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성폭행범 잡고 보니 5년 前 유괴범

입력 2011.03.15 (08:52) 수정 2011.03.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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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살 초등학생을 유괴해 거액의 몸값을 뜯어내려던 범인이 5년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성폭행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의 DNA를 분석한 결과 5년 전 범죄가 드러났습니다.

정수영 기자, 유괴 사건이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워낙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전화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매번 다른 공중전화만 이용해 협박했습니다.

CCTV에 범행 차량이 찍힐 것을 대비해 아예 가짜 번호판까지 만들어 달았습니다. 경찰은 속수 무책이었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범인의 DNA였습니다. 5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 결정적 단서가 나타났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6년 6월 23일 오전 8시쯤, 서울 강남 한 아파트 단지. 학교에 가던 초등학교 3학년 10살 박모 군에게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학교까지 태워주겠다는 말로 구슬려 박 군을 차에 태운 뒤 그대로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유괴) 전날 학생을 만나서 그 당시 피해자를 만나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집이 어디냐 아빠는 뭐 하느냐 이 정도의 말을 하면서 친근감을 갖게끔 해놓고 (접근하였습니다)"

박 군을 손에 넣은 남성은 곧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6시간 동안 박 군을 차에 가둔 채 정처 없이 차를 몰고 이동하며 수시로 박 군 부모에게 전화를 시도했고 통화가 연결되자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인천 계양동으로 가서 (피해자) 가족에게 공중전화로 통화하였습니다. 당시에 2억을 준비하라는 협박전화를 하였습니다."

오후 2시 무렵 유괴범은 박 군을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끌고 가 온 몸을 나무에 묶고 입을 테이프로 틀어막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공포에 질린 박 군은 밤 8시까지 야산에 6시간 동안 버려진 채 두려움에 떨었고 가까스로 입에서 테이프를 떼어낸 뒤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비명 소리를 듣고 다가온 인근 마을 주민이 박 군을 발견했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피해아동 발견 신고자 지인 : "산에서 아이 목소리가, 애 목소리가 나니까 수상하다 생각한 모양이에요.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 달라 그래서 후배가 신고해놓고 현장으로 왔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나무에 애가 묶여 있으니까 좀 심각성을 알고 신고를 또 했겠죠."

경찰은 범인을 추적할 단서를 찾기 위해 유괴 현장인 야산과 묶여 있단 나무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결국 박 군을 묶은 나무 주변에서 범인이 뱉은 타액과 담배꽁초를 발견했고 결정적 증거물인 DNA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당시 야산에서 피해자를 나무에 결박한 후 담배를 피운 후 꽁초를 버렸고 또한 침을 뱉었는데 당시에 나뭇잎에 그 침이 묻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박 군으로부터 확보한 범인 인상착의와 DNA를 바탕으로 추적에 나섰지만 수사는 곧 벽에 부딪혔습니다.

범행 차량이 촬영된 CCTV 화면이 있었지만 가짜 번호판으로 드러났고 더 이상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자칫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습니다.

사건 발생 4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택시 기사 한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의자는 43살 김모 씨로 지적장애를 지닌 택시 승객 27살 박모 씨를 술자리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당시 소주 3병하고 맥주 4병을 섞어 마시게 한 후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당시에 따돌리고 이제 여자만 자기 차에 태우고 주거지로 가서 성폭행했던 사건입니다."

경찰은 김 씨가 저지른 여죄를 캐기 위해 DNA를 채취해 과거 범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할 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그 사이 구속됐던 김 씨는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러 멀쩡히 풀려났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우리가 설령 구속하(였)더라도 강간사건은 친고죄니까 어떤 피해자가 고소취소라든가 하면 바로 신변이 (풀려납니다)"

DNA 분석 결과를 받아든 경찰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5년간 오리무중이던 서울 강남 초등학생 납치 유괴범 DNA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유괴 피해자 박 군은 5년 전 끔찍한 악몽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망설임 없이 김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아이를 상대로 나쁜 생각을 했다는 게 죄송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박 군을 학교 등굣길에서 유괴한 뒤 경기도 고양시와 인천 등 수도권 일대를 돌며 부모들에게 공중전화로 협박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괴 사실을 누군가 목격하지 못하도록 인적이 뜸한 경기도 남양주 한 야산에 일찌감치 박 군을 묶어둔 뒤 홀로 움직였습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짜 차량 번호판을 부착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범인이 당시에 범행 계획을 치밀하게 했었고 또한 차량 번호판까지 위조해서 차량에 부착했기 때문에 당시 차량이 CCTV에 찍혔지만 추적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철저한 계획으로 초등학생 유괴 사건 수사망으로부터 벗어나는 듯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또 다른 범죄 혐의로 결국 5년 전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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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성폭행범 잡고 보니 5년 前 유괴범
    • 입력 2011-03-15 08:52:28
    • 수정2011-03-15 08: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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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살 초등학생을 유괴해 거액의 몸값을 뜯어내려던 범인이 5년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성폭행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의 DNA를 분석한 결과 5년 전 범죄가 드러났습니다. 정수영 기자, 유괴 사건이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워낙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전화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매번 다른 공중전화만 이용해 협박했습니다. CCTV에 범행 차량이 찍힐 것을 대비해 아예 가짜 번호판까지 만들어 달았습니다. 경찰은 속수 무책이었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범인의 DNA였습니다. 5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 결정적 단서가 나타났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6년 6월 23일 오전 8시쯤, 서울 강남 한 아파트 단지. 학교에 가던 초등학교 3학년 10살 박모 군에게 3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학교까지 태워주겠다는 말로 구슬려 박 군을 차에 태운 뒤 그대로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유괴) 전날 학생을 만나서 그 당시 피해자를 만나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집이 어디냐 아빠는 뭐 하느냐 이 정도의 말을 하면서 친근감을 갖게끔 해놓고 (접근하였습니다)" 박 군을 손에 넣은 남성은 곧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6시간 동안 박 군을 차에 가둔 채 정처 없이 차를 몰고 이동하며 수시로 박 군 부모에게 전화를 시도했고 통화가 연결되자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인천 계양동으로 가서 (피해자) 가족에게 공중전화로 통화하였습니다. 당시에 2억을 준비하라는 협박전화를 하였습니다." 오후 2시 무렵 유괴범은 박 군을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끌고 가 온 몸을 나무에 묶고 입을 테이프로 틀어막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공포에 질린 박 군은 밤 8시까지 야산에 6시간 동안 버려진 채 두려움에 떨었고 가까스로 입에서 테이프를 떼어낸 뒤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비명 소리를 듣고 다가온 인근 마을 주민이 박 군을 발견했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피해아동 발견 신고자 지인 : "산에서 아이 목소리가, 애 목소리가 나니까 수상하다 생각한 모양이에요.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 달라 그래서 후배가 신고해놓고 현장으로 왔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나무에 애가 묶여 있으니까 좀 심각성을 알고 신고를 또 했겠죠." 경찰은 범인을 추적할 단서를 찾기 위해 유괴 현장인 야산과 묶여 있단 나무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결국 박 군을 묶은 나무 주변에서 범인이 뱉은 타액과 담배꽁초를 발견했고 결정적 증거물인 DNA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당시 야산에서 피해자를 나무에 결박한 후 담배를 피운 후 꽁초를 버렸고 또한 침을 뱉었는데 당시에 나뭇잎에 그 침이 묻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박 군으로부터 확보한 범인 인상착의와 DNA를 바탕으로 추적에 나섰지만 수사는 곧 벽에 부딪혔습니다. 범행 차량이 촬영된 CCTV 화면이 있었지만 가짜 번호판으로 드러났고 더 이상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자칫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습니다. 사건 발생 4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택시 기사 한 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의자는 43살 김모 씨로 지적장애를 지닌 택시 승객 27살 박모 씨를 술자리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당시 소주 3병하고 맥주 4병을 섞어 마시게 한 후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당시에 따돌리고 이제 여자만 자기 차에 태우고 주거지로 가서 성폭행했던 사건입니다." 경찰은 김 씨가 저지른 여죄를 캐기 위해 DNA를 채취해 과거 범죄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할 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그 사이 구속됐던 김 씨는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러 멀쩡히 풀려났습니다. <인터뷰> 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우리가 설령 구속하(였)더라도 강간사건은 친고죄니까 어떤 피해자가 고소취소라든가 하면 바로 신변이 (풀려납니다)" DNA 분석 결과를 받아든 경찰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5년간 오리무중이던 서울 강남 초등학생 납치 유괴범 DNA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유괴 피해자 박 군은 5년 전 끔찍한 악몽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고 망설임 없이 김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아이를 상대로 나쁜 생각을 했다는 게 죄송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박 군을 학교 등굣길에서 유괴한 뒤 경기도 고양시와 인천 등 수도권 일대를 돌며 부모들에게 공중전화로 협박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괴 사실을 누군가 목격하지 못하도록 인적이 뜸한 경기도 남양주 한 야산에 일찌감치 박 군을 묶어둔 뒤 홀로 움직였습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짜 차량 번호판을 부착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인터뷰>한인선(강력계장 / 서울남대문경찰서) : "범인이 당시에 범행 계획을 치밀하게 했었고 또한 차량 번호판까지 위조해서 차량에 부착했기 때문에 당시 차량이 CCTV에 찍혔지만 추적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철저한 계획으로 초등학생 유괴 사건 수사망으로부터 벗어나는 듯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또 다른 범죄 혐의로 결국 5년 전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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