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1mm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

입력 2011.04.21 (08:57) 수정 2011.04.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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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의 촉망받던 모델 김유리씨가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숨지기 전에 남긴 글을 보면, 혹독한 다이어트와,

그로 인한 심한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망 당시에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다면서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숨진 김 씨는 키 177센티미터에 체중은 47킬로그램이었습니다.

통상 저체중으로 진단하는 체중에서도 7~8킬로그램이 모자란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인터넷 미니홈피에서 1밀리미터의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줄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패션쇼 무대를 누비던 전도유망한 모델의 갑작스런 죽음에 패션업계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패션모델로 활동 중이던 22살 김유리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18일 월요일 저녁 6시 무렵이었습니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홀로 숨져 있었는데요.

김 씨는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있었고 한 눈에도 온몸이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누군가 침입했거나 외상을 입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동료 모델(음성변조) :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계속 멍했어요. 믿기지도 않고.”

김유리 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하며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각종 패션쇼와 유명 의류 브랜드와 비키니 모델로 활약했고, 지난 2009년에는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정상급 패션쇼 서울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이상봉 씨 무대에 오르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촉망받는 모델이던 김 씨가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동료모델(음성변조) : “(평소에) 늘 밝았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웃고. 안타깝고 보고 싶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뛰어올 것 같아요, 웃으면서.”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가슴이 아프다, 김유리 씨의 사망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며 애통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슈퍼모델 출신 유혜영 아나운서 역시, 트위터 글에 ‘착잡하다. 같은 시기를 보냈기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는데요.

김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을 놓고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망 당시 김 씨는 177센티미터의 키에 몸무게 47킬로그램으로, 의학적으로 저체중으로 진단하는 체중보다도 7~8킬로그램이나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키가) 177cm일 경우, 대략 55kg 미만이면 저체중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전문의들은 저체중 상태가 지속됐다면 심장과 근육, 뇌 기능이 손상됐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요장기들 (손상). 그리고 신진대사가 정상의 약 50% 정도로 감소하게 됩니다."

실제로 김 씨는 프로 모델 데뷔 당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처지를 털어놓았습니다.

<녹취>미니홈피 글 : “너희들이 밥 한 공기 먹을 때 우린 밥 반 공기 먹으면서 저녁 6시 이후로는 물도 입에 대지 않았다. 줄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을 재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1mm의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도 말해, 체중 감량 때문에 심각한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모델들이 체중조절을 위해 겪는 심리적 압박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모델 지망생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하루 단 한 끼, 검은 콩만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모델 지망생(음성변조) : “영양실조가 살짝 걸렸어요. 계속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익숙해요. 다른 모델들을 봤을 때, 마른 몸매를 보고 부담감을 가져서, 자극을 받아서.”

모델들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체중 감량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은 키가 크면서, 깡마른 체형을 지닌 모델만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 때문입니다.

<인터뷰> 패션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옷맵시가 잘 사니까. 옷맵시를 더 잘 받으려고, 살을 더 빼려고 (하겠죠). 뚱뚱한 사람들이 (모델로) 나왔다고 하면 가만히 놔둘까요, 사람들이.”

극심한 체중 조절의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식욕을 상실하는 정신질환 거식증에 걸린 모델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충격적인 누드사진으로 거식증의 위험을 경고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입니다.

키 165센티미터에, 몸무게 30킬로그램의 깡마른 몸매를 가진 카로는 13살 때부터 거식증 증상을 보였는데요.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거식증 반대 캠페인’ 홍보대사 활동까지 벌였지만, 지난해 11월, 자신 역시 거식증으로 28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거식증에 걸리면) 주요 장기들이 위축되어서, 심장박동이 느려진다든가, 소화기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숨진 모델 김유리 씨 역시, 체중이 지나치게 적은데다 다이어트 고통을 호소했던 점을 미뤄, 거식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김 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에서 식사를 한 흔적이 발견된 점과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거식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남경찰서 관계자 : “20일 후에 다시 사인이 정확히 나오면 그 때. (최종)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경찰은 숨진 김 씨가 사망 당시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조직 검사를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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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1mm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
    • 입력 2011-04-21 08:57:22
    • 수정2011-04-21 09: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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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신의 촉망받던 모델 김유리씨가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숨지기 전에 남긴 글을 보면, 혹독한 다이어트와, 그로 인한 심한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망 당시에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다면서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숨진 김 씨는 키 177센티미터에 체중은 47킬로그램이었습니다. 통상 저체중으로 진단하는 체중에서도 7~8킬로그램이 모자란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인터넷 미니홈피에서 1밀리미터의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줄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패션쇼 무대를 누비던 전도유망한 모델의 갑작스런 죽음에 패션업계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패션모델로 활동 중이던 22살 김유리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18일 월요일 저녁 6시 무렵이었습니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홀로 숨져 있었는데요. 김 씨는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있었고 한 눈에도 온몸이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누군가 침입했거나 외상을 입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동료 모델(음성변조) :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계속 멍했어요. 믿기지도 않고.” 김유리 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하며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각종 패션쇼와 유명 의류 브랜드와 비키니 모델로 활약했고, 지난 2009년에는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정상급 패션쇼 서울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이상봉 씨 무대에 오르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촉망받는 모델이던 김 씨가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동료모델(음성변조) : “(평소에) 늘 밝았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웃고. 안타깝고 보고 싶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뛰어올 것 같아요, 웃으면서.”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가슴이 아프다, 김유리 씨의 사망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며 애통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슈퍼모델 출신 유혜영 아나운서 역시, 트위터 글에 ‘착잡하다. 같은 시기를 보냈기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는데요. 김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을 놓고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망 당시 김 씨는 177센티미터의 키에 몸무게 47킬로그램으로, 의학적으로 저체중으로 진단하는 체중보다도 7~8킬로그램이나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키가) 177cm일 경우, 대략 55kg 미만이면 저체중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전문의들은 저체중 상태가 지속됐다면 심장과 근육, 뇌 기능이 손상됐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주요장기들 (손상). 그리고 신진대사가 정상의 약 50% 정도로 감소하게 됩니다." 실제로 김 씨는 프로 모델 데뷔 당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처지를 털어놓았습니다. <녹취>미니홈피 글 : “너희들이 밥 한 공기 먹을 때 우린 밥 반 공기 먹으면서 저녁 6시 이후로는 물도 입에 대지 않았다. 줄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을 재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1mm의 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도 말해, 체중 감량 때문에 심각한 압박감에 시달렸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모델들이 체중조절을 위해 겪는 심리적 압박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모델 지망생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하루 단 한 끼, 검은 콩만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인터뷰> 모델 지망생(음성변조) : “영양실조가 살짝 걸렸어요. 계속 습관이 되다 보니까 익숙해요. 다른 모델들을 봤을 때, 마른 몸매를 보고 부담감을 가져서, 자극을 받아서.” 모델들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체중 감량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은 키가 크면서, 깡마른 체형을 지닌 모델만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 때문입니다. <인터뷰> 패션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옷맵시가 잘 사니까. 옷맵시를 더 잘 받으려고, 살을 더 빼려고 (하겠죠). 뚱뚱한 사람들이 (모델로) 나왔다고 하면 가만히 놔둘까요, 사람들이.” 극심한 체중 조절의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식욕을 상실하는 정신질환 거식증에 걸린 모델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충격적인 누드사진으로 거식증의 위험을 경고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입니다. 키 165센티미터에, 몸무게 30킬로그램의 깡마른 몸매를 가진 카로는 13살 때부터 거식증 증상을 보였는데요. 거식증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거식증 반대 캠페인’ 홍보대사 활동까지 벌였지만, 지난해 11월, 자신 역시 거식증으로 28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율리(교수/신경정신과 전문의) : “(거식증에 걸리면) 주요 장기들이 위축되어서, 심장박동이 느려진다든가, 소화기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숨진 모델 김유리 씨 역시, 체중이 지나치게 적은데다 다이어트 고통을 호소했던 점을 미뤄, 거식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김 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에서 식사를 한 흔적이 발견된 점과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거식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남경찰서 관계자 : “20일 후에 다시 사인이 정확히 나오면 그 때. (최종) 부검 결과가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경찰은 숨진 김 씨가 사망 당시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조직 검사를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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