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삐걱’

입력 2011.11.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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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20년 동안 변변한 건축물 하나 짓지 못했던 북한이 수 백 개의 건물을 한꺼번에 지으면서 벌이지는 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 10만세대의 주택을 짓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이 선전하고 있는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사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그 목적도 분석해봅니다.

<리포트>

북한의 수도 평양은 지금 거대한 공사판이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건축물 신축 또는 개보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만수대 지구 초고층 아파트 공사다.

기관이나 단체별로 1~2동씩 맡은 골조공사가 최근에 잇따라 마무리됐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30일) : "조선인민군 한상국 소속 부대 군인 건설자들이 만수대 지구에 덩치 큰 45층짜리 살림집 골조공사를 완성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9일) : "인민보안부 여단 제2연대 군인 건설자들이 맡은 40층 살림집 골조공사를 완성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45층짜리 4개동, 40층 짜리 3개동을 비롯해 14개동의 골조공사가 최근 한달 사이에 모두 끝났다.

조선중앙TV는 최근 이를 기념해 공사장에서 특집방송까지 제작해 내보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9일) : "저 살림집이 바로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살림집입니다. "

만수대 지구는 북한판 뉴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을 허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다.

대동강 옥류교를 건너 보통문에 이르는 도로 양쪽에 아파트가 배치돼 있다.

주변에는 각종 편의시설과 극장,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북한이 내년까지 끝내겠다고 공언한 평양의 10만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시범 지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우리로 말하면 서울 시내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동에 해당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죠. 일단 만수대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건설되고 이 이외에 만경대 구역이라든가 여타 구역에서는 보조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만수대 지구 조성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1단계 공사는 지난 2009년 마무리됐다.

보통문에서 만수대의사당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 현대식 아파트 32개동이 당시에 공급됐다.

선전용으로 도로를 따라 줄지어 건설되던 이전과 달리 아파트 단지 형태로 조성됐다.

녹지공간도 충분하다.

<인터뷰>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과거에는 거리위주. 거리의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집중 배치를. 가로변에 배치를 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하나의 지역지구. 주거를 위한 지역지구를 따로 만들에서 거기에다 건설함으로 인해 주거의 쾌적성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3000세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1단계 만수대 지구는 우리로 치면 30평형에 해당하는 4호 주택이 대부분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새 아파트를 당과 국가기관의 간부, 노력영웅, 인민 배우들에게 나눠줬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평양에 대규모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주민생활, 특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10만 세대’라는 구체적인 사업 규모를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때부터 평양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강성대국 진입의 상징으로 선전해왔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10월) : "여러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평양시 곳곳에서는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힘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거창한 대건설 전투입니다."

1960년 100만 남짓이었던 평양의 인구는 이주 제한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증가했다.

1970년대에 200만을 돌파했고 1980년대에 300만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했다.

북한당국이 1980년대 후반에 마련한 제3차 7개년 계획의 목표는 평양의 국제도시화와 주택문제 해결에 맞춰졌다.

이 시기에 평양에는 대규모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잇따라 건설됐다.

또 영광거리와 창광거리를 조성하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거리경관을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진 곳은 서북부 관문인 만경대지구의 광복거리와 대동강 남쪽 낙랑지구의 통일거리다.

평양 마지막 대규모 주택 공급 지역 광복거리에는 조형미를 한껏 살린 30~4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만세대가 들어섰다.

통일거리에는 목표인 5만 세대에 못 미치는 3만세대 가량이 공급됐다.

이것이 끝이었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기울던 북한 경제는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1990년 중반에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대규모 식량난까지 엄습했다.

자재와 중장비도 없고, 일 할 사람도 없었다.

모든 공사가 중단됐다.

북한 당국이 이후 20년 가까이 신규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평양의 주택문제는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밝힌 10만 세대 계획은 평양 중심부 만 5천세대, 만경대, 락랑, 력포, 대성 구역 등지에 8만 5천 세대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의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자금과 자재 부족으로 3만 세대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조선중앙TV의 보도도 만수대지구에 집중돼 있다.

이미 입주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는 곳도 1단계 만수대 지구를 비롯해 수 천 세대에 불과하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초기에는 10만 세대라고 하는 세대수를 가지고 공표를 했습니다만은 결국은 여러 지역의 경제난에 의한 사업 부진으로 인해 결국은 3만 세대라고 하는 것들이 10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5월, 만수대 지구 2단계 재개발 공사 착공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를 비롯해 군인과 노동자 수만명이 참가해 내년 4월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기존의 낡은 건물들을 폭파시키고 6월부터 터파기 공사가 시작됐다.

7월에는 골조공사가 시작됐다.

골조공사는 밤낮없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녹취> 송영일 (인민보안부 사단장) : "우리가 30층까지는 이틀에 한층씩 올렸다면 30층부터는 평균 30시간만 에 한층씩 올렸습니다. 골조가 높아져서 공사속도도 같이 빨라졌습니다."

공사 착수 5개월만에 철거와 터파기, 골조공사가 마무리됐다.

강성대국 건설의 시한인 내년 4월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조립하는 이른바 PC공법을 주로 썼다 하더라도 가공할만한 속도다.

이를 위해 군인과 일반 주민을 물론 대학생들까지 총동원됐다.

북한 당국은 이를 위해 대학들에 휴교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군인들 갖고 모자라기 때문에 심지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 또는 대학생들까지 집중적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에 대학을 방문했던 외국인에 따르면 대학에 학생이 안보인다라고 하고 일부 중국 유학생들은 수업이 없으니까 중국으로 잠시 귀국하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로 인력동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만수대 지구 2단계 공사의 무서운 속도전은 북한 당국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10만세대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상징성이 큰 평양 중심부의 재개발 공사를 급작스럽게 계획해 추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에 맞춰져 진행돼왔다.

1972년 60회 생일에는 초대형 김일성 동상이 1982년 70회 생일에는 주체탑과 개선문, 인민대학습당이, 1992년 80회 생일에는 통일거리가 조성됐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시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내년 4월 15일에 맞춰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인터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북한은 일단 김일성의 생일 10주기 때마다 아주 대단한 건설 공사를 통해서 김일성의 생신을 축하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 또한 업적을 찬양하는 그런 전통을 갖고 왔습니다. 4615 내년도 4월 15일이 김일성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로써 내년도 4월 15일에 새롭게 달라진 평양거리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강성대국 100년의 문을 열겠다고 하는 목적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내년 4월 15일에 3대 세습과 관련해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으로 포장해 3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북한 당국의 계획대로 된다면 평양의 외관이 바뀌는 것은 물론 주민생활도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규모 건설사업에 필요한 시멘트와 철근과 같은 자재를 들여오기 위해 지하자원을 중국에 퍼주다시피하고 있다.

나진과 청진 부두를 통한 동해출항권도 중국에 내줬다.

엄청난 속도전과 대학생과 같은 미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부실공사 가능성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밤낮으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까 공사기간을 맞춰야되고 그런 차원에서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고요. 특히 미숙련공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건축적으로 우려가 되는 것들은 양생기간, 콘크리트가 일정기간 굳어져야 되는데요. 그런 기간을 당기고 하다보니 부실공사의 위험도 있고요. 현장 사진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요. 철근 간격들이 굉장히 듬성듬성하게 있는 것을 보면 자재난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콘크리트 강도도 굉장히 떨어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추후에 지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대비가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려왔다.

10년 넘게 전기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광복거리와 통일거리에 지어진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으로 재앙적 상황을 겪어야했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여전히 북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력난 인 것 같습니다. 전력난이 엘리베이터라든가 온수공급체계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전기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것을 시급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40-45층 이런 초고층 아파트들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자강도에 희천발전소를 짓고 있다.

만약 희천발전소로도 전력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0만세대 살림집이 다 건설되더라도 평양의 외관을 꾸미는 선전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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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삐걱’
    • 입력 2011-11-12 1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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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의 스카이라인이 최근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20년 동안 변변한 건축물 하나 짓지 못했던 북한이 수 백 개의 건물을 한꺼번에 지으면서 벌이지는 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 10만세대의 주택을 짓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이 선전하고 있는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사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그 목적도 분석해봅니다. <리포트> 북한의 수도 평양은 지금 거대한 공사판이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건축물 신축 또는 개보수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만수대 지구 초고층 아파트 공사다. 기관이나 단체별로 1~2동씩 맡은 골조공사가 최근에 잇따라 마무리됐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30일) : "조선인민군 한상국 소속 부대 군인 건설자들이 만수대 지구에 덩치 큰 45층짜리 살림집 골조공사를 완성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19일) : "인민보안부 여단 제2연대 군인 건설자들이 맡은 40층 살림집 골조공사를 완성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45층짜리 4개동, 40층 짜리 3개동을 비롯해 14개동의 골조공사가 최근 한달 사이에 모두 끝났다. 조선중앙TV는 최근 이를 기념해 공사장에서 특집방송까지 제작해 내보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9일) : "저 살림집이 바로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살림집입니다. " 만수대 지구는 북한판 뉴타운이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을 허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있다. 대동강 옥류교를 건너 보통문에 이르는 도로 양쪽에 아파트가 배치돼 있다. 주변에는 각종 편의시설과 극장,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북한이 내년까지 끝내겠다고 공언한 평양의 10만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의 시범 지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우리로 말하면 서울 시내 한강에 인접한 압구정동에 해당되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죠. 일단 만수대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건설되고 이 이외에 만경대 구역이라든가 여타 구역에서는 보조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만수대 지구 조성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1단계 공사는 지난 2009년 마무리됐다. 보통문에서 만수대의사당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 현대식 아파트 32개동이 당시에 공급됐다. 선전용으로 도로를 따라 줄지어 건설되던 이전과 달리 아파트 단지 형태로 조성됐다. 녹지공간도 충분하다. <인터뷰>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과거에는 거리위주. 거리의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집중 배치를. 가로변에 배치를 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하나의 지역지구. 주거를 위한 지역지구를 따로 만들에서 거기에다 건설함으로 인해 주거의 쾌적성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인데요." 3000세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1단계 만수대 지구는 우리로 치면 30평형에 해당하는 4호 주택이 대부분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새 아파트를 당과 국가기관의 간부, 노력영웅, 인민 배우들에게 나눠줬다. 북한은 지난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평양에 대규모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주민생활, 특히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10만 세대’라는 구체적인 사업 규모를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때부터 평양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강성대국 진입의 상징으로 선전해왔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10월) : "여러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평양시 곳곳에서는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힘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거창한 대건설 전투입니다." 1960년 100만 남짓이었던 평양의 인구는 이주 제한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증가했다. 1970년대에 200만을 돌파했고 1980년대에 300만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했다. 북한당국이 1980년대 후반에 마련한 제3차 7개년 계획의 목표는 평양의 국제도시화와 주택문제 해결에 맞춰졌다. 이 시기에 평양에는 대규모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잇따라 건설됐다. 또 영광거리와 창광거리를 조성하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거리경관을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진 곳은 서북부 관문인 만경대지구의 광복거리와 대동강 남쪽 낙랑지구의 통일거리다. 평양 마지막 대규모 주택 공급 지역 광복거리에는 조형미를 한껏 살린 30~4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만세대가 들어섰다. 통일거리에는 목표인 5만 세대에 못 미치는 3만세대 가량이 공급됐다. 이것이 끝이었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기울던 북한 경제는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1990년 중반에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대규모 식량난까지 엄습했다. 자재와 중장비도 없고, 일 할 사람도 없었다. 모든 공사가 중단됐다. 북한 당국이 이후 20년 가까이 신규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면서 평양의 주택문제는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밝힌 10만 세대 계획은 평양 중심부 만 5천세대, 만경대, 락랑, 력포, 대성 구역 등지에 8만 5천 세대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의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자금과 자재 부족으로 3만 세대 규모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조선중앙TV의 보도도 만수대지구에 집중돼 있다. 이미 입주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는 곳도 1단계 만수대 지구를 비롯해 수 천 세대에 불과하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초기에는 10만 세대라고 하는 세대수를 가지고 공표를 했습니다만은 결국은 여러 지역의 경제난에 의한 사업 부진으로 인해 결국은 3만 세대라고 하는 것들이 10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5월, 만수대 지구 2단계 재개발 공사 착공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를 비롯해 군인과 노동자 수만명이 참가해 내년 4월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기존의 낡은 건물들을 폭파시키고 6월부터 터파기 공사가 시작됐다. 7월에는 골조공사가 시작됐다. 골조공사는 밤낮없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녹취> 송영일 (인민보안부 사단장) : "우리가 30층까지는 이틀에 한층씩 올렸다면 30층부터는 평균 30시간만 에 한층씩 올렸습니다. 골조가 높아져서 공사속도도 같이 빨라졌습니다." 공사 착수 5개월만에 철거와 터파기, 골조공사가 마무리됐다. 강성대국 건설의 시한인 내년 4월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조립하는 이른바 PC공법을 주로 썼다 하더라도 가공할만한 속도다. 이를 위해 군인과 일반 주민을 물론 대학생들까지 총동원됐다. 북한 당국은 이를 위해 대학들에 휴교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군인들 갖고 모자라기 때문에 심지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 또는 대학생들까지 집중적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에 대학을 방문했던 외국인에 따르면 대학에 학생이 안보인다라고 하고 일부 중국 유학생들은 수업이 없으니까 중국으로 잠시 귀국하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로 인력동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만수대 지구 2단계 공사의 무서운 속도전은 북한 당국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10만세대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상징성이 큰 평양 중심부의 재개발 공사를 급작스럽게 계획해 추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에 맞춰져 진행돼왔다. 1972년 60회 생일에는 초대형 김일성 동상이 1982년 70회 생일에는 주체탑과 개선문, 인민대학습당이, 1992년 80회 생일에는 통일거리가 조성됐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시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내년 4월 15일에 맞춰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인터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 : "북한은 일단 김일성의 생일 10주기 때마다 아주 대단한 건설 공사를 통해서 김일성의 생신을 축하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 또한 업적을 찬양하는 그런 전통을 갖고 왔습니다. 4615 내년도 4월 15일이 김일성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로써 내년도 4월 15일에 새롭게 달라진 평양거리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강성대국 100년의 문을 열겠다고 하는 목적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내년 4월 15일에 3대 세습과 관련해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만세대 살림집 건설을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으로 포장해 3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북한 당국의 계획대로 된다면 평양의 외관이 바뀌는 것은 물론 주민생활도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규모 건설사업에 필요한 시멘트와 철근과 같은 자재를 들여오기 위해 지하자원을 중국에 퍼주다시피하고 있다. 나진과 청진 부두를 통한 동해출항권도 중국에 내줬다. 엄청난 속도전과 대학생과 같은 미숙련공 투입으로 인한 부실공사 가능성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밤낮으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까 공사기간을 맞춰야되고 그런 차원에서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고요. 특히 미숙련공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건축적으로 우려가 되는 것들은 양생기간, 콘크리트가 일정기간 굳어져야 되는데요. 그런 기간을 당기고 하다보니 부실공사의 위험도 있고요. 현장 사진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요. 철근 간격들이 굉장히 듬성듬성하게 있는 것을 보면 자재난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콘크리트 강도도 굉장히 떨어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추후에 지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대비가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려왔다. 10년 넘게 전기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광복거리와 통일거리에 지어진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으로 재앙적 상황을 겪어야했다. <인터뷰> 이윤하 (생태건축연구소 소장) : "여전히 북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력난 인 것 같습니다. 전력난이 엘리베이터라든가 온수공급체계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전기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것을 시급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40-45층 이런 초고층 아파트들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자강도에 희천발전소를 짓고 있다. 만약 희천발전소로도 전력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0만세대 살림집이 다 건설되더라도 평양의 외관을 꾸미는 선전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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