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지자체 전시 행정…세금 낭비 어쩌나

입력 2011.09.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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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임진왜란 당시 바다를 호령하던 거북선의 위용입니다.



국난극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해안 자치단체들이 2백여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앞다퉈 거북선 복원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런데, 엉터리 복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전시행정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실태와 이를 막을 대책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진정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상남도가 40억 원을 들여 원형 복원한 거북선과 판옥선입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수입 목재를 81%나 사용한 `엉터리 복원’으로 밝혀지면서 사실상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강영덕(경남 통영해경) : "거북선과 판옥선 외판에 보이는 부분은 모두 수입산 목재라 보시면 됩니다."



전남 여수시가 44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 유람선은 사업자를 찾지 못해 1년 가까이 부두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남 거제와 통영, 전남 고흥 등 다른 지자체들은 수억 원씩을 들여 거북선을 또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남해안에 이미 전시중이거나 만들고 있는 거북선과 판옥선은 15척이나 됩니다.



똑같은 거북선 복원 사업에 2백여 억원이나 투입되고 있습니다.



<녹취>정영복(전통 한선 복원 연구소장) : "원형 복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들이 지금 계속 진행은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예산 낭비 아니냐."



자치단체의 경쟁적인 복원 사업이 오히려 거북선의 역사적 상징성과 관광 효과마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거북선뿐만이 아닙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어놓은 박물관에는 전시할 유물이 없습니다.



텅 빈 박물관! 충분한 사전검토도 없이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지자체들을 송수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20억 원을 들여 만든 산청박물관.



유물이 없어 3년 넘게 방치되다 지난 4월에야 겨우 문을 열었지만 전시 유물 108점 가운데 68점은 모조품입니다.



박물관 등록 요건인 진품 유물 백 점을 채우지 못해 아직 등록도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동문(산청군 문화재담당) : "유물을 구입하려면 상당히 많은 예산이 들고, 예산 확보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5세기 가야국 유물이 대거 발굴된 곳에 세워진 합천 박물관.



철제 유물 160점 대부분이 모조품이지만 어디에도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지자체가 지은 공립 박물관이 이처럼 모조품으로 채워지는 이유는 유물에 대한 사전 조사도 부족한 데다 전시 시설과 유물에 대한 재투자도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들여서 지어도, 한 해 운영 예산은 1억 원 안팎으로 인건비를 대기에도 빠듯합니다.



<인터뷰>조영제(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어떻게 지역주민에게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전달하고 그런 활동의 중심지가 되겠습니까."



지난 2004년 63곳에 불과했던 공립박물관은 지난해 289곳으로 네 배 넘게 늘어 났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전시행정으로, 일부 박물관은 거대한 모조품 전시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자체가 앞다퉈 개최하고 있는 국제 행사도 문제투성인데요,



그렇다면, 이런 전시성 행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효연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설명합니다.



<기자 멘트>



’F1 머신’, 최고 속력 시속 350킬로미터를 자랑하는 경주용 자동차입니다.



한국 첫 F1 경주대회가 지난해 전남 영암에서 열렸는데요,



하지만 계획대로 앞으로 7년 동안 대회를 계속 치르게 되면, 예상 적자가 무려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자치단체장이 임기 동안 치적을 남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이런 행사를 계속 치르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감사원이 전국 28개 국제 행사를 감사한 결과, 이 중에 절반은 외국인 참여율이 0.1에서 4.7%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보여주기 식’ 지자체 사업에 제동을 걸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물 없는 박물관’인 산청박물관 건립비용으로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6억 원.



하지만 박물관 건립이 꼭 필요한지 타당성 조사는 없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예산과 사업 규모를 이미 결정한 뒤, 예산안이 전달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검토가 어렵다는 게 해당 부처인 문화부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타당성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자체 사업에 예산을 먼저 편성한 사례는 지난해 모두 7건, 사업비는 2천2백억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최병대(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예산을 쥔 기재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먼저 예산을 확보해놓고 나중에 거꾸로 (해당부서에 예산안)이 내려온다는 거죠."



국비지원 사업을 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소순창(건국대 교수) : "그 사람들에게(지역 기업이나 세력) 돌아갈 수 있는 뭔가 선심성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해야 만이 재선이나 삼선을 할 수…"



국비 지원 지자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지역 주민의 예산 편성에 참여 확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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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지자체 전시 행정…세금 낭비 어쩌나
    • 입력 2011-09-22 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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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임진왜란 당시 바다를 호령하던 거북선의 위용입니다.

국난극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해안 자치단체들이 2백여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앞다퉈 거북선 복원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런데, 엉터리 복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전시행정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실태와 이를 막을 대책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진정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상남도가 40억 원을 들여 원형 복원한 거북선과 판옥선입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수입 목재를 81%나 사용한 `엉터리 복원’으로 밝혀지면서 사실상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녹취>강영덕(경남 통영해경) : "거북선과 판옥선 외판에 보이는 부분은 모두 수입산 목재라 보시면 됩니다."

전남 여수시가 44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 유람선은 사업자를 찾지 못해 1년 가까이 부두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남 거제와 통영, 전남 고흥 등 다른 지자체들은 수억 원씩을 들여 거북선을 또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임진왜란 격전지였던 남해안에 이미 전시중이거나 만들고 있는 거북선과 판옥선은 15척이나 됩니다.

똑같은 거북선 복원 사업에 2백여 억원이나 투입되고 있습니다.

<녹취>정영복(전통 한선 복원 연구소장) : "원형 복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들이 지금 계속 진행은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예산 낭비 아니냐."

자치단체의 경쟁적인 복원 사업이 오히려 거북선의 역사적 상징성과 관광 효과마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거북선뿐만이 아닙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어놓은 박물관에는 전시할 유물이 없습니다.

텅 빈 박물관! 충분한 사전검토도 없이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지자체들을 송수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20억 원을 들여 만든 산청박물관.

유물이 없어 3년 넘게 방치되다 지난 4월에야 겨우 문을 열었지만 전시 유물 108점 가운데 68점은 모조품입니다.

박물관 등록 요건인 진품 유물 백 점을 채우지 못해 아직 등록도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동문(산청군 문화재담당) : "유물을 구입하려면 상당히 많은 예산이 들고, 예산 확보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5세기 가야국 유물이 대거 발굴된 곳에 세워진 합천 박물관.

철제 유물 160점 대부분이 모조품이지만 어디에도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지자체가 지은 공립 박물관이 이처럼 모조품으로 채워지는 이유는 유물에 대한 사전 조사도 부족한 데다 전시 시설과 유물에 대한 재투자도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들여서 지어도, 한 해 운영 예산은 1억 원 안팎으로 인건비를 대기에도 빠듯합니다.

<인터뷰>조영제(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어떻게 지역주민에게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전달하고 그런 활동의 중심지가 되겠습니까."

지난 2004년 63곳에 불과했던 공립박물관은 지난해 289곳으로 네 배 넘게 늘어 났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전시행정으로, 일부 박물관은 거대한 모조품 전시장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자체가 앞다퉈 개최하고 있는 국제 행사도 문제투성인데요,

그렇다면, 이런 전시성 행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효연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설명합니다.

<기자 멘트>

’F1 머신’, 최고 속력 시속 350킬로미터를 자랑하는 경주용 자동차입니다.

한국 첫 F1 경주대회가 지난해 전남 영암에서 열렸는데요,

하지만 계획대로 앞으로 7년 동안 대회를 계속 치르게 되면, 예상 적자가 무려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자치단체장이 임기 동안 치적을 남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이런 행사를 계속 치르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감사원이 전국 28개 국제 행사를 감사한 결과, 이 중에 절반은 외국인 참여율이 0.1에서 4.7%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보여주기 식’ 지자체 사업에 제동을 걸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물 없는 박물관’인 산청박물관 건립비용으로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6억 원.

하지만 박물관 건립이 꼭 필요한지 타당성 조사는 없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지자체가 사실상 예산과 사업 규모를 이미 결정한 뒤, 예산안이 전달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검토가 어렵다는 게 해당 부처인 문화부의 설명입니다.

이처럼 타당성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자체 사업에 예산을 먼저 편성한 사례는 지난해 모두 7건, 사업비는 2천2백억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최병대(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예산을 쥔 기재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먼저 예산을 확보해놓고 나중에 거꾸로 (해당부서에 예산안)이 내려온다는 거죠."

국비지원 사업을 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소순창(건국대 교수) : "그 사람들에게(지역 기업이나 세력) 돌아갈 수 있는 뭔가 선심성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해야 만이 재선이나 삼선을 할 수…"

국비 지원 지자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지역 주민의 예산 편성에 참여 확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이효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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