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서울은 문화재 보고” 개발-보존 진퇴양난

입력 2011.07.02 (21: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파기만 하면 문화재가 나오다고 할 정도로 서울 사대문 안 땅 속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그런데 곳곳이 개발되면서 묻혀있던 문화재들이 발굴됐지만 다시 땅 속으로 묻히는 신세라는데요.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먼저 최건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광화문 근처 재개발 현장,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주거지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조선 세종 때 개발된 개인화기 '세총통'이 출토됐고, 서양인 얼굴 모양의 고려시대 향로와 도자기 의자 등 다양한 문화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발굴현장 옆에 마련된 창고에는 출토된 문화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문화재 몇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땅속에 다시 묻었지만, 최근 문화재청이 매립을 금지하면서 처리가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인터뷰>김홍식(원장/한울문화재연구원) : "한 때는 이걸 매립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매립하지 않고... 그래서 국가 전체로 봐서 이러한 것들을 모아둘 수 있는 창고 필요성을 느껴가지고..."

서울 역사박물관도 발굴된 문화재 전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김수정(서울시 문화재과 조사연구팀장) : "국가귀속 처리되는 유물들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부 수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밖의 유물에 대해서는 분류 평가를 통해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과거, 개발 논리에 밀려 많은 문화재가 사라진 서울에서 그나마 발견된 유물들마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앵커 멘트>

유물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내에서 지표조사가 진행된 33곳 가운데 13곳에서 매장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대문 안쪽에 대해서만이라도 개발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정인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 신청사가 들어설 서울 광장입니다.

조선시대 신무기 등 문화재 7백여 점이 출토되면서 공사도 7개월 넘게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최형수(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학예연구사) : "사실은 그 유물의 잔존 가능성에 대해서 저희가 알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지표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매립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건설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공사도중 예기치 않게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대문 안은 지뢰밭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녹취> 시행사 관계자 : "공사가 6개월째 중단되면서 현재 금융비용만 수입 억 원이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화재 지표 조사보다 개발이 먼저 진행되면서 유물이 어디에 얼마나 묻혀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서울 사대문 안 문화재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류훈(서울시 도시관리과장) : "역사 문화 자원 보존에 대한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개발, 정비, 관리에 대한 기본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자체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석(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지상에 있는 것들이 사라지면서 땅속에 있는 오래된 것들도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재개발 안 하는 것이 오래된 서울을 지키는 것이죠."

개발과 문화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서울시, 재산권 침해와 보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집중진단] “서울은 문화재 보고” 개발-보존 진퇴양난
    • 입력 2011-07-02 21:50:28
    뉴스 9
<앵커 멘트> 파기만 하면 문화재가 나오다고 할 정도로 서울 사대문 안 땅 속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그런데 곳곳이 개발되면서 묻혀있던 문화재들이 발굴됐지만 다시 땅 속으로 묻히는 신세라는데요.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먼저 최건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광화문 근처 재개발 현장,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주거지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조선 세종 때 개발된 개인화기 '세총통'이 출토됐고, 서양인 얼굴 모양의 고려시대 향로와 도자기 의자 등 다양한 문화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발굴현장 옆에 마련된 창고에는 출토된 문화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문화재 몇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땅속에 다시 묻었지만, 최근 문화재청이 매립을 금지하면서 처리가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인터뷰>김홍식(원장/한울문화재연구원) : "한 때는 이걸 매립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매립하지 않고... 그래서 국가 전체로 봐서 이러한 것들을 모아둘 수 있는 창고 필요성을 느껴가지고..." 서울 역사박물관도 발굴된 문화재 전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김수정(서울시 문화재과 조사연구팀장) : "국가귀속 처리되는 유물들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부 수용하고 있습니다만, 그 밖의 유물에 대해서는 분류 평가를 통해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과거, 개발 논리에 밀려 많은 문화재가 사라진 서울에서 그나마 발견된 유물들마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앵커 멘트> 유물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09년 서울시내에서 지표조사가 진행된 33곳 가운데 13곳에서 매장 유적이 발견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대문 안쪽에 대해서만이라도 개발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정인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 신청사가 들어설 서울 광장입니다. 조선시대 신무기 등 문화재 7백여 점이 출토되면서 공사도 7개월 넘게 지연됐습니다. <인터뷰> 최형수(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학예연구사) : "사실은 그 유물의 잔존 가능성에 대해서 저희가 알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지표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매립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건설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공사도중 예기치 않게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대문 안은 지뢰밭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녹취> 시행사 관계자 : "공사가 6개월째 중단되면서 현재 금융비용만 수입 억 원이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화재 지표 조사보다 개발이 먼저 진행되면서 유물이 어디에 얼마나 묻혀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서울 사대문 안 문화재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류훈(서울시 도시관리과장) : "역사 문화 자원 보존에 대한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개발, 정비, 관리에 대한 기본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자체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석(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지상에 있는 것들이 사라지면서 땅속에 있는 오래된 것들도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재개발 안 하는 것이 오래된 서울을 지키는 것이죠." 개발과 문화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서울시, 재산권 침해와 보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정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