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남북 사회문화 교류 재개

입력 2011.10.01 (09: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한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 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지난해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중단됐던 남·북 사회문화교류가 재개됐습니다.

조계종을 필두로, 지휘자 정명훈, 7대 종단 대표들이 지난 달 연달아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신임 통일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남북교류사업의 문호가 더욱 넓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5일, 조계종은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북측 조선불교도 연맹과 함께 팔만대장경 판각 천 년을 기념하는 ‘조국통일 기원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를 가졌습니다.

합동법회를 위해 조계종 관계자 37명이 방북했습니다.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사회문화교류 차원의 방북입니다.

정부는 순수한 목적의 종교행사라는 점과 올해가 팔만대장경 판각 천 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북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영담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지난달 8일) : "남북 불교계가 합동 법회를 봉행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과 민족의 안녕 및 통일을 기원했습니다. 향후 남북 불교계 교류는 물론 종교간 교류에 물꼬를 터 다양한 민간, 문화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지난달 12일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북한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의 주선으로 북한 조선 예술교류협회의 초청을 받았고, 정부 역시 사회문화 차원의 교류임을 감안해 방북을 승인했습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한 국립교향악단,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했습니다.

또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7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 : "기적적으로 순전히 음악 덕택에. 일단 시작하면 남한 북한이 없어집니다. 음악으로 통하는 게 있었고. 북한 음악가들이 아주 잘하고 있어요.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었고."

클래식 음악가로서는 평생 처음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해 본다며 북한 단원들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고 정명훈 감독은 전했습니다.

<녹취>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지난 16일) : "깊이가 있고 힘이 있다는 음악을 믿고 일평생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믿고..."

지난달 21일엔 7대 종단 대표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한의 식량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북의 종교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인터뷰>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역시 만나야 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어려운 문제들도 풀어나가고 했으면..."

7대 종단 대표는 백두산에서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백두산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예정에 없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종혁 조선아태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만남도 성사됐습니다.

<인터뷰>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이례적으로 격의없는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구요./지금 남북관계가 경색 돼 있는데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모두가 나서서 통일 문제에 관해서 함께 의논을 해야 된다."

7대 종단 방북단은 남북 종교인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밀가루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조계종을 시작으로 9월 들어 세 차례나 이뤄진 방북은 통일부 장관 교체와 맞물려 진행됐습니다.

원칙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했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교체로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됐었는데요.

잇달아 이뤄진 방북 승인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또 한번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녹취> 류우익(통일부 장관/지난달 19일 취임식) : "국민의 여망에도 귀를 기울이고 이웃 나라와도 협의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꾸준히 북측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나갈 작정입니다. "

새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최광식 장관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사회 문화 교류의 재개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창수(자유선진당 의원/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 "개성 만월대 발굴 사업이 중단 돼있죠. 겨레말 큰사전도 중요한데.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녹취> 최광식(문화부 장관/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 "남북교류가 잘 된 부분이 역사하고 겨레말 두분야다. 그것이 하다가 중단됐습니다. 남북이 경색됐더라도 문화교류부터 하나하나 먼저 잇고 실타래를 풀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개성 송악산 기슭에 위치한 고려시대 왕궁, 만월댑니다.

450년, 고려왕조의 흥망을 함께한 왕궁이지만 고려 말, 홍건적의 침입으로 모두 불타 현재는 폐허로 남아있습니다.

분단으로 남한에선 가 볼 수 없던 만월대는 지난 2007년 5월,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공동발굴조사에 나서면서 베일을 벗게 됐습니다.

<녹취> 박성진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길이가 65cm 폭이 22cm 아래위로 4cm 가량의 구멍이 나 있는데요. 그런 형태는 지금가지 확인된 바가 없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와 한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들도 발견됐습니다.

만월대 공동발굴은 당초 10년을 계획한 사업이지만 지난해 5.24조치로 4차 조사가 끝난 뒤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학계는 이렇게 중단된 사업이 오히려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표준어는 물론, 방언과 해외동포들이 쓰는 말까지도 총 정리해 한민족의 언어유산을 집대성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간 남북의 공동집필진은 분기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회의를 했습니다.

겨레말 사전의 편찬 목표 시한은 2013년, 현재 60% 정도가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지난해 정부의 5.24 조치로 중단 된 사업은 2년 가까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용운(겨레말큰사전편찬남측위원회 편찬실장) : "2010년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사전편찬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됩니다. 사전편찬을 하게되면 수시로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협의해야하는데 한 2년 여 동안 만나지 못함으로써 남북 양측 모두 상대쪽의 작업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사업의 연속성이 끊어져 다시 재개된다 하더라도 사업이 예전 같은 속도를 내기는 한동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90년, 독일의 통일엔 동독과 서독 간의 꾸준한 사회문화 교류가 밑거름이 됐습니다.

서독은 동독에 경제적 지원을 할 때마다 문화교류의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서독과 동독은 문화협정을 맺고 동.서독 간 여행의 자유를 보장했습니다.

또 동독 주민의 서독 이주를 확대해 나갔고, 우편과 전화를 증설해 개인 간의 교류도 허용했습니다.

서독 기자들은 동독을 취재할 수 있었고, 동독 주민들은 서독의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우리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들만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고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구요. 지역정부 단위에서 음악회라든지 공동행사들이 많았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어떤 의미에선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동경하게 함으로써 동독 주민들이 체제를 와해시키는 동기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0년, 평양소년예술단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간에는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뤄졌습니다.

<녹취> 김용주(실향민) : "하루속히 통일 돼 가지고 빨리 고향에 가봤으면 좋겠어요."

<녹취> 평양교예단 총감독 : "마지막 공연날인데 결코 마지막 공연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남녘 동포들의 열렬한 환영에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이후에도 여성국극과 평양예술단이 러시아에서 합동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회문화 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경우는 정치적인 고리를 끊어냄으로 인해서 역으로 정치적 효과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에"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측과 남북 합동교향악단의 정례 연주에 대해서 합의했습니다.

남북 합동교향악단 공연은 민간 차원의 합의여서 남북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남북간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이르면 오는 12월 중에 공연이 성사될 가능성 높습니다.

<녹취> 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지난 16일) : "일부러 많이 기다릴 필요없도록. 이번 연말 연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베토벤 9번 하길 원하고, 그게 제일 힘들거지만 해내기가. 매년 12월 여기서 한번, 평양에서 한번 그게 딱 좋겠고."

또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한 내 음악가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남북한 음악가들의 정기적인 만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남북공동회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월대 공동발굴사업도 최광식 문화부 장관이 의지를 보인만큼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통일쌀’ ‘통일딸기’처럼 남북 지자체 간에 추진하던 사업들도 하루 속히 사업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제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심화된 사회문화 교류가 필요합니다. 지속성이 있고 발전성이 있고, 또 하나는 파급성이 많은 교류가 필요합니다. 과시적인 것이 아니라 좀 내실있는 교류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관계에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꽉 막혔던 남북 사이에 서서히 대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종교계와 예술계를 중심으로 남북 대화가 다시 이어지면서, 경협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교류 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어렵사리 만들어진 이번 기회를 디딤돌 삼아 남북이 대화와 교류협력의 토대를 굳건히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남북 사회문화 교류 재개
    • 입력 2011-10-01 09:28:4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한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 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지난해 5.24 대북 제재조치 이후 중단됐던 남·북 사회문화교류가 재개됐습니다. 조계종을 필두로, 지휘자 정명훈, 7대 종단 대표들이 지난 달 연달아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신임 통일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남북교류사업의 문호가 더욱 넓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다현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지난달 5일, 조계종은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북측 조선불교도 연맹과 함께 팔만대장경 판각 천 년을 기념하는 ‘조국통일 기원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를 가졌습니다. 합동법회를 위해 조계종 관계자 37명이 방북했습니다.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사회문화교류 차원의 방북입니다. 정부는 순수한 목적의 종교행사라는 점과 올해가 팔만대장경 판각 천 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방북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영담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지난달 8일) : "남북 불교계가 합동 법회를 봉행함으로써 전통문화의 계승과 민족의 안녕 및 통일을 기원했습니다. 향후 남북 불교계 교류는 물론 종교간 교류에 물꼬를 터 다양한 민간, 문화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지난달 12일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북한을 찾았습니다. 프랑스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의 주선으로 북한 조선 예술교류협회의 초청을 받았고, 정부 역시 사회문화 차원의 교류임을 감안해 방북을 승인했습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한 국립교향악단,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했습니다. 또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7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 : "기적적으로 순전히 음악 덕택에. 일단 시작하면 남한 북한이 없어집니다. 음악으로 통하는 게 있었고. 북한 음악가들이 아주 잘하고 있어요.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었고." 클래식 음악가로서는 평생 처음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해 본다며 북한 단원들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고 정명훈 감독은 전했습니다. <녹취>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지난 16일) : "깊이가 있고 힘이 있다는 음악을 믿고 일평생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를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믿고..." 지난달 21일엔 7대 종단 대표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한의 식량사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북의 종교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인터뷰>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역시 만나야 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어려운 문제들도 풀어나가고 했으면..." 7대 종단 대표는 백두산에서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백두산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습니다.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예정에 없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종혁 조선아태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만남도 성사됐습니다. <인터뷰> 정인성(원불교 교무/7대 종단 방북단) : "이례적으로 격의없는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구요./지금 남북관계가 경색 돼 있는데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모두가 나서서 통일 문제에 관해서 함께 의논을 해야 된다." 7대 종단 방북단은 남북 종교인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밀가루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조계종을 시작으로 9월 들어 세 차례나 이뤄진 방북은 통일부 장관 교체와 맞물려 진행됐습니다. 원칙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했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교체로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됐었는데요. 잇달아 이뤄진 방북 승인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유연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또 한번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녹취> 류우익(통일부 장관/지난달 19일 취임식) : "국민의 여망에도 귀를 기울이고 이웃 나라와도 협의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꾸준히 북측과 대화의 채널을 열어나갈 작정입니다. " 새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최광식 장관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사회 문화 교류의 재개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김창수(자유선진당 의원/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 "개성 만월대 발굴 사업이 중단 돼있죠. 겨레말 큰사전도 중요한데.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녹취> 최광식(문화부 장관/지난달 15일 인사청문회) : "남북교류가 잘 된 부분이 역사하고 겨레말 두분야다. 그것이 하다가 중단됐습니다. 남북이 경색됐더라도 문화교류부터 하나하나 먼저 잇고 실타래를 풀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개성 송악산 기슭에 위치한 고려시대 왕궁, 만월댑니다. 450년, 고려왕조의 흥망을 함께한 왕궁이지만 고려 말, 홍건적의 침입으로 모두 불타 현재는 폐허로 남아있습니다. 분단으로 남한에선 가 볼 수 없던 만월대는 지난 2007년 5월,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모여 공동발굴조사에 나서면서 베일을 벗게 됐습니다. <녹취> 박성진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 "길이가 65cm 폭이 22cm 아래위로 4cm 가량의 구멍이 나 있는데요. 그런 형태는 지금가지 확인된 바가 없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와 한자가 새겨진 명문 기와들도 발견됐습니다. 만월대 공동발굴은 당초 10년을 계획한 사업이지만 지난해 5.24조치로 4차 조사가 끝난 뒤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학계는 이렇게 중단된 사업이 오히려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표준어는 물론, 방언과 해외동포들이 쓰는 말까지도 총 정리해 한민족의 언어유산을 집대성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간 남북의 공동집필진은 분기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회의를 했습니다. 겨레말 사전의 편찬 목표 시한은 2013년, 현재 60% 정도가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지난해 정부의 5.24 조치로 중단 된 사업은 2년 가까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용운(겨레말큰사전편찬남측위원회 편찬실장) : "2010년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사전편찬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게 됩니다. 사전편찬을 하게되면 수시로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협의해야하는데 한 2년 여 동안 만나지 못함으로써 남북 양측 모두 상대쪽의 작업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이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사업의 연속성이 끊어져 다시 재개된다 하더라도 사업이 예전 같은 속도를 내기는 한동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90년, 독일의 통일엔 동독과 서독 간의 꾸준한 사회문화 교류가 밑거름이 됐습니다. 서독은 동독에 경제적 지원을 할 때마다 문화교류의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서독과 동독은 문화협정을 맺고 동.서독 간 여행의 자유를 보장했습니다. 또 동독 주민의 서독 이주를 확대해 나갔고, 우편과 전화를 증설해 개인 간의 교류도 허용했습니다. 서독 기자들은 동독을 취재할 수 있었고, 동독 주민들은 서독의 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우리는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한 사람들만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고 방문한 사람들도 많았구요. 지역정부 단위에서 음악회라든지 공동행사들이 많았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어떤 의미에선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동경하게 함으로써 동독 주민들이 체제를 와해시키는 동기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00년, 평양소년예술단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간에는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뤄졌습니다. <녹취> 김용주(실향민) : "하루속히 통일 돼 가지고 빨리 고향에 가봤으면 좋겠어요." <녹취> 평양교예단 총감독 : "마지막 공연날인데 결코 마지막 공연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남녘 동포들의 열렬한 환영에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이후에도 여성국극과 평양예술단이 러시아에서 합동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회문화 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경우는 정치적인 고리를 끊어냄으로 인해서 역으로 정치적 효과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에"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측과 남북 합동교향악단의 정례 연주에 대해서 합의했습니다. 남북 합동교향악단 공연은 민간 차원의 합의여서 남북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남북간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이르면 오는 12월 중에 공연이 성사될 가능성 높습니다. <녹취> 정명훈(서울시향 예술감독/지난 16일) : "일부러 많이 기다릴 필요없도록. 이번 연말 연주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베토벤 9번 하길 원하고, 그게 제일 힘들거지만 해내기가. 매년 12월 여기서 한번, 평양에서 한번 그게 딱 좋겠고." 또 정명훈 예술감독은 북한 내 음악가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남북한 음악가들의 정기적인 만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남북공동회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월대 공동발굴사업도 최광식 문화부 장관이 의지를 보인만큼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통일쌀’ ‘통일딸기’처럼 남북 지자체 간에 추진하던 사업들도 하루 속히 사업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제는 이벤트성이 아니라 심화된 사회문화 교류가 필요합니다. 지속성이 있고 발전성이 있고, 또 하나는 파급성이 많은 교류가 필요합니다. 과시적인 것이 아니라 좀 내실있는 교류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관계에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꽉 막혔던 남북 사이에 서서히 대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종교계와 예술계를 중심으로 남북 대화가 다시 이어지면서, 경협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교류 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어렵사리 만들어진 이번 기회를 디딤돌 삼아 남북이 대화와 교류협력의 토대를 굳건히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