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맡긴 보험금 내놔!”…아버지가 딸 납치

입력 2011.09.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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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로 어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40대 주부의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보험금 때문에 딸을 납치한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딸을 납치하는데 아버지 뿐 아니라 작은 아버지 2명도 함께 가담했다고 하는데요, 류란 기자, 대체 어떤 사연입니까?

<기자 멘트>

한마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사망 보험금이 문제가 됐는데요.

신용불량자인 아버지는 채권자들에게 모두 빼앗길까봐 딸의 계좌로 이 보험금을 받았고, 딸은 이 돈을 받자마자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돈과 함께 사라진 딸, 분노한 아버지. 그 결과는 납치라는 범죄행각이었습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아침 6시,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사는 52살 김모 씨는 잠결에 누군가 베란다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갑자기 베란다 쪽에서, 우리 베란다 방충망 쪽 문에서 시커먼 것이 갑자기 우르르 퍽 들어오는 거예요. ‘누구야! 누구!, 도둑이야!’ 그랬어요"

강도는 1층 베란다의 방충망을 뜯어내고 순식간에 집으로 침입했습니다.

잠이 덜 깬 김 씨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강도는 김 씨의 눈에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입을 막더니 조금 있으니까 얼굴에다가 물파스 있죠? 뿌리는 파스, 여기다가(얼굴에) 뿌리더라고요. 뿌리고 입을 탁 막았어요."

김 씨가 눈을 못 뜨고 괴로워하는 사이, 강도는 현관문을 열어 두 명의 공범을 집으로 더 불러 들였습니다.

일당 중 한 명은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김 씨를 이불로 덮어 꼼짝 못하게 한 뒤,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이 XX, 움직이기만 하면 흉기로 죽여 버린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오들오들 떨면서..."

자신도 자신이지만 옆방에 자고 있는 딸이 걱정된 김씨, 하지만 목숨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선뜻 반항할 수도 없었는데요.

강도들은 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딸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불에 싸여 가슴만 태우던 김 씨,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케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우리 딸이, '아빠! 아빠가 잘못했잖아요. 아빠가 잘못 했잖아요!' 그때야 저는 남편인 줄 알았어요."

집에 침입한 강도는 다름 아닌 전 남편 51살 윤모 씨였습니다.

몹시 화가 난 듯 보이는 윤 씨는 딸을 폭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아버지가 딸을) 때리니깐, 왜 아빠가 날 때리느냐고,‘아빠, 왜 나한테 이러냐’고 말했어요."

윤 씨는 이내 딸의 눈에도 스프레이를 뿌린 뒤, 온 몸을 테이프로 꽁꽁 묶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이불로) 둘둘 말아서 계단 위로 질질 끌고 가더래요. 질질 끌고 가서 거기에서 애를 갖다가 차에 실었어요."

아버지 윤 씨는 딸을 차로 납치한 뒤 공범 2명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윤 씨 일당이 사라진 뒤, 어머니 김 씨는 딸이 납치된 사실을 곧바로 경찰에 알렸습니다.

<인터뷰> 노형섭 팀장 (충남 아산경찰서 강력 1팀) : "피의자가 딸을 신고, 납치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피의자인 아버지 연락처를 파악해서 통화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희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서 그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윤 씨 일당이 발견된 곳은 전남 광주 광산구의 한 응급실.

딸이 폭행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자 아버지 윤 씨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딸을 옮긴 것입니다.

<녹취> 사건 당시 응급실 간호사 : "의식은 다 있으신 상태였고, 눈 쪽에도 조금 멍들어 있었고요. 윗입술도 좀 부어 있었고... 아버님이랑 다른 남자 한 분 같이 오셨어요. "

경찰은 딸의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던 아버지 윤 씨와 일당 2명을 현장에서 검거했습니다.

자고 있던 친딸을 납치한 아버지, 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윤 씨는 지난 1월,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2월 19일, (아들) 사망 이후에 보험금이 나오게 되는데, 제가 정황이 없고, 서글프고, 그래서 딸한테 그 일 처리 부분을 제가 위임을 하게 됩니다."

3억 7천만 원에 이르는 아들 사망 보험금의 수령자였던 아버지 윤 씨.

하지만 신용 불량 상태라 자신이 보험금을 탈 경우, 이를 모두 채권자들에게 빼앗길 것이 두려웠습니다.

아내와도 10년 전 이혼한 상태라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딸 하나였던 윤 씨는 딸의 통장으로 아들의 사망 보험금 3억 7천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 (제가) ‘비용이 필요하다, 송금 좀 해다오.’, 그래서 (딸이) ‘알았다..’ 했는데, 오후 되니까,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져 버리고,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딸은 보험금이 모두 입금되자마자 연락이 끊겼습니다.

결혼한 딸의 집에도 찾아가봤지만 역시 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그래서 그때부터 딸을 찾아서 헤매고 다녔습니다. 차를 가지고, 한 4개월 동안."

딸을 찾을 방법이 없던 윤 씨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는데요.

<인터뷰> 송재경 형사 (충남 아산경찰서 강력 1팀) : "가출한 사람이 배방 쪽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한 사실이 확인 되어 그 주변을 찾으러 다녔던 겁니다."

경찰을 통해 딸이 전화를 걸었던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한 윤 씨.

무려 4개월간의 잠복 끝에 전처 김 씨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딸 윤 씨를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발견할 당시에도 보니까 딸하고, 제 전처하고 둘이 웃고, 먹을 것 사오고 희희덕거리면서 시장보고 그러는데 참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자신의 돈을 들고 잠적한 딸이 괘씸해 어떻게든 돈을 받아나겠다며 납치를 결심한 윤 씨.

혼자 딸을 납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윤 씨는 자신의 친 동생 2명까지 범행에 가담시켰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강제적인 어떤 대화를 하려고 했던 건데 아마 제가 흥분한 상태에서, 또 딸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혼내려고 했던 것인데 방법 자체가 제가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

자신의 친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로부터 폭행과 납치까지 당한 딸 윤 씨는 현재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경찰은 윤 씨를 감금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인 윤 씨의 친동생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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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21 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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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로 어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 40대 주부의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보험금 때문에 딸을 납치한 비정한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딸을 납치하는데 아버지 뿐 아니라 작은 아버지 2명도 함께 가담했다고 하는데요, 류란 기자, 대체 어떤 사연입니까? <기자 멘트> 한마디로 돈 때문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사망 보험금이 문제가 됐는데요. 신용불량자인 아버지는 채권자들에게 모두 빼앗길까봐 딸의 계좌로 이 보험금을 받았고, 딸은 이 돈을 받자마자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돈과 함께 사라진 딸, 분노한 아버지. 그 결과는 납치라는 범죄행각이었습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아침 6시,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사는 52살 김모 씨는 잠결에 누군가 베란다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갑자기 베란다 쪽에서, 우리 베란다 방충망 쪽 문에서 시커먼 것이 갑자기 우르르 퍽 들어오는 거예요. ‘누구야! 누구!, 도둑이야!’ 그랬어요" 강도는 1층 베란다의 방충망을 뜯어내고 순식간에 집으로 침입했습니다. 잠이 덜 깬 김 씨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강도는 김 씨의 눈에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입을 막더니 조금 있으니까 얼굴에다가 물파스 있죠? 뿌리는 파스, 여기다가(얼굴에) 뿌리더라고요. 뿌리고 입을 탁 막았어요." 김 씨가 눈을 못 뜨고 괴로워하는 사이, 강도는 현관문을 열어 두 명의 공범을 집으로 더 불러 들였습니다. 일당 중 한 명은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김 씨를 이불로 덮어 꼼짝 못하게 한 뒤,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이 XX, 움직이기만 하면 흉기로 죽여 버린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오들오들 떨면서..." 자신도 자신이지만 옆방에 자고 있는 딸이 걱정된 김씨, 하지만 목숨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선뜻 반항할 수도 없었는데요. 강도들은 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딸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불에 싸여 가슴만 태우던 김 씨,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케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우리 딸이, '아빠! 아빠가 잘못했잖아요. 아빠가 잘못 했잖아요!' 그때야 저는 남편인 줄 알았어요." 집에 침입한 강도는 다름 아닌 전 남편 51살 윤모 씨였습니다. 몹시 화가 난 듯 보이는 윤 씨는 딸을 폭행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아버지가 딸을) 때리니깐, 왜 아빠가 날 때리느냐고,‘아빠, 왜 나한테 이러냐’고 말했어요." 윤 씨는 이내 딸의 눈에도 스프레이를 뿌린 뒤, 온 몸을 테이프로 꽁꽁 묶었습니다. <인터뷰> 김 00 (피해자) : "(이불로) 둘둘 말아서 계단 위로 질질 끌고 가더래요. 질질 끌고 가서 거기에서 애를 갖다가 차에 실었어요." 아버지 윤 씨는 딸을 차로 납치한 뒤 공범 2명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윤 씨 일당이 사라진 뒤, 어머니 김 씨는 딸이 납치된 사실을 곧바로 경찰에 알렸습니다. <인터뷰> 노형섭 팀장 (충남 아산경찰서 강력 1팀) : "피의자가 딸을 신고, 납치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피의자인 아버지 연락처를 파악해서 통화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저희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해서 그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윤 씨 일당이 발견된 곳은 전남 광주 광산구의 한 응급실. 딸이 폭행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자 아버지 윤 씨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딸을 옮긴 것입니다. <녹취> 사건 당시 응급실 간호사 : "의식은 다 있으신 상태였고, 눈 쪽에도 조금 멍들어 있었고요. 윗입술도 좀 부어 있었고... 아버님이랑 다른 남자 한 분 같이 오셨어요. " 경찰은 딸의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던 아버지 윤 씨와 일당 2명을 현장에서 검거했습니다. 자고 있던 친딸을 납치한 아버지, 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윤 씨는 지난 1월,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2월 19일, (아들) 사망 이후에 보험금이 나오게 되는데, 제가 정황이 없고, 서글프고, 그래서 딸한테 그 일 처리 부분을 제가 위임을 하게 됩니다." 3억 7천만 원에 이르는 아들 사망 보험금의 수령자였던 아버지 윤 씨. 하지만 신용 불량 상태라 자신이 보험금을 탈 경우, 이를 모두 채권자들에게 빼앗길 것이 두려웠습니다. 아내와도 10년 전 이혼한 상태라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딸 하나였던 윤 씨는 딸의 통장으로 아들의 사망 보험금 3억 7천만 원을 수령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 (제가) ‘비용이 필요하다, 송금 좀 해다오.’, 그래서 (딸이) ‘알았다..’ 했는데, 오후 되니까,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져 버리고, 잠적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딸은 보험금이 모두 입금되자마자 연락이 끊겼습니다. 결혼한 딸의 집에도 찾아가봤지만 역시 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그래서 그때부터 딸을 찾아서 헤매고 다녔습니다. 차를 가지고, 한 4개월 동안." 딸을 찾을 방법이 없던 윤 씨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는데요. <인터뷰> 송재경 형사 (충남 아산경찰서 강력 1팀) : "가출한 사람이 배방 쪽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한 사실이 확인 되어 그 주변을 찾으러 다녔던 겁니다." 경찰을 통해 딸이 전화를 걸었던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한 윤 씨. 무려 4개월간의 잠복 끝에 전처 김 씨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딸 윤 씨를 찾아냈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발견할 당시에도 보니까 딸하고, 제 전처하고 둘이 웃고, 먹을 것 사오고 희희덕거리면서 시장보고 그러는데 참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자신의 돈을 들고 잠적한 딸이 괘씸해 어떻게든 돈을 받아나겠다며 납치를 결심한 윤 씨. 혼자 딸을 납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 윤 씨는 자신의 친 동생 2명까지 범행에 가담시켰습니다. <인터뷰> 윤 00 (피의자) : "강제적인 어떤 대화를 하려고 했던 건데 아마 제가 흥분한 상태에서, 또 딸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혼내려고 했던 것인데 방법 자체가 제가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 자신의 친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로부터 폭행과 납치까지 당한 딸 윤 씨는 현재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경찰은 윤 씨를 감금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인 윤 씨의 친동생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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