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아파트’ 상수도 정수시설 세균 득실

<앵커 멘트>

명품 아파트를 표방하며 상수도 자체 정수시설을 설치한 아파트 수돗물, 과연 깨끗할까요?

취재결과, 관리 상태가 엉망이어서 오히려 수돗물을 더 오염시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며 10억짜리 자체 정수시설을 설치한 서울의 한 아파트-ㅂ니다.

수돗물을 다시 여과해 각 세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녹취> 정수시설 관리업체 관계자 : "일반 수돗물에서 세균이 있는 게 세균이 없게 하는거구요. 마이크로 필터라는 것을 거치구요. 세라믹 필터라는게 있습니다."

자체정수 시설은 수돗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장치와 온천수처럼 부드럽게 만든다는 연수장치, 각종 세균을 없애는 자외선 살균장치의 3단계를 거칩니다.

하지만 1차 여과장치 필터는 시꺼멓게 먼지가 껴 있고, 2차 연수장치에는 기름때가 그대로 떠 있습니다.

자체 정수시설을 갖춘 아파트 5곳을 선정해 수질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5곳 가운데 3곳은 불순물이 더 많아졌습니다.

또 물이 부드러워지기는커녕 더 센 물이 된 곳도 3곳이었습니다.

심지어 수돗물에는 없었던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홍성호(숭실대 화학공학과 교수) : "(수돗물에 들어있는) 무기 물질들은 자체 정수 처리시설을 거친다고 해서 과도하게 좋아질 수 없습니다."

더 좋은 물을 먹는 줄 알고 연간 10만 원 정도 비용을 부담해 온 주민들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 "돈을 낼 필요 없다고 생각하죠. 좋아지지 않는데..."

자체 정수시설을 갖춘 아파트는 전국에 400여 곳.

부실한 관리로 수돗물만 못한 물을 돈 들여 쓰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