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의인성 CJD 감시 시스템 구축해야

[이정권 객원해설위원]

의인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됐습니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즉 CJD는 백만명당 한 두명 생기는 아주 드문 전염성 병으로 뇌에 스펀지 같은 병변이 생기는 치명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CJD는 네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원인을 잘 모르는 산발성 CJD, 유전성 CJD, 그리고 이번 사례처럼 수술 같은 의료행위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인성 CJD, 마지막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어 생기는 변형 CJD입니다.

그동안 산발성 CJD는 발생했었으나 의인성 CJD로서는 첫 사례입니다. 인간광우병으로 알려진 변형 CJD와는 별개로 변형 CJD는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바 없습니다. CJD는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있지만 통상적인 접촉이나 공기로 감염되는 병이 아니므로 괜히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사례는 발병하기 23년전 뇌종양 수술때 이식한 뇌경막조직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체의 경막조직을 처리해 생산된 ‘라이오듀라’ 라는 이 제품은 1987년에 처음으로 젊은 여자에서 발생한 CJD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 후에는 새로 오염 제거 처리한 경막조직이 사용됐습니다. 일본의 경우 이 제품을 사용한 사람 만명 당 4명 정도에서 의인성 CJD가 발병했습니다.

이 병은 잠복기가 아주 깁니다. 앞으로 의인성 CJD가 얼마나 더 생길 것인가, 또 수술과정을 통한 전염 가능성이 없을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일본의 경우,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1996년부터 전국적인 CJD 사례 감시시스템을 만들어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보고된 400여건의 의인성 CJD 중에 일본에서만 130여건을 보고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입니다.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충분하지 않은 의료정보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만, 1987년 이전에 이 제품을 사용해서 수술 받은 사람을 중점적으로 CJD 발병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제품의 사용 수량을 조사한다면 추후 CJD 발병 위험을 대략 추정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1996년 영국의 인간광우병 발생이후 수입소고기 파동 때 일시적으로 변형CJD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으나 곧 잊혀진 바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나 해결책이 없어도 미래를 내다보는 감시 시스템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