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상황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네. 방사성 물질은 공기로, 땅으로, 물로 스며들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데요... 길거리가 한산해지고 수산 시장에 인적이 끊기는 등 일본의 평소 모습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방사능에 신음하는 일본 열도... 김대홍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쿄 전력 회장이 이번 원전 사태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습니다.
<인터뷰> 가쓰마타(도쿄전력 회장) : "여러분들에게 걱정과 폐를 끼쳐 드린데 대해 마음속 깊이 사과드립니다."
가동이 중단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3,4호기 모두를 폐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원전사태가 끝난 게 아닙니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대기 중의 방사능 수치는 점점 높아가고, 바닷물의 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대지진의 고통 속에서도 도쿄의 벚꽃은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들이 저마다의 화사함을 자랑합니다. 섬세하고 우아한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로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쓰가미 에리(일본인) : "사람들 수가 상당히 적은데... 벚꽃을 볼 상황이 아닌 분들께 죄송하고, 저는 이렇게 꽃을 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봅니다."
벚꽃 나무 아래서 회식을 하는 일본의 전통 '하나미'도 올해는 자제해 달라는 경고문이 나붙고 있습니다. 도쿄 주민들이 즐겨 찾는 우에노 공원은 아예 올해 벚꽃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방사성 물질 때문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지진피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섭니다. 실제로 공원의 방사선량을 측정해보니, 한 시간에 0.3 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됐습니다.
일본 최고의 번화가로 불리는 긴자 거립니다. 지금 시간이 낮 12시 점심시간이지만 이처럼 한산합니다. 방사능 공포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이 빗물과 함께 정수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수돗물도 마시기 어려워졌습니다. 도쿄도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만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에게는 수돗물을 먹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형 슈퍼마켓에는 생수를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이뤘습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수의 양을 정하는 이른바 판매제한을 실시하는 매장도 늘고 있습니다.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츠키지 어시장. 하루 2천 백여 톤의 수산물이 거래되는 일본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활기를 잃고 있습니다. 매출도 줄어들면서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울상입니다.
<인터뷰> 사이토 요시아키(수산시장 상인) : "매출이 1/5로 줄었어요. 3주, 2주... 이렇게 계속되면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의 특성상, 유통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츠키지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방사능 공포는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 료칸과 온천 등 관광산업까지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후쿠시마 북부의 한 온천가. 한해 40만 명이 찾은 이 유명 관광지도 폐허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은 지 백 년이 넘는 이 료칸, 그러니까 일본의 전통 숙박업소도 방사능 공포가 확산 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녹취> "죄송합니다. 저희 숙소는 3월 21일을 기해 지진 영향으로 폐업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 26살의 여사장 사토 료우코 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료칸'을 이어받기 위해 2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설거지는 물론 전화를 받는 일이나 손님을 배웅하는 일 등 료칸 운영을 위한 수련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결국 (경영권을) 넘겨받기 전에 이런 결과가 됐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지난해 말 사토씨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새 안내 책잡니다. 곧 시작될 관광 시즌을 위해 3만 부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 쓸모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사토 : "너무 슬퍼요. 정말로 내 손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건데..."
<인터뷰>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예약 취소 전화가 많아요."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모든 예약은 취소됐습니다. 원전으로부터 6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료칸까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전혀 앞이 안 보이네요."
폐업을 위한 잔무처리가 끝나면 사토씨도 부모와 함께 후쿠시마를 떠날 예정입니다.
<인터뷰>"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사라졌으니 너무 슬퍼요."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업을 이어나가려는 젊은 여사장의 희망마저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지진과 방사능 공포가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가슴속에는 '희망'이라는 마지막 선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해일이 덮치면서 교실은 물론 복도까지도 폐허로 변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흙탕물로 뒤덮였지만 학교에 한 대밖에 없는 피아노는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은 올해 졸업생인 쿠로자와 양.
<인터뷰> 쿠로자와(초등학교 졸업생) :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가 떠내려가 더 이상 연주를 못할 줄 알았어요."
쿠로자와 양은 이번 졸업식 때 피아노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주민 160명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연습을 합니다. 졸업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칩니다. 무거운 피아노도 체육관으로 옮겨집니다.
<인터뷰> 피난 주민 : "우리도 참석해서 좋은 인생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에게.."
졸업식이 시작됐습니다. 쿠로자와 양도 다른 6명의 졸업생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쿠로자와 양이 연주하는 곡은 '세계가 하나가 될 때까지' 지진해일을 견뎌낸 피아노의 음색이 피난소가 마련된 체육관에 울려 퍼집니다.
<녹취>"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지역주민 여러분,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초등학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방사능 공포. 그리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일본인들. 하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면서 고통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녹취>"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이나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극복해 나가자."
<녹취>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상황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네. 방사성 물질은 공기로, 땅으로, 물로 스며들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데요... 길거리가 한산해지고 수산 시장에 인적이 끊기는 등 일본의 평소 모습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방사능에 신음하는 일본 열도... 김대홍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쿄 전력 회장이 이번 원전 사태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습니다.
<인터뷰> 가쓰마타(도쿄전력 회장) : "여러분들에게 걱정과 폐를 끼쳐 드린데 대해 마음속 깊이 사과드립니다."
가동이 중단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3,4호기 모두를 폐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원전사태가 끝난 게 아닙니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대기 중의 방사능 수치는 점점 높아가고, 바닷물의 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대지진의 고통 속에서도 도쿄의 벚꽃은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들이 저마다의 화사함을 자랑합니다. 섬세하고 우아한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로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쓰가미 에리(일본인) : "사람들 수가 상당히 적은데... 벚꽃을 볼 상황이 아닌 분들께 죄송하고, 저는 이렇게 꽃을 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봅니다."
벚꽃 나무 아래서 회식을 하는 일본의 전통 '하나미'도 올해는 자제해 달라는 경고문이 나붙고 있습니다. 도쿄 주민들이 즐겨 찾는 우에노 공원은 아예 올해 벚꽃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방사성 물질 때문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지진피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섭니다. 실제로 공원의 방사선량을 측정해보니, 한 시간에 0.3 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됐습니다.
일본 최고의 번화가로 불리는 긴자 거립니다. 지금 시간이 낮 12시 점심시간이지만 이처럼 한산합니다. 방사능 공포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이 빗물과 함께 정수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수돗물도 마시기 어려워졌습니다. 도쿄도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만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에게는 수돗물을 먹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형 슈퍼마켓에는 생수를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이뤘습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수의 양을 정하는 이른바 판매제한을 실시하는 매장도 늘고 있습니다.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츠키지 어시장. 하루 2천 백여 톤의 수산물이 거래되는 일본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활기를 잃고 있습니다. 매출도 줄어들면서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울상입니다.
<인터뷰> 사이토 요시아키(수산시장 상인) : "매출이 1/5로 줄었어요. 3주, 2주... 이렇게 계속되면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의 특성상, 유통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츠키지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방사능 공포는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 료칸과 온천 등 관광산업까지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후쿠시마 북부의 한 온천가. 한해 40만 명이 찾은 이 유명 관광지도 폐허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은 지 백 년이 넘는 이 료칸, 그러니까 일본의 전통 숙박업소도 방사능 공포가 확산 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녹취> "죄송합니다. 저희 숙소는 3월 21일을 기해 지진 영향으로 폐업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 26살의 여사장 사토 료우코 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료칸'을 이어받기 위해 2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설거지는 물론 전화를 받는 일이나 손님을 배웅하는 일 등 료칸 운영을 위한 수련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결국 (경영권을) 넘겨받기 전에 이런 결과가 됐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지난해 말 사토씨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새 안내 책잡니다. 곧 시작될 관광 시즌을 위해 3만 부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 쓸모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사토 : "너무 슬퍼요. 정말로 내 손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건데..."
<인터뷰>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예약 취소 전화가 많아요."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모든 예약은 취소됐습니다. 원전으로부터 6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료칸까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전혀 앞이 안 보이네요."
폐업을 위한 잔무처리가 끝나면 사토씨도 부모와 함께 후쿠시마를 떠날 예정입니다.
<인터뷰>"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사라졌으니 너무 슬퍼요."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업을 이어나가려는 젊은 여사장의 희망마저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지진과 방사능 공포가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가슴속에는 '희망'이라는 마지막 선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해일이 덮치면서 교실은 물론 복도까지도 폐허로 변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흙탕물로 뒤덮였지만 학교에 한 대밖에 없는 피아노는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은 올해 졸업생인 쿠로자와 양.
<인터뷰> 쿠로자와(초등학교 졸업생) :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가 떠내려가 더 이상 연주를 못할 줄 알았어요."
쿠로자와 양은 이번 졸업식 때 피아노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주민 160명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연습을 합니다. 졸업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칩니다. 무거운 피아노도 체육관으로 옮겨집니다.
<인터뷰> 피난 주민 : "우리도 참석해서 좋은 인생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에게.."
졸업식이 시작됐습니다. 쿠로자와 양도 다른 6명의 졸업생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쿠로자와 양이 연주하는 곡은 '세계가 하나가 될 때까지' 지진해일을 견뎌낸 피아노의 음색이 피난소가 마련된 체육관에 울려 퍼집니다.
<녹취>"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지역주민 여러분,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초등학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방사능 공포. 그리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일본인들. 하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면서 고통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녹취>"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이나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극복해 나가자."
<녹취>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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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리포트] 방사능의 습격
-
- 입력 2011-04-03 10:24:57
<앵커 멘트>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상황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네. 방사성 물질은 공기로, 땅으로, 물로 스며들어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데요... 길거리가 한산해지고 수산 시장에 인적이 끊기는 등 일본의 평소 모습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방사능에 신음하는 일본 열도... 김대홍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쿄 전력 회장이 이번 원전 사태와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습니다.
<인터뷰> 가쓰마타(도쿄전력 회장) : "여러분들에게 걱정과 폐를 끼쳐 드린데 대해 마음속 깊이 사과드립니다."
가동이 중단된 후쿠시마 제1원전 1,2,3,4호기 모두를 폐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원전사태가 끝난 게 아닙니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대기 중의 방사능 수치는 점점 높아가고, 바닷물의 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대지진의 고통 속에서도 도쿄의 벚꽃은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벚꽃들이 저마다의 화사함을 자랑합니다. 섬세하고 우아한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로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쓰가미 에리(일본인) : "사람들 수가 상당히 적은데... 벚꽃을 볼 상황이 아닌 분들께 죄송하고, 저는 이렇게 꽃을 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봅니다."
벚꽃 나무 아래서 회식을 하는 일본의 전통 '하나미'도 올해는 자제해 달라는 경고문이 나붙고 있습니다. 도쿄 주민들이 즐겨 찾는 우에노 공원은 아예 올해 벚꽃 축제를 취소했습니다. 방사성 물질 때문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지진피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섭니다. 실제로 공원의 방사선량을 측정해보니, 한 시간에 0.3 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됐습니다.
일본 최고의 번화가로 불리는 긴자 거립니다. 지금 시간이 낮 12시 점심시간이지만 이처럼 한산합니다. 방사능 공포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이 빗물과 함께 정수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수돗물도 마시기 어려워졌습니다. 도쿄도와 수도권 지자체들은 만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에게는 수돗물을 먹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형 슈퍼마켓에는 생수를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이뤘습니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수의 양을 정하는 이른바 판매제한을 실시하는 매장도 늘고 있습니다.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츠키지 어시장. 하루 2천 백여 톤의 수산물이 거래되는 일본 최대의 수산물 도매시장입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활기를 잃고 있습니다. 매출도 줄어들면서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울상입니다.
<인터뷰> 사이토 요시아키(수산시장 상인) : "매출이 1/5로 줄었어요. 3주, 2주... 이렇게 계속되면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의 특성상, 유통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츠키지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방사능 공포는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 료칸과 온천 등 관광산업까지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후쿠시마 북부의 한 온천가. 한해 40만 명이 찾은 이 유명 관광지도 폐허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은 지 백 년이 넘는 이 료칸, 그러니까 일본의 전통 숙박업소도 방사능 공포가 확산 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녹취> "죄송합니다. 저희 숙소는 3월 21일을 기해 지진 영향으로 폐업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 26살의 여사장 사토 료우코 씨.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료칸'을 이어받기 위해 2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설거지는 물론 전화를 받는 일이나 손님을 배웅하는 일 등 료칸 운영을 위한 수련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결국 (경영권을) 넘겨받기 전에 이런 결과가 됐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지난해 말 사토씨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새 안내 책잡니다. 곧 시작될 관광 시즌을 위해 3만 부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 쓸모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사토 : "너무 슬퍼요. 정말로 내 손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건데..."
<인터뷰>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예약 취소 전화가 많아요."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모든 예약은 취소됐습니다. 원전으로부터 6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 료칸까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인터뷰> 사토(료칸 여사장) :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전혀 앞이 안 보이네요."
폐업을 위한 잔무처리가 끝나면 사토씨도 부모와 함께 후쿠시마를 떠날 예정입니다.
<인터뷰>"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사라졌으니 너무 슬퍼요."
대지진과 방사능 공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가업을 이어나가려는 젊은 여사장의 희망마저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지진과 방사능 공포가 아무리 무서운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가슴속에는 '희망'이라는 마지막 선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진해일이 덮치면서 교실은 물론 복도까지도 폐허로 변해 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흙탕물로 뒤덮였지만 학교에 한 대밖에 없는 피아노는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은 올해 졸업생인 쿠로자와 양.
<인터뷰> 쿠로자와(초등학교 졸업생) :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피아노입니다. 피아노가 떠내려가 더 이상 연주를 못할 줄 알았어요."
쿠로자와 양은 이번 졸업식 때 피아노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주민 160명의 눈을 피해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연습을 합니다. 졸업식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칩니다. 무거운 피아노도 체육관으로 옮겨집니다.
<인터뷰> 피난 주민 : "우리도 참석해서 좋은 인생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린이들에게.."
졸업식이 시작됐습니다. 쿠로자와 양도 다른 6명의 졸업생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쿠로자와 양이 연주하는 곡은 '세계가 하나가 될 때까지' 지진해일을 견뎌낸 피아노의 음색이 피난소가 마련된 체육관에 울려 퍼집니다.
<녹취>"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지역주민 여러분,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초등학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방사능 공포. 그리고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일본인들. 하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면서 고통을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녹취>"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이나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극복해 나가자."
<녹취>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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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기자 kd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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