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다문화’ 사회…정책 재정비 시급

입력 2011.03.10 (22:05) 수정 2011.03.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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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90년대 중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국제결혼으로 이제 우리는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결혼 이주여성들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죠.



지난 2007 년만 해도 12만 명 정도였는데 이제는 18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숫자 뿐만이 아니라,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먼저 조정인 기자가 전문 여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의회의 한 초선 의원.



<녹취> "예산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여러가지 불편한 점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예산안 심사가 끝나자 곧바로 기자회견이 이어집니다.



열정적으로 의정 활동을 펼치는 이 의원은 3년 전 한국인이 된 결혼 이주여성입니다.



한국 남편을 따라 몽골에서 들어왔다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민 여성 정치인’ 1호로 당선됐습니다.



<인터뷰>이라(경기도의원) : "업무보고 처음 시작했을 때 당황한 일이 참 많았어요. 공식적인 내용을 다 알아듣는 것도 쉽지 않았고..."



다문화 센터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베트남 출신입니다.



<녹취> "귀화하면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컴퓨터와 한국어를 배워서)"



통역과 상담 등 안정적인 직업에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인터뷰>탄 푸엉(베트남인) : "한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열심히 한국어 잘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하면 원하는 일을..."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도 큰 힘이 됐습니다.



전문 지식을 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사도 분담했습니다.



<인터뷰>백연성(탄 푸엉 남편) : "와이프는 활동적이라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해요. 그래서 활동하는 방향으로 제가 이끌어주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문직으로 활약하는 결혼 이민자는 만 명이 넘습니다.



<질문> 당당한 모습이 참 보기 좋은데요, 박석호 기자, 이 여성들이 이루는 가정, 즉 다문화가정의 비중도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오는 2050년에는 이주 여성과 그 자녀의 수가 총 인구의 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지금 다문화가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서가 25%나 되는데, 이는 만난지 사흘 안에 짝을 맺는 속성 결혼이죠.



그렇게 결혼해서 한국에 와서 사는데,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100만 원 미만도 5분의 1이나 돼서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때문에 순조롭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와 딸까지 낳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정했던 시댁 식구들은 태도가 변해 딸만 놔두고 나가라며 베트남 며느리를 떠밀었습니다.



<녹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 "어머니 저 딸 키울래요 했더니 안 돼, 안 돼. 매일 시아버지가 어깨를 치면서 베트남 가, 베트남 가..."



양육비나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서야 겨우 딸을 찾았지만 함께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권오희(서울이주여성디딤터 센터장) : "(이혼한 이주여성들이) 돌아가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나는 살 수 없다."



이 남성은 2009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는데, 아내는 한국에 온 바로 다음날 집을 나갔습니다.



<녹취> 국제결혼 피해남성 : "노트에 공부한 흔적이, 계좌 개설하는 방법, 계좌 송금하는 방법, 거기에 밑줄 쫙 그어져 있고 그러니까..."



심지어 외국인 아내가 고향에서 함께온 내연남의 아이를 낳는 등 사기 결혼의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녹취>안재성(국제결혼 피해센터 대표) : "늙으신 노모가 그 아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시면서 잠도 못 이루시고, 약을 잡수고 계실 때..."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국제결혼은 3만3천여 건, 하지만 국제이혼은 그 3분의 1인 만천여 건에 이릅니다.



<질문> 세 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할 정도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데요.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답변>



네, 우선 정부가 국제결혼에 대한 심사와 절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다문화가정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와 인식입니다.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해 통역일을 하는 이 베트남 여성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윙킴순안(베트남 이주여성) : "어떻게 (남편을) 만났냐, 어떻게 직장 다닐 수 있냐, 똑같은 질문 많이 들었어요. 항상. 베트남 사람이니까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해서..."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직장에선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앨런 팀블릭(서울글로벌센터) : "(영국에선) 직장을 구하거나 노조에 가입하거나 집을 구하거나 계약을 할 때 자신의 원래 국적을 포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도 똑같이 대우 받습니다."



무분별한 국제결혼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합니다.



또 정부 여러 부처에 분산된 다문화 정책을 통합하거나,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합니다.



<인터뷰>양기호(교수/성공회대) : "외국인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현장에서 다문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사회 중심으로..."



여러가지 다문화 정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라고 말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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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다문화’ 사회…정책 재정비 시급
    • 입력 2011-03-10 22:05:30
    • 수정2011-03-11 01:42:14
    뉴스 9
<앵커 멘트>

90년대 중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국제결혼으로 이제 우리는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결혼 이주여성들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됐죠.

지난 2007 년만 해도 12만 명 정도였는데 이제는 18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숫자 뿐만이 아니라, 역할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먼저 조정인 기자가 전문 여성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의회의 한 초선 의원.

<녹취> "예산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여러가지 불편한 점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예산안 심사가 끝나자 곧바로 기자회견이 이어집니다.

열정적으로 의정 활동을 펼치는 이 의원은 3년 전 한국인이 된 결혼 이주여성입니다.

한국 남편을 따라 몽골에서 들어왔다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민 여성 정치인’ 1호로 당선됐습니다.

<인터뷰>이라(경기도의원) : "업무보고 처음 시작했을 때 당황한 일이 참 많았어요. 공식적인 내용을 다 알아듣는 것도 쉽지 않았고..."

다문화 센터에서 일하는 이 여성은 베트남 출신입니다.

<녹취> "귀화하면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컴퓨터와 한국어를 배워서)"

통역과 상담 등 안정적인 직업에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인터뷰>탄 푸엉(베트남인) : "한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열심히 한국어 잘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하면 원하는 일을..."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도 큰 힘이 됐습니다.

전문 지식을 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사도 분담했습니다.

<인터뷰>백연성(탄 푸엉 남편) : "와이프는 활동적이라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해요. 그래서 활동하는 방향으로 제가 이끌어주려고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문직으로 활약하는 결혼 이민자는 만 명이 넘습니다.

<질문> 당당한 모습이 참 보기 좋은데요, 박석호 기자, 이 여성들이 이루는 가정, 즉 다문화가정의 비중도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오는 2050년에는 이주 여성과 그 자녀의 수가 총 인구의 5%를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지금 다문화가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서가 25%나 되는데, 이는 만난지 사흘 안에 짝을 맺는 속성 결혼이죠.

그렇게 결혼해서 한국에 와서 사는데,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100만 원 미만도 5분의 1이나 돼서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때문에 순조롭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2년 전 한국으로 시집을 와 딸까지 낳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정했던 시댁 식구들은 태도가 변해 딸만 놔두고 나가라며 베트남 며느리를 떠밀었습니다.

<녹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 "어머니 저 딸 키울래요 했더니 안 돼, 안 돼. 매일 시아버지가 어깨를 치면서 베트남 가, 베트남 가..."

양육비나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고서야 겨우 딸을 찾았지만 함께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권오희(서울이주여성디딤터 센터장) : "(이혼한 이주여성들이) 돌아가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나는 살 수 없다."

이 남성은 2009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는데, 아내는 한국에 온 바로 다음날 집을 나갔습니다.

<녹취> 국제결혼 피해남성 : "노트에 공부한 흔적이, 계좌 개설하는 방법, 계좌 송금하는 방법, 거기에 밑줄 쫙 그어져 있고 그러니까..."

심지어 외국인 아내가 고향에서 함께온 내연남의 아이를 낳는 등 사기 결혼의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녹취>안재성(국제결혼 피해센터 대표) : "늙으신 노모가 그 아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시면서 잠도 못 이루시고, 약을 잡수고 계실 때..."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국제결혼은 3만3천여 건, 하지만 국제이혼은 그 3분의 1인 만천여 건에 이릅니다.

<질문> 세 쌍 중에 한 쌍이 이혼할 정도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데요.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답변>

네, 우선 정부가 국제결혼에 대한 심사와 절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다문화가정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와 인식입니다.

김상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해 통역일을 하는 이 베트남 여성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윙킴순안(베트남 이주여성) : "어떻게 (남편을) 만났냐, 어떻게 직장 다닐 수 있냐, 똑같은 질문 많이 들었어요. 항상. 베트남 사람이니까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해서..."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직장에선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앨런 팀블릭(서울글로벌센터) : "(영국에선) 직장을 구하거나 노조에 가입하거나 집을 구하거나 계약을 할 때 자신의 원래 국적을 포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외국인 노동자도 똑같이 대우 받습니다."

무분별한 국제결혼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합니다.

또 정부 여러 부처에 분산된 다문화 정책을 통합하거나,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합니다.

<인터뷰>양기호(교수/성공회대) : "외국인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생활현장에서 다문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사회 중심으로..."

여러가지 다문화 정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라고 말합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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