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농산물 판로 막힌다’…불안 속 ‘쉬쉬’

입력 2011.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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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큰 뉴스 중 하나가 주한미군이 과거 이곳저곳의 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주장이죠.



네 특히 경북 칠곡 미군기지 인근의 주민들은 불안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과거 마을주민 여럿이 암으로 숨진 사실도 혹시 이것과 관련있는건 아닌지, 의심하고, 또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그런데 주민들이 자신들의 불안감을 대놓고 드러내질 못하고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취재진 등 외지인들에게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습니다.



수십 년간 이웃 미군기지 땅 속에 고엽제가 묻혀 있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느낀 충격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건강도 걱정이지만 정작 고민은 따로 있습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 때문에 자칫 농작물 판매 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그저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기만을 기다리며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리포트>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농촌 마을.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미군 캠프 캐럴 기지 인근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몇 해 전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우물물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주민들은 오랜 세월 오염된 물을 마셔온 것은 아닌지 의심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귀남(미군기지 인근 주민) : "(걱정을) 많이 하죠. 걱정 안 할 틈이 있습니까. 오염된 독극물이니까 지하수 먹는 분들은 오염된 걸 30년 동안 먹었으니 좋을 리가 있습니까, 안 그래요?"



<녹취> 이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전에는 농약냄새가 나도 먹었다니까(요). 물을 빼놓고 그릇을 씻어도 내 코에 (농약) 냄새가 많이 나더라(고요)"



고엽제 오염에 대한 주민 불안이 높아지면서 칠곡군은 지하수를 쓰는 마을 민방위 급수시설을 폐쇄하고 수영장에 사용하던 지하수도 모두 퍼냈습니다.



<인터뷰> 이영숙(관장/칠곡교육문화회관) : "모든 샤워시설이라든지 모든 물을 상수도로 하는데 수조 물만 지하수로 합니다. 그래서 주민의 불안이 걱정돼서 저희가 물을 빼서 새로 상수도 물로 교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극미량이라고는 하지만 고엽제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마을 지하수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걱정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주민 수가 4백 명 남짓인 마을에서 지난 30년 동안 암 환자가 20명 넘게 발생했다면서 오염된 지하수를 마셨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암 걸린 사람들은 다 돌아가셨잖아요. 작년 섣달에 돌아가시고, 8월에 돌아가시고."



결혼 뒤 55년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올해 76살 김모 씨는 남편을 포함해 친척 4사람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만 해도 암이라 하(더라고요). 그러고 돌아가셨죠. 우리 할아버지. 그래서 5년 있었나, 우리 시숙(도) 돌아가셨지. 그것도 암인가, 암이지 싶어(요). 그다음에 십 년 넘게 있다가 돌아가셨어요. 시동생들 둘."



30년 전,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간암으로 사망했고 5년 뒤에는 시숙 역시 암으로 숨졌습니다.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두 시동생이 암으로 사망했다면서 이 모든 일이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 아니냐며 의심합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이상하다고는 생각도 못 하고 집에 운이 없어서 그러는가 이렇게 생각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제 아니까 아 물을 잘못 먹어서 그러나 (싶습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암 투병중인 이웃 주민들을 거론하며 고엽제 매몰과 지하수 오염이 원인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엽제는 후두암과 폐암 등 각종 암은 물론 피부염과 당뇨병을 일으키고 대를 물려가며 후손에게 척추 기형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뒤 하루하루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취재진 등 외지인들 시선을 의식한 듯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첫날엔 좀 시끄러웠는데 그 다음 날 저런 거 때문에 좀 잠잠해졌잖아요. 말이 새나가서 불안하잖아요."



주민들은 주 소득원인 친환경 농산물이 자칫 이번 사건으로 판매 길이 막히지 않을까 특히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우수 농산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칠곡 참외 판매량이 고엽제 파문 이후 뚝 떨어졌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 : "걱정을 많이 하죠. 지금 여기 주민은 무지 타격을 많이 받죠. 지금 참외 농사짓는 사람들도 서울 올라가도 판로가 안 된다는데."



<인터뷰> 방광석(미군기지 인근 주민) : " 마치 이 지역이 황폐해진 그런 지역으로 느껴지니까 사실 땅값도 다 떨어지고 오는 사람들 쇼핑도 안 오지, 농사짓는 사람들한테는 농산물들도 오염된 땅에서 나서 자란 식물인 것처럼 판정을 받아버리니깐, 사실 판로가 막혀버리고."



마을 읍사무소는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피해 의심 사례들을 제보해줄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고엽제 의혹이 제기된 미군기지 인근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은 과거에 비해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녹취> 왜관읍 관계자 : "아직 확정이 안 되고 규명이 안 된 상황에서는 전부 자제를 한다는 거죠. 여기 사는 주민만 손해지 다른 거 있겠어요? 그것(보상)은 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주민이 보상해줘 (요구)하면 해주겠습니까?"



주민들은 농산물 판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고엽제를 둘러싼 의혹이 하루 빨리 규명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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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30 09: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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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큰 뉴스 중 하나가 주한미군이 과거 이곳저곳의 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주장이죠.

네 특히 경북 칠곡 미군기지 인근의 주민들은 불안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과거 마을주민 여럿이 암으로 숨진 사실도 혹시 이것과 관련있는건 아닌지, 의심하고, 또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그런데 주민들이 자신들의 불안감을 대놓고 드러내질 못하고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취재진 등 외지인들에게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습니다.

수십 년간 이웃 미군기지 땅 속에 고엽제가 묻혀 있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느낀 충격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건강도 걱정이지만 정작 고민은 따로 있습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 때문에 자칫 농작물 판매 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그저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기만을 기다리며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리포트>

경북 칠곡군 왜관읍 한 농촌 마을.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미군 캠프 캐럴 기지 인근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몇 해 전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우물물과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던 주민들은 오랜 세월 오염된 물을 마셔온 것은 아닌지 의심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귀남(미군기지 인근 주민) : "(걱정을) 많이 하죠. 걱정 안 할 틈이 있습니까. 오염된 독극물이니까 지하수 먹는 분들은 오염된 걸 30년 동안 먹었으니 좋을 리가 있습니까, 안 그래요?"

<녹취> 이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전에는 농약냄새가 나도 먹었다니까(요). 물을 빼놓고 그릇을 씻어도 내 코에 (농약) 냄새가 많이 나더라(고요)"

고엽제 오염에 대한 주민 불안이 높아지면서 칠곡군은 지하수를 쓰는 마을 민방위 급수시설을 폐쇄하고 수영장에 사용하던 지하수도 모두 퍼냈습니다.

<인터뷰> 이영숙(관장/칠곡교육문화회관) : "모든 샤워시설이라든지 모든 물을 상수도로 하는데 수조 물만 지하수로 합니다. 그래서 주민의 불안이 걱정돼서 저희가 물을 빼서 새로 상수도 물로 교체하기로 하였습니다."

극미량이라고는 하지만 고엽제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마을 지하수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걱정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주민 수가 4백 명 남짓인 마을에서 지난 30년 동안 암 환자가 20명 넘게 발생했다면서 오염된 지하수를 마셨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암 걸린 사람들은 다 돌아가셨잖아요. 작년 섣달에 돌아가시고, 8월에 돌아가시고."

결혼 뒤 55년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올해 76살 김모 씨는 남편을 포함해 친척 4사람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만 해도 암이라 하(더라고요). 그러고 돌아가셨죠. 우리 할아버지. 그래서 5년 있었나, 우리 시숙(도) 돌아가셨지. 그것도 암인가, 암이지 싶어(요). 그다음에 십 년 넘게 있다가 돌아가셨어요. 시동생들 둘."

30년 전,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간암으로 사망했고 5년 뒤에는 시숙 역시 암으로 숨졌습니다.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두 시동생이 암으로 사망했다면서 이 모든 일이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이 사실이기 때문 아니냐며 의심합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그때는 이상하다고는 생각도 못 하고 집에 운이 없어서 그러는가 이렇게 생각하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제 아니까 아 물을 잘못 먹어서 그러나 (싶습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암 투병중인 이웃 주민들을 거론하며 고엽제 매몰과 지하수 오염이 원인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엽제는 후두암과 폐암 등 각종 암은 물론 피부염과 당뇨병을 일으키고 대를 물려가며 후손에게 척추 기형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뒤 하루하루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취재진 등 외지인들 시선을 의식한 듯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첫날엔 좀 시끄러웠는데 그 다음 날 저런 거 때문에 좀 잠잠해졌잖아요. 말이 새나가서 불안하잖아요."

주민들은 주 소득원인 친환경 농산물이 자칫 이번 사건으로 판매 길이 막히지 않을까 특히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우수 농산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칠곡 참외 판매량이 고엽제 파문 이후 뚝 떨어졌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 모씨(미군기지 인근 주민) : "걱정을 많이 하죠. 지금 여기 주민은 무지 타격을 많이 받죠. 지금 참외 농사짓는 사람들도 서울 올라가도 판로가 안 된다는데."

<인터뷰> 방광석(미군기지 인근 주민) : " 마치 이 지역이 황폐해진 그런 지역으로 느껴지니까 사실 땅값도 다 떨어지고 오는 사람들 쇼핑도 안 오지, 농사짓는 사람들한테는 농산물들도 오염된 땅에서 나서 자란 식물인 것처럼 판정을 받아버리니깐, 사실 판로가 막혀버리고."

마을 읍사무소는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된 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피해 의심 사례들을 제보해줄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고엽제 의혹이 제기된 미군기지 인근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은 과거에 비해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녹취> 왜관읍 관계자 : "아직 확정이 안 되고 규명이 안 된 상황에서는 전부 자제를 한다는 거죠. 여기 사는 주민만 손해지 다른 거 있겠어요? 그것(보상)은 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주민이 보상해줘 (요구)하면 해주겠습니까?"

주민들은 농산물 판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안감을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고엽제를 둘러싼 의혹이 하루 빨리 규명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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