”



처가를 아무리 뒤져도 아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석 씨는 느닷없이 장모를 덮쳤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분풀이라도 하듯, 처남과 집 나간 아내에게 태연히 전화를 걸어 장모를 살해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처한테는 ‘네 어머니 시신 치워라, 이제 다 끝났다’ 그렇게 이야기한 걸로 알고 있고, 그 다음에 자기 처남한테는 ‘네 어머니를 내가 죽였다.’ 그런 식으로 전화를 (하고)‘나도 자살하겠다, 나도 죽겠다’고 (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아내와 처남이 연락해 이웃 주민이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 석 씨는 마당 한복판 감나무에 목을 맨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인터뷰>김오환(강력계장/경북 경산경찰서) : “여기 가운데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나무에 줄에 (석씨가) 매어 있었는데, (마을주민이) 부엌칼로 이 줄을 끊은 걸로 (진술했습니다.)”



장모인 75살 강모 노인은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습니다.



<녹취>119구급대원 : “구급대원들이 방안에 있는 (숨진) 할머니 상태를 점검하더라고요. (석씨가) 마당에 누워있더라고요. 목에 빨랫줄인가 그게 목에 감겨져 있었고, 의식은 없었고, 호흡하고 맥박이 좀 약했거든요 그 당시에. 그래서 심폐소생술하면서 (이송했습니다.)”



석 씨는 범행 직전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외도를 저지를 것이라는 의심에 극도로 사로잡혀 있었다고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인터뷰>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아내가) 퇴근을 정시에 해도 또 늦게 왔다고 뭐하고 왔냐고 따지고, 퇴근이 늦는다는 이유로 다투고 이렇게. 다투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남편이 의심도 하고, 각서도 쓰라 이렇게 많이 처를 괴롭혔답니다.”



같은 날, 대전의 한 주택가에서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60살 정모씨 부부가 머물던 방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옆방에 살았던 00이라는 사람이 벽 요만하게 두고 사니까 쿵쿵 소리가 나기에 주먹으로 때려서 벽에 울리는 소리인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와 다른 낌새를 눈치 챈 이웃 주민은 갑자기 남편 정 씨가 황급히 집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나중에 너무 시끄럽고 해서 나가서보니까 (남편이) 그때는 흉기를 버리고 도망가는 상태였고, 싱크대 밑에다 (흉기를) 버리고 갔다고...”



불길한 느낌에 정 씨 집 안으로 들어서자 아내 63살 이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옆집 사람이) 갑자기 우리 집에 온 거예요. 와가지고 이 씨가 죽었다고 얘기하기에 119 접수 시켜주고, (집에) 들어가 보니까 피가 낭자했었고, 이렇게 쓰러져있어서 ‘00야 어디 찔린 데가 있고 그러면 꼭 지혈하게 누르고 있어라’ 하는데도 반응이 없어요.”



사건 직후 달아난 정 씨는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아내 이 씨가 외도를 저지를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진술했는데요,



<녹취>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부인의) 외도를 의심해서 수많은 남자랑 (어울리고) 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내가 (아내를) 죽이지 않으면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그래요.”



정 씨와 이 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독거노인 황혼 결혼식으로 뒤늦게 행복을 찾았지만 부부 관계가 금이 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사니, 안사니 이런 걸 떠나가지고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살았어요. 누구하고, 누구하고 어떤 관계가 있지 않느냐, (남편의) 이런 의처증 때문에.”



아내에 대한 병적인 의심 끝에 장모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의처증을 방치할 경우 끔찍한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철(교수/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과) : “(의처증이) 사랑하는 사이에서 당연히 생길 수 있는 감정이 아냐?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망상장애에 해당하는 의처증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배우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일들이 드물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찰은 외도를 의심한 나머지 아내를 살해한 정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모를 살해한 뒤 중태에 빠진 석 씨는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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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내 외도 의심…살해 잇따라
    • 입력 2011-03-01 08: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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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내가 외도를 저지르지 않을까 의심하던 남편들이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아내에 대한 병적인 의심에 사로잡히는 의처증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정수영 기자,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건가요?

아내를 살해한 남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렸다, 살해하지 않으면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장모를 살해한 또 다른 남편은 아내에게 각서를 요구했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면 집에 일찍 들어오겠다고 서약하라는 각서였습니다.

의처증에 빠져들면 배우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끔찍한 일이 드물지 않다고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리포트>

이틀 전 지난달 27일 경북 경산의 한 작은 마을. 54살 석모 씨는 장모가 홀로 지내는 처가를 찾아왔습니다.

부부싸움 뒤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온 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오후 3시경 자기 처남한테 전화를 해가지고 장모님 동네에 낚시하러 왔다, 낚시하고 지금 술이 좀 취했는데, 장모 집에 와서 자고 술 깨서 가겠다, 이렇게 처음에 전화가 왔고...”

처가를 아무리 뒤져도 아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석 씨는 느닷없이 장모를 덮쳤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분풀이라도 하듯, 처남과 집 나간 아내에게 태연히 전화를 걸어 장모를 살해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처한테는 ‘네 어머니 시신 치워라, 이제 다 끝났다’ 그렇게 이야기한 걸로 알고 있고, 그 다음에 자기 처남한테는 ‘네 어머니를 내가 죽였다.’ 그런 식으로 전화를 (하고)‘나도 자살하겠다, 나도 죽겠다’고 (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아내와 처남이 연락해 이웃 주민이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 석 씨는 마당 한복판 감나무에 목을 맨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인터뷰>김오환(강력계장/경북 경산경찰서) : “여기 가운데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나무에 줄에 (석씨가) 매어 있었는데, (마을주민이) 부엌칼로 이 줄을 끊은 걸로 (진술했습니다.)”

장모인 75살 강모 노인은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습니다.

<녹취>119구급대원 : “구급대원들이 방안에 있는 (숨진) 할머니 상태를 점검하더라고요. (석씨가) 마당에 누워있더라고요. 목에 빨랫줄인가 그게 목에 감겨져 있었고, 의식은 없었고, 호흡하고 맥박이 좀 약했거든요 그 당시에. 그래서 심폐소생술하면서 (이송했습니다.)”

석 씨는 범행 직전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외도를 저지를 것이라는 의심에 극도로 사로잡혀 있었다고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인터뷰>김판태(수사과장/경북 경산경찰서) : “(아내가) 퇴근을 정시에 해도 또 늦게 왔다고 뭐하고 왔냐고 따지고, 퇴근이 늦는다는 이유로 다투고 이렇게. 다투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남편이 의심도 하고, 각서도 쓰라 이렇게 많이 처를 괴롭혔답니다.”

같은 날, 대전의 한 주택가에서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60살 정모씨 부부가 머물던 방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옆방에 살았던 00이라는 사람이 벽 요만하게 두고 사니까 쿵쿵 소리가 나기에 주먹으로 때려서 벽에 울리는 소리인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와 다른 낌새를 눈치 챈 이웃 주민은 갑자기 남편 정 씨가 황급히 집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나중에 너무 시끄럽고 해서 나가서보니까 (남편이) 그때는 흉기를 버리고 도망가는 상태였고, 싱크대 밑에다 (흉기를) 버리고 갔다고...”

불길한 느낌에 정 씨 집 안으로 들어서자 아내 63살 이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옆집 사람이) 갑자기 우리 집에 온 거예요. 와가지고 이 씨가 죽었다고 얘기하기에 119 접수 시켜주고, (집에) 들어가 보니까 피가 낭자했었고, 이렇게 쓰러져있어서 ‘00야 어디 찔린 데가 있고 그러면 꼭 지혈하게 누르고 있어라’ 하는데도 반응이 없어요.”

사건 직후 달아난 정 씨는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아내 이 씨가 외도를 저지를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진술했는데요,

<녹취>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부인의) 외도를 의심해서 수많은 남자랑 (어울리고) 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내가 (아내를) 죽이지 않으면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그래요.”

정 씨와 이 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독거노인 황혼 결혼식으로 뒤늦게 행복을 찾았지만 부부 관계가 금이 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사니, 안사니 이런 걸 떠나가지고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살았어요. 누구하고, 누구하고 어떤 관계가 있지 않느냐, (남편의) 이런 의처증 때문에.”

아내에 대한 병적인 의심 끝에 장모나 아내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의처증을 방치할 경우 끔찍한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병철(교수/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과) : “(의처증이) 사랑하는 사이에서 당연히 생길 수 있는 감정이 아냐?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망상장애에 해당하는 의처증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아무리 설명한다 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배우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일들이 드물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찰은 외도를 의심한 나머지 아내를 살해한 정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장모를 살해한 뒤 중태에 빠진 석 씨는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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