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대학 등록금, ‘반값’은 아니더라도…

입력 2011.04.06 (07:08) 수정 2011.04.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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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등록금 문제로 대학이 또 시끄럽습니다. 대학 여러 곳에서 수업을 거부한 채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학생들이 학교건물을 점거하는가 하면, 여학생들이 삭발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학기 초 연례행사라지만 올해는 투쟁의 강도와 참여율, 확산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올해 사립대 열 곳 중 일곱 곳이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3%를 넘긴 대학도 서른 곳이 넘습니다. 재학생 등록금은 동결하고 신입생과 대학원 등록금만 올린 대학도 있고, 특정학과 신입생 등록금을 18%나 올린 대학도 있습니다. 저항이 적은 신입생과 대학원생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학들은 지난 몇 해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인상요인을 감당할 수 없고 재정난을 버티기 힘들다고 항변합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올해 등록금 인상분 뿐 아니라, 해마다 올라 이제 한 해 천만 원을 훌쩍 넘어버린 등록금 자체에 있는 듯합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주말 거리로 나온 대학생 수천 명이 외친 구호는 ‘반값 등록금’이었습니다. 명문 사학 의학계열은 연간 등록금이 천2백만 원을 넘어섰고, 인문사회계열도 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수업료는 더 비쌉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대학은 그래서 돈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돼가고 있습니다. 가난해도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4년을 채워 졸업장을 손에 쥐던 시절이 그야말로 까마득한 옛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한해 등록금 천만 원은 신기루가 돼갑니다. 학부모의 지원 없이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대학의 등록금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사회문제가 돼가고 있는듯합니다.

국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부모와 고통을 나눠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나라살림도 빠듯한데 재원 마련이 그렇게 쉽겠습니까? ‘반값 등록금’은 아니더라도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서둘러야 합니다.

수천억 원 씩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재단전입금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립대학들도 문제입니다. 장학금 확대보다는 새 건물 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새겨듣고, 등록금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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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대학 등록금, ‘반값’은 아니더라도…
    • 입력 2011-04-06 07:08:20
    • 수정2011-04-06 0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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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등록금 문제로 대학이 또 시끄럽습니다. 대학 여러 곳에서 수업을 거부한 채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학생들이 학교건물을 점거하는가 하면, 여학생들이 삭발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학기 초 연례행사라지만 올해는 투쟁의 강도와 참여율, 확산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올해 사립대 열 곳 중 일곱 곳이 등록금을 인상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3%를 넘긴 대학도 서른 곳이 넘습니다. 재학생 등록금은 동결하고 신입생과 대학원 등록금만 올린 대학도 있고, 특정학과 신입생 등록금을 18%나 올린 대학도 있습니다. 저항이 적은 신입생과 대학원생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학들은 지난 몇 해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인상요인을 감당할 수 없고 재정난을 버티기 힘들다고 항변합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올해 등록금 인상분 뿐 아니라, 해마다 올라 이제 한 해 천만 원을 훌쩍 넘어버린 등록금 자체에 있는 듯합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주말 거리로 나온 대학생 수천 명이 외친 구호는 ‘반값 등록금’이었습니다. 명문 사학 의학계열은 연간 등록금이 천2백만 원을 넘어섰고, 인문사회계열도 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수업료는 더 비쌉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대학은 그래서 돈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돼가고 있습니다. 가난해도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4년을 채워 졸업장을 손에 쥐던 시절이 그야말로 까마득한 옛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한해 등록금 천만 원은 신기루가 돼갑니다. 학부모의 지원 없이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대학의 등록금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사회문제가 돼가고 있는듯합니다. 국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부모와 고통을 나눠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나라살림도 빠듯한데 재원 마련이 그렇게 쉽겠습니까? ‘반값 등록금’은 아니더라도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 대책은 서둘러야 합니다. 수천억 원 씩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재단전입금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립대학들도 문제입니다. 장학금 확대보다는 새 건물 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새겨듣고, 등록금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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