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환경미화원 훈장 받는 사연은?

입력 2011.03.23 (09:04) 수정 2011.03.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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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산업 발전에 공이 큰 사람에게 주는 국가 산업 훈장의 영광이 사상 처음으로 환경미화원에게 돌아갔습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을 주로 청소하는 평범한 60대 여성 환경미화원인데요. 정수영 기자, 산업 훈장까지 받게 된 사연이 궁금하네요.

환경미화원과 산업 훈장, 언뜻 들으면 좀 어울리지 않죠. 주로 기업체 사장님들이나 받는 훈장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저 평범한 환경미화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좀 달랐습니다. 손님들이 두고 가는 지갑이며 현금 가방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주인을 찾아줬습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또다른 환경미화원은 비행기 멀미로 괴로워하는 승객들을 식구처럼 챙겼습니다.

<리포트>

윤종웅 진로 대표이사,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우유철 현대제철 사장.

지난 48년간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산업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 총수나 임원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산업훈장 포상자 가운데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환경미화원 노귀남 씹니다.

올해 62살 노귀남 씨 하루는 인천국제공항 출국 게이트에서 바닥에 왁스를 칠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10년 째 변함없이 해온 일이지만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 안전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 동탑산업훈장) : "세제를 뿌리고 왁스를 말려야 하는데 빨리 안 마르면 그 때는 빨리 움직여야 되니까 손님들이 다니시다가 미끄러지면 다치잖아요."

노 씨가 동료 미화원들과 함께 청결을 책임지고 있는 공간은 인천공항 주차장 한가운데 솟은 교통센터 건물 지상 3층과 지하 2층 2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공간입니다.

드넓은 바닥을 쓸고 닦고 왁스칠하며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말끔해진 모습을 보는 것이 노 씨의 보람입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손님들이 어떤 분들은 ‘수고한다.’ 소리도 하고, 또 정말 깨끗하다고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하대요."

바닥이며 에스컬레이터 등을 먼지 한 점 없이 청소하는 게 본업이지만 노 씨의 일과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려 들어서는 순간 노 씨가 세면대 위에서 뭔가 집어듭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이게 손님이 두고 간 가방이거든요. 혹 이렇게 두고 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손님이 두고 간 지갑을 발견한 노 씨가 황급히 달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유실물 센텁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승객이 공항을 벗어나기 전에 안내 방송을 듣고 찾아가도록 하느라 늘 서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김풍년(공항 직원) : "직접 유실물센터에 갖다 줘서 찾는 주인분이 찾아가게끔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을 하면서 또 나도 모르게...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노 씨는 지난해 12월 늦은 밤 인적이 드문 인천공항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십 만 원이 든 여행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가방에 적힌 주소대로 택배로 보냈고 결국 무사히 주인 손까지 전달했습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그 가방을 찾아서 잃어버린 분이랑 직접 통화를 해서 본인이 직접 택배를 이렇게 부쳐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노귀남 씨가)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노 씨 덕분에 잃어버린 지갑이며 여행 가방을 되찾은 고객들이 걸려온 감사 전화가 한 두통이 아닙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 동탑산업훈장) : "전화로 고맙다고(얘기 했습니다.) 많이 뿌듯하죠. 일하는데 보람을 갖죠."

공항 승객들을 비행기 문 앞까지 연결하는 인천공항 입출국 게이트, 바닥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54살 엄애자 씨가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갑니다.

공항 손님 한 사람이 바닥에 쏟은 커피를 닦아내기 위해섭니다.

엄 씨는 동료들과 함께 손님들이 막 비행기에서 내리는 입출국 게이트 복도와 화장실 등을 도맡아 청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엄애자(환경미화원 / 대통령표창)P : "승객이 넘어질 염려가 있고, 또 이게 스며들어서 바닥에 오염 됩니다. 그래서 물은 미끄러운 재질이라 얼른 빨리 처리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갓 내린 승객들이 일시에 몰려드는 장소다보니 웃지 못 할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항공기 오래 타고 오시다 보면 어떤 승객들이 구토를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경력이 오랜 환경미화원들도 냄새가 코를 찌르는 토사물을 치울 때면 진저리를 치곤 하지만 엄 씨는 싫은 내색 한 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엄애자 씨는) 가서 등도 두드려 드리고 닦아드리고. 지저분하잖아요. 배려해드리는 그런 과정에서 이분들이 고마움을 느끼고‘아 인천공항은 이래서 다르구나.’하십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활약해 온 엄애자 씨와 노귀남 씨의 노력은 국제 평가기구가 먼저 알아봤습니다.

국제공항협회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1위를 독차지했고 그 뒤에는 엄 씨와 노 씨 같은 환경미화원들의 땀방울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으로 우뚝 서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해 환경미화원 노귀남 씨에게 산업 훈장을, 엄애자 씨에게는 대통령표창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동료 환경미화원들) 다 잘해요. 잘하는데 어떻게 제가...이렇게 상을 타고 미안하고 동료들한테 그래요."

<인터뷰>엄애자(환경미화원/ 대통령표창) : "저 개인으로서는 이렇게 큰 상은 평생에 받아보지 못할 상이며 동료들한테 미안하네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한 두 환경미화원의 땀과 눈물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가들만큼이나 값진 상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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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3-23 09:04:20
    • 수정2011-03-23 09: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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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산업 발전에 공이 큰 사람에게 주는 국가 산업 훈장의 영광이 사상 처음으로 환경미화원에게 돌아갔습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인천국제공항 주차장을 주로 청소하는 평범한 60대 여성 환경미화원인데요. 정수영 기자, 산업 훈장까지 받게 된 사연이 궁금하네요. 환경미화원과 산업 훈장, 언뜻 들으면 좀 어울리지 않죠. 주로 기업체 사장님들이나 받는 훈장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저 평범한 환경미화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좀 달랐습니다. 손님들이 두고 가는 지갑이며 현금 가방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주인을 찾아줬습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은 또다른 환경미화원은 비행기 멀미로 괴로워하는 승객들을 식구처럼 챙겼습니다. <리포트> 윤종웅 진로 대표이사,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우유철 현대제철 사장. 지난 48년간 대한민국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산업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 총수나 임원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산업훈장 포상자 가운데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환경미화원 노귀남 씹니다. 올해 62살 노귀남 씨 하루는 인천국제공항 출국 게이트에서 바닥에 왁스를 칠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10년 째 변함없이 해온 일이지만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 안전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 동탑산업훈장) : "세제를 뿌리고 왁스를 말려야 하는데 빨리 안 마르면 그 때는 빨리 움직여야 되니까 손님들이 다니시다가 미끄러지면 다치잖아요." 노 씨가 동료 미화원들과 함께 청결을 책임지고 있는 공간은 인천공항 주차장 한가운데 솟은 교통센터 건물 지상 3층과 지하 2층 2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공간입니다. 드넓은 바닥을 쓸고 닦고 왁스칠하며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말끔해진 모습을 보는 것이 노 씨의 보람입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손님들이 어떤 분들은 ‘수고한다.’ 소리도 하고, 또 정말 깨끗하다고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하대요." 바닥이며 에스컬레이터 등을 먼지 한 점 없이 청소하는 게 본업이지만 노 씨의 일과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려 들어서는 순간 노 씨가 세면대 위에서 뭔가 집어듭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이게 손님이 두고 간 가방이거든요. 혹 이렇게 두고 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손님이 두고 간 지갑을 발견한 노 씨가 황급히 달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유실물 센텁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승객이 공항을 벗어나기 전에 안내 방송을 듣고 찾아가도록 하느라 늘 서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김풍년(공항 직원) : "직접 유실물센터에 갖다 줘서 찾는 주인분이 찾아가게끔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을 하면서 또 나도 모르게...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노 씨는 지난해 12월 늦은 밤 인적이 드문 인천공항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십 만 원이 든 여행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가방에 적힌 주소대로 택배로 보냈고 결국 무사히 주인 손까지 전달했습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그 가방을 찾아서 잃어버린 분이랑 직접 통화를 해서 본인이 직접 택배를 이렇게 부쳐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노귀남 씨가)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노 씨 덕분에 잃어버린 지갑이며 여행 가방을 되찾은 고객들이 걸려온 감사 전화가 한 두통이 아닙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 동탑산업훈장) : "전화로 고맙다고(얘기 했습니다.) 많이 뿌듯하죠. 일하는데 보람을 갖죠." 공항 승객들을 비행기 문 앞까지 연결하는 인천공항 입출국 게이트, 바닥을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54살 엄애자 씨가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갑니다. 공항 손님 한 사람이 바닥에 쏟은 커피를 닦아내기 위해섭니다. 엄 씨는 동료들과 함께 손님들이 막 비행기에서 내리는 입출국 게이트 복도와 화장실 등을 도맡아 청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엄애자(환경미화원 / 대통령표창)P : "승객이 넘어질 염려가 있고, 또 이게 스며들어서 바닥에 오염 됩니다. 그래서 물은 미끄러운 재질이라 얼른 빨리 처리하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갓 내린 승객들이 일시에 몰려드는 장소다보니 웃지 못 할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항공기 오래 타고 오시다 보면 어떤 승객들이 구토를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경력이 오랜 환경미화원들도 냄새가 코를 찌르는 토사물을 치울 때면 진저리를 치곤 하지만 엄 씨는 싫은 내색 한 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뷰>황석(시설환경팀장) : "(엄애자 씨는) 가서 등도 두드려 드리고 닦아드리고. 지저분하잖아요. 배려해드리는 그런 과정에서 이분들이 고마움을 느끼고‘아 인천공항은 이래서 다르구나.’하십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활약해 온 엄애자 씨와 노귀남 씨의 노력은 국제 평가기구가 먼저 알아봤습니다. 국제공항협회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1위를 독차지했고 그 뒤에는 엄 씨와 노 씨 같은 환경미화원들의 땀방울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으로 우뚝 서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해 환경미화원 노귀남 씨에게 산업 훈장을, 엄애자 씨에게는 대통령표창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터뷰>노귀남(환경미화원/ 동탑산업훈장) : "(동료 환경미화원들) 다 잘해요. 잘하는데 어떻게 제가...이렇게 상을 타고 미안하고 동료들한테 그래요." <인터뷰>엄애자(환경미화원/ 대통령표창) : "저 개인으로서는 이렇게 큰 상은 평생에 받아보지 못할 상이며 동료들한테 미안하네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한 두 환경미화원의 땀과 눈물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가들만큼이나 값진 상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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