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유럽에서 특히 심합니다만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나서고 있다구요?
네, 한국 같으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요...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는 부자가 더 세금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른바 ‘부자증세’ 정책이 가시화된 나라도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시대를 맞아 각국에 부는 ‘부자증세’ 움직임을 심인보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달 6일,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트렸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14조 5천 8백억 달러, 미국 전체의 GDP와 맞먹는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가 신용 등급 강등의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존 챔버스(S&P 운영 책임자) : "만일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정치적인 경색이 더 심해진다면 미국의 신용등급은 추가 강등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7조 9천억 달러였던 미국의 정부부채는 2008년 처음으로 10조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결국 의회가 승인한 부채 한도인 14조 3천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뉴욕 타임즈에 칼럼 한 편을 기고합니다.
<녹취>"내가 낸 세금은 내 과세 소득의 17.4%였다. 그것은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스무 명보다 낮은 세율이었다. 그들의 세부담은 33%에서 41%였고 평균 36%였다. 나 같으면,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의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천 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율 인상을 제안하겠다."
이 글은 발표된 즉시 미국 사회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재산이 470억 달러, 54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이 내는 세금이 너무 적다며 더 부과해달라고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버핏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모교를 방문한 워런 버핏,
<녹취> 워런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 "솔직히 저나 빌 게이츠 씨의 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냅니다만, 그래도 세율은 낮은 편이죠. 25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수입이 적었지만 그 때의 세율이 지금보다 두 세 배는 됩니다. 부자들 좋은 일만 시켜준 거죠."
<녹취> 빌 게이츠(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 "버핏 씨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국가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더 진보적인 체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오래 전부터 부자 증세를 주장해왔던 버핏의 목소리가 재정 위기라는 절박한 현실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녹취> "저는 워런 버핏의 비서예요. 그런데 내 억만장자 상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나는 아이가 세 명 있고 한 달에 4만 달러를 버는데 억만 장자들보다 더 세율이 높습니다."
<녹취> "대부분의 미국인은 의회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그걸 거부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한 진보 단체가 워런 버핏의 주장에 근거해서 만든 이 풍자 동영상 역시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비서가 워런 버핏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이유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과 돈을 굴려서 버는 자본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로 소득의 경우 과표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데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3만 5천 달러에서 8만 4천 달러 사이라면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자본 소득의 경우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최대 15%의 세율만 적용됩니다.
버핏 같은 억만 장자는 소득의 대부분이 근로 소득이 아니라 자본 소득이기 때문에 전체 소득에 대한 세율은 파격적으로 낮아지는 겁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통의 미국인에게 짐을 지우는 안은 절대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연소득 100만 달러가 넘는 부자들은 근로소득과 자본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적어도 중산층보다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하자는 겁니다.
<녹취> 티모시 가이트너(미국 재무장관) : "미국의 손꼽히는 갑부들은, 적어도 중산층 가정이 내는 것보다는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버핏세'라고 부르며 밀어 붙일 태세입니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 언론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계급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 : "경제의 한 부문의 사람들만 콕 집어,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건 계급 전쟁입니다."
<녹취> 폴 라이언(공화당 하원 예산위원장) : "계급 전쟁은 단순히 나라를 더 분열시킬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도 방해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반론,
<녹취> 오바마 : "이건 계급 전쟁이 아니라 산수입니다. 돈은 반드시 어디선가 나와야 하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중산층이나 빈곤층이 혜택을 보는 건강 보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자 증세를 반드시 관철시켜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부자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공화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부자들에 대한 증세안을 호락 호락 통과시켜줄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성난 미국인들의 민심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7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부유층의 탐욕을 성토하며 불공평한 세금 체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터뷰> 래리 헤일스(시위 참여 시민) : "그들은 국민들의 말보다 월가의 말을 더 경청합니다.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실업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쓰지 않아요."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 논쟁은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해 16명의 억만 장자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달라고 청원했습니다.
<인터뷰> 장 페이럴바드(은행가) : "일부 부자들이,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모른척 할 수 없다며 집단적인 반응을 보인 건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회장도, 벨기에 브뤼셀 항공의 공동 창업주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예 '자본 과세를 요구하는 부자들'이라는 모임이 결성돼 회원 50명이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빈곤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재정 긴축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프랑스와 스페인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특히 단순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것 뿐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대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녹취> 가진 것 뭐 있어요? (내 차를 가져가요. 해치지만 말아주세요. 그냥 잔돈이에요.) 걱정마요, 잘 쓸게요."
<녹취> "로빈후드 세금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 은행거래에서 0.05%를 세금으로 떼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지만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이 동영상은, 일명 로빈 후드세금이라고 불리는 토빈세를 홍보하기 위한 겁니다. 단기성 자본 거래에 0.05%의 세금만 부과해도 2천억 유로의 추가 세수가 생겨 빈곤해소나 재정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발상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으로 여겨져 왔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직후부터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에는 유럽의회가 토빈세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긴축은 복지 측소로 이어져 서민들의 삶에 엄청난 짐을 지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경제 위기를 이용해 더 큰 돈을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자 증세와 자본 과세 논란은, 어쩌면 이렇게 불공평한 현실에 대한 필연적인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유럽에서 특히 심합니다만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나서고 있다구요?
네, 한국 같으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요...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는 부자가 더 세금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른바 ‘부자증세’ 정책이 가시화된 나라도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시대를 맞아 각국에 부는 ‘부자증세’ 움직임을 심인보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달 6일,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트렸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14조 5천 8백억 달러, 미국 전체의 GDP와 맞먹는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가 신용 등급 강등의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존 챔버스(S&P 운영 책임자) : "만일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정치적인 경색이 더 심해진다면 미국의 신용등급은 추가 강등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7조 9천억 달러였던 미국의 정부부채는 2008년 처음으로 10조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결국 의회가 승인한 부채 한도인 14조 3천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뉴욕 타임즈에 칼럼 한 편을 기고합니다.
<녹취>"내가 낸 세금은 내 과세 소득의 17.4%였다. 그것은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스무 명보다 낮은 세율이었다. 그들의 세부담은 33%에서 41%였고 평균 36%였다. 나 같으면,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의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천 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율 인상을 제안하겠다."
이 글은 발표된 즉시 미국 사회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재산이 470억 달러, 54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이 내는 세금이 너무 적다며 더 부과해달라고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버핏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모교를 방문한 워런 버핏,
<녹취> 워런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 "솔직히 저나 빌 게이츠 씨의 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냅니다만, 그래도 세율은 낮은 편이죠. 25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수입이 적었지만 그 때의 세율이 지금보다 두 세 배는 됩니다. 부자들 좋은 일만 시켜준 거죠."
<녹취> 빌 게이츠(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 "버핏 씨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국가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더 진보적인 체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오래 전부터 부자 증세를 주장해왔던 버핏의 목소리가 재정 위기라는 절박한 현실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녹취> "저는 워런 버핏의 비서예요. 그런데 내 억만장자 상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나는 아이가 세 명 있고 한 달에 4만 달러를 버는데 억만 장자들보다 더 세율이 높습니다."
<녹취> "대부분의 미국인은 의회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그걸 거부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한 진보 단체가 워런 버핏의 주장에 근거해서 만든 이 풍자 동영상 역시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비서가 워런 버핏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이유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과 돈을 굴려서 버는 자본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로 소득의 경우 과표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데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3만 5천 달러에서 8만 4천 달러 사이라면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자본 소득의 경우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최대 15%의 세율만 적용됩니다.
버핏 같은 억만 장자는 소득의 대부분이 근로 소득이 아니라 자본 소득이기 때문에 전체 소득에 대한 세율은 파격적으로 낮아지는 겁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통의 미국인에게 짐을 지우는 안은 절대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연소득 100만 달러가 넘는 부자들은 근로소득과 자본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적어도 중산층보다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하자는 겁니다.
<녹취> 티모시 가이트너(미국 재무장관) : "미국의 손꼽히는 갑부들은, 적어도 중산층 가정이 내는 것보다는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버핏세'라고 부르며 밀어 붙일 태세입니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 언론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계급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 : "경제의 한 부문의 사람들만 콕 집어,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건 계급 전쟁입니다."
<녹취> 폴 라이언(공화당 하원 예산위원장) : "계급 전쟁은 단순히 나라를 더 분열시킬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도 방해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반론,
<녹취> 오바마 : "이건 계급 전쟁이 아니라 산수입니다. 돈은 반드시 어디선가 나와야 하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중산층이나 빈곤층이 혜택을 보는 건강 보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자 증세를 반드시 관철시켜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부자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공화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부자들에 대한 증세안을 호락 호락 통과시켜줄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성난 미국인들의 민심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7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부유층의 탐욕을 성토하며 불공평한 세금 체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터뷰> 래리 헤일스(시위 참여 시민) : "그들은 국민들의 말보다 월가의 말을 더 경청합니다.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실업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쓰지 않아요."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 논쟁은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해 16명의 억만 장자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달라고 청원했습니다.
<인터뷰> 장 페이럴바드(은행가) : "일부 부자들이,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모른척 할 수 없다며 집단적인 반응을 보인 건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회장도, 벨기에 브뤼셀 항공의 공동 창업주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예 '자본 과세를 요구하는 부자들'이라는 모임이 결성돼 회원 50명이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빈곤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재정 긴축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프랑스와 스페인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특히 단순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것 뿐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대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녹취> 가진 것 뭐 있어요? (내 차를 가져가요. 해치지만 말아주세요. 그냥 잔돈이에요.) 걱정마요, 잘 쓸게요."
<녹취> "로빈후드 세금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 은행거래에서 0.05%를 세금으로 떼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지만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이 동영상은, 일명 로빈 후드세금이라고 불리는 토빈세를 홍보하기 위한 겁니다. 단기성 자본 거래에 0.05%의 세금만 부과해도 2천억 유로의 추가 세수가 생겨 빈곤해소나 재정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발상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으로 여겨져 왔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직후부터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에는 유럽의회가 토빈세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긴축은 복지 측소로 이어져 서민들의 삶에 엄청난 짐을 지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경제 위기를 이용해 더 큰 돈을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자 증세와 자본 과세 논란은, 어쩌면 이렇게 불공평한 현실에 대한 필연적인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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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리포트] 재정위기에 ‘부자증세’ 바람
-
- 입력 2011-09-25 08:05:27
<앵커 멘트>
유럽에서 특히 심합니다만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나서고 있다구요?
네, 한국 같으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요...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는 부자가 더 세금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른바 ‘부자증세’ 정책이 가시화된 나라도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시대를 맞아 각국에 부는 ‘부자증세’ 움직임을 심인보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달 6일,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트렸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14조 5천 8백억 달러, 미국 전체의 GDP와 맞먹는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가 신용 등급 강등의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존 챔버스(S&P 운영 책임자) : "만일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정치적인 경색이 더 심해진다면 미국의 신용등급은 추가 강등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7조 9천억 달러였던 미국의 정부부채는 2008년 처음으로 10조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결국 의회가 승인한 부채 한도인 14조 3천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은 뉴욕 타임즈에 칼럼 한 편을 기고합니다.
<녹취>"내가 낸 세금은 내 과세 소득의 17.4%였다. 그것은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스무 명보다 낮은 세율이었다. 그들의 세부담은 33%에서 41%였고 평균 36%였다. 나 같으면,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의 세율을 즉시 인상할 것이다.천 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율 인상을 제안하겠다."
이 글은 발표된 즉시 미국 사회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재산이 470억 달러, 54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이 내는 세금이 너무 적다며 더 부과해달라고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버핏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모교를 방문한 워런 버핏,
<녹취> 워런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 "솔직히 저나 빌 게이츠 씨의 소득에는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냅니다만, 그래도 세율은 낮은 편이죠. 25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수입이 적었지만 그 때의 세율이 지금보다 두 세 배는 됩니다. 부자들 좋은 일만 시켜준 거죠."
<녹취> 빌 게이츠(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 "버핏 씨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국가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더 진보적인 체계가 필요합니다. 사람들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오래 전부터 부자 증세를 주장해왔던 버핏의 목소리가 재정 위기라는 절박한 현실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녹취> "저는 워런 버핏의 비서예요. 그런데 내 억만장자 상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저도 워런 버핏의 비서입니다."
<녹취> "나는 아이가 세 명 있고 한 달에 4만 달러를 버는데 억만 장자들보다 더 세율이 높습니다."
<녹취> "대부분의 미국인은 의회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공화당은 그걸 거부하고 있어요. 왜일까요?"
한 진보 단체가 워런 버핏의 주장에 근거해서 만든 이 풍자 동영상 역시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비서가 워런 버핏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이유는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과 돈을 굴려서 버는 자본 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로 소득의 경우 과표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데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3만 5천 달러에서 8만 4천 달러 사이라면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자본 소득의 경우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최대 15%의 세율만 적용됩니다.
버핏 같은 억만 장자는 소득의 대부분이 근로 소득이 아니라 자본 소득이기 때문에 전체 소득에 대한 세율은 파격적으로 낮아지는 겁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통의 미국인에게 짐을 지우는 안은 절대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연소득 100만 달러가 넘는 부자들은 근로소득과 자본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적어도 중산층보다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하자는 겁니다.
<녹취> 티모시 가이트너(미국 재무장관) : "미국의 손꼽히는 갑부들은, 적어도 중산층 가정이 내는 것보다는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를 '버핏세'라고 부르며 밀어 붙일 태세입니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 언론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이 계급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의원) : "경제의 한 부문의 사람들만 콕 집어,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건 계급 전쟁입니다."
<녹취> 폴 라이언(공화당 하원 예산위원장) : "계급 전쟁은 단순히 나라를 더 분열시킬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도 방해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반론,
<녹취> 오바마 : "이건 계급 전쟁이 아니라 산수입니다. 돈은 반드시 어디선가 나와야 하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중산층이나 빈곤층이 혜택을 보는 건강 보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자 증세를 반드시 관철시켜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에서 부자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공화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부자들에 대한 증세안을 호락 호락 통과시켜줄 리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성난 미국인들의 민심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7일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부유층의 탐욕을 성토하며 불공평한 세금 체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인터뷰> 래리 헤일스(시위 참여 시민) : "그들은 국민들의 말보다 월가의 말을 더 경청합니다.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실업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쓰지 않아요."
미국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부자 증세 논쟁은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를 비롯해 16명의 억만 장자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달라고 청원했습니다.
<인터뷰> 장 페이럴바드(은행가) : "일부 부자들이, 사회의 다른 사람들을 모른척 할 수 없다며 집단적인 반응을 보인 건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회장도, 벨기에 브뤼셀 항공의 공동 창업주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예 '자본 과세를 요구하는 부자들'이라는 모임이 결성돼 회원 50명이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빈곤층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재정 긴축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프랑스와 스페인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특히 단순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것 뿐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대책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녹취> 가진 것 뭐 있어요? (내 차를 가져가요. 해치지만 말아주세요. 그냥 잔돈이에요.) 걱정마요, 잘 쓸게요."
<녹취> "로빈후드 세금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 은행거래에서 0.05%를 세금으로 떼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지만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더 나아가 기후 변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이 동영상은, 일명 로빈 후드세금이라고 불리는 토빈세를 홍보하기 위한 겁니다. 단기성 자본 거래에 0.05%의 세금만 부과해도 2천억 유로의 추가 세수가 생겨 빈곤해소나 재정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발상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으로 여겨져 왔지만 2008년 경제 위기 직후부터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에는 유럽의회가 토빈세 도입을 의결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인한 재정 긴축은 복지 측소로 이어져 서민들의 삶에 엄청난 짐을 지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경제 위기를 이용해 더 큰 돈을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자 증세와 자본 과세 논란은, 어쩌면 이렇게 불공평한 현실에 대한 필연적인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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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보 기자 nad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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