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폐지 놓고 몸싸움에 교통사고까지…

입력 2011.04.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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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거리에서, 또 지하철에서 이 분들 모습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 말씀이죠?

네, 그런데 페지 줍는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폐지 줍는 구역을 놓고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교통 사고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해도 큰 돈을 벌지는 못할 텐데요?

폐지 줍는 노인들 절반 이상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하루 만 원 벌면 운이 좋다고 합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노인들 간에 텃세와 몸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몇백 원 값어치 폐지 상자를 놓고 다투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폐지에 목숨걸 수 밖에 없습니다.

돌봐주는 자식도, 받아주는 일자리도 없는 처지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6일 낮 1시, 서울 화곡동 한 도로입니다.

60대와 80대 노인 두 사람이 폐지 뭉치를 놓고 몸싸움을 벌입니다.

폐지를 뺐고 뺐기는 가운데, 83살 이모 노인이 상대방을 차도로 거칠게 떠밀었고 66살 이모 노인은 때마침 달려오던 화물차에 그대로 치였습니다.

<인터뷰> 강창호(조사관/양천 경찰서 교통조사계) :"폐지를 서로 가져가시려고 실랑이하는 과정에 차도 쪽으로 (피해자가) 밀린 것입니다."

이 사고로 66살 이모 노인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83살 이모 노인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이 병원 입원에 철창신세까지 지게 만든 다툼의 원인은 폐지 상자 두어 개로 돈으로 치면 5, 6백 원 값어치였습니다.

<인터뷰> 강창호(조사관/양천 경찰서 교통조사계) : "확인된 바로는 상자 1, 2 장 가지고 실랑이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저마다 폐지 수거 구역을 정해 놓고 다른 사람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70세/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 "밀고 당기고 싸우지. 저기 가서 (폐지를) 주우면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내 단골집 가면 밀고 당기고 (폐지를) 뺏어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다른 노인이 쓰는 손수레 바퀴에 구멍을 내 폐지를 줍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인터뷰> 최모 씨 (70세/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 "(손수레에) 구멍 내는 사람 있다니까 같이 일하는 동료가 그러는 사람이 있(어요) 타이어(에) 구멍 났다 그러면 7천 원, 8천 원은 줘야 고쳐(요). 하루에 못 벌 때도 있는데 그거 고치려면 힘들잖아(요) "

5년 전부터 폐지를 줍기 시작한 77살 김모 노인은 서울 청룡동 한 지하 셋방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던 남편과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내던 김 노인은 며느리와 불화가 깊어졌고 5년 전 남편이 숨지자 아예 집을 나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 (77세 /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아들) 얼굴도 이제 다 잊어버렸어요. 자기들이 나를 안 찾으니 그렇지(요) 내가 찾으러 가긴 싫고"

보일러가 일찌감치 고장났지만 수리비 낼 돈이 없어 지난 겨울 내내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버텼습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겨울에 방에 난방도 안 들어와요. 안 들어오는데 살았는데 아이고 따뜻한 방에서 살고 싶어(요). 이제는 너무너무 추워서"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최저 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보니 기초 노령연금 9만 원과 폐지를 주운 수입 30여 만 원을 합쳐 한 달 40만 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입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기초노령연금 8만 9천 원인가, 9만 원인가. 그거 나오고 혼자 있으니까 제대로 반찬 해먹고 못 지내요."

김 노인은 5년 전 온갖 텃세에 시달리며 폐지를 얻을 곳을 찾아 발품을 팔았고 가까스로 종이 상자가 많이 나오는 가게 한 곳을 붙잡았습니다.

버리는 빈 상자를 자신이 수거하는 대신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며 청소까지 도맡아 해줘야 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청소해주고 쓰레기 다 버려주고 해요."

공들여 얻은 단골가게에서 다른 사람이 폐지를 가져가려 하면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행패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김 노인은 말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내가 뺏어버려(요). 내가 힘들게 청소해주고 스티로폼 저거 다 깨고 넣어서 비닐하고 다 정리하는데, 그냥 가져가면 안 되잖아요. 직원들도 청소하시고 노인네가 박스도 가져가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안 된다고 그러는가 봐(요) "

폐지를 내놓는 가게를 둘러싸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폐지 줍는 노인들은 몇 푼 안 되는 수입을 아낀 돈으로 선물까지 사서 건넵니다.

<인터뷰>나금순( 점포 운영) : "우리가 바쁘다 보니 어질러 놓잖아요. 이런 거 그냥 빗자루로 쓸어주는 거죠. 그리고 할머니가 성의 표시하시느라 한 달쯤 되면 쓰레기봉투 사다 주더라(고요) 그냥 가져가니까 고맙다고 "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해 폐지 70~80킬로그램을 수거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돈은 만 원 남짓입니다.

<인터뷰> 김모 씨(77세/관악구 청룡동) : " 지금 해간 것 받았어요. 얼마 줬어요 4천 원. 한 달에 계산해보면 (하루에) 만원 잡고 한 달이면 30만 원이지(요) 뭐."

서울 한 지역 시민단체가 폐지 줍는 노인 백27명을 조사한 결과 한 달 수입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69명이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폐지를 줍는 사람이 76명, 하루 8시간이 넘게 발품을 파는 사람은 46명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 (80세/서울시 관악구) : "파출부로 일하다가 이제 늙으니까 오지 말라 해서 안 간 거지(요). 고물 주우러 다녔죠."


<인터뷰> 김 모씨(77세/ 관악구 청룡동) : "이거(폐지수거)는 뭐 오지 말라는 소리를 안 하니까. 만약에 집이라도 비우라 하든가 방세라도 올리려고 하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로 다치는 경우도 끊이지 않습니다.

폐지를 줍고 운반하다 다친 사람이 53명,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도 19명이나 됩니다.

<인터뷰> 이모 씨 (80세/서울시 관악구) : " 차가 그냥 내 앞으로 달려 들어서 그냥 누워버(렸어요) 그냥 죽을 뻔했지"

받아주는 일터도 없고 돌봐 주는 자식도 없는 극빈층 노인들은 당장 하루 먹을 거리를 벌기 위해 교통사고 위험과 텃세를 무릅쓰고 오늘도 폐지를 줍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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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4-07 0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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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거리에서, 또 지하철에서 이 분들 모습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 말씀이죠? 네, 그런데 페지 줍는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폐지 줍는 구역을 놓고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교통 사고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해도 큰 돈을 벌지는 못할 텐데요? 폐지 줍는 노인들 절반 이상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하루 만 원 벌면 운이 좋다고 합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노인들 간에 텃세와 몸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몇백 원 값어치 폐지 상자를 놓고 다투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폐지에 목숨걸 수 밖에 없습니다. 돌봐주는 자식도, 받아주는 일자리도 없는 처지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6일 낮 1시, 서울 화곡동 한 도로입니다. 60대와 80대 노인 두 사람이 폐지 뭉치를 놓고 몸싸움을 벌입니다. 폐지를 뺐고 뺐기는 가운데, 83살 이모 노인이 상대방을 차도로 거칠게 떠밀었고 66살 이모 노인은 때마침 달려오던 화물차에 그대로 치였습니다. <인터뷰> 강창호(조사관/양천 경찰서 교통조사계) :"폐지를 서로 가져가시려고 실랑이하는 과정에 차도 쪽으로 (피해자가) 밀린 것입니다." 이 사고로 66살 이모 노인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고 83살 이모 노인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두 사람이 병원 입원에 철창신세까지 지게 만든 다툼의 원인은 폐지 상자 두어 개로 돈으로 치면 5, 6백 원 값어치였습니다. <인터뷰> 강창호(조사관/양천 경찰서 교통조사계) : "확인된 바로는 상자 1, 2 장 가지고 실랑이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저마다 폐지 수거 구역을 정해 놓고 다른 사람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모 씨(70세/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 "밀고 당기고 싸우지. 저기 가서 (폐지를) 주우면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내 단골집 가면 밀고 당기고 (폐지를) 뺏어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다른 노인이 쓰는 손수레 바퀴에 구멍을 내 폐지를 줍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인터뷰> 최모 씨 (70세/서울시 관악구 중앙동) : "(손수레에) 구멍 내는 사람 있다니까 같이 일하는 동료가 그러는 사람이 있(어요) 타이어(에) 구멍 났다 그러면 7천 원, 8천 원은 줘야 고쳐(요). 하루에 못 벌 때도 있는데 그거 고치려면 힘들잖아(요) " 5년 전부터 폐지를 줍기 시작한 77살 김모 노인은 서울 청룡동 한 지하 셋방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던 남편과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내던 김 노인은 며느리와 불화가 깊어졌고 5년 전 남편이 숨지자 아예 집을 나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모 씨 (77세 /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아들) 얼굴도 이제 다 잊어버렸어요. 자기들이 나를 안 찾으니 그렇지(요) 내가 찾으러 가긴 싫고" 보일러가 일찌감치 고장났지만 수리비 낼 돈이 없어 지난 겨울 내내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버텼습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겨울에 방에 난방도 안 들어와요. 안 들어오는데 살았는데 아이고 따뜻한 방에서 살고 싶어(요). 이제는 너무너무 추워서"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최저 생계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보니 기초 노령연금 9만 원과 폐지를 주운 수입 30여 만 원을 합쳐 한 달 40만 원 정도가 수입의 전부입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기초노령연금 8만 9천 원인가, 9만 원인가. 그거 나오고 혼자 있으니까 제대로 반찬 해먹고 못 지내요." 김 노인은 5년 전 온갖 텃세에 시달리며 폐지를 얻을 곳을 찾아 발품을 팔았고 가까스로 종이 상자가 많이 나오는 가게 한 곳을 붙잡았습니다. 버리는 빈 상자를 자신이 수거하는 대신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며 청소까지 도맡아 해줘야 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청소해주고 쓰레기 다 버려주고 해요." 공들여 얻은 단골가게에서 다른 사람이 폐지를 가져가려 하면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행패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김 노인은 말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77세/ 서울시 관악구 청룡동) : "내가 뺏어버려(요). 내가 힘들게 청소해주고 스티로폼 저거 다 깨고 넣어서 비닐하고 다 정리하는데, 그냥 가져가면 안 되잖아요. 직원들도 청소하시고 노인네가 박스도 가져가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안 된다고 그러는가 봐(요) " 폐지를 내놓는 가게를 둘러싸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폐지 줍는 노인들은 몇 푼 안 되는 수입을 아낀 돈으로 선물까지 사서 건넵니다. <인터뷰>나금순( 점포 운영) : "우리가 바쁘다 보니 어질러 놓잖아요. 이런 거 그냥 빗자루로 쓸어주는 거죠. 그리고 할머니가 성의 표시하시느라 한 달쯤 되면 쓰레기봉투 사다 주더라(고요) 그냥 가져가니까 고맙다고 "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일해 폐지 70~80킬로그램을 수거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돈은 만 원 남짓입니다. <인터뷰> 김모 씨(77세/관악구 청룡동) : " 지금 해간 것 받았어요. 얼마 줬어요 4천 원. 한 달에 계산해보면 (하루에) 만원 잡고 한 달이면 30만 원이지(요) 뭐." 서울 한 지역 시민단체가 폐지 줍는 노인 백27명을 조사한 결과 한 달 수입이 1인 가구 최저생계비 53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69명이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폐지를 줍는 사람이 76명, 하루 8시간이 넘게 발품을 파는 사람은 46명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 (80세/서울시 관악구) : "파출부로 일하다가 이제 늙으니까 오지 말라 해서 안 간 거지(요). 고물 주우러 다녔죠." <인터뷰> 김 모씨(77세/ 관악구 청룡동) : "이거(폐지수거)는 뭐 오지 말라는 소리를 안 하니까. 만약에 집이라도 비우라 하든가 방세라도 올리려고 하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로 다치는 경우도 끊이지 않습니다. 폐지를 줍고 운반하다 다친 사람이 53명,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도 19명이나 됩니다. <인터뷰> 이모 씨 (80세/서울시 관악구) : " 차가 그냥 내 앞으로 달려 들어서 그냥 누워버(렸어요) 그냥 죽을 뻔했지" 받아주는 일터도 없고 돌봐 주는 자식도 없는 극빈층 노인들은 당장 하루 먹을 거리를 벌기 위해 교통사고 위험과 텃세를 무릅쓰고 오늘도 폐지를 줍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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