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또 댐 건설? 기로에 선 메콩강

입력 2011.07.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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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 메콩강이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댐 건설 문제로 이웃 나라들간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구요?

네, 라오스가 메콩강 중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죠..

댐 건설로 경제 발전을 이뤄보겠다는 라오스,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한재호 특파원이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메콩강. 중국 티벳에서 출발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돌고 돌아 남중국해로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대동맥입니다. 전장 4,200㎞의 이 길고 긴 강줄기는 '모든 강의 어머니'란 이름처럼 인도차이나 다섯 개 나라를 넉넉히 품어 풍부한 물과 식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고깃배의 요란한 발동기 소리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각종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선들로 강은 늘 풍요와 생기로 넘칩니다.

이 메콩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 6천만명입니다. 이들에게 메콩강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생활의 터전이요, 삶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새벽 5시. 아직 날이 새지 않았지만 부둣가는 벌써 어민과 어선들로 북적입니다. 강에서 밤새 잡아온 고기들을 그물에서 퍼올려 바구니에 담느라 모두들 여념이 없습니다. 물밖으로 나온 싱싱한 물고기들은 아직도 힘이 넘칩니다. 손바닥 만한 붕어며, 팔뚝 크기의 메기까지 그물속엔 아직도 물고기들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유(어민) : "물고기 1.5톤 씩을 매일 배로 싣고 와서 이곳 어시장에 내다 팝니다."

어민들이 익숙한 솜씨로 물고기를 담은 바구니를 메고 부둣가 어시장으로 들어갑니다. 54년 역사의 메콩델타 최대 민물고기 시장입니다.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시장 여기 저기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소리가 왁자지껄합니다. 여기서 상인 2백 여명이 물고기를 나르고 다듬고 팔아 생계를 잇습니다.

<인터뷰> 끄이(어시장 상인) : "여기서 장사해서 두 아이 학교 보내고 가족도 먹고 살아요."

이 어시장에서 하루 동안 거래되는 민물고기가 3천 만원 어치. 땀을 흘린 만큼 결실을 가져다 주는 메콩강의 약속은 오늘도 변함이 없습니다.

동이 틀 무렵.. 물위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펼쳐집니다. 그 유명한 메콩델타의 수상 도매시장입니다. 강을 따라 물건을 싣고 내려온 수 백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서로 상품을 사고 파는 현장입니다. 각종 채소와 과일이며 생활용품을 가득 실은 장삿배가 강을 뒤덮다시피 했습니다. 매일 아침 강에 모여 들어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다른 도시로 가 팝니다.

<인터뷰> 응아이(수상시장 상인) : "이곳에 3~4일 마다 와서 채소며 과일을 떼다가 끼엔장 성 등으로 싣고 가서 되팝니다."

이 삶의 물줄기를 강 중간에서 막아 댐을 만들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사야부리 댐 건설계획입니다.

1,280메가와트 규모의 대형 댐을 만들어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경제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라오스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입니다.

메콩강의 물 말고는 부존 자원이나 자본이 거의 없는 라오스가 오랫동안 품어 왔던 야심작입니다

지난해 라오스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천 달러를 갓 넘어섰습니다. 경제 개발로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생활 향상을 꾀하려는 라오스로서는 댐 건설이 그 만큼 절박합니다.

이 계획은 즉각 메콩강을 끼고 있는 이웃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메콩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강 하류의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반발은 특히 심합니다.

메콩강 유역에는 이미 중국이 상류에 만든 댐 3개가 있고 2개를 만드는 중입니다.

이 댐 만으로도 생태계 파괴는 물론,어업과 농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게 인도차이나 각국의 입장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15개의 댐 건설계획이 잡혀 있어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솜낭(캄보디아 메콩강 어민) : "메콩강에서 고기를 못 잡으면 자녀들 학교도 못 보내고 생계도 이어갈 수 없을 겁니다."

인도차이나 반도 최대의 곡창 메콩 삼각주. 상류에서 내려온 흙이 모여 빚어낸 광활한 옥톱니다. 수확한 벼를 탈곡기로 훑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잘 여문 알곡들을 마대에 담아 옮기는 농민들의 얼굴에 결실의 미소가 피어 납니다.

<인터뷰> 쯔엉(농민) : “강물이 넘치는 10월~12월까지의 우기를 제외하고는 1년에 3번 벼농사를 짓습니다.”

논 사이로 굽이친 메콩강 줄기가 적당한 물을 공급해 주기에 가능합니다. 베트남이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 명성을 이어가는 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쌀의 80%가 이곳 메콩강 삼각주에서 나옵니다. 8천 만 명의 베트남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식량 창고인 셈입니다.

사야부리 댐 건설 계획의 그림자는 강 최남단까지 드리워졌습니다. 농사가 유일한 생업인 메콩 델타의 농민들에게 강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댐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언(메콩델타 농민) : "메콩강은 아주 중요합니다. 강이 없다면 생활 용수도 못쓰고 쌀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됩니다."

고기 잡이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가뭄이 지속돼 강 수위가 50년 만에 가장 낮아졌습니다. 민물고기 양식에 뛰어드는 어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윱니다. 현재 메콩 델타엔 약 천 개의 양식장이 있습니다. 불과 2~3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메기와 붕어 5만 마리를 키우는 이 양식장 업주도 한 때는 강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였습니다.

<인터뷰> 찌(물고기 양식업자) : "기후변화 때문인지 물이 계속 줄어 강에서는 큰 고기를 잡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라오스는 이웃 나라들의 압력에 밀려 댐 건설 계획을 일단 유보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건 아닙니다. 집이 없어 작은 배 한 척을 보금자리 삼아 가족들을 태우고 강을 전전하는 프엉씨 가족.

<인터뷰> 프엉(메콩강 수상 거주민) ; "가족이 모두 9명입니다. 17년째 강에서 살아요. 강이 집이죠."

3대 째 보트로 손님을 태워나르며 가족을 부양해 온 란씨. 강에 생존을 건 수많은 사람들과, 댐 건설로 경제 부흥을 일으키려는 라오스 사이에서 메콩강이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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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또 댐 건설? 기로에 선 메콩강
    • 입력 2011-07-17 08:54:2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 메콩강이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댐 건설 문제로 이웃 나라들간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구요? 네, 라오스가 메콩강 중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겁니다. 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죠.. 댐 건설로 경제 발전을 이뤄보겠다는 라오스,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한재호 특파원이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메콩강. 중국 티벳에서 출발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돌고 돌아 남중국해로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대동맥입니다. 전장 4,200㎞의 이 길고 긴 강줄기는 '모든 강의 어머니'란 이름처럼 인도차이나 다섯 개 나라를 넉넉히 품어 풍부한 물과 식량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고깃배의 요란한 발동기 소리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각종 물건을 실어나르는 화물선들로 강은 늘 풍요와 생기로 넘칩니다. 이 메콩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 6천만명입니다. 이들에게 메콩강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생활의 터전이요, 삶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새벽 5시. 아직 날이 새지 않았지만 부둣가는 벌써 어민과 어선들로 북적입니다. 강에서 밤새 잡아온 고기들을 그물에서 퍼올려 바구니에 담느라 모두들 여념이 없습니다. 물밖으로 나온 싱싱한 물고기들은 아직도 힘이 넘칩니다. 손바닥 만한 붕어며, 팔뚝 크기의 메기까지 그물속엔 아직도 물고기들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유(어민) : "물고기 1.5톤 씩을 매일 배로 싣고 와서 이곳 어시장에 내다 팝니다." 어민들이 익숙한 솜씨로 물고기를 담은 바구니를 메고 부둣가 어시장으로 들어갑니다. 54년 역사의 메콩델타 최대 민물고기 시장입니다.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시장 여기 저기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소리가 왁자지껄합니다. 여기서 상인 2백 여명이 물고기를 나르고 다듬고 팔아 생계를 잇습니다. <인터뷰> 끄이(어시장 상인) : "여기서 장사해서 두 아이 학교 보내고 가족도 먹고 살아요." 이 어시장에서 하루 동안 거래되는 민물고기가 3천 만원 어치. 땀을 흘린 만큼 결실을 가져다 주는 메콩강의 약속은 오늘도 변함이 없습니다. 동이 틀 무렵.. 물위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펼쳐집니다. 그 유명한 메콩델타의 수상 도매시장입니다. 강을 따라 물건을 싣고 내려온 수 백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서로 상품을 사고 파는 현장입니다. 각종 채소와 과일이며 생활용품을 가득 실은 장삿배가 강을 뒤덮다시피 했습니다. 매일 아침 강에 모여 들어 서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다른 도시로 가 팝니다. <인터뷰> 응아이(수상시장 상인) : "이곳에 3~4일 마다 와서 채소며 과일을 떼다가 끼엔장 성 등으로 싣고 가서 되팝니다." 이 삶의 물줄기를 강 중간에서 막아 댐을 만들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사야부리 댐 건설계획입니다. 1,280메가와트 규모의 대형 댐을 만들어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경제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라오스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입니다. 메콩강의 물 말고는 부존 자원이나 자본이 거의 없는 라오스가 오랫동안 품어 왔던 야심작입니다 지난해 라오스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천 달러를 갓 넘어섰습니다. 경제 개발로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생활 향상을 꾀하려는 라오스로서는 댐 건설이 그 만큼 절박합니다. 이 계획은 즉각 메콩강을 끼고 있는 이웃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메콩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강 하류의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반발은 특히 심합니다. 메콩강 유역에는 이미 중국이 상류에 만든 댐 3개가 있고 2개를 만드는 중입니다. 이 댐 만으로도 생태계 파괴는 물론,어업과 농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게 인도차이나 각국의 입장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15개의 댐 건설계획이 잡혀 있어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솜낭(캄보디아 메콩강 어민) : "메콩강에서 고기를 못 잡으면 자녀들 학교도 못 보내고 생계도 이어갈 수 없을 겁니다." 인도차이나 반도 최대의 곡창 메콩 삼각주. 상류에서 내려온 흙이 모여 빚어낸 광활한 옥톱니다. 수확한 벼를 탈곡기로 훑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잘 여문 알곡들을 마대에 담아 옮기는 농민들의 얼굴에 결실의 미소가 피어 납니다. <인터뷰> 쯔엉(농민) : “강물이 넘치는 10월~12월까지의 우기를 제외하고는 1년에 3번 벼농사를 짓습니다.” 논 사이로 굽이친 메콩강 줄기가 적당한 물을 공급해 주기에 가능합니다. 베트남이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 명성을 이어가는 현장이 바로 이곳입니다.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쌀의 80%가 이곳 메콩강 삼각주에서 나옵니다. 8천 만 명의 베트남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식량 창고인 셈입니다. 사야부리 댐 건설 계획의 그림자는 강 최남단까지 드리워졌습니다. 농사가 유일한 생업인 메콩 델타의 농민들에게 강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댐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뒤숭숭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언(메콩델타 농민) : "메콩강은 아주 중요합니다. 강이 없다면 생활 용수도 못쓰고 쌀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됩니다." 고기 잡이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가뭄이 지속돼 강 수위가 50년 만에 가장 낮아졌습니다. 민물고기 양식에 뛰어드는 어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윱니다. 현재 메콩 델타엔 약 천 개의 양식장이 있습니다. 불과 2~3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겁니다. 메기와 붕어 5만 마리를 키우는 이 양식장 업주도 한 때는 강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였습니다. <인터뷰> 찌(물고기 양식업자) : "기후변화 때문인지 물이 계속 줄어 강에서는 큰 고기를 잡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라오스는 이웃 나라들의 압력에 밀려 댐 건설 계획을 일단 유보했습니다. 그러나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건 아닙니다. 집이 없어 작은 배 한 척을 보금자리 삼아 가족들을 태우고 강을 전전하는 프엉씨 가족. <인터뷰> 프엉(메콩강 수상 거주민) ; "가족이 모두 9명입니다. 17년째 강에서 살아요. 강이 집이죠." 3대 째 보트로 손님을 태워나르며 가족을 부양해 온 란씨. 강에 생존을 건 수많은 사람들과, 댐 건설로 경제 부흥을 일으키려는 라오스 사이에서 메콩강이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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