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으면 구속률 2배

⊙앵커: 한 동안 유전무죄라는 용어가 유행했습니다.
죄를 짓고도 돈들여 변호사를 구하면 구속을 면하거나 감옥에 가더라도 남보다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자체 통계가 이런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변호사 비리의 실태를 정영훈, 홍성철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술 마시다 싸운 아들을 감옥에 보낸 박 모씨의 눈에는 세상이 아직 유전무죄, 무전유죄입니다.
변호사 구할 돈이 없어 결혼을 한 달 앞둔 아들이 구속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구속 피의자 아버지: 싸움한 일로 구속됐어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변호사를 못 구해서 구속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혹시 구속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비록 소액 사건이지만 변호사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 모씨: 벌금이 올라가서 나중에 구속시킨다고 하니까 변호사를 선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변호사가 없으면 재판을 받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구속적부심허가율은 변호사가 있는 경우는 50%이지만 변호사가 없으면 38%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불구속 재판을 받던 사람이 법정에서 구속되는 비율은 변호사가 있을 때 36%이지만 변호사의 도움이 없으면 65%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조순형(민주당 의원): 전관예우라는 그런 현상도 한가지 원인이 아니냐 생각을 하고, 피고인에 대해서도 배려를 하고 똑같이 그렇게 재판에 임해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변호사가 있고 없고에 따른 불균형을 고치기 위해 법원이 중립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뉴스 정영훈입니다.
⊙기자: 변호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감옥살이 일수가 턱없이 달라지는 배경은 무엇인가.
적발된 변호사 비리행태를 보면 몇 가지 어림잡을 만한 소행이 엿보입니다.
지난 2년간 각종 비리로 진정서가 접수된 변호사만 300여 명.
그중 22명은 징계가 확정됐습니다.
상습적으로 사건수임 건수를 신고하지 않는 탈세행위가 가장 많습니다.
⊙변호사: 수임료를 매우 많이 받는 경향이 있고, 또 수임료를 다 신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기자: 구치소 의무관을 매수해 수감자 소견서를 거짓 작성하거나 로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교재비를 챙긴 경우 수임료를 받고도 법정 출석을 하지 않는 등 파렴치 행위가 적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세무 당국이 진정서를 토대로 시기별 소득 편차가 심하고, 지역별로 수임건수가 많은 변호사 100여 명에 대해 지난달부터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세무조사 대상 변호사: 원인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갑자기 세무조사를 받게 돼서 당혹스럽습니다.
⊙기자: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자처해 온 변호사 업계가 일부나마 그들의 사회적 책임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키면서 한낱 이익단체로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책임 있는 공익단체로 거듭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KBS뉴스 홍성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