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아들이 20년째 구타…다리 골절까지

입력 2011.05.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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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집안 어른으로 존경과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 도리어 욕설과 구타 같은 학대에 시달리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 사례가 3년 만에 20%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수영 기자, 노인 학대 실태 어느 정도나 심각한가요?



<리포트>



차마 입에 담기가 꺼려질 정도로 참담한 학대 사례가 한 둘이 아닙니다.



노인 학대 보호기관에서 생활하는 한 70대 부부 경우는 이렇습니다.



텔레비전이 잘 나오지 않아 화가 난다며 어머니를 마구 폭행하고 발길질 한 끝에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폭언과 구타에 시달린 지가 20년쨉니다.



90세가 넘은 한 고령의 할머니는 며느리 주먹질에 곳곳에 멍든 자국이 선명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살던 올해 70살 서모 씨 부부는 지난 3월 이곳 노인복지 시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부인 이모 씨가 35살 아들에게 폭행당해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병원에서 사진 찍으니까 큰 뼈(정강이뼈)는 안 부러지고 이 종아리뼈가 부러졌대요, 종아리뼈. 그래서 이 종아리뼈는 지금도 아파요."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16일, 아들은 텔레비전이 잘 나오지 않자 느닷없이 어머니 이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막 트집 잡으면서 막대기로 머리를 때려서, 막 때려서 여기 멍들었어요."



화가 난 아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씨 다리를 세차게 걷어찼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여기를(다리를) 발로 힘껏 차더라고요. 발로 힘껏 차니까 여기가 푹 들어가더라고요."



아들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 씨는 다리가 부러진 채 어린 손자를 업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지나가는 사람 불러서 119 좀 불러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서 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갔어요."



부러진 다리 말고도 이 씨 몸 곳곳에는 멍든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씨는 아들이 저지른 폭행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아들은 수시로 돈을 요구하며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들이 돈을 요구할 때) 돈 없으니까 없다고 (돈을) 안 주면 막 머리채를 휘어 감아서 패대기쳤어요.‘나 건드려 봐야 돈도 없고, 건드려 봐야 송장 일 한다고’ 그럼 며느리가 막 말리고 하면 그 자리서 떨어져 나갔어요."



아들로부터 구타에 시달리기는 남편 서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나 때리려고 말리면 거기(남편) 때리고. 그러니까 저 양반(남편) 귀가 어둡잖아. (귀가) 어두우니까 성질나니까 때리고... 많이 맞았어요."



부부가 아들의 폭행을 견디며 살아온 세월은 무려 20년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혓바닥을 깨물고 죽고 싶은 생각이 열두 번도 더 나지요. 그래도 아들이니까, 그거 참 병이고 하니까 이해하고 살았지. 그러니까 20년, 30년을 살았지요."



수시로 주먹질 발길질에 시달리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도 부모는 끝까지 아들 걱정을 떨치지 못합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맞아죽는 것도 좋은데 죽는 거는 내가 한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내가 아들한테 맞아 죽으면 살인범을 만들잖아요, 아들을... 그래서 내가 한강에 가서 빠져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올해 93살 고령인 서모 씨는 슬하에 두 아들과 딸을 뒀지만 1년 전까지 가건물에서 홀로 지내 왔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들하고 안 살고 따로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았고 집도 없었어요. 컨테이너 박스에서 거기서 살았어, 나를 산에다 갖다놨다고요."



더 이상 홀로 버티기에는 거동할 기력이 떨어져 둘째 아들 집으로 들어섰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며느리가) 나가라고 밥도 안 준다고 나가라고 했어요. 밥 한 숟갈도 먹지 말라고, 나가라고 했어요."



아들은 2년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집을 비웠고 며느리는 주먹질을 서슴지 않았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주먹으로 때려서 이게 다 시커멓게 이랬거든, 여기가(팔이) 다. 사진 찍은 것도 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폭언과 구타가 이어졌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내쫓기 위해 집 열쇠마저 빼앗으려 들었다고 서 씨는 털어놓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배 위에 올라앉아서 막 그냥 막 그거(집 열쇠) 뺏으려고 무릎을 누르고 뺏으려고 했거든. 그래도 (내가 열쇠를) 안 뺏겼어."



서 씨 며느리는 자신이 시어머니를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박 씨(서 씨 며느리) : "막 이렇게 이X아 하면서 쥐어뜯고 머리채 잡기에 나도 왜 그러느냐고 잡아당긴 것뿐입니다. 멍이 들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자기 성질에 못 이기니까 성질이 그래요. 그 양반이. 저는 그것뿐이지, 진짜 저는 하나 부끄러움이 없어요."



아들도 없는 집에서 며느리와 불화를 감수하며 생활하기가 고통스러웠지만 집을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 전 재산을 처분해 절반을 아들 내외에게 떼어주고 남은 재산은 모두 써버린 탓에 손에 쥔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무것도 없어요, 돈이 지금. 그래서 먹고 살길이 없어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해도 가지도 못 해요."



구타나 폭언 등 심신을 학대하는 행위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천주교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전국 20개 노인보호기관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학대 사례는 지난 2009년 2,674건으로 3년 전인 2006년보다 18퍼센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노명래(사무국장/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 "2005년부터 노인 학대 현황에 관해서 접수를 받아서 현황보고서가 발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5년, 2038건에서 2009년 2674건으로 매년 약 7%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부양받는 노인들 수가 해마다 느는데다 학대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경향이 노인학대 증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노명래(사무국장/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 "학대 피해 노인이 스스로 신고한 경우가 약 25% 정도로 밖에 안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의 권리라든지 보호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후 준비가 열악한 노인들에 대해 복지 대책을 확충하고 노인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풍토가 자리잡지 않는 한 노인학대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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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따라잡기] 아들이 20년째 구타…다리 골절까지
    • 입력 2011-05-11 09: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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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집안 어른으로 존경과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 도리어 욕설과 구타 같은 학대에 시달리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 사례가 3년 만에 20%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수영 기자, 노인 학대 실태 어느 정도나 심각한가요?

<리포트>

차마 입에 담기가 꺼려질 정도로 참담한 학대 사례가 한 둘이 아닙니다.

노인 학대 보호기관에서 생활하는 한 70대 부부 경우는 이렇습니다.

텔레비전이 잘 나오지 않아 화가 난다며 어머니를 마구 폭행하고 발길질 한 끝에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폭언과 구타에 시달린 지가 20년쨉니다.

90세가 넘은 한 고령의 할머니는 며느리 주먹질에 곳곳에 멍든 자국이 선명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살던 올해 70살 서모 씨 부부는 지난 3월 이곳 노인복지 시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부인 이모 씨가 35살 아들에게 폭행당해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병원에서 사진 찍으니까 큰 뼈(정강이뼈)는 안 부러지고 이 종아리뼈가 부러졌대요, 종아리뼈. 그래서 이 종아리뼈는 지금도 아파요."

사건 당일인 지난 3월 16일, 아들은 텔레비전이 잘 나오지 않자 느닷없이 어머니 이 씨를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막 트집 잡으면서 막대기로 머리를 때려서, 막 때려서 여기 멍들었어요."

화가 난 아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씨 다리를 세차게 걷어찼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여기를(다리를) 발로 힘껏 차더라고요. 발로 힘껏 차니까 여기가 푹 들어가더라고요."

아들 손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 씨는 다리가 부러진 채 어린 손자를 업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지나가는 사람 불러서 119 좀 불러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서 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갔어요."

부러진 다리 말고도 이 씨 몸 곳곳에는 멍든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씨는 아들이 저지른 폭행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아들은 수시로 돈을 요구하며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들이 돈을 요구할 때) 돈 없으니까 없다고 (돈을) 안 주면 막 머리채를 휘어 감아서 패대기쳤어요.‘나 건드려 봐야 돈도 없고, 건드려 봐야 송장 일 한다고’ 그럼 며느리가 막 말리고 하면 그 자리서 떨어져 나갔어요."

아들로부터 구타에 시달리기는 남편 서 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나 때리려고 말리면 거기(남편) 때리고. 그러니까 저 양반(남편) 귀가 어둡잖아. (귀가) 어두우니까 성질나니까 때리고... 많이 맞았어요."

부부가 아들의 폭행을 견디며 살아온 세월은 무려 20년이 넘었습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혓바닥을 깨물고 죽고 싶은 생각이 열두 번도 더 나지요. 그래도 아들이니까, 그거 참 병이고 하니까 이해하고 살았지. 그러니까 20년, 30년을 살았지요."

수시로 주먹질 발길질에 시달리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도 부모는 끝까지 아들 걱정을 떨치지 못합니다.

<인터뷰>이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맞아죽는 것도 좋은데 죽는 거는 내가 한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내가 아들한테 맞아 죽으면 살인범을 만들잖아요, 아들을... 그래서 내가 한강에 가서 빠져 죽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올해 93살 고령인 서모 씨는 슬하에 두 아들과 딸을 뒀지만 1년 전까지 가건물에서 홀로 지내 왔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들하고 안 살고 따로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았고 집도 없었어요. 컨테이너 박스에서 거기서 살았어, 나를 산에다 갖다놨다고요."

더 이상 홀로 버티기에는 거동할 기력이 떨어져 둘째 아들 집으로 들어섰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며느리가) 나가라고 밥도 안 준다고 나가라고 했어요. 밥 한 숟갈도 먹지 말라고, 나가라고 했어요."

아들은 2년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집을 비웠고 며느리는 주먹질을 서슴지 않았다고 서 씨는 말합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주먹으로 때려서 이게 다 시커멓게 이랬거든, 여기가(팔이) 다. 사진 찍은 것도 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폭언과 구타가 이어졌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내쫓기 위해 집 열쇠마저 빼앗으려 들었다고 서 씨는 털어놓습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배 위에 올라앉아서 막 그냥 막 그거(집 열쇠) 뺏으려고 무릎을 누르고 뺏으려고 했거든. 그래도 (내가 열쇠를) 안 뺏겼어."

서 씨 며느리는 자신이 시어머니를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박 씨(서 씨 며느리) : "막 이렇게 이X아 하면서 쥐어뜯고 머리채 잡기에 나도 왜 그러느냐고 잡아당긴 것뿐입니다. 멍이 들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자기 성질에 못 이기니까 성질이 그래요. 그 양반이. 저는 그것뿐이지, 진짜 저는 하나 부끄러움이 없어요."

아들도 없는 집에서 며느리와 불화를 감수하며 생활하기가 고통스러웠지만 집을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 전 재산을 처분해 절반을 아들 내외에게 떼어주고 남은 재산은 모두 써버린 탓에 손에 쥔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서 씨(노인 학대 피해자) : "아무것도 없어요, 돈이 지금. 그래서 먹고 살길이 없어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해도 가지도 못 해요."

구타나 폭언 등 심신을 학대하는 행위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천주교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전국 20개 노인보호기관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학대 사례는 지난 2009년 2,674건으로 3년 전인 2006년보다 18퍼센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노명래(사무국장/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 "2005년부터 노인 학대 현황에 관해서 접수를 받아서 현황보고서가 발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5년, 2038건에서 2009년 2674건으로 매년 약 7%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부양받는 노인들 수가 해마다 느는데다 학대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소극적인 경향이 노인학대 증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노명래(사무국장/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 "학대 피해 노인이 스스로 신고한 경우가 약 25% 정도로 밖에 안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의 권리라든지 보호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후 준비가 열악한 노인들에 대해 복지 대책을 확충하고 노인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풍토가 자리잡지 않는 한 노인학대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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