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내쫓은 ‘천연잔디’ 운동장

입력 2011.03.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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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9년, 서울시내 8개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시범적으로 천연잔디가 심어졌는데요.

잔디를 죽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잔디운동장은 출입금지지역이 됐습니다.

누구를 위해 잔디를 심은 걸까요?

고순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운동장 주변을 빙 둘러 밧줄로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울타리 옆으로 빙 돌아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운동장에 심은 천연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입니다.

<녹취> 학생 : "일주일인가 이주일인가 밖에 안 썼어요. 그 다음에 애들이 잔디 다 뽑는(밟는)다고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못쓰고 있어요"

같은 시기에 잔디를 심은 또 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운동장 전체에 거대한 검은색 덮개가 깔렸고, 체육 수업은 운동장 밖 한 귀퉁이에서 이뤄집니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은 축구 대신 비좁은 공간에서 실내화 던지기 놀이를 합니다.

반대편에서 친구가 부르면 운동장 주변을 빙 돌아서 뛰어가야 합니다.

<녹취> 학부모 : "좋은 운동장이건 뭐건 쓸 수 있어야 좋은 거지. 풀만도 못한 애들이라니까요. 얘들이!"

운동장 출입이 금지된 것은 1년 6개월 전인 지난 2009년 9월 서울시의 잔디 운동장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부텁니다.

잔디를 보호한다며 일 년 넘게 운동장을 폐쇄하다 지난해 9월에 개방했지만, 잔디가 손상된다는 이유로 4개월 만에 다시 이용이 금지됐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애들 축구하고 그러면 패여 가지고 죽고 그러더라고요. 아직 싹이 어리니까 다 죽어 버리잖아요."

천연 잔디를 심는 데 든 돈은 한 학교당 평균 3억 7천만 원.

많은 예산을 투자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운동장을 빼앗겼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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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내쫓은 ‘천연잔디’ 운동장
    • 입력 2011-03-22 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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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9년, 서울시내 8개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시범적으로 천연잔디가 심어졌는데요. 잔디를 죽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잔디운동장은 출입금지지역이 됐습니다. 누구를 위해 잔디를 심은 걸까요? 고순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운동장 주변을 빙 둘러 밧줄로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울타리 옆으로 빙 돌아 자전거를 타고 나갑니다. 운동장에 심은 천연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시킨 것입니다. <녹취> 학생 : "일주일인가 이주일인가 밖에 안 썼어요. 그 다음에 애들이 잔디 다 뽑는(밟는)다고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못쓰고 있어요" 같은 시기에 잔디를 심은 또 다른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운동장 전체에 거대한 검은색 덮개가 깔렸고, 체육 수업은 운동장 밖 한 귀퉁이에서 이뤄집니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은 축구 대신 비좁은 공간에서 실내화 던지기 놀이를 합니다. 반대편에서 친구가 부르면 운동장 주변을 빙 돌아서 뛰어가야 합니다. <녹취> 학부모 : "좋은 운동장이건 뭐건 쓸 수 있어야 좋은 거지. 풀만도 못한 애들이라니까요. 얘들이!" 운동장 출입이 금지된 것은 1년 6개월 전인 지난 2009년 9월 서울시의 잔디 운동장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부텁니다. 잔디를 보호한다며 일 년 넘게 운동장을 폐쇄하다 지난해 9월에 개방했지만, 잔디가 손상된다는 이유로 4개월 만에 다시 이용이 금지됐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애들 축구하고 그러면 패여 가지고 죽고 그러더라고요. 아직 싹이 어리니까 다 죽어 버리잖아요." 천연 잔디를 심는 데 든 돈은 한 학교당 평균 3억 7천만 원. 많은 예산을 투자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운동장을 빼앗겼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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