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다시보기] 혼돈의 파키스탄

입력 2011.08.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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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의 이슬람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극단주의 세력이 자행하는 테러 문제입니다.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나라가 바로 파키스탄인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일어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변해가는 파키스탄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서쪽으로 50여 킬로미터.

자동차로 한 시간만 달리면 빈 라덴의 은신처가 있던 아보타바드가 나옵니다.

빈 라덴 사살 이후 심해진 검문과 경계 때문에 취재진은 인근 산 꼭대기에 올라가 멀리서 빈 라덴의 은신처를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빈 라덴 사살에 대해 묻자 젊은이들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터뷰>샤자드(아보타바드 주민) : "무슬림이 죽었는데 어떻게 무슬림으로서 행복하겠어요? 빈 라덴은 진짜 무슬림이기 때문입니다."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는 주민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자둔(아보타바드 주민) : "빈 라덴이 죽었다면 왜 시신을 안 보여주겠어요. 이건 모두 게임이에요. 만약 그가 죽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겁니다."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파키스탄의 치안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열 건이 넘는 테러 공격으로 200여 명이 숨졌습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국경의 산악 지역에 거점을 마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보복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사실상 온 나라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2009년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 세계와 이에 협조하는 파키스탄 정부는 물론 원리주의를 따르지 않는 무슬림들도 이들의 공격 대상입니다.

아프간 국경과 맞닿은 인구 100만의 대도시 페샤와르.

이곳은 파키스탄 경찰범죄수사국 건물이 있던 자리였지만 테러로 모두 무너졌습니다.

군인 여섯 명이 숨졌고, 민간인 수십 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페샤와르 시내를 촬영하던 취재진에게 갑자기 군인들이 다가왔습니다.

페샤와르를 비롯한 탈레반과의 전쟁 지역에서 촬영은 물론 외국인이 돌아다니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고 경고합니다.

<녹취>페샤와르 군인 : "(페샤와르에서는 촬영이 안 되나요?)아주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됩니다. 만약 누가 당신에게 총을 쏜다면 당신과 이 사람(가이드)과 나까지 문제가 생길 겁니다. "

취재진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이슬라마바드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도 전쟁 지역은 아니지만 테러 대상이 되는 만큼, 철저한 검문이 이뤄집니다.

전쟁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쫓겨온 아프간 난민들은 전기도 수도 시설도 없는 난민촌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빈 라덴 사살 작전도 이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녹취>아프간 난민촌 주민 : "빈 라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무슨 상관있겠어요. 우리는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데... 그가 우리에게 무얼 해줄 수 있겠어요."

'순수의 땅'이라는 뜻의 파키스탄.

그러나 원하지 않았던 전쟁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다시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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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다시보기] 혼돈의 파키스탄
    • 입력 2011-08-23 13: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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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의 이슬람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극단주의 세력이 자행하는 테러 문제입니다.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나라가 바로 파키스탄인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일어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변해가는 파키스탄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서쪽으로 50여 킬로미터. 자동차로 한 시간만 달리면 빈 라덴의 은신처가 있던 아보타바드가 나옵니다. 빈 라덴 사살 이후 심해진 검문과 경계 때문에 취재진은 인근 산 꼭대기에 올라가 멀리서 빈 라덴의 은신처를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빈 라덴 사살에 대해 묻자 젊은이들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터뷰>샤자드(아보타바드 주민) : "무슬림이 죽었는데 어떻게 무슬림으로서 행복하겠어요? 빈 라덴은 진짜 무슬림이기 때문입니다."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는 주민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자둔(아보타바드 주민) : "빈 라덴이 죽었다면 왜 시신을 안 보여주겠어요. 이건 모두 게임이에요. 만약 그가 죽었다면 전쟁이 일어났을 겁니다."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파키스탄의 치안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열 건이 넘는 테러 공격으로 200여 명이 숨졌습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국경의 산악 지역에 거점을 마련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보복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사실상 온 나라가 전쟁터로 변하면서 2009년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서방 세계와 이에 협조하는 파키스탄 정부는 물론 원리주의를 따르지 않는 무슬림들도 이들의 공격 대상입니다. 아프간 국경과 맞닿은 인구 100만의 대도시 페샤와르. 이곳은 파키스탄 경찰범죄수사국 건물이 있던 자리였지만 테러로 모두 무너졌습니다. 군인 여섯 명이 숨졌고, 민간인 수십 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페샤와르 시내를 촬영하던 취재진에게 갑자기 군인들이 다가왔습니다. 페샤와르를 비롯한 탈레반과의 전쟁 지역에서 촬영은 물론 외국인이 돌아다니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고 경고합니다. <녹취>페샤와르 군인 : "(페샤와르에서는 촬영이 안 되나요?)아주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문제됩니다. 만약 누가 당신에게 총을 쏜다면 당신과 이 사람(가이드)과 나까지 문제가 생길 겁니다. " 취재진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이슬라마바드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도 전쟁 지역은 아니지만 테러 대상이 되는 만큼, 철저한 검문이 이뤄집니다. 전쟁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쫓겨온 아프간 난민들은 전기도 수도 시설도 없는 난민촌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빈 라덴 사살 작전도 이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녹취>아프간 난민촌 주민 : "빈 라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무슨 상관있겠어요. 우리는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데... 그가 우리에게 무얼 해줄 수 있겠어요." '순수의 땅'이라는 뜻의 파키스탄. 그러나 원하지 않았던 전쟁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다시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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