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충전] 영어 초석 다지고, 나라에 보물 바치고!

입력 2011.09.26 (09:01) 수정 2011.09.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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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학창시절, 누구나 한 권은 갖고 있었대도 과언이 아닌, 추억의 영어책이 있죠?

하늘색 표지에 한자로 적힌 제목 기억하시죠?

바로 성문영어입니다.

기본영어다, 종합영어다, 종류는 많지만 교과서 못지않게 이것 들여다보며 단어다, 문장이다 외우던 기억있으실텐데요.

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송성문 씨가 며칠 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죠.

그런데 심연희 기자, 고인이 영어책으로 번 돈으로 문화계에 좋은 일도 많이 했다면서요?

네. 영어 참고서의 전설로 불리는 '성문 영어', 저 역시도 이 책으로 공부하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데요.

1967년 초판이 나온 후 현재까지 천만 부 이상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고 송성문 씨는요, 벌어들인 돈을 국보, 특히 고서를 수집하는 데 썼습니다.

수집해 온 국보급 문화재 26점을 국가에 기증하기도 했죠.

고인의 아름다운 삶을 돌아봅니다.

<리포트>

제대로 된 참고서 하나 찾기 힘든 그때 그 시절, 영어 필독서라 불릴 만한 책이 있었죠.

1967년 '정통종합영어'로 발간돼 지금껏 천만 부 이상 팔린 '성문 영어'인데요.

<인터뷰> 故 송성문('성문 영어' 시리즈 저자) :"(성문 영어가) 44년간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책들 사이로, 40년 넘게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민혜('성문 영어' 독자) : "성문 기초는 중학교 때 보고, 성문 종합은 고등학교 때 봤어요. 조금 바뀌긴 했지만, 나중에 저희 아이도 크면 (이 책은)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죠."

수험생들에겐 '영어의 바이블'로 통하면서 당시 수학의 정석과 함께 양대 참고서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윤성원(입시 준비생) : "(성문 영어)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정말 제 영어 문법의 틀을 다져준 책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이에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책 표지만 봐도 감회에 젖곤 합니다.

<인터뷰> 이시영('성문 영어' 독자) : "아직까지 (이 책에) 애착이 가요. 저도 보관했었는데 이사하다 없어졌어요."

'성문 영어'의 저자, 송성문 씨가 8년간의 간암 투병 중,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책으로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취직도 했다는 사람들, 그의 부고 소식에 많이 안타까워했는데요.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신의주교원대를 나온 고인은 6ㆍ25전쟁 때 통역장교로 근무한 후에 영어 교사로 재직하며 영어 교육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인터뷰> 박안종(전 경복학원 수학 강사) : "그 당시에는 신화적인 선생님이었죠. 선생님 얼굴을 안 봐도 좋으니까 목소리만 듣겠다고 경기여고, 이화여고 학생들이 책을 펴놓고 공부했는데 정말 그때 새벽에 학생들이 종로 바닥을 완전히 휩쓸었죠."

책을 팔아 번 돈으로는 고서를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2003년엔 그동안 모아온 문화재를 기증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죠.

국보 4점 보물 22점을 기증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앞에 나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대규(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 : "저희가 고마운 마음으로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했는데 그때도 나타나지 않으셨어요. 저희 박물관과 일반 시민에게도 이런 사실이 잔잔한 감동이 되었습니다."

집 한 채 값으로 문화재를 사고, 아무 조건 없이 기증을 한 송성문 씨, 생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분을 찾아가봤는데요.

만나자마자 보여준 건 누렇게 빛바랜 낡은 졸업앨범이었습니다.

마산고 재직 당시, 3학년 박용수 씨의 담임선생님이었다는데요.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돋보기 힘을 빌려 하나씩 옛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48년 전이죠. (선생님이) 33세 때입니다. 저와 열네 살 차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자들이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을까만 고민한 지난 날, 스승 송성문 씨는 어떤 분이었을까요?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점잖은 분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권위가 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박용수 씨 역시 스승의 영향으로 35년간 교사 생활을 했는데요.

학창시절은 물론 영어 교사가 돼서도 손에서 스승의 책을 놓을 줄 몰랐습니다.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성문 영어를) 여러 번 읽고 거의 머릿속에 외우고 있어야 수업시간에 예문을 그대로 쓸 수가 있어요.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외우다시피 해야 하니까 다섯 번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평생,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성문 영어', 그 원동력은 영어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요?

<녹취> "송성문 선생님은 저에게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셨고,"

<녹취> "이제 편히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녹취> "선생님 덕분에 기본,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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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충전] 영어 초석 다지고, 나라에 보물 바치고!
    • 입력 2011-09-26 09: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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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학창시절, 누구나 한 권은 갖고 있었대도 과언이 아닌, 추억의 영어책이 있죠? 하늘색 표지에 한자로 적힌 제목 기억하시죠? 바로 성문영어입니다. 기본영어다, 종합영어다, 종류는 많지만 교과서 못지않게 이것 들여다보며 단어다, 문장이다 외우던 기억있으실텐데요. 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송성문 씨가 며칠 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죠. 그런데 심연희 기자, 고인이 영어책으로 번 돈으로 문화계에 좋은 일도 많이 했다면서요? 네. 영어 참고서의 전설로 불리는 '성문 영어', 저 역시도 이 책으로 공부하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데요. 1967년 초판이 나온 후 현재까지 천만 부 이상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고 송성문 씨는요, 벌어들인 돈을 국보, 특히 고서를 수집하는 데 썼습니다. 수집해 온 국보급 문화재 26점을 국가에 기증하기도 했죠. 고인의 아름다운 삶을 돌아봅니다. <리포트> 제대로 된 참고서 하나 찾기 힘든 그때 그 시절, 영어 필독서라 불릴 만한 책이 있었죠. 1967년 '정통종합영어'로 발간돼 지금껏 천만 부 이상 팔린 '성문 영어'인데요. <인터뷰> 故 송성문('성문 영어' 시리즈 저자) :"(성문 영어가) 44년간 나오고 있으니까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책들 사이로, 40년 넘게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민혜('성문 영어' 독자) : "성문 기초는 중학교 때 보고, 성문 종합은 고등학교 때 봤어요. 조금 바뀌긴 했지만, 나중에 저희 아이도 크면 (이 책은)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죠." 수험생들에겐 '영어의 바이블'로 통하면서 당시 수학의 정석과 함께 양대 참고서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윤성원(입시 준비생) : "(성문 영어)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정말 제 영어 문법의 틀을 다져준 책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이에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책 표지만 봐도 감회에 젖곤 합니다. <인터뷰> 이시영('성문 영어' 독자) : "아직까지 (이 책에) 애착이 가요. 저도 보관했었는데 이사하다 없어졌어요." '성문 영어'의 저자, 송성문 씨가 8년간의 간암 투병 중,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책으로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취직도 했다는 사람들, 그의 부고 소식에 많이 안타까워했는데요.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신의주교원대를 나온 고인은 6ㆍ25전쟁 때 통역장교로 근무한 후에 영어 교사로 재직하며 영어 교육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인터뷰> 박안종(전 경복학원 수학 강사) : "그 당시에는 신화적인 선생님이었죠. 선생님 얼굴을 안 봐도 좋으니까 목소리만 듣겠다고 경기여고, 이화여고 학생들이 책을 펴놓고 공부했는데 정말 그때 새벽에 학생들이 종로 바닥을 완전히 휩쓸었죠." 책을 팔아 번 돈으로는 고서를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2003년엔 그동안 모아온 문화재를 기증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죠. 국보 4점 보물 22점을 기증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앞에 나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강대규(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 : "저희가 고마운 마음으로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했는데 그때도 나타나지 않으셨어요. 저희 박물관과 일반 시민에게도 이런 사실이 잔잔한 감동이 되었습니다." 집 한 채 값으로 문화재를 사고, 아무 조건 없이 기증을 한 송성문 씨, 생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분을 찾아가봤는데요. 만나자마자 보여준 건 누렇게 빛바랜 낡은 졸업앨범이었습니다. 마산고 재직 당시, 3학년 박용수 씨의 담임선생님이었다는데요.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돋보기 힘을 빌려 하나씩 옛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48년 전이죠. (선생님이) 33세 때입니다. 저와 열네 살 차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자들이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을까만 고민한 지난 날, 스승 송성문 씨는 어떤 분이었을까요?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점잖은 분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권위가 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박용수 씨 역시 스승의 영향으로 35년간 교사 생활을 했는데요. 학창시절은 물론 영어 교사가 돼서도 손에서 스승의 책을 놓을 줄 몰랐습니다. <인터뷰> 박용수(故 송성문 씨 제자) : "(성문 영어를) 여러 번 읽고 거의 머릿속에 외우고 있어야 수업시간에 예문을 그대로 쓸 수가 있어요.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외우다시피 해야 하니까 다섯 번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평생,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성문 영어', 그 원동력은 영어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요? <녹취> "송성문 선생님은 저에게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셨고," <녹취> "이제 편히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녹취> "선생님 덕분에 기본,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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