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옥황상제와 대화’ 이모 말만 믿고…

입력 2011.04.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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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무리 종교적 믿음 때문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빈집 안방에서 6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던 남자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사망한 남편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은 나머지 아내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정수영 기자, 어쩌다가 죽은 남편이 살아 돌아온다고 믿게 된 건가요?



<리포트>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 교리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깊이 빠져 있던 종교 교주는 숨진 남편이 1년 반만 지나면 그대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교주는 다름아닌 아내의 이모였습니다.



‘옥황상제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 환생을 하려면 몸이 아파도 죽을 때까지 병원에 가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교주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숨진 남편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었습니다.



지난 1일, 대구 한 단독주택.



전기검침원 나모 씨는 3년에 한번 있는 정기 점검을 위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대문이 잠겨 있었지만 3년 전에도 점검을 못했기 때문에 집주변을 서성이던 끝에 집으로 통하는 작은 쪽문을 발견했습니다.



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나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불을 목까지 덮은 백골이 안방에 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문이) 잠겨있는 안방에 들어가 보니까 백골상태 두개골만 나와 있고 이불이 완전히 덮여서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있었고, 이불을 걷어보니까 내의만 입은 상태였고. 이미 부패가 완전히 진행돼서 백골상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사망한 뒤 오랜 시간 발견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거실과 통하는 문을 누군가 테이프로 굳게 봉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테이프로 밀봉한 거죠, 안방을.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이 손을 못 대게. 누군가 고의적으로 시신을 방치한 듯한 흔적도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된 백골 상태와는 달리 집 안은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식기 도구와 살림살이가 모두 갖춰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6년간 누군가 하루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집세를 내왔던 사실도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녹취>집주인 : "통장에 1년 되면 돈(월세)을 딱딱 넣어주고 하니까 (월세가) 딱 제 날짜에 들어왔으니까... 우리는 (시신이 방치 된지) 전혀 몰랐죠 안 가니까."



동네 사람들도 눈치를 못 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동네 주민 : "이 집이 몇 년 동안 비어있었어요. 비어있으니깐, 주인이 다른데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고, 그리고 문 잠겨 있으니까..."



<녹취>동네 주민 : "누가 하는 말이 ‘집에서 된장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된장냄새가. (냄새가)나도 나는가보다 그랬겠지. 남의 집에 뭐 해놨나 했겠지."



경찰은 추적 끝에 6년간 집세를 내온 장본인 주부 48살 곽모 씨를 찾아냈습니다.



곽 씨가 털어놓는 얘기에 경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신은 6년 전 숨진 곽 씨 남편으로, 자신과 친정 식구들이 일부러 남편 시신을 집안에 방치했다고 곽 씨는 진술했습니다.



남편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종교적인 믿음 때문인데 ‘다시 되살아올 것이다, 환생할 것이다.’그렇게 믿고 그 방에는 손을 못 대게. 테이프로 봉해놓고."



6년 전 당시 44살 나이로 남편 이모 씨가 숨지자 곽 씨는 남편이 환생할 것을 고려해 모든 살림을 그대로 둔 채 아들과 함께 친정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핸드폰 번호가 바뀐 뒤에는 환생한 남편이 혹시 연락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뀐 핸드폰 번호와 함께 동전 몇 개를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남편이) 깨어나면 휴대폰이 없으니까 공중전화로 전화하라고. (부인은) 따로 거주하고 있으면서 가끔씩 들러서 우편물이라든지 전단지, 집안 청소 하고."



부인이 남편의 환생을 굳게 믿은 이유는 이모가 만든 종교 때문이었습니다.



교주인 이모는 자신이 옥황상제와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남편의 환생을 믿도록 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이모가 말하길)‘스스로 공부해서 깨달음을 통해서 옥황상제님하고 직접 대화할 수 있다. 1년 6개월을 그대로 두면 환생할 것이다.’"



숨진 남편 이 씨 역시 죽기 직전까지 처이모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믿음 자체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을 안 갔답니다. 변사자도 본인이 가지 않기를 원해서 병원을 안 갔고, 그러던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거고."



환생을 하려면 병원에 가지 말아야한다는 처이모 지시대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명도 모른 채 사망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10년 치 건강보험관리공단에 10년 치 조회가 돼 있는데 병원진료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숨진 남편은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믿는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가족들과는 이미 오래 전 연락을 끊고 지낸 상태였습니다.



<녹취>이모씨 형 : "‘종교를 그런걸 뭐 믿는가.’ 그랬더니, 내가 (믿지 말라고) 뭐라고 하고 그랬더니 아마 형이 무서워서 (연락이) 안 왔겠죠."



5년 전 동생이 숨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 씨 형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이모씨 형 : "20년간 소식도 없다가 사람 5년 전에 죽었는데... 멀쩡한 동생 그렇게 돼서 내가 기분이 어떻겠어요. 다시 되새기기도 싫고 묻지 말아주세요."



숨진 이 씨는 자녀 넷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장남 뿐이고 나머지 세 자녀는 아버지가 몸이 아파 요양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아이들이 물으면) ‘건강이 안 좋다’, 그 정도. 엄마가 물어보면 화를 내고 하니까..."



경찰은 숨진 이 씨가 병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아내 곽 씨와 처이모 등을 사체 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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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4-14 08: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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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무리 종교적 믿음 때문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빈집 안방에서 6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던 남자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사망한 남편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은 나머지 아내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정수영 기자, 어쩌다가 죽은 남편이 살아 돌아온다고 믿게 된 건가요?

<리포트>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 교리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깊이 빠져 있던 종교 교주는 숨진 남편이 1년 반만 지나면 그대로 되살아날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교주는 다름아닌 아내의 이모였습니다.

‘옥황상제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 환생을 하려면 몸이 아파도 죽을 때까지 병원에 가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교주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숨진 남편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었습니다.

지난 1일, 대구 한 단독주택.

전기검침원 나모 씨는 3년에 한번 있는 정기 점검을 위해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대문이 잠겨 있었지만 3년 전에도 점검을 못했기 때문에 집주변을 서성이던 끝에 집으로 통하는 작은 쪽문을 발견했습니다.

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나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불을 목까지 덮은 백골이 안방에 누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문이) 잠겨있는 안방에 들어가 보니까 백골상태 두개골만 나와 있고 이불이 완전히 덮여서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있었고, 이불을 걷어보니까 내의만 입은 상태였고. 이미 부패가 완전히 진행돼서 백골상태."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사망한 뒤 오랜 시간 발견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거실과 통하는 문을 누군가 테이프로 굳게 봉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테이프로 밀봉한 거죠, 안방을.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이 손을 못 대게. 누군가 고의적으로 시신을 방치한 듯한 흔적도 집 안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오랜 시간 방치된 백골 상태와는 달리 집 안은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식기 도구와 살림살이가 모두 갖춰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6년간 누군가 하루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집세를 내왔던 사실도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녹취>집주인 : "통장에 1년 되면 돈(월세)을 딱딱 넣어주고 하니까 (월세가) 딱 제 날짜에 들어왔으니까... 우리는 (시신이 방치 된지) 전혀 몰랐죠 안 가니까."

동네 사람들도 눈치를 못 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동네 주민 : "이 집이 몇 년 동안 비어있었어요. 비어있으니깐, 주인이 다른데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고, 그리고 문 잠겨 있으니까..."

<녹취>동네 주민 : "누가 하는 말이 ‘집에서 된장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된장냄새가. (냄새가)나도 나는가보다 그랬겠지. 남의 집에 뭐 해놨나 했겠지."

경찰은 추적 끝에 6년간 집세를 내온 장본인 주부 48살 곽모 씨를 찾아냈습니다.

곽 씨가 털어놓는 얘기에 경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신은 6년 전 숨진 곽 씨 남편으로, 자신과 친정 식구들이 일부러 남편 시신을 집안에 방치했다고 곽 씨는 진술했습니다.

남편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종교적인 믿음 때문인데 ‘다시 되살아올 것이다, 환생할 것이다.’그렇게 믿고 그 방에는 손을 못 대게. 테이프로 봉해놓고."

6년 전 당시 44살 나이로 남편 이모 씨가 숨지자 곽 씨는 남편이 환생할 것을 고려해 모든 살림을 그대로 둔 채 아들과 함께 친정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핸드폰 번호가 바뀐 뒤에는 환생한 남편이 혹시 연락을 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뀐 핸드폰 번호와 함께 동전 몇 개를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남편이) 깨어나면 휴대폰이 없으니까 공중전화로 전화하라고. (부인은) 따로 거주하고 있으면서 가끔씩 들러서 우편물이라든지 전단지, 집안 청소 하고."

부인이 남편의 환생을 굳게 믿은 이유는 이모가 만든 종교 때문이었습니다.

교주인 이모는 자신이 옥황상제와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남편의 환생을 믿도록 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이모가 말하길)‘스스로 공부해서 깨달음을 통해서 옥황상제님하고 직접 대화할 수 있다. 1년 6개월을 그대로 두면 환생할 것이다.’"

숨진 남편 이 씨 역시 죽기 직전까지 처이모 말을 굳게 믿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믿음 자체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을 안 갔답니다. 변사자도 본인이 가지 않기를 원해서 병원을 안 갔고, 그러던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거고."

환생을 하려면 병원에 가지 말아야한다는 처이모 지시대로 시름시름 앓다가 병명도 모른 채 사망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10년 치 건강보험관리공단에 10년 치 조회가 돼 있는데 병원진료 내역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숨진 남편은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믿는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가족들과는 이미 오래 전 연락을 끊고 지낸 상태였습니다.

<녹취>이모씨 형 : "‘종교를 그런걸 뭐 믿는가.’ 그랬더니, 내가 (믿지 말라고) 뭐라고 하고 그랬더니 아마 형이 무서워서 (연락이) 안 왔겠죠."

5년 전 동생이 숨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 씨 형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이모씨 형 : "20년간 소식도 없다가 사람 5년 전에 죽었는데... 멀쩡한 동생 그렇게 돼서 내가 기분이 어떻겠어요. 다시 되새기기도 싫고 묻지 말아주세요."

숨진 이 씨는 자녀 넷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장남 뿐이고 나머지 세 자녀는 아버지가 몸이 아파 요양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문주(경사/대구중부경찰서) : "(아이들이 물으면) ‘건강이 안 좋다’, 그 정도. 엄마가 물어보면 화를 내고 하니까..."

경찰은 숨진 이 씨가 병으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아내 곽 씨와 처이모 등을 사체 유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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