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에게 ‘돈 갚아라’ 소송

입력 2011.04.2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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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는 사람 뺨을 때린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사기범이 피해자들의 명의를 도용해 이 회사에서 돈을 빌려갔으니, 대신 갚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김해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조윤복 씨는 지난 2007년 한 화물운송업체 사장으로부터 화물차를 한 대 사면 매달 수백만 원씩 주겠다는 말을 듣고 새 차 계약금 천2백만 원과 함께 인감증명서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업체 사장은 조 씨 명의를 도용해 '현대커머셜'이라는 업체로부터 4천만 원을 대출받고 이 돈까지 챙겨 잠적했습니다.

<인터뷰> 조윤복(화물차 사기 피해자) :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금 4천만 원이라는 돈을 빼 썼다는데, 안 미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시 조 씨와 같은 피해자는 14명.

인감도장도, 자필 서명도 심지어 연락처까지 가짜였지만, 현대커머셜 측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대신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대출약정서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해 본인 여부를 확인했고, 전화받은 사람이 실제 명의자 본인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출 과정에 법률적 하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2년 가까운 소송기간 동안 재산압류 등으로 취직도 못하고 당장 생계마저 어려워진 피해자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출금의 70%를 갚기로 합의했습니다.

<인터뷰> 박 모씨(사기 피해자) : “가압류 들어오고 어떻게 해요? 신용불량자 된 사람 있고, 어떻게 더 이상 끌고 가면 힘들 거 같아서..”

사기범에게 빌려준 돈을 개인 피해자들로부터 대신 받아낸 현대커머셜 측은 법적 하자가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관련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KBS 뉴스 김해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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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기 피해자에게 ‘돈 갚아라’ 소송
    • 입력 2011-04-25 07:23:29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우는 사람 뺨을 때린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었습니다. 사기범이 피해자들의 명의를 도용해 이 회사에서 돈을 빌려갔으니, 대신 갚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김해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조윤복 씨는 지난 2007년 한 화물운송업체 사장으로부터 화물차를 한 대 사면 매달 수백만 원씩 주겠다는 말을 듣고 새 차 계약금 천2백만 원과 함께 인감증명서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업체 사장은 조 씨 명의를 도용해 '현대커머셜'이라는 업체로부터 4천만 원을 대출받고 이 돈까지 챙겨 잠적했습니다. <인터뷰> 조윤복(화물차 사기 피해자) :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금 4천만 원이라는 돈을 빼 썼다는데, 안 미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시 조 씨와 같은 피해자는 14명. 인감도장도, 자필 서명도 심지어 연락처까지 가짜였지만, 현대커머셜 측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대신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대출약정서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해 본인 여부를 확인했고, 전화받은 사람이 실제 명의자 본인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출 과정에 법률적 하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2년 가까운 소송기간 동안 재산압류 등으로 취직도 못하고 당장 생계마저 어려워진 피해자들은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출금의 70%를 갚기로 합의했습니다. <인터뷰> 박 모씨(사기 피해자) : “가압류 들어오고 어떻게 해요? 신용불량자 된 사람 있고, 어떻게 더 이상 끌고 가면 힘들 거 같아서..” 사기범에게 빌려준 돈을 개인 피해자들로부터 대신 받아낸 현대커머셜 측은 법적 하자가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관련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KBS 뉴스 김해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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