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의심·모욕 당해” vs “재판 위한 질문”

<앵커 멘트>



성폭행 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판사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숨진 여성은 유서에서 판사가 또 다른 성폭행 피해 사실을 거론하는 등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고 법원 측은 모욕적 발언이 없었고 심리를 위한 질문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정수영기자, 재판 당시 오간 대화가 공개되면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 어떻습니까?



<리포트>



문제가 된 재판 당시 공판 기록을 공개하는데 대해 법원측은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잇습니다.



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성폭행을 당했던 전력 등을 판사가 거론해 무척 모욕적이었다, 재판중인 성폭행 사건 역시 자신이 합의금을 노리고 꾸민 짓인 양 의심해 억울하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측은 곤혹스러워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모욕적인 발언은 있을 수 없으며 사실 파악을 위한 질문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지난 6월 1일 오후 4시 50분 경.



서울의 한 호텔의 관리자 조 모 씨는 한 객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퇴실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연락이 없는 투숙객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비상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고 방 안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욕실 문을 열자 20대 여성이 숨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신만기(경감/구로경찰서 형사과) : "수면제 케이스가 30개에서 40개가 있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많이 없어진 상태죠. 그런 것으로 보아서 다량으로 복용하지 않았느냐 추정하고 있습니다."



숨진 여성은 중국 동포였다가 10년 전 귀화한 29살 변모 씨로, 사망 며칠 전 법정에 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변 씨는 지난 1월 1일 중국인 어학연수생 23세 진 모씨로부터 자신이 머무르던 고시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진 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진 씨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중이었습니다.



변 씨는 유서에서 재판 도중 판사가 자신의 과거 행적을 거론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습니다.



판사를 향해 격한 분노와 원망을 여과없이 내비치는 대목도 눈에 띕니다.



어머니를 상대로 자신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호소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변 씨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가 속한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모욕감을 준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녹취> 법원 관계자 (음성 대역) : "피해자가 강간(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해서 재판을 받으러, 증언을 하러 나왔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뭐, 자기 말을 못 믿어준다, 그렇게 생각을 했을 수는 있겠지마는 그렇다고 해서 거기서 모욕적인 표현이라는,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숨진 변 씨는 또한 자신이 성폭행을 신고한 일이 합의금을 노리고 꾸며낸 거짓인 것처럼 느끼도록 판사가 발언했다고 유서에서 주장했습니다.



합의금을 노린 무고가 아니라며 판사를 상대로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법원 측은 재판부가 사건 심리 과정에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건넸을 뿐 숨진 변 씨가 무고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품고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녹취> 법원 관계자(음성 대역) : "무고라는 말 자체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느낌은 그럴 수 있겠죠. 자기 말을 안 믿어주니까 이게 무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질문을 안 할 수 없잖습니까?"



변 씨는 또한 유서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성폭행 범죄 진상을 밝혀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그간 벌어놓은 돈 5천만 원을 인출해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며 그 중 천만 원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변 씨가 재판 과정에서 모욕과 무고 의심을 당했다는 취지로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유족 측은 변 씨 유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담당 재판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법원 측은 변 씨가 문제 삼은 재판에서 판사와 변 씨 사이에 오간 대화 등 공판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해명합니다.



<녹취> 법원 관계자 (음성 대역) : "이건 공개하기는 어려워요. 왜냐면은 더군다나 피해자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라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기록 공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피의자 진 씨는 지난 4월 말 보석으로 석방된 뒤 변 씨가 숨지자 행방을 감췄다가 지난 11일 검거돼 재수감됐습니다.



검찰은 진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오는 24일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