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잇딴 자살

입력 2001.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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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모나 그 가까운 친구들까지 그 자살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혼자서 고민하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자살 실태를 황응구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9일 부산의 한 여고생이 아파트 1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사소한 꾸지람을 듣던 중 갑작스럽게 벌어진 투신자살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16일 수원에서는 2명의 남학생이 아파트 12층 복도에서 함께 몸을 던졌습니다.
⊙기자: 신발이 슬리퍼하고 운동화?
⊙인터뷰: 난간 앞에 가지런히 벗어놨어요.
⊙기자: 자살 직전 학생들의 모습이 촬영된 엘리베이터 CCTV 화면입니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는 등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 불과 10여 분 만에 투신자살했습니다.
잇따른 두 건의 청소년 자살 모두 얘기치 못한 죽음이어서 주변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조차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자살한 학생 친구: 아무 이유 없이, 이유 갖고 있었으면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뭔가 저한테 느낌을 줬겠죠.
8월 말에 원서 쓸 걱정하고, 나도 답답해 미치겠어요.
⊙기자: 이처럼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모나 가까운 친구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박진생(소아청소년상담 전문의):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착실해 보이고 아주 모범적인 이런 학생이 사실은 속으로는 굉장히 불만이나 화가 쌓여오다가 어느 순간에 계기가 주어지면 아주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그런 방법을 택할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죠.
⊙기자: 부모나 친구들과의 대화가 단절된 채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인터넷입니다.
대부분의 자살사이트가 폐쇄된 지금도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함께 자살할 동반자를 구하고 있는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지금 3명 다 있거든요. 좀 있다가 차 안 다닐 때 (자살)할려구요.
⊙기자: 혹시 장난이 아닌지 묻자 강하게 부인합니다.
⊙인터뷰: 동생만 장난 아니면 좋은데 우리 오늘 (자살)할거예요, 오늘.
⊙기자: 이들이 모여 있다는 장소로 가봤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이들은 술을 마시며 자살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청산가리 있잖아, 그거 구하자구.
청산가리만 구하면 자살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기자: 언뜻 보기에는 활달해 보였지만 자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기색들입니다.
⊙인터뷰: 처음 봤을 때 딱 쟤는 자살하고 싶겠다 아니다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다 자기가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거지.
⊙기자: 취재진이 직접 대화를 시도하며 만류하자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인터뷰: 내가 생각하기에 자기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자기 인생이니까.
나 말 안 할래. 그냥 가면 돼요, 가시라구요.
⊙기자: 결국 취재진의 설득 끝에 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박진생(소아청소년상담 전문의): 학교라든지 부모 또 여러 친척이나 친구들이 그런 것을 잘 이렇게 말하자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아주 조용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라 할지라도 속에 어떤 불만이 쌓여 있는지 거기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그러나 가족과 친구를 둔 청소년에게 자살은 개인만의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살을 막아내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뉴스 황응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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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잇딴 자살
    • 입력 2001-08-23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모나 그 가까운 친구들까지 그 자살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혼자서 고민하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자살 실태를 황응구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9일 부산의 한 여고생이 아파트 1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사소한 꾸지람을 듣던 중 갑작스럽게 벌어진 투신자살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16일 수원에서는 2명의 남학생이 아파트 12층 복도에서 함께 몸을 던졌습니다. ⊙기자: 신발이 슬리퍼하고 운동화? ⊙인터뷰: 난간 앞에 가지런히 벗어놨어요. ⊙기자: 자살 직전 학생들의 모습이 촬영된 엘리베이터 CCTV 화면입니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는 등 여유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 불과 10여 분 만에 투신자살했습니다. 잇따른 두 건의 청소년 자살 모두 얘기치 못한 죽음이어서 주변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조차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자살한 학생 친구: 아무 이유 없이, 이유 갖고 있었으면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뭔가 저한테 느낌을 줬겠죠. 8월 말에 원서 쓸 걱정하고, 나도 답답해 미치겠어요. ⊙기자: 이처럼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모나 가까운 친구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박진생(소아청소년상담 전문의):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착실해 보이고 아주 모범적인 이런 학생이 사실은 속으로는 굉장히 불만이나 화가 쌓여오다가 어느 순간에 계기가 주어지면 아주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그런 방법을 택할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죠. ⊙기자: 부모나 친구들과의 대화가 단절된 채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인터넷입니다. 대부분의 자살사이트가 폐쇄된 지금도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함께 자살할 동반자를 구하고 있는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시도했습니다. ⊙인터뷰: 지금 3명 다 있거든요. 좀 있다가 차 안 다닐 때 (자살)할려구요. ⊙기자: 혹시 장난이 아닌지 묻자 강하게 부인합니다. ⊙인터뷰: 동생만 장난 아니면 좋은데 우리 오늘 (자살)할거예요, 오늘. ⊙기자: 이들이 모여 있다는 장소로 가봤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이들은 술을 마시며 자살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청산가리 있잖아, 그거 구하자구. 청산가리만 구하면 자살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기자: 언뜻 보기에는 활달해 보였지만 자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기색들입니다. ⊙인터뷰: 처음 봤을 때 딱 쟤는 자살하고 싶겠다 아니다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다 자기가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거지. ⊙기자: 취재진이 직접 대화를 시도하며 만류하자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인터뷰: 내가 생각하기에 자기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자기 인생이니까. 나 말 안 할래. 그냥 가면 돼요, 가시라구요. ⊙기자: 결국 취재진의 설득 끝에 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박진생(소아청소년상담 전문의): 학교라든지 부모 또 여러 친척이나 친구들이 그런 것을 잘 이렇게 말하자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아주 조용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라 할지라도 속에 어떤 불만이 쌓여 있는지 거기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그러나 가족과 친구를 둔 청소년에게 자살은 개인만의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살을 막아내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뉴스 황응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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