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실화영화’ 개봉하고 났더니…

입력 2011.09.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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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영화 '도가니' 흥행 열기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로 떠올랐죠.

'도가니'를 계기로 과거 실화를 다룬 영화들이 다시 한번 조명 받고 있는데요.

실제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 또 개구리 소년 사건을 소재로 만든 ' 아이들'이 떠오르네요.

정수영 기자, 이렇게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들이 현실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낸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켜본 관객들이 행동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영화 도가니 이후 아동 범죄등에 대한 공소시효 철폐 운동에는 순식간에 10만명이 몰렸습니다.

관계 당국이 재조사에 나선 것은 물론 정치권도 앞다퉈 법 개정을 공언했습니다.

3년 전에는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가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 시효를 최장 25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또 다른 실화 영화 개봉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리포트>

6년 전 특수학교 교직원들이 저지른 청각장애인 성폭행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장면입니다.

성폭행 가담 교직원 6명 가운데 2명만 징역형을 살았을 뿐 나머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실화가 영화를 통해 낱낱이 알려졌습니다.

<녹취> 인화학교 피해 학생 학부모(음성변조) : "분명히 벌 받게 한다. 약속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돼서 지금 항상 마음이 아프고.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사회가 그렇게 하는 게 안타까워요."

분노 여론이 확산되면서 개봉 9일 만에 관객 수는 1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동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철폐하자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도 10만 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제 영화를 관람한 뒤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지영(울산 남구) : "사람이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시간만 벌어 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숨어 갈 수 있잖아요. 그 나쁜사람들이.."

영화 도가니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관계 당국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광주교육청은 어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반을 구성해 전방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여야 국회위원들은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앞다퉈 발의하며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인화학교 피해 학생 학부모 (음성변조) : "어떻게 해서든지 장애인을 상대로 그런 일이 또 안 벌어 질 수 없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법이 강화가 되어서 정말로 그런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하는데"

<녹취> 사건 당시 실제범인 목소리 : "(형호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이는 돌려 주셔야죠) 형호는 잘 있습니다. 형호 군에게 형이 있죠? 그 아이도 조심 하세요. 경찰에 신고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1991년 벌어진 실화 “압구정동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그놈 목소리’입니다.

3년 전 개봉 당시 영화는 실제 범인 몽타쥬와 함께 이 군 부모를 협박한 실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관객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습니다.

당시 9살이던 이형호 군을 납치한 범인은 60차례 넘게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었고 이 군은 사건 발생 44일만에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이양구 (당시 수사 담당자) : "시체 발견당시 외상은 없었고 다만 손 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에서 테이프로 입이 가려진 상태였고."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최장 25년으로 연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우실(故 이형호군 아버지 ) : "인간을 죽이고 어떻게 자기가 살려고 해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공소시효만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 가운데는 관객들을 움직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실을 바꾸는데 역부족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구로 소년 사건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아이들’ 장면입니다.

<녹취> "무려 800만장이 넘는 전단이 전국에 배포되었지만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991년 도롱뇽 알을 찾겠다며 집을 나선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연인원 32만 명이 수색을 벌였는데도 단서 하나 찾지 못했고 사건 발생 11년 반 만에 실종된 어린이들 유골이 발견됐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인터뷰> 박건서(故 박찬인군 아버지) : "그때 (공소시효) 연장 내지 폐지해달라고 국회 들어가서 난리하고 하다가 안 되니까... 우리가 더 이상 뭐할 방법도 없고..."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면서 아동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기간 폐지 운동이 다시 한 번 달아올랐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모임) :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상영이 되면서 저희가 공소 시효폐지를 또 주장했는데 그때 반짝 국민들의 관심을 받다가 말았습니다."

1997년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대학생 조중필 씨의 피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 2명이 구속됐지만 결국 진범을 가려내 처벌하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 패터슨(살인용의자/ 97년 당시) : "말하고 싶지 않아요 인터뷰도 싫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 사건 발생 12년 만에 검찰이 당시 용의자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는 등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입니다.

<녹취> 이복수(故조중필씨 어머니) : "(개봉 당시) 재수사한다고 하니까 희망이 아주 없다가 희망이 생겼는데 한 3년 지나갔잖아요. 아직 아무 저기(연락) 도 없어."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실제 현실마저 바꾸는 일이 잇따르면서 또 다른 실화 영화 제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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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실화영화’ 개봉하고 났더니…
    • 입력 2011-09-30 0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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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영화 '도가니' 흥행 열기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로 떠올랐죠. '도가니'를 계기로 과거 실화를 다룬 영화들이 다시 한번 조명 받고 있는데요. 실제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 또 개구리 소년 사건을 소재로 만든 ' 아이들'이 떠오르네요. 정수영 기자, 이렇게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들이 현실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낸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켜본 관객들이 행동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영화 도가니 이후 아동 범죄등에 대한 공소시효 철폐 운동에는 순식간에 10만명이 몰렸습니다. 관계 당국이 재조사에 나선 것은 물론 정치권도 앞다퉈 법 개정을 공언했습니다. 3년 전에는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 그놈 목소리가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살인 사건에 대한 공소 시효를 최장 25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또 다른 실화 영화 개봉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리포트> 6년 전 특수학교 교직원들이 저지른 청각장애인 성폭행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장면입니다. 성폭행 가담 교직원 6명 가운데 2명만 징역형을 살았을 뿐 나머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실화가 영화를 통해 낱낱이 알려졌습니다. <녹취> 인화학교 피해 학생 학부모(음성변조) : "분명히 벌 받게 한다. 약속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돼서 지금 항상 마음이 아프고.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사회가 그렇게 하는 게 안타까워요." 분노 여론이 확산되면서 개봉 9일 만에 관객 수는 1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동범죄와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철폐하자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도 10만 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제 영화를 관람한 뒤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지영(울산 남구) : "사람이 도저히 할 짓이 아니다 시간만 벌어 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숨어 갈 수 있잖아요. 그 나쁜사람들이.." 영화 도가니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관계 당국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광주교육청은 어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반을 구성해 전방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여야 국회위원들은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앞다퉈 발의하며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인화학교 피해 학생 학부모 (음성변조) : "어떻게 해서든지 장애인을 상대로 그런 일이 또 안 벌어 질 수 없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법이 강화가 되어서 정말로 그런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하는데" <녹취> 사건 당시 실제범인 목소리 : "(형호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이는 돌려 주셔야죠) 형호는 잘 있습니다. 형호 군에게 형이 있죠? 그 아이도 조심 하세요. 경찰에 신고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1991년 벌어진 실화 “압구정동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그놈 목소리’입니다. 3년 전 개봉 당시 영화는 실제 범인 몽타쥬와 함께 이 군 부모를 협박한 실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관객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습니다. 당시 9살이던 이형호 군을 납치한 범인은 60차례 넘게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었고 이 군은 사건 발생 44일만에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이양구 (당시 수사 담당자) : "시체 발견당시 외상은 없었고 다만 손 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에서 테이프로 입이 가려진 상태였고."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최장 25년으로 연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우실(故 이형호군 아버지 ) : "인간을 죽이고 어떻게 자기가 살려고 해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공소시효만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 가운데는 관객들을 움직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실을 바꾸는데 역부족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구로 소년 사건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아이들’ 장면입니다. <녹취> "무려 800만장이 넘는 전단이 전국에 배포되었지만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991년 도롱뇽 알을 찾겠다며 집을 나선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연인원 32만 명이 수색을 벌였는데도 단서 하나 찾지 못했고 사건 발생 11년 반 만에 실종된 어린이들 유골이 발견됐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인터뷰> 박건서(故 박찬인군 아버지) : "그때 (공소시효) 연장 내지 폐지해달라고 국회 들어가서 난리하고 하다가 안 되니까... 우리가 더 이상 뭐할 방법도 없고..."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면서 아동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기간 폐지 운동이 다시 한 번 달아올랐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 나주봉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모임) :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상영이 되면서 저희가 공소 시효폐지를 또 주장했는데 그때 반짝 국민들의 관심을 받다가 말았습니다." 1997년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대학생 조중필 씨의 피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 2명이 구속됐지만 결국 진범을 가려내 처벌하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 패터슨(살인용의자/ 97년 당시) : "말하고 싶지 않아요 인터뷰도 싫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 사건 발생 12년 만에 검찰이 당시 용의자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는 등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입니다. <녹취> 이복수(故조중필씨 어머니) : "(개봉 당시) 재수사한다고 하니까 희망이 아주 없다가 희망이 생겼는데 한 3년 지나갔잖아요. 아직 아무 저기(연락) 도 없어."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실제 현실마저 바꾸는 일이 잇따르면서 또 다른 실화 영화 제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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