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인천공항 매각 보도

입력 2011.08.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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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동안 잠잠했던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 이후 다시 불거졌습니다.

인천공항을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방식을 두고도 언론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돼 정작 가장 중요한 물음인 인천공항 매각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지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정 기자. 지난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 발언이 나왔는데요. 이 발언이 논란이 확산됐죠?

<답변>

네. 홍준표 대표는 국민주 방식의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서민정책임을 강조했는데요.

일부 언론이 정치권의 반응에 지나치게 주목하면서 민영화의 원래 목적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인천공항 매각과 관련해 한동안 잠잠했던 언론도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지상파 방송 메인뉴스 중에서 KBS는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 MBC와 SBS가 두세문장으로 짧게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8월1일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공사의 지분 49퍼센트를 국민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해...

<녹취> SBS 8뉴스 8월1일 :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천공항을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신문은 보다 자세히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중앙과 동아일보는 '국민주 공모가 서민정책인 데다 국부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홍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며, 정부와 청와대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8/2 6면 :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은 비상장회사인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만큼 홍 대표의 '입'을 막으려면 인천공항공사의 국민주 매각 주장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와 정부가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며, 정치 공방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 8/2 5면 :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면서 민영화 자체를 반대했다."

다른 신문들도 정치권의 반응에 주목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경향신문은 홍 대표가 주장한 '국민주 공모'가 친서민 정책인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인지가 쟁점이라며,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경향 8/3 4면 : "저소득층은 주식을 사기 쉽지 않다"(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53)은 "정말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정책을 하고 싶다면 비싸게 팔아서 남는 수익을 저소득층에 쓰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이용성(한서대 신방과 교수) : "매각 방식이 마치 본질적인 문제였는데, 그 해결방안이 정치권에서 나온 것처럼 호도되는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안을 언론이 전체적으로 보도해야지. 이 문제가 정치권 공방으로 보도되면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고요."

<질문> 사실 인천공항 매각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는 겁니까?

<답변>

네, 인천공항 매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입니다.

당시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인천공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 인천공항을 비롯한 공기업을 민영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당시 공기업 민영화라는 큰 틀에서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 2008/08/11 : "41개 공기업과 공적자금 투자기업을 민영화하거나 통폐합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2008/08/11 : "대우조선해양 등 14개 공적자금 투입 기관, 뉴서울CC 등, 5개 기관이 민영화되고, 인천공항은 지분 49%가 매각됩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 2008년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발표 시점부터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 있기 직전까지 인천공항 매각과 관련해 별도로 기사화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는 KBS가 1건, MBC가 5건을 보도했고, SBS의 경우 인천공항 매각만 다룬 보도는 없었습니다.

5대 일간지의 경우 중앙일보가 4건, 한겨레 4건, 경향신문이 5건(지역면 13건)을 보도했고, 조선과 동아일보는 기사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겨레(3건)와 경향신문(3건)은 분석이나 심층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9/12/04 17면 : "공항 민영화 방침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는 공항운영업체가 국내에는 없어 결국 외국 자본을 위한 '헐값 매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녹취> 경향 2010/02/23 : ""이미 민영화한 영국 히드로공항은 여객이용료를 6~7배, 호주 시드니 공항은 3~4배 인상하는 등 공항의 독점성을 활용해 여객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코펜하겐과 시드니, 히드로 공항이 민영화 이후 환승률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인천공항 매각 문제는 한때 특혜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 8월엔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와 측근이 근무하는 외국계 기업 특혜 논란이 일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녹취> 경향 2008/08/20 2면 : "유력한 지분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매쿼리 금융그룹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인사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매쿼리 금융그룹을 염두에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조카가 매쿼리 그룹을 떠나 특혜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지금까지도 언론에서는 매각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찬반양론이 치열한 것 같은데 보도를 보면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시각이 서로 다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보수냐 진보냐 하는 신문의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나 시선이 대체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성향 신문은 긍정적인 반면 진보성향 신문은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 신문에서 정부의 매각안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논란을 대체로 단순하게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8/03 5면 : "매각 반대론자들은 마치 정부가 활주로, 관제탑 등 공항을 통째로 팔려는 것으로 여론을 조성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에선 활주로와 관제탑 등 핵심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아와 중앙일보는 '국민주 매각' 소식을 정부의 발표 중심으로 전달했습니다.

<녹취> 동아 8/2 5면 : "국민주 공모방식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사 주식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기자본 헐값 매각 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진보 성향의 신문들은 매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알짜 공기업' 민영화 꼼수" (한겨레 8/2 16면) " 국민 자존심 파는 것" 이라며 (경향 8/2 14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노조 등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8/2 16면 : "여전히 야당과 여론의 반대는 거세다. 정부가 처음엔 외국업체에 지분 일부를 팔아 선진기법을 도입하겠다더니 이제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국민주 도입을 내거는 데 대해 '논리적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신문들은 사설에서도 국민주 매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일부 보수 신문들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녹취> 경향 8/3 31면 : "1980년대 말 국민주 방식으로 주식 지분을 매각한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경우 주식시장 상장 후 한동안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서민을 위한 국민주 방식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질문> 사실 인천공항 매각이 국민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 논란을 벗어나 왜 매각이 필요한 지 아니면 매각해서는 안되는 지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독자나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할 수 있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언론의 몫일텐데요.

매각의 타당성 여부를 깊이있게 전달하는 역할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가 2009년 말 내세웠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이유는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였습니다.

지분 매각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선진화된 경영 체계를 도입해야 세계적 공항으로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이영혁(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 "구주의 매각은 현 시점에서 너무 시기상조라고 보고요.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3단계 공사비의 부분적인 조달을 위한 자기 자본 확충을 위한 신주의 발행, 그리고 국민주를 통해 국민들한테 매각을 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반대 여론이 일었습니다.

인천공항이 '6년 연속 서비스 부문 세계 1등' '7년 연속 흑자' '지난해 순이익 3240억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김용복(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 인천공항, 잘 알고 계시겠지만 효율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에 42%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그 다음에 효율성 증대 문제도 민영화의 이유가 되지 않고요. 그리고 경쟁력 강화 문제도 인천공항 가격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다 좋습니다."

이렇게 찬반이 뜨거웠는데도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은 심층 보도에 소홀했고 일부 신문도 정부 발표 중심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인천공항 매각이 국민경제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용성(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특정한 입장을 제시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일단 인천공항이 왜 매각돼야 하는지, 인천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치는 어떤지, 민영화되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보도해야 되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안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인천공항은 한국 무역액의 4분의 1, 출입국 인원의 5분의 4를 차지하며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민영화 논의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할 겁니다.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릴 수 있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언론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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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맹이’ 빠진 인천공항 매각 보도
    • 입력 2011-08-13 07: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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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동안 잠잠했던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 이후 다시 불거졌습니다. 인천공항을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방식을 두고도 언론 보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돼 정작 가장 중요한 물음인 인천공항 매각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지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정 기자. 지난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인천공항 국민주 매각 발언이 나왔는데요. 이 발언이 논란이 확산됐죠? <답변> 네. 홍준표 대표는 국민주 방식의 인천공항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서민정책임을 강조했는데요. 일부 언론이 정치권의 반응에 지나치게 주목하면서 민영화의 원래 목적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논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인천공항 매각과 관련해 한동안 잠잠했던 언론도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지상파 방송 메인뉴스 중에서 KBS는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 MBC와 SBS가 두세문장으로 짧게 전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8월1일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공사의 지분 49퍼센트를 국민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해... <녹취> SBS 8뉴스 8월1일 :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천공항을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신문은 보다 자세히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중앙과 동아일보는 '국민주 공모가 서민정책인 데다 국부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홍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며, 정부와 청와대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8/2 6면 :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은 비상장회사인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만큼 홍 대표의 '입'을 막으려면 인천공항공사의 국민주 매각 주장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와 정부가 판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며, 정치 공방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녹취> 동아 8/2 5면 :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면서 민영화 자체를 반대했다." 다른 신문들도 정치권의 반응에 주목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경향신문은 홍 대표가 주장한 '국민주 공모'가 친서민 정책인지,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인지가 쟁점이라며,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경향 8/3 4면 : "저소득층은 주식을 사기 쉽지 않다"(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53)은 "정말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정책을 하고 싶다면 비싸게 팔아서 남는 수익을 저소득층에 쓰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이용성(한서대 신방과 교수) : "매각 방식이 마치 본질적인 문제였는데, 그 해결방안이 정치권에서 나온 것처럼 호도되는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안을 언론이 전체적으로 보도해야지. 이 문제가 정치권 공방으로 보도되면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는 경향을 보였고요." <질문> 사실 인천공항 매각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왜 이렇게 논란이 지속되는 겁니까? <답변> 네, 인천공항 매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입니다. 당시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인천공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 인천공항을 비롯한 공기업을 민영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당시 공기업 민영화라는 큰 틀에서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 2008/08/11 : "41개 공기업과 공적자금 투자기업을 민영화하거나 통폐합하기로 했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 2008/08/11 : "대우조선해양 등 14개 공적자금 투입 기관, 뉴서울CC 등, 5개 기관이 민영화되고, 인천공항은 지분 49%가 매각됩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 2008년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발표 시점부터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이 있기 직전까지 인천공항 매각과 관련해 별도로 기사화한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는 KBS가 1건, MBC가 5건을 보도했고, SBS의 경우 인천공항 매각만 다룬 보도는 없었습니다. 5대 일간지의 경우 중앙일보가 4건, 한겨레 4건, 경향신문이 5건(지역면 13건)을 보도했고, 조선과 동아일보는 기사화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겨레(3건)와 경향신문(3건)은 분석이나 심층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9/12/04 17면 : "공항 민영화 방침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지분을 넘겨받을 수 있는 공항운영업체가 국내에는 없어 결국 외국 자본을 위한 '헐값 매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녹취> 경향 2010/02/23 : ""이미 민영화한 영국 히드로공항은 여객이용료를 6~7배, 호주 시드니 공항은 3~4배 인상하는 등 공항의 독점성을 활용해 여객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코펜하겐과 시드니, 히드로 공항이 민영화 이후 환승률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인천공항 매각 문제는 한때 특혜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2008년 8월엔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와 측근이 근무하는 외국계 기업 특혜 논란이 일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녹취> 경향 2008/08/20 2면 : "유력한 지분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매쿼리 금융그룹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인사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매쿼리 금융그룹을 염두에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조카가 매쿼리 그룹을 떠나 특혜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지금까지도 언론에서는 매각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찬반양론이 치열한 것 같은데 보도를 보면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시각이 서로 다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보수냐 진보냐 하는 신문의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나 시선이 대체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성향 신문은 긍정적인 반면 진보성향 신문은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 신문에서 정부의 매각안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비교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논란을 대체로 단순하게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8/03 5면 : "매각 반대론자들은 마치 정부가 활주로, 관제탑 등 공항을 통째로 팔려는 것으로 여론을 조성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에선 활주로와 관제탑 등 핵심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아와 중앙일보는 '국민주 매각' 소식을 정부의 발표 중심으로 전달했습니다. <녹취> 동아 8/2 5면 : "국민주 공모방식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사 주식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기자본 헐값 매각 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진보 성향의 신문들은 매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알짜 공기업' 민영화 꼼수" (한겨레 8/2 16면) " 국민 자존심 파는 것" 이라며 (경향 8/2 14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노조 등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8/2 16면 : "여전히 야당과 여론의 반대는 거세다. 정부가 처음엔 외국업체에 지분 일부를 팔아 선진기법을 도입하겠다더니 이제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국민주 도입을 내거는 데 대해 '논리적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신문들은 사설에서도 국민주 매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일부 보수 신문들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녹취> 경향 8/3 31면 : "1980년대 말 국민주 방식으로 주식 지분을 매각한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경우 주식시장 상장 후 한동안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서민을 위한 국민주 방식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질문> 사실 인천공항 매각이 국민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 논란을 벗어나 왜 매각이 필요한 지 아니면 매각해서는 안되는 지 심층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독자나 시청자가 올바른 판단할 수 있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언론의 몫일텐데요. 매각의 타당성 여부를 깊이있게 전달하는 역할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가 2009년 말 내세웠던 인천공항 민영화의 이유는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였습니다. 지분 매각을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선진화된 경영 체계를 도입해야 세계적 공항으로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이영혁(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 "구주의 매각은 현 시점에서 너무 시기상조라고 보고요.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3단계 공사비의 부분적인 조달을 위한 자기 자본 확충을 위한 신주의 발행, 그리고 국민주를 통해 국민들한테 매각을 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반대 여론이 일었습니다. 인천공항이 '6년 연속 서비스 부문 세계 1등' '7년 연속 흑자' '지난해 순이익 3240억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김용복(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 인천공항, 잘 알고 계시겠지만 효율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에 42% 정도로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그 다음에 효율성 증대 문제도 민영화의 이유가 되지 않고요. 그리고 경쟁력 강화 문제도 인천공항 가격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다 좋습니다." 이렇게 찬반이 뜨거웠는데도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은 심층 보도에 소홀했고 일부 신문도 정부 발표 중심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인천공항 매각이 국민경제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국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용성(한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특정한 입장을 제시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일단 인천공항이 왜 매각돼야 하는지, 인천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치는 어떤지, 민영화되면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보도해야 되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안되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인천공항은 한국 무역액의 4분의 1, 출입국 인원의 5분의 4를 차지하며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민영화 논의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진행돼야 할 겁니다.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릴 수 있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언론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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