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새 하늘길 연다

입력 2011.08.28 (11:17) 수정 2011.08.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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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표면화되면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데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오히려 큰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산업이 있죠?

네. 바로 저가항공사들이죠. 경기가 좋지 않으면 항공수요가 줄어든다는 통념을 깨고 버스나 기차표 값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초저가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면서 거대 항공사들을 위협하는 유럽 저가항공사들의 도전을 박장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름 한철 멋진 휴가를 위해서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한다는 유럽 사람들.. 연일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최근의 금융 위기 속에서도 각국의 공항은 막바지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올해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유명 항공사의 창구가 다소 뜸한 데 반해, 유난히 여행객들이 많이 붐비고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구려 항공사라고 찬밥 신세였던 라이언 에어나 이지젯 같은 저가 항공사 창굽니다. 이런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 비행기 값으로 얼마를 냈을까요?

<녹취> 데이비드 볼윈: "아일랜드에서 스코틀랜드로 가는데 왕복 22유로에 예약했습니다. 정말 멋지죠"

<녹취> 마크 워렌: "2,30 파운드에 샀어요. 정말 싸고 누구나 살 만한 가격이죠"

왕복 비행기표 한 장에 우리 돈 4, 5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다른 항공사 비행기 값의 10분의 1 정돕니다. 항공권이 싼 만큼 기내로 들고 타는 짐 하나만 공짜고 다른 짐을 따로 부치려면 돈을 내야합니다. 그나마 들고 타는 짐의 크기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조금만 넘으면 추가 비용을 냅니다.

<녹취> "(왜 가방 크기를 재나요?) 기내 수화물 크기에 맞는지 확인하려구요."

이 때문에 승객들은 비행기 여행 때마다 기대하는 친절하고 싹싹한 승무원들의 기내 서비스도 아예 포기한 상탭니다.

<녹취> 데이비드 해밀턴: "좋은 기내식이나 불편한 건 없냐고 계속 물어보는 승무원들을 위해서 돈을 더 내기는 싫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승객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오늘 기내식으로는 피자와 아침용 빵, 아일랜드식 아침 식사 등이 준비됐습니다. 구매하실 분은 승무원에게 말씀해주십시요"

여행 중 기내에서 공짜로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물 한 잔까지 모두 돈을 따로내고 사먹어야 합니다. 비행시간 내내 온갖 상품들을 보여주면서 판매에 열을 올립니다.

<녹취> “향수와 화장품이 있습니다. 선물 사실 분 안계세요? "

흡연이 가장 엄격하게 금지된 비행기 안에서 심지어 담배까지 흔들며 팔고 있습니다. 싼 항공권으로 유인한 승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승무원들의 눈물겨운 세일즈는 비행시간 내내 이어집니다. 저가항공사들이 승객들 호주머니만 공략하는 건 아닙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 외곽에 있는 이 4층짜리 작은 건물이 지난해 4억 유로, 우리 돈 6천억 원의 순이익을 낸 세계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본사 건물입니다. 승무원들을 위한 간단하고 소박한 휴식 시설에서, 비용 절감을 최대 경영목표로 하는 이 회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스티븐 맥나마라스(라이언에어 임원): "우리는 항공여행에서 고객들이 기대하던 것들을 과감히 없애는 방식으로 새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더 이상 공짜 커피는 없지만 그 돈을 아껴 항공권을 싸게 했습니다."

저가항공사들은 최신 기종의 새 비행기만 구입해서 정비 시간과 비용을 줄였고, 다른 항공사보다 2시간 더 긴 하루 평균 10시간 비행이 가능하도록 스케줄을 짰습니다. 비행기표를 판매하는 동시에 렌터카나 호텔, 보험같은 여행관련 상품들을 한데 묶어서 판매하는 연계 상품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항공권의 경우, 같은 비행기에 같은 등급을 타는 승객도 똑같은 항공권 값을 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세분화한 가격 전략을 짰습니다. 바로 여기에 저가항공권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지방에서 함께 자란 이 프랑스 청년들은 방학 때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방문하는 도시의 유적지들을 둘러보는 틈틈이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모여서 저가항공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눈여겨봅니다. 저가항공권은 일찍 표를 끊을수록 값싼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안토안 가스통: "만약 2달 전에 항공권을 예약하면 10,20유로 처럼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녹취> 자만 레이타츠: "비행기가 아니라 버스죠."

저가항공권은 공항에서 발권을 할 때도 좌석을 배정하지 않습니다. 좋은 좌석도 추가 비용을 받고 팔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다리는 장소에 따라서 항공권 값이 달라집니다. 또 먼저 비행기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고르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합니다.

값싼 저가 항공권에는 비싼 수수료가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사정이 생겨서 비행 일정을 바꿀 때 첫 비행기 값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기도 합니다.

또 비행기 값이 싸다고 덜컥 탔다가 목적지에서 한참 떨어진 공항에 내려서 택시비 등 다른 교통비를 더 내야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에 이런 저가항공권의 비밀을 잘 이용한다면 싼값에 많은 곳을 여행하는 실속파가 될 수 있습니다.

<녹취> 피오나 매로우: "일년에 1200-1500유로를 절약하는데 휴가 비용이나 면세점 쇼핑에 쓰죠 "

실례로 경기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 유럽과 미국의 36개 저가 항공사들의 매출은 평균 19% 늘었고 영업 이익은 2배나 증가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 항공 등 전통의 공룡 항공사들은 자존심을 꺾고 저가항공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 표 값으로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항공 여행의 개념을 바꾼 저가항공사들이 전 세계 하늘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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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가항공, 새 하늘길 연다
    • 입력 2011-08-28 11:17:09
    • 수정2011-08-28 13:35:42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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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가 표면화되면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데요,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오히려 큰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산업이 있죠? 네. 바로 저가항공사들이죠. 경기가 좋지 않으면 항공수요가 줄어든다는 통념을 깨고 버스나 기차표 값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초저가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성장을 거듭하면서 거대 항공사들을 위협하는 유럽 저가항공사들의 도전을 박장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름 한철 멋진 휴가를 위해서 일 년 내내 땀 흘려 일한다는 유럽 사람들.. 연일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최근의 금융 위기 속에서도 각국의 공항은 막바지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올해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유명 항공사의 창구가 다소 뜸한 데 반해, 유난히 여행객들이 많이 붐비고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구려 항공사라고 찬밥 신세였던 라이언 에어나 이지젯 같은 저가 항공사 창굽니다. 이런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 비행기 값으로 얼마를 냈을까요? <녹취> 데이비드 볼윈: "아일랜드에서 스코틀랜드로 가는데 왕복 22유로에 예약했습니다. 정말 멋지죠" <녹취> 마크 워렌: "2,30 파운드에 샀어요. 정말 싸고 누구나 살 만한 가격이죠" 왕복 비행기표 한 장에 우리 돈 4, 5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다른 항공사 비행기 값의 10분의 1 정돕니다. 항공권이 싼 만큼 기내로 들고 타는 짐 하나만 공짜고 다른 짐을 따로 부치려면 돈을 내야합니다. 그나마 들고 타는 짐의 크기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조금만 넘으면 추가 비용을 냅니다. <녹취> "(왜 가방 크기를 재나요?) 기내 수화물 크기에 맞는지 확인하려구요." 이 때문에 승객들은 비행기 여행 때마다 기대하는 친절하고 싹싹한 승무원들의 기내 서비스도 아예 포기한 상탭니다. <녹취> 데이비드 해밀턴: "좋은 기내식이나 불편한 건 없냐고 계속 물어보는 승무원들을 위해서 돈을 더 내기는 싫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승객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오늘 기내식으로는 피자와 아침용 빵, 아일랜드식 아침 식사 등이 준비됐습니다. 구매하실 분은 승무원에게 말씀해주십시요" 여행 중 기내에서 공짜로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물 한 잔까지 모두 돈을 따로내고 사먹어야 합니다. 비행시간 내내 온갖 상품들을 보여주면서 판매에 열을 올립니다. <녹취> “향수와 화장품이 있습니다. 선물 사실 분 안계세요? " 흡연이 가장 엄격하게 금지된 비행기 안에서 심지어 담배까지 흔들며 팔고 있습니다. 싼 항공권으로 유인한 승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승무원들의 눈물겨운 세일즈는 비행시간 내내 이어집니다. 저가항공사들이 승객들 호주머니만 공략하는 건 아닙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 외곽에 있는 이 4층짜리 작은 건물이 지난해 4억 유로, 우리 돈 6천억 원의 순이익을 낸 세계 최대 저가항공사 라이언 에어의 본사 건물입니다. 승무원들을 위한 간단하고 소박한 휴식 시설에서, 비용 절감을 최대 경영목표로 하는 이 회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녹취> 스티븐 맥나마라스(라이언에어 임원): "우리는 항공여행에서 고객들이 기대하던 것들을 과감히 없애는 방식으로 새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더 이상 공짜 커피는 없지만 그 돈을 아껴 항공권을 싸게 했습니다." 저가항공사들은 최신 기종의 새 비행기만 구입해서 정비 시간과 비용을 줄였고, 다른 항공사보다 2시간 더 긴 하루 평균 10시간 비행이 가능하도록 스케줄을 짰습니다. 비행기표를 판매하는 동시에 렌터카나 호텔, 보험같은 여행관련 상품들을 한데 묶어서 판매하는 연계 상품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항공권의 경우, 같은 비행기에 같은 등급을 타는 승객도 똑같은 항공권 값을 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세분화한 가격 전략을 짰습니다. 바로 여기에 저가항공권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지방에서 함께 자란 이 프랑스 청년들은 방학 때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방문하는 도시의 유적지들을 둘러보는 틈틈이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모여서 저가항공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눈여겨봅니다. 저가항공권은 일찍 표를 끊을수록 값싼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안토안 가스통: "만약 2달 전에 항공권을 예약하면 10,20유로 처럼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녹취> 자만 레이타츠: "비행기가 아니라 버스죠." 저가항공권은 공항에서 발권을 할 때도 좌석을 배정하지 않습니다. 좋은 좌석도 추가 비용을 받고 팔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다리는 장소에 따라서 항공권 값이 달라집니다. 또 먼저 비행기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고르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합니다. 값싼 저가 항공권에는 비싼 수수료가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사정이 생겨서 비행 일정을 바꿀 때 첫 비행기 값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기도 합니다. 또 비행기 값이 싸다고 덜컥 탔다가 목적지에서 한참 떨어진 공항에 내려서 택시비 등 다른 교통비를 더 내야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에 이런 저가항공권의 비밀을 잘 이용한다면 싼값에 많은 곳을 여행하는 실속파가 될 수 있습니다. <녹취> 피오나 매로우: "일년에 1200-1500유로를 절약하는데 휴가 비용이나 면세점 쇼핑에 쓰죠 " 실례로 경기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 유럽과 미국의 36개 저가 항공사들의 매출은 평균 19% 늘었고 영업 이익은 2배나 증가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 항공 등 전통의 공룡 항공사들은 자존심을 꺾고 저가항공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버스나 기차 표 값으로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항공 여행의 개념을 바꾼 저가항공사들이 전 세계 하늘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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