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내몰린 소녀들

입력 2011.07.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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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3살, 14살 소녀면 학교에 다니면서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죠, 그런데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이런 어린 나이에 성매매에 나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집안의 가난과 정부의 무관심이 겹쳐 미성년자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이들의 성을 사는 주고객이라고 합니다.

꿈 대신 돈을 선택해야 하는 케냐의 소녀들.. 심인보 순회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하얀 백사장을 따라 늘어선 야자 나무들, 그리고 해변을 여유롭게 거니는 낙타들. 케냐 몸바사가 아니면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따뜻한 인도양 바다는 휴양지로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입니다.

중세시절부터 항구로 유명했던 몸바사에는 아랍과 인도, 유럽 문화의 흔적이 골고루 남아있어 유적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때문에 케냐인들은 물론 유럽과 중동, 인도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옵니다.

몸바사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든 건 이런 아름다운 해안과 오랜 역사 뿐만은 아닙니다.

이곳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몸바사의 유명한 밤 문화입니다.

몸바사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 클럽 한 곳을 찾아갔습니다. 입구에서 철저한 몸수색을 거친 뒤, 우리 돈으로 3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면 클럽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십 명의 남녀들이 격정적인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나이트 클럽들은 밤 11시쯤 문을 열기 시작해 새벽 2시가 되면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릅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과 현지의 흑인 여성이 짝을 지어 춤을 추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벽 3시를 넘어가자, 함께 춤을 추던 남녀 커플들이 하나 둘씩 짝을 지어 밖으로 나갑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현지 여성이 함께 나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떤 남녀는 나이트 클럽에 딸려 있는 숙소로 곧장 들어갑니다. 나이트 클럽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현지 여성들은 손님을 구하러 온 성매매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전직 성매매 여성 : “나이트 클럽은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사무실과 같아요. 그들은 거기서 고객을 구하고 그걸로 생계를 이어가죠. 그들에게는 사무실입니다.”

입장료가 없어 나이트 클럽에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은 클럽 주변에서 서성대며 손님을 찾습니다. 실제로 거리 곳곳에서 가격 흥정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성은 클럽에 들어가려는 손님에게 접근해 흥정을 한 후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전직 성매매 여성 : “어리거나 나이 들었거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기 일에 열중하는 걸 볼 수 있죠.”

여성들 가운데는 아직 만 18살이 되지 않은 미성년자들도 많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이 여성, 브렌다도 그 가운데 한명입니다.

대낮에 만난 브렌다는 화장기가 좀 있을 뿐 제 나이인 17살의 평범한 청소년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브렌다는 성매매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브렌다 음와키(17살) :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니까...12살 때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집에 돈을 가져다 줘야 했으니까요.”

나름 유복했던 가정은 아버지가 죽은 뒤 브렌다의 성매매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렌다 음와키(17살) : "집이 있다거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현금이 있는 건 아니죠. 우리 집에는 돈을 버는 사람이 없으니까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계속 해야 해요."

매일 밤 어두운 밤거리로 딸을 내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인터뷰> 마리아나 아와씨(브렌다 어머니) : "내 딸들이 그런 일을 하는데 어떻게 내가 행복하겠어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내가 돈이 없으니까 학교에도 못 보내고. 대학에 갔더라면 적어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는 않겠죠. 저한테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낮에는 미용사로 일하지만, 머리손질 한 번에 수입이 2천 원에 불과한데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친구나 이웃 정도 뿐입니다. 반면 성매매를 나가면 운이 좋을 경우 하룻밤에 3만 원까지도 벌 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브렌다의 여동생까지 종종 일을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바이올렛 음와키(15살) :"가끔은 통신회사의 홍보일 같은 일을 할 때도 있어요.하지만 그런 일은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면 끝나버려요."

그래도 브렌다네 집안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마리아나 아와씨(브렌다 어머니) :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편입니다. 이 마을의 다른 집들은 대부분 돌봐야 할 아기가 있거든요."

같은 마을의 파투마는 올해 16살이지만 벌써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파투마는 5년 전, 11살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남성들 가운데 두 아이의 아버지를 가려내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아이들의 아버지가 누군가요?) 저도 누구의 아이인지 잘 몰라요. 아마도 각각 다른 사람이겠죠.”

아이들뿐 아니라 집안 전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 일을 나갈 때마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게 고민입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그냥 아이들끼리 자도록 내버려 둬요. (아이들이 잠을 안자면요?) 안 자면 약을 먹여요.”

하지만 영어를 못해 현지 남성들만 상대하다보니 많은 수입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어떤 손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요. 보통 일주일에 4천이나 5천 실링(5,6만원)을 벌어요. 일주일에 7일 일하고 하루에 5명 정도를 만나요.”

몸바사 해변의 화려한 호텔들 뒤편에는 이런 빈민촌들이 모여있습니다. 브렌다도, 파투마도 바로 이 빈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성매매 소녀들이 살고 있는, 몸바사 해변 바로 뒤쪽의 마을입니다. 이곳의 소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성 매매에 종사하고 있고, 30%는 HIV 보균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라는 몸바사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근 마을의 소녀들이 성매매 산업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성매매 소녀들에게 가장 절박한 건 매일 밤 어떻게든 손님을 찾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에 비하면 에이즈는 먼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입니다. 14살 안젤라도 그랬습니다. 13살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했지만 에이즈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젤라(14살) : "사람들이 제게 자꾸 약을 줬어요. 하지만 무슨 약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임신을 하고 나서야 그게 HIV 약이라고 말해주더군요."

6개월 전에 태어난 아기는 다행히 음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저에게는 유일하게 기쁜 일이죠.”

HIV 양성판정을 받고 나서도 안젤라는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에이즈나 성병의 위험은 최우선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인터뷰>"(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5천 실링, 콘돔을 사용하면 200실링 주겠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5천 실링을 택하겠어요."

위험한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생계가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하룻밤에 우리돈 천 5백원에서 5천원 정도를 벌어 생활비로 쓰고 일부는 고향에 보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몸바사 주변에만 4만 3천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60%가량은 13살 이전에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오덴보(시민단체 관계자) : “저는 사람들이, 특히 관광객들이 단지 우리 아이들과 섹스를 하기 위해 이 나라에 온다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소녀들이 성매매에 나서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실업과 가난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오덴보(시민단체 관계자) : “가난한 부모들은 돈이 없어요. 누군가 자신의 아이들과 잔다고 해서 그들이 경찰에 신고할까요? 그들이 돈을 받고 침묵하면 어쨌든 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관광수입이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케냐 정부의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성매매 소녀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렌다(17살) : "변호사가 돼서 떳떳하게 번 돈으로 가족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인터뷰> 파투마(16살) : "직업훈련 학교에 다녀서, 옷을 만드는 재봉사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안젤라(14살) : "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은 가장 큰 소원이죠."

타고난 가난과 관광객의 욕정이 빚어낸 섹스 관광이 번성하면 할수록 소녀들의 소박한 꿈은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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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에 내몰린 소녀들
    • 입력 2011-07-17 08:54:2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13살, 14살 소녀면 학교에 다니면서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죠, 그런데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이런 어린 나이에 성매매에 나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집안의 가난과 정부의 무관심이 겹쳐 미성년자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이들의 성을 사는 주고객이라고 합니다. 꿈 대신 돈을 선택해야 하는 케냐의 소녀들.. 심인보 순회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하얀 백사장을 따라 늘어선 야자 나무들, 그리고 해변을 여유롭게 거니는 낙타들. 케냐 몸바사가 아니면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따뜻한 인도양 바다는 휴양지로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입니다. 중세시절부터 항구로 유명했던 몸바사에는 아랍과 인도, 유럽 문화의 흔적이 골고루 남아있어 유적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때문에 케냐인들은 물론 유럽과 중동, 인도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옵니다. 몸바사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든 건 이런 아름다운 해안과 오랜 역사 뿐만은 아닙니다. 이곳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몸바사의 유명한 밤 문화입니다. 몸바사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 클럽 한 곳을 찾아갔습니다. 입구에서 철저한 몸수색을 거친 뒤, 우리 돈으로 3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면 클럽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십 명의 남녀들이 격정적인 아프리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나이트 클럽들은 밤 11시쯤 문을 열기 시작해 새벽 2시가 되면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릅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과 현지의 흑인 여성이 짝을 지어 춤을 추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벽 3시를 넘어가자, 함께 춤을 추던 남녀 커플들이 하나 둘씩 짝을 지어 밖으로 나갑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현지 여성이 함께 나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떤 남녀는 나이트 클럽에 딸려 있는 숙소로 곧장 들어갑니다. 나이트 클럽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현지 여성들은 손님을 구하러 온 성매매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전직 성매매 여성 : “나이트 클럽은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사무실과 같아요. 그들은 거기서 고객을 구하고 그걸로 생계를 이어가죠. 그들에게는 사무실입니다.” 입장료가 없어 나이트 클럽에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은 클럽 주변에서 서성대며 손님을 찾습니다. 실제로 거리 곳곳에서 가격 흥정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여성은 클럽에 들어가려는 손님에게 접근해 흥정을 한 후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합니다. <인터뷰> 전직 성매매 여성 : “어리거나 나이 들었거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기 일에 열중하는 걸 볼 수 있죠.” 여성들 가운데는 아직 만 18살이 되지 않은 미성년자들도 많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혹하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이 여성, 브렌다도 그 가운데 한명입니다. 대낮에 만난 브렌다는 화장기가 좀 있을 뿐 제 나이인 17살의 평범한 청소년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브렌다는 성매매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브렌다 음와키(17살) :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니까...12살 때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집에 돈을 가져다 줘야 했으니까요.” 나름 유복했던 가정은 아버지가 죽은 뒤 브렌다의 성매매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렌다 음와키(17살) : "집이 있다거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현금이 있는 건 아니죠. 우리 집에는 돈을 버는 사람이 없으니까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계속 해야 해요." 매일 밤 어두운 밤거리로 딸을 내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인터뷰> 마리아나 아와씨(브렌다 어머니) : "내 딸들이 그런 일을 하는데 어떻게 내가 행복하겠어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내가 돈이 없으니까 학교에도 못 보내고. 대학에 갔더라면 적어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는 않겠죠. 저한테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낮에는 미용사로 일하지만, 머리손질 한 번에 수입이 2천 원에 불과한데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친구나 이웃 정도 뿐입니다. 반면 성매매를 나가면 운이 좋을 경우 하룻밤에 3만 원까지도 벌 수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는 브렌다의 여동생까지 종종 일을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바이올렛 음와키(15살) :"가끔은 통신회사의 홍보일 같은 일을 할 때도 있어요.하지만 그런 일은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면 끝나버려요." 그래도 브렌다네 집안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마리아나 아와씨(브렌다 어머니) :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편입니다. 이 마을의 다른 집들은 대부분 돌봐야 할 아기가 있거든요." 같은 마을의 파투마는 올해 16살이지만 벌써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파투마는 5년 전, 11살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남성들 가운데 두 아이의 아버지를 가려내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아이들의 아버지가 누군가요?) 저도 누구의 아이인지 잘 몰라요. 아마도 각각 다른 사람이겠죠.” 아이들뿐 아니라 집안 전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 일을 나갈 때마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게 고민입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그냥 아이들끼리 자도록 내버려 둬요. (아이들이 잠을 안자면요?) 안 자면 약을 먹여요.” 하지만 영어를 못해 현지 남성들만 상대하다보니 많은 수입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파투마 하미스(16살) : “어떤 손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요. 보통 일주일에 4천이나 5천 실링(5,6만원)을 벌어요. 일주일에 7일 일하고 하루에 5명 정도를 만나요.” 몸바사 해변의 화려한 호텔들 뒤편에는 이런 빈민촌들이 모여있습니다. 브렌다도, 파투마도 바로 이 빈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성매매 소녀들이 살고 있는, 몸바사 해변 바로 뒤쪽의 마을입니다. 이곳의 소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성 매매에 종사하고 있고, 30%는 HIV 보균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적인 휴양지라는 몸바사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근 마을의 소녀들이 성매매 산업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성매매 소녀들에게 가장 절박한 건 매일 밤 어떻게든 손님을 찾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에 비하면 에이즈는 먼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입니다. 14살 안젤라도 그랬습니다. 13살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했지만 에이즈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젤라(14살) : "사람들이 제게 자꾸 약을 줬어요. 하지만 무슨 약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임신을 하고 나서야 그게 HIV 약이라고 말해주더군요." 6개월 전에 태어난 아기는 다행히 음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저에게는 유일하게 기쁜 일이죠.” HIV 양성판정을 받고 나서도 안젤라는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에이즈나 성병의 위험은 최우선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인터뷰>"(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5천 실링, 콘돔을 사용하면 200실링 주겠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5천 실링을 택하겠어요." 위험한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생계가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하룻밤에 우리돈 천 5백원에서 5천원 정도를 벌어 생활비로 쓰고 일부는 고향에 보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몸바사 주변에만 4만 3천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60%가량은 13살 이전에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오덴보(시민단체 관계자) : “저는 사람들이, 특히 관광객들이 단지 우리 아이들과 섹스를 하기 위해 이 나라에 온다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소녀들이 성매매에 나서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실업과 가난입니다. <인터뷰> 그레이스 오덴보(시민단체 관계자) : “가난한 부모들은 돈이 없어요. 누군가 자신의 아이들과 잔다고 해서 그들이 경찰에 신고할까요? 그들이 돈을 받고 침묵하면 어쨌든 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관광수입이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케냐 정부의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성매매 소녀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렌다(17살) : "변호사가 돼서 떳떳하게 번 돈으로 가족들을 지켜주고 싶어요." <인터뷰> 파투마(16살) : "직업훈련 학교에 다녀서, 옷을 만드는 재봉사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안젤라(14살) : "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은 가장 큰 소원이죠." 타고난 가난과 관광객의 욕정이 빚어낸 섹스 관광이 번성하면 할수록 소녀들의 소박한 꿈은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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