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0년 중풍 수발해 준 아내를…

입력 2011.10.11 (08:56) 수정 2011.10.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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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풍에 걸린 70대 남편이 20여년간 자신을 병수발해온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부부싸움 뒤였습니다.



이 남편에게 실형이 선고되긴 했습니다만,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류란 기자,이 노부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리포트>



평소 외출할 때에도 손을 꼭 잡고 다닐 만큼 금슬 좋기로 유명한 노부부였습니다.



할머니는 풍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운동을 하며 정성껏 보살폈고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의지하며 늘 함께 다녔습니다.



하지만 2년 전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고, 이후 부부 싸움이 잦아졌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8층 아파트 창문 밖으로 밀어버렸습니다.



20년을 한결같이 온갖 지병에 시달리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아내인데, 그런 아내의 치매를 2년도 못 견디고 결국 살해한 남편.



이 사건의 뒷얘기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새벽 6시 쯤. 서울 방화동의 한 아파트.



아파트 단지 청소를 하던 경비원 오 모 씨는 화단에 검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파트 8층에 사는 70세 김 모 할머니가 쓰러져 숨져있었던 것입니다.



<녹취> 00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 " 청소하다가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니까. 아침에 청소하다가… 어둑어둑했다고(요). 그래서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습니다.) "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김할머니에게서 목이 졸린 흔적과 입안에서의 상처를 발견하고 단순 자살이 아님으로 추정,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남편인 김 할아버지는 경찰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의 목을 조르고 창밖으로 밀었다고 자백했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 "(피의자가) 할머니(의) 목을 졸라서 정신을 잃게 한 상태에서 약간 끌고 가 창틀에 거니까 그다음에 자동으로 넘어간 거예요. 무게 중심 때문에."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딸에게도 김 할아버지는 범행 일체를 털어놨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이웃 주민들은 노부부의 금슬이 유달리 좋았다며 믿을 수 없어했습니다.



<녹취> 00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 "사이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디 다니면 꼭 둘이 같이 다니고. 영감 앞에 가면 할머니 뒤에 따라가고, 나는 그렇게 다닌 걸로 알고 있어(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할머니도 보고 할아버지도 보고… 만날 둘이 손 붙잡고 여기서 만날 아침 운동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정이 좋았는데…"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 온 김 씨 부부.



어려운 형편에 할아버지가 중풍과 당뇨 등 지병에 20여 년간 시달렸지만, 김 할머니는 오랜 병수발에도 변함없이 지극 정성이었다고 합니다.



이랬던 노부부 사이에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여 전, 김 할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부터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자주 싸웠어요. 옛날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그 돌아가시기, 사고 나기 전쯤에는 한참 막 시끄러웠고 거의 그랬어요. 새벽이고 밤이고 뭐 없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할머니가) 정신이 좀 안정이 안 되는 상태인 줄 알아요. 안정감 없는 상태(였어요)"



김 할머니의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이유 없이 할아버지를 의심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바람피운다, 집에 있는 통장 갖다 준 거 아니냐, 그런 걸로 말다툼이 자주 되었나 봐요. 통장이 다 집에 있고 잔액도 많지 않아요. 솔직히. 생활비 정도의 소액, 그런 내용이 다 있고.. 치매 때문에 자꾸 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



사건 전날 밤에도 김 씨 할머니 부부는 크게 싸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다 들렸어요. 밤에, 전날 5월 15일 날. 싸우는 소리만. 무슨 얘기인지는 못 들었고요."



이 과정에서 김 할머니는 딸에게 "아버지랑 싸우고 있으니 집으로 와 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결국 경찰이 출동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 병원차도 오고 경찰도 오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 우리가 자지 못했어(요). 우리가 밤에 잠을 못 잤어(요)"



다툼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흥분한 아내가 스스로 목을 조르며 죽는다고 소리치자 남편은 화를 이기지 못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는 사건 당일 이웃집에 들릴 정도로 ’하지마’ "살려달라’ 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아내가 반쯤 기절하자 베란다로 끌고 가 창밖으로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할머니가 체중이 많이 안 나가요. 왜소하셔서. (할아버지가) 들으셨고, 그다음에 허리만 넘어가게 되면 무게 중심이 쏠리니까 자동으로 넘어가게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



놀랍게도, 범행 이후 김 할아버지는 아내를 8층에서 밀어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신 뒤 태연히 잠자리에 들었던 것으로 판결문에서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아내의 치매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온 점은 들어 우발적인 범행임은 인정. 하지만 중풍을 앓는 남편을 20년 가까이 정성껏 보살핀 아내를, 치매 2년 만에 우발적으로라도 살해한 것은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5년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진술을 번복하고 항소했지만 2심 역시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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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20년 중풍 수발해 준 아내를…
    • 입력 2011-10-11 08:56:17
    • 수정2011-10-11 09: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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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풍에 걸린 70대 남편이 20여년간 자신을 병수발해온 아내를 살해했습니다.

부부싸움 뒤였습니다.

이 남편에게 실형이 선고되긴 했습니다만,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가 않습니다.

류란 기자,이 노부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리포트>

평소 외출할 때에도 손을 꼭 잡고 다닐 만큼 금슬 좋기로 유명한 노부부였습니다.

할머니는 풍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운동을 하며 정성껏 보살폈고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의지하며 늘 함께 다녔습니다.

하지만 2년 전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고, 이후 부부 싸움이 잦아졌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8층 아파트 창문 밖으로 밀어버렸습니다.

20년을 한결같이 온갖 지병에 시달리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아내인데, 그런 아내의 치매를 2년도 못 견디고 결국 살해한 남편.

이 사건의 뒷얘기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새벽 6시 쯤. 서울 방화동의 한 아파트.

아파트 단지 청소를 하던 경비원 오 모 씨는 화단에 검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파트 8층에 사는 70세 김 모 할머니가 쓰러져 숨져있었던 것입니다.

<녹취> 00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 " 청소하다가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니까. 아침에 청소하다가… 어둑어둑했다고(요). 그래서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습니다.) "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김할머니에게서 목이 졸린 흔적과 입안에서의 상처를 발견하고 단순 자살이 아님으로 추정,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남편인 김 할아버지는 경찰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아내의 목을 조르고 창밖으로 밀었다고 자백했습니다.

<녹취> 경찰서 관계자 : "(피의자가) 할머니(의) 목을 졸라서 정신을 잃게 한 상태에서 약간 끌고 가 창틀에 거니까 그다음에 자동으로 넘어간 거예요. 무게 중심 때문에."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딸에게도 김 할아버지는 범행 일체를 털어놨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이웃 주민들은 노부부의 금슬이 유달리 좋았다며 믿을 수 없어했습니다.

<녹취> 00 아파트 경비원 (음성변조) : "사이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디 다니면 꼭 둘이 같이 다니고. 영감 앞에 가면 할머니 뒤에 따라가고, 나는 그렇게 다닌 걸로 알고 있어(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할머니도 보고 할아버지도 보고… 만날 둘이 손 붙잡고 여기서 만날 아침 운동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정이 좋았는데…"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 온 김 씨 부부.

어려운 형편에 할아버지가 중풍과 당뇨 등 지병에 20여 년간 시달렸지만, 김 할머니는 오랜 병수발에도 변함없이 지극 정성이었다고 합니다.

이랬던 노부부 사이에 큰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2년여 전, 김 할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부터입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자주 싸웠어요. 옛날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그 돌아가시기, 사고 나기 전쯤에는 한참 막 시끄러웠고 거의 그랬어요. 새벽이고 밤이고 뭐 없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할머니가) 정신이 좀 안정이 안 되는 상태인 줄 알아요. 안정감 없는 상태(였어요)"

김 할머니의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이유 없이 할아버지를 의심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바람피운다, 집에 있는 통장 갖다 준 거 아니냐, 그런 걸로 말다툼이 자주 되었나 봐요. 통장이 다 집에 있고 잔액도 많지 않아요. 솔직히. 생활비 정도의 소액, 그런 내용이 다 있고.. 치매 때문에 자꾸 망상이라고 해야 하나. "

사건 전날 밤에도 김 씨 할머니 부부는 크게 싸웁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다 들렸어요. 밤에, 전날 5월 15일 날. 싸우는 소리만. 무슨 얘기인지는 못 들었고요."

이 과정에서 김 할머니는 딸에게 "아버지랑 싸우고 있으니 집으로 와 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결국 경찰이 출동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 병원차도 오고 경찰도 오고."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 우리가 자지 못했어(요). 우리가 밤에 잠을 못 잤어(요)"

다툼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흥분한 아내가 스스로 목을 조르며 죽는다고 소리치자 남편은 화를 이기지 못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는 사건 당일 이웃집에 들릴 정도로 ’하지마’ "살려달라’ 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아내가 반쯤 기절하자 베란다로 끌고 가 창밖으로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할머니가 체중이 많이 안 나가요. 왜소하셔서. (할아버지가) 들으셨고, 그다음에 허리만 넘어가게 되면 무게 중심이 쏠리니까 자동으로 넘어가게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

놀랍게도, 범행 이후 김 할아버지는 아내를 8층에서 밀어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신 뒤 태연히 잠자리에 들었던 것으로 판결문에서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아내의 치매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온 점은 들어 우발적인 범행임은 인정. 하지만 중풍을 앓는 남편을 20년 가까이 정성껏 보살핀 아내를, 치매 2년 만에 우발적으로라도 살해한 것은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5년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진술을 번복하고 항소했지만 2심 역시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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