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도 넘은 가정폭력…‘범죄’ 인식 우선

입력 2011.05.2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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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머리 같은데 타박상 입고, 병원 119에 실려갔던 적도 있고..."



<녹취> "애 앞에서도 그렇게 합니다. 술만 몸까지 다 멍이들고. 무서워요. 지금도 잠을 못잡니다."



<앵커 멘트>



언제까지 이런 고통이 계속돼야 할까요?



정부가 오늘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여전히 계속되는 가정 폭력의 그늘, 먼저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결혼 10년 차인 이 여성은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심한 폭행에 시달려 왔습니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집안 일’이라며 그냥 돌아가곤 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남의 가정사? 오죽했으면 맞을까. 여자가 잘못했겠지…경찰관조차도 그런 의식이 있더라고요."



10년 동안 남편으로부터 숱하게 맞아온 이 여성은 결국 집에서 나와 보호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 소유 재산이 있으면 정부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보니 보호소에서도 눈칫밥을 먹고 있습니다.



<녹취> 가정폭력 피해 여성 : "열다섯 명이 입소했는데 (지원금이) 5만 얼마밖에 안 들어왔데요. 남편 눈치를 보나 정부 눈치를 보나. 서럽기는 매한 가지다 하면서 (집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었어요."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여성만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매 맞는 남편의 상담전화가 매년 20~30%씩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 옥(한국남성의 전화 대표) : "작년에 2천8백여 명이 아내 폭력으로 상담을 했어요. 남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보통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해에 가정 폭력 끝에 숨진 남성은 12명, 여성은 57명이나 됐습니다.



<앵커 멘트>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박석호 기자, 왜들 이렇게 서로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걸까요?



<답변>



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원인을 조사했더니 성격 문제가 41% 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경제적인 문제, 음주, 시댁·처가 문제 순이었습니다.



가정폭력 발생 유형을 보면, 1992 년에는 남편이 때린 경우가 28 %, 아내가 때린 경우가 16 % 였는데 지난해 조사 때는 다소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 수치일 뿐 실제로는 가정 폭력 초기에 헤어져 버리는 가정 해체가 증가한 탓에, 가정폭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해체가 늘면서 아동을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겨울 새벽, 병원에 실려온 다섯 살 여자 어린이.



얼굴은 멍투성이, 몸에는 화상 흉터가 가득했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뒤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이는 영양실조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민경(팀장) : "새벽에 병원에 가서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방치된 채 살아가는 어린 남매.



얼마나 맞았는지 누더기처럼 변해버린 피부.



집 나간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뜨거운 냄비를 얹어버린 머리.



모두 사진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지난 3월에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며, 아버지가 3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고, 이보다 한달 전에는 3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그 시신을 쓰레기 더미에 버린 아버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전날 노숙자가 술 마시고 동사한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까 아이였어요."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9천백여 건, 지난 2001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앵커 멘트>



너무 가슴이 아픈데요, 결국 가정 문제를 가정에만 맡길 수는 없겠군요.



오늘 정부도 가정 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죠?



<답변>



그렇습니다.



정부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놨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부부간 폭력이나, 아동 학대 문제가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라고 하겠습니다.



김상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술을 마시고 홧김에 아내와 딸을 폭행한 혐의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이 40대 남성은 지금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녹취> 김00(상담치료 가해자) : "저는 사실 작년에 왔지만 신혼 때도 한두번 비슷한 일이 있긴 했어요."



이처럼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가운데 상당수가 가정폭력을 집안 일로 치부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오늘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의 핵심은 사건 초기부터 심각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선다는 겁니다.



먼저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현장에서 격리나 접근금지 같은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직접 피해자의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거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김교식(차관/여성가족부) : "앞으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엄정하게 처벌을 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정 폭력은 우리사회 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될 중대한 범죄로 국민들이 인식을 하고서..."



여성가족부는 다음달 안에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한 뒤 올 하반기부터 국회와 관계부처 등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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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도 넘은 가정폭력…‘범죄’ 인식 우선
    • 입력 2011-05-24 22:08:20
    뉴스 9
<녹취> "머리 같은데 타박상 입고, 병원 119에 실려갔던 적도 있고..."

<녹취> "애 앞에서도 그렇게 합니다. 술만 몸까지 다 멍이들고. 무서워요. 지금도 잠을 못잡니다."

<앵커 멘트>

언제까지 이런 고통이 계속돼야 할까요?

정부가 오늘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여전히 계속되는 가정 폭력의 그늘, 먼저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결혼 10년 차인 이 여성은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심한 폭행에 시달려 왔습니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집안 일’이라며 그냥 돌아가곤 했습니다.

<녹취> 피해 여성 : "남의 가정사? 오죽했으면 맞을까. 여자가 잘못했겠지…경찰관조차도 그런 의식이 있더라고요."

10년 동안 남편으로부터 숱하게 맞아온 이 여성은 결국 집에서 나와 보호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 소유 재산이 있으면 정부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보니 보호소에서도 눈칫밥을 먹고 있습니다.

<녹취> 가정폭력 피해 여성 : "열다섯 명이 입소했는데 (지원금이) 5만 얼마밖에 안 들어왔데요. 남편 눈치를 보나 정부 눈치를 보나. 서럽기는 매한 가지다 하면서 (집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었어요."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여성만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매 맞는 남편의 상담전화가 매년 20~30%씩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 옥(한국남성의 전화 대표) : "작년에 2천8백여 명이 아내 폭력으로 상담을 했어요. 남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보통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해에 가정 폭력 끝에 숨진 남성은 12명, 여성은 57명이나 됐습니다.

<앵커 멘트>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박석호 기자, 왜들 이렇게 서로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걸까요?

<답변>

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원인을 조사했더니 성격 문제가 41% 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경제적인 문제, 음주, 시댁·처가 문제 순이었습니다.

가정폭력 발생 유형을 보면, 1992 년에는 남편이 때린 경우가 28 %, 아내가 때린 경우가 16 % 였는데 지난해 조사 때는 다소 줄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 수치일 뿐 실제로는 가정 폭력 초기에 헤어져 버리는 가정 해체가 증가한 탓에, 가정폭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해체가 늘면서 아동을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겨울 새벽, 병원에 실려온 다섯 살 여자 어린이.

얼굴은 멍투성이, 몸에는 화상 흉터가 가득했습니다.

부모가 이혼한 뒤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이는 영양실조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민경(팀장) : "새벽에 병원에 가서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는 곳에서 방치된 채 살아가는 어린 남매.

얼마나 맞았는지 누더기처럼 변해버린 피부.

집 나간 엄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뜨거운 냄비를 얹어버린 머리.

모두 사진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지난 3월에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다며, 아버지가 3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고, 이보다 한달 전에는 3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그 시신을 쓰레기 더미에 버린 아버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 (음성변조) : "전날 노숙자가 술 마시고 동사한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까 아이였어요."

지난해 신고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9천백여 건, 지난 2001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앵커 멘트>

너무 가슴이 아픈데요, 결국 가정 문제를 가정에만 맡길 수는 없겠군요.

오늘 정부도 가정 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죠?

<답변>

그렇습니다.

정부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놨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부부간 폭력이나, 아동 학대 문제가 중대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라고 하겠습니다.

김상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술을 마시고 홧김에 아내와 딸을 폭행한 혐의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이 40대 남성은 지금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녹취> 김00(상담치료 가해자) : "저는 사실 작년에 왔지만 신혼 때도 한두번 비슷한 일이 있긴 했어요."

이처럼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가운데 상당수가 가정폭력을 집안 일로 치부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오늘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의 핵심은 사건 초기부터 심각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에 나선다는 겁니다.

먼저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현장에서 격리나 접근금지 같은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직접 피해자의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거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김교식(차관/여성가족부) : "앞으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엄정하게 처벌을 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정 폭력은 우리사회 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될 중대한 범죄로 국민들이 인식을 하고서..."

여성가족부는 다음달 안에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한 뒤 올 하반기부터 국회와 관계부처 등과 함께 관련법 개정을 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상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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