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9일, 전주야구장.
<녹취> 박상열(고양원더스 투수 코치) : "오늘 날씨 관계로 스케줄이 바뀌었습니다. 오전에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에 기술훈련..."
<녹취> "준비, 고! 준비, 고!"
운동장 전력 질주, 45초 이내에 못 돌아오면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녹취> 조청희(고양원더스 트레이닝 코치) : "너희 둘 나가...어영부영 하는 사람, 우린 안 키워! 나가."
<녹취> 최천수(선수) : "(훈련한 것 중에 어떤 것 같아요, 강도가?)야구 하면서 최고죠.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쉴 틈이 없어요. 하루 종일."
단국대에서 톱 타자로 뛰었던 조용호 선수.
4학년인 올 봄, 갑작스레 다리를 다쳐 6개 대회 가운데 2개밖에 못 뛰었습니다.
결국 프로구단 신인 지명전에서 탈락했고, 14년 동안 했던 야구를 접을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생기면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미경(조용호 선수 어머니) : "지금은 아마 죽을 힘을 다해서 뛸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야구가 딱 끝나고 나서 저한테 처음 전화해서 한 말이 ’엄마, 야구가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했어요."
한 때 돌격대라 불리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인 전주구장입니다.
지금 이 곳에는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됐거나 신인선수로 지명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야구에서, 또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도전기를 취재했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 훈련을 기다리는 선수들.
제각각인 유니폼마다 저마다의 야구 인생이 묻어납니다.
<녹취> "(그거 왜 떼는 거예요?) 마크가 달라서요. (전에 있던 팀이에요?) 네...하하하"
프로구단들은 쉬는 시기이지만, 고양원더스는 이달 초부터 동계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훈련 장비부터 색다릅니다.
<녹취> 신경식(타격코치) : "이렇게 내려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았나?"
해머로 타이어를 내리 치고,
방망이 대신 망치를 잡았습니다.
마음은 앞서지만, 오랜 공백과 연습 부족 때문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녹취> 안태영(선수) : "제가 22살 이후에 안 했으니까, 27살이거든요. 오랫동안 안 했어요. 손도 까져 보고, 오랜만에 몸도 알 배기고 하니까 재밌죠. 오랜만에 하고 싶은거 하니까."
훈련은 고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녹취> 홍영진 : "일단 꿈이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꿈이 있으니까 일단 실패를 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마음가짐을 먹고 하니까 힘들어도 기분좋게, 재밌는 것 같아요."
고양원더스의 제 1 목표는 팀의 승리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를 하다 좌절한 선수들이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사회 공헌 구단입니다.
<녹취> 신경식(고양원더스 타격 코치) : "스포츠를 보면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게 거의 드물지 않습니까. 근데 야구는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야구이기 때문에."
팀의 맏형으로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 선수.
지난 2006년 프로야구 두산에 입단해 이름 때문에 잠시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1타점.
입단 이듬해 곧바로 방출됐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좀 건방져 보이고, 야구도 열심히 안 하고, 농땡이라고 할까, 좀 한 눈도 팔게되고 그러다보니까 좀 안 좋게 구단에서 나오게 됐죠. (헬스장) 배운 건 야구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건물 관리원과 대리운전을 전전했습니다."
군 복무까지 마치니 벌써 서른 살이 됐습니다.
방망이를 다시 잡게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경남고와 부산고의 올스타전.
모두의 관심은 투수로 변신한 이대호 선수에게 쏠린 상황.
이승엽 선수는 운 좋게 감독 추천을 받아 4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녹취> 중계 캐스터 : "좌중간이고요, 좌중간 깊숙한 타구. 담장을 맞고 떨어졌습니다. 이승엽은 2루까지. 괜히 이름이 같은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승엽 선수, 타격에는 틀림없습니다, 재능이 있어요.)"
4년여 만에 밟은 그라운드는 설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후회가 남아가지고요. 제가 되게 열심히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딱 1년 만이라도 후회 없이 하고 나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그래서 다시 하게 됐죠."
승합차를 몰고, 철물점으로 향하는 이정호 선수.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넥센에 있다 이번에 구단 직원겸 선수로 합류했습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직원) : "(이 망은 왜 사는 거예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뒤에서 선수들 공 같은 걸 봐야 하는데 지금 뒤에 망이 안쳐쳐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이정호 선수는 지난 2000년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낸 주역입니다.
<녹취> 배재성(기자) : "2000년 준결승전 마운드에선 선발 이정호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호주 타선을 7안타 3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녹취> 이정호 : "2000년 준결승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의 최고 구속은 156킬로미터.
특급 고교 투수로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인 5억여 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고, ’새가슴’이란 꼬리표도 따라 다녔습니다.
이정호 선수는 두 달 전 또 팔꿈치를 수술했습니다.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 "예전만큼 빠른 공은 못 던지더라도 다시 마운드에 서서 ’이정호가 또 수술해서 저렇게 공을 던지는구나’라는 모습을 제 스스로도 느끼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주간 훈련을 끝낸 투수들이 근처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여기서도 훈련은 멈추질 않습니다.
<녹취> "하나, 둘, 하나, 둘"
매일 손목 회전운동을 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녹취> 곽채진(고양원더스 투수 보조코치) : "유연성도 키우고 악력을 키워갖고 좀 더 강한 공을 키울수 있게 근록운동을 하는 보강 운동입니다. 감독님 특별 지시입니다."
이어지는 야간 배팅 훈련.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집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독립구단이라서 조금 이제 소홀하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전혀, 제가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이렇게까지 운동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훈련은 밤 9시 반이 돼서야 끝납니다.
29살 동갑내기 포수인 서창만, 이승재 선수의 숙소를 찾았습니다.
서창만 선수의 아내는 임신 6개월, 떨어져 있는 게 늘 미안하지만, 아내의 응원이 힘이 됩니다.
<녹취> 서창만(선수) : "소망이 잘 있어? 소망이 오늘 되게 잘 놀고 잘 있었어요. 소망이 아빠 파이팅!"
팀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한 선수들이다 보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양원더스 선수들의 연봉은 천만 원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그러면서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 번 이제 나가보고 싶어요. 그 무대라는 데를.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지금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자리에 끼어보고 싶어서 재도전을 하는 거죠."
당장은 고양원더스에서 살아 남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선발된 45명 가운데 일부는 훈련을 거쳐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숙소 주변 공터에선 밤 늦게까지 선수들의 특훈이 이어집니다.
공식 창단식 다음날 밤, 김성근 감독이 불쑥 전주의 숙소로 내려 왔습니다.
선수들과의 첫 대면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나 역시 마찬가지로 프로에 못 들어갔다고 낙오자라고 생각한다고. 코치 역시 낙오자고 실패자라고. 그건 과거고 오늘부터 지금 현재부터 미래라고 하는 건 다르다고."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연습메뉴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1/3도 안 가 있다. 안 된다고 뒤돌아 버리면 아무 것도 안 남는 거예요. 안 될 때가 여러분들 잘 알다시키 핀치(위기) 때가 찬스라고. 사람이 성장하는 것 이건 잘 머리 속에 넣어 놔"
다음날은 아침 7시부터 구장에 나와 선수들을 세심히 살폈습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1월 달부터 하려고 했는데, 집에 있으니까 갑갑해서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물끄러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자세를 잡아주더니 일단 해 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동안 12개 팀을 거치며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에게도 고양원더스는 분명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모험이었고, 될 지 안 될 지...몰라도 이렇게 하는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재미있고, 답이 없는 것을 시작하는 거니까. 어려운 걸 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원래..."
지난 12일, 공식 창단한 고양원더스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내년부터 프로 2군 팀들과 50게임 정도의 번외 경기를 치릅니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새로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패자 부활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녹취> 박상열(고양원더스 투수 코치) : "오늘 날씨 관계로 스케줄이 바뀌었습니다. 오전에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에 기술훈련..."
<녹취> "준비, 고! 준비, 고!"
운동장 전력 질주, 45초 이내에 못 돌아오면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녹취> 조청희(고양원더스 트레이닝 코치) : "너희 둘 나가...어영부영 하는 사람, 우린 안 키워! 나가."
<녹취> 최천수(선수) : "(훈련한 것 중에 어떤 것 같아요, 강도가?)야구 하면서 최고죠.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쉴 틈이 없어요. 하루 종일."
단국대에서 톱 타자로 뛰었던 조용호 선수.
4학년인 올 봄, 갑작스레 다리를 다쳐 6개 대회 가운데 2개밖에 못 뛰었습니다.
결국 프로구단 신인 지명전에서 탈락했고, 14년 동안 했던 야구를 접을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생기면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미경(조용호 선수 어머니) : "지금은 아마 죽을 힘을 다해서 뛸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야구가 딱 끝나고 나서 저한테 처음 전화해서 한 말이 ’엄마, 야구가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했어요."
한 때 돌격대라 불리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인 전주구장입니다.
지금 이 곳에는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됐거나 신인선수로 지명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야구에서, 또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도전기를 취재했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 훈련을 기다리는 선수들.
제각각인 유니폼마다 저마다의 야구 인생이 묻어납니다.
<녹취> "(그거 왜 떼는 거예요?) 마크가 달라서요. (전에 있던 팀이에요?) 네...하하하"
프로구단들은 쉬는 시기이지만, 고양원더스는 이달 초부터 동계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훈련 장비부터 색다릅니다.
<녹취> 신경식(타격코치) : "이렇게 내려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았나?"
해머로 타이어를 내리 치고,
방망이 대신 망치를 잡았습니다.
마음은 앞서지만, 오랜 공백과 연습 부족 때문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녹취> 안태영(선수) : "제가 22살 이후에 안 했으니까, 27살이거든요. 오랫동안 안 했어요. 손도 까져 보고, 오랜만에 몸도 알 배기고 하니까 재밌죠. 오랜만에 하고 싶은거 하니까."
훈련은 고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녹취> 홍영진 : "일단 꿈이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꿈이 있으니까 일단 실패를 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마음가짐을 먹고 하니까 힘들어도 기분좋게, 재밌는 것 같아요."
고양원더스의 제 1 목표는 팀의 승리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를 하다 좌절한 선수들이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사회 공헌 구단입니다.
<녹취> 신경식(고양원더스 타격 코치) : "스포츠를 보면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게 거의 드물지 않습니까. 근데 야구는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야구이기 때문에."
팀의 맏형으로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 선수.
지난 2006년 프로야구 두산에 입단해 이름 때문에 잠시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1타점.
입단 이듬해 곧바로 방출됐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좀 건방져 보이고, 야구도 열심히 안 하고, 농땡이라고 할까, 좀 한 눈도 팔게되고 그러다보니까 좀 안 좋게 구단에서 나오게 됐죠. (헬스장) 배운 건 야구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건물 관리원과 대리운전을 전전했습니다."
군 복무까지 마치니 벌써 서른 살이 됐습니다.
방망이를 다시 잡게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경남고와 부산고의 올스타전.
모두의 관심은 투수로 변신한 이대호 선수에게 쏠린 상황.
이승엽 선수는 운 좋게 감독 추천을 받아 4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녹취> 중계 캐스터 : "좌중간이고요, 좌중간 깊숙한 타구. 담장을 맞고 떨어졌습니다. 이승엽은 2루까지. 괜히 이름이 같은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승엽 선수, 타격에는 틀림없습니다, 재능이 있어요.)"
4년여 만에 밟은 그라운드는 설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후회가 남아가지고요. 제가 되게 열심히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딱 1년 만이라도 후회 없이 하고 나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그래서 다시 하게 됐죠."
승합차를 몰고, 철물점으로 향하는 이정호 선수.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넥센에 있다 이번에 구단 직원겸 선수로 합류했습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직원) : "(이 망은 왜 사는 거예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뒤에서 선수들 공 같은 걸 봐야 하는데 지금 뒤에 망이 안쳐쳐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이정호 선수는 지난 2000년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낸 주역입니다.
<녹취> 배재성(기자) : "2000년 준결승전 마운드에선 선발 이정호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호주 타선을 7안타 3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녹취> 이정호 : "2000년 준결승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의 최고 구속은 156킬로미터.
특급 고교 투수로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인 5억여 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고, ’새가슴’이란 꼬리표도 따라 다녔습니다.
이정호 선수는 두 달 전 또 팔꿈치를 수술했습니다.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 "예전만큼 빠른 공은 못 던지더라도 다시 마운드에 서서 ’이정호가 또 수술해서 저렇게 공을 던지는구나’라는 모습을 제 스스로도 느끼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주간 훈련을 끝낸 투수들이 근처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여기서도 훈련은 멈추질 않습니다.
<녹취> "하나, 둘, 하나, 둘"
매일 손목 회전운동을 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녹취> 곽채진(고양원더스 투수 보조코치) : "유연성도 키우고 악력을 키워갖고 좀 더 강한 공을 키울수 있게 근록운동을 하는 보강 운동입니다. 감독님 특별 지시입니다."
이어지는 야간 배팅 훈련.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집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독립구단이라서 조금 이제 소홀하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전혀, 제가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이렇게까지 운동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훈련은 밤 9시 반이 돼서야 끝납니다.
29살 동갑내기 포수인 서창만, 이승재 선수의 숙소를 찾았습니다.
서창만 선수의 아내는 임신 6개월, 떨어져 있는 게 늘 미안하지만, 아내의 응원이 힘이 됩니다.
<녹취> 서창만(선수) : "소망이 잘 있어? 소망이 오늘 되게 잘 놀고 잘 있었어요. 소망이 아빠 파이팅!"
팀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한 선수들이다 보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양원더스 선수들의 연봉은 천만 원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그러면서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 번 이제 나가보고 싶어요. 그 무대라는 데를.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지금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자리에 끼어보고 싶어서 재도전을 하는 거죠."
당장은 고양원더스에서 살아 남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선발된 45명 가운데 일부는 훈련을 거쳐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숙소 주변 공터에선 밤 늦게까지 선수들의 특훈이 이어집니다.
공식 창단식 다음날 밤, 김성근 감독이 불쑥 전주의 숙소로 내려 왔습니다.
선수들과의 첫 대면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나 역시 마찬가지로 프로에 못 들어갔다고 낙오자라고 생각한다고. 코치 역시 낙오자고 실패자라고. 그건 과거고 오늘부터 지금 현재부터 미래라고 하는 건 다르다고."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연습메뉴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1/3도 안 가 있다. 안 된다고 뒤돌아 버리면 아무 것도 안 남는 거예요. 안 될 때가 여러분들 잘 알다시키 핀치(위기) 때가 찬스라고. 사람이 성장하는 것 이건 잘 머리 속에 넣어 놔"
다음날은 아침 7시부터 구장에 나와 선수들을 세심히 살폈습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1월 달부터 하려고 했는데, 집에 있으니까 갑갑해서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물끄러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자세를 잡아주더니 일단 해 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동안 12개 팀을 거치며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에게도 고양원더스는 분명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모험이었고, 될 지 안 될 지...몰라도 이렇게 하는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재미있고, 답이 없는 것을 시작하는 거니까. 어려운 걸 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원래..."
지난 12일, 공식 창단한 고양원더스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내년부터 프로 2군 팀들과 50게임 정도의 번외 경기를 치릅니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새로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패자 부활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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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원더스의 꿈
-
- 입력 2011-12-19 11:25:48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9일, 전주야구장.
<녹취> 박상열(고양원더스 투수 코치) : "오늘 날씨 관계로 스케줄이 바뀌었습니다. 오전에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에 기술훈련..."
<녹취> "준비, 고! 준비, 고!"
운동장 전력 질주, 45초 이내에 못 돌아오면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녹취> 조청희(고양원더스 트레이닝 코치) : "너희 둘 나가...어영부영 하는 사람, 우린 안 키워! 나가."
<녹취> 최천수(선수) : "(훈련한 것 중에 어떤 것 같아요, 강도가?)야구 하면서 최고죠.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쉴 틈이 없어요. 하루 종일."
단국대에서 톱 타자로 뛰었던 조용호 선수.
4학년인 올 봄, 갑작스레 다리를 다쳐 6개 대회 가운데 2개밖에 못 뛰었습니다.
결국 프로구단 신인 지명전에서 탈락했고, 14년 동안 했던 야구를 접을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생기면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미경(조용호 선수 어머니) : "지금은 아마 죽을 힘을 다해서 뛸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야구가 딱 끝나고 나서 저한테 처음 전화해서 한 말이 ’엄마, 야구가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했어요."
한 때 돌격대라 불리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인 전주구장입니다.
지금 이 곳에는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됐거나 신인선수로 지명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야구에서, 또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도전기를 취재했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 훈련을 기다리는 선수들.
제각각인 유니폼마다 저마다의 야구 인생이 묻어납니다.
<녹취> "(그거 왜 떼는 거예요?) 마크가 달라서요. (전에 있던 팀이에요?) 네...하하하"
프로구단들은 쉬는 시기이지만, 고양원더스는 이달 초부터 동계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훈련 장비부터 색다릅니다.
<녹취> 신경식(타격코치) : "이렇게 내려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았나?"
해머로 타이어를 내리 치고,
방망이 대신 망치를 잡았습니다.
마음은 앞서지만, 오랜 공백과 연습 부족 때문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녹취> 안태영(선수) : "제가 22살 이후에 안 했으니까, 27살이거든요. 오랫동안 안 했어요. 손도 까져 보고, 오랜만에 몸도 알 배기고 하니까 재밌죠. 오랜만에 하고 싶은거 하니까."
훈련은 고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녹취> 홍영진 : "일단 꿈이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꿈이 있으니까 일단 실패를 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마음가짐을 먹고 하니까 힘들어도 기분좋게, 재밌는 것 같아요."
고양원더스의 제 1 목표는 팀의 승리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를 하다 좌절한 선수들이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사회 공헌 구단입니다.
<녹취> 신경식(고양원더스 타격 코치) : "스포츠를 보면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게 거의 드물지 않습니까. 근데 야구는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야구이기 때문에."
팀의 맏형으로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 선수.
지난 2006년 프로야구 두산에 입단해 이름 때문에 잠시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1타점.
입단 이듬해 곧바로 방출됐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좀 건방져 보이고, 야구도 열심히 안 하고, 농땡이라고 할까, 좀 한 눈도 팔게되고 그러다보니까 좀 안 좋게 구단에서 나오게 됐죠. (헬스장) 배운 건 야구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건물 관리원과 대리운전을 전전했습니다."
군 복무까지 마치니 벌써 서른 살이 됐습니다.
방망이를 다시 잡게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경남고와 부산고의 올스타전.
모두의 관심은 투수로 변신한 이대호 선수에게 쏠린 상황.
이승엽 선수는 운 좋게 감독 추천을 받아 4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녹취> 중계 캐스터 : "좌중간이고요, 좌중간 깊숙한 타구. 담장을 맞고 떨어졌습니다. 이승엽은 2루까지. 괜히 이름이 같은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승엽 선수, 타격에는 틀림없습니다, 재능이 있어요.)"
4년여 만에 밟은 그라운드는 설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후회가 남아가지고요. 제가 되게 열심히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딱 1년 만이라도 후회 없이 하고 나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그래서 다시 하게 됐죠."
승합차를 몰고, 철물점으로 향하는 이정호 선수.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넥센에 있다 이번에 구단 직원겸 선수로 합류했습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직원) : "(이 망은 왜 사는 거예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뒤에서 선수들 공 같은 걸 봐야 하는데 지금 뒤에 망이 안쳐쳐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이정호 선수는 지난 2000년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낸 주역입니다.
<녹취> 배재성(기자) : "2000년 준결승전 마운드에선 선발 이정호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호주 타선을 7안타 3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녹취> 이정호 : "2000년 준결승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의 최고 구속은 156킬로미터.
특급 고교 투수로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인 5억여 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고, ’새가슴’이란 꼬리표도 따라 다녔습니다.
이정호 선수는 두 달 전 또 팔꿈치를 수술했습니다.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 "예전만큼 빠른 공은 못 던지더라도 다시 마운드에 서서 ’이정호가 또 수술해서 저렇게 공을 던지는구나’라는 모습을 제 스스로도 느끼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주간 훈련을 끝낸 투수들이 근처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여기서도 훈련은 멈추질 않습니다.
<녹취> "하나, 둘, 하나, 둘"
매일 손목 회전운동을 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녹취> 곽채진(고양원더스 투수 보조코치) : "유연성도 키우고 악력을 키워갖고 좀 더 강한 공을 키울수 있게 근록운동을 하는 보강 운동입니다. 감독님 특별 지시입니다."
이어지는 야간 배팅 훈련.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집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독립구단이라서 조금 이제 소홀하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전혀, 제가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이렇게까지 운동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훈련은 밤 9시 반이 돼서야 끝납니다.
29살 동갑내기 포수인 서창만, 이승재 선수의 숙소를 찾았습니다.
서창만 선수의 아내는 임신 6개월, 떨어져 있는 게 늘 미안하지만, 아내의 응원이 힘이 됩니다.
<녹취> 서창만(선수) : "소망이 잘 있어? 소망이 오늘 되게 잘 놀고 잘 있었어요. 소망이 아빠 파이팅!"
팀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한 선수들이다 보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양원더스 선수들의 연봉은 천만 원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그러면서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 번 이제 나가보고 싶어요. 그 무대라는 데를.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지금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자리에 끼어보고 싶어서 재도전을 하는 거죠."
당장은 고양원더스에서 살아 남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선발된 45명 가운데 일부는 훈련을 거쳐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숙소 주변 공터에선 밤 늦게까지 선수들의 특훈이 이어집니다.
공식 창단식 다음날 밤, 김성근 감독이 불쑥 전주의 숙소로 내려 왔습니다.
선수들과의 첫 대면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나 역시 마찬가지로 프로에 못 들어갔다고 낙오자라고 생각한다고. 코치 역시 낙오자고 실패자라고. 그건 과거고 오늘부터 지금 현재부터 미래라고 하는 건 다르다고."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연습메뉴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1/3도 안 가 있다. 안 된다고 뒤돌아 버리면 아무 것도 안 남는 거예요. 안 될 때가 여러분들 잘 알다시키 핀치(위기) 때가 찬스라고. 사람이 성장하는 것 이건 잘 머리 속에 넣어 놔"
다음날은 아침 7시부터 구장에 나와 선수들을 세심히 살폈습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1월 달부터 하려고 했는데, 집에 있으니까 갑갑해서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물끄러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자세를 잡아주더니 일단 해 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동안 12개 팀을 거치며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에게도 고양원더스는 분명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모험이었고, 될 지 안 될 지...몰라도 이렇게 하는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재미있고, 답이 없는 것을 시작하는 거니까. 어려운 걸 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원래..."
지난 12일, 공식 창단한 고양원더스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내년부터 프로 2군 팀들과 50게임 정도의 번외 경기를 치릅니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새로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패자 부활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녹취> 박상열(고양원더스 투수 코치) : "오늘 날씨 관계로 스케줄이 바뀌었습니다. 오전에 체력훈련을 하고 오후에 기술훈련..."
<녹취> "준비, 고! 준비, 고!"
운동장 전력 질주, 45초 이내에 못 돌아오면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녹취> 조청희(고양원더스 트레이닝 코치) : "너희 둘 나가...어영부영 하는 사람, 우린 안 키워! 나가."
<녹취> 최천수(선수) : "(훈련한 것 중에 어떤 것 같아요, 강도가?)야구 하면서 최고죠.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쉴 틈이 없어요. 하루 종일."
단국대에서 톱 타자로 뛰었던 조용호 선수.
4학년인 올 봄, 갑작스레 다리를 다쳐 6개 대회 가운데 2개밖에 못 뛰었습니다.
결국 프로구단 신인 지명전에서 탈락했고, 14년 동안 했던 야구를 접을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가 생기면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신미경(조용호 선수 어머니) : "지금은 아마 죽을 힘을 다해서 뛸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야구가 딱 끝나고 나서 저한테 처음 전화해서 한 말이 ’엄마, 야구가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했어요."
한 때 돌격대라 불리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홈인 전주구장입니다.
지금 이 곳에는 프로야구단에서 방출됐거나 신인선수로 지명받지 못해 야구를 포기할 뻔 했던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야구에서, 또 인생에서 다시 한 번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도전기를 취재했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 훈련을 기다리는 선수들.
제각각인 유니폼마다 저마다의 야구 인생이 묻어납니다.
<녹취> "(그거 왜 떼는 거예요?) 마크가 달라서요. (전에 있던 팀이에요?) 네...하하하"
프로구단들은 쉬는 시기이지만, 고양원더스는 이달 초부터 동계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훈련 장비부터 색다릅니다.
<녹취> 신경식(타격코치) : "이렇게 내려치라고. 무슨 말인지 알았나?"
해머로 타이어를 내리 치고,
방망이 대신 망치를 잡았습니다.
마음은 앞서지만, 오랜 공백과 연습 부족 때문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녹취> 안태영(선수) : "제가 22살 이후에 안 했으니까, 27살이거든요. 오랫동안 안 했어요. 손도 까져 보고, 오랜만에 몸도 알 배기고 하니까 재밌죠. 오랜만에 하고 싶은거 하니까."
훈련은 고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녹취> 홍영진 : "일단 꿈이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꿈이 있으니까 일단 실패를 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마음가짐을 먹고 하니까 힘들어도 기분좋게, 재밌는 것 같아요."
고양원더스의 제 1 목표는 팀의 승리를 쌓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를 하다 좌절한 선수들이 프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사회 공헌 구단입니다.
<녹취> 신경식(고양원더스 타격 코치) : "스포츠를 보면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게 거의 드물지 않습니까. 근데 야구는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야구이기 때문에."
팀의 맏형으로 임시 주장을 맡고 있는 이승엽 선수.
지난 2006년 프로야구 두산에 입단해 이름 때문에 잠시 유명세를 치렀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1타점.
입단 이듬해 곧바로 방출됐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좀 건방져 보이고, 야구도 열심히 안 하고, 농땡이라고 할까, 좀 한 눈도 팔게되고 그러다보니까 좀 안 좋게 구단에서 나오게 됐죠. (헬스장) 배운 건 야구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건물 관리원과 대리운전을 전전했습니다."
군 복무까지 마치니 벌써 서른 살이 됐습니다.
방망이를 다시 잡게된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경남고와 부산고의 올스타전.
모두의 관심은 투수로 변신한 이대호 선수에게 쏠린 상황.
이승엽 선수는 운 좋게 감독 추천을 받아 4번 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녹취> 중계 캐스터 : "좌중간이고요, 좌중간 깊숙한 타구. 담장을 맞고 떨어졌습니다. 이승엽은 2루까지. 괜히 이름이 같은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승엽 선수, 타격에는 틀림없습니다, 재능이 있어요.)"
4년여 만에 밟은 그라운드는 설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녹취> 이승엽(30/ 선수) : "후회가 남아가지고요. 제가 되게 열심히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에 딱 1년 만이라도 후회 없이 하고 나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습니까. 그래서 다시 하게 됐죠."
승합차를 몰고, 철물점으로 향하는 이정호 선수.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넥센에 있다 이번에 구단 직원겸 선수로 합류했습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직원) : "(이 망은 왜 사는 거예요?)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뒤에서 선수들 공 같은 걸 봐야 하는데 지금 뒤에 망이 안쳐쳐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이정호 선수는 지난 2000년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등과 함께 우승을 일궈낸 주역입니다.
<녹취> 배재성(기자) : "2000년 준결승전 마운드에선 선발 이정호가 삼진 9개를 잡아내며 호주 타선을 7안타 3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녹취> 이정호 : "2000년 준결승전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의 최고 구속은 156킬로미터.
특급 고교 투수로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인 5억여 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은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고, ’새가슴’이란 꼬리표도 따라 다녔습니다.
이정호 선수는 두 달 전 또 팔꿈치를 수술했습니다.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이정호(고양원더스) : "예전만큼 빠른 공은 못 던지더라도 다시 마운드에 서서 ’이정호가 또 수술해서 저렇게 공을 던지는구나’라는 모습을 제 스스로도 느끼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주간 훈련을 끝낸 투수들이 근처 목욕탕을 찾았습니다.
여기서도 훈련은 멈추질 않습니다.
<녹취> "하나, 둘, 하나, 둘"
매일 손목 회전운동을 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녹취> 곽채진(고양원더스 투수 보조코치) : "유연성도 키우고 악력을 키워갖고 좀 더 강한 공을 키울수 있게 근록운동을 하는 보강 운동입니다. 감독님 특별 지시입니다."
이어지는 야간 배팅 훈련.
영하의 날씨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집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독립구단이라서 조금 이제 소홀하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전혀, 제가 여태까지 야구하면서 이렇게까지 운동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훈련은 밤 9시 반이 돼서야 끝납니다.
29살 동갑내기 포수인 서창만, 이승재 선수의 숙소를 찾았습니다.
서창만 선수의 아내는 임신 6개월, 떨어져 있는 게 늘 미안하지만, 아내의 응원이 힘이 됩니다.
<녹취> 서창만(선수) : "소망이 잘 있어? 소망이 오늘 되게 잘 놀고 잘 있었어요. 소망이 아빠 파이팅!"
팀에서 유일하게 결혼을 한 선수들이다 보니,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양원더스 선수들의 연봉은 천만 원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엔 어렵기 때문입니다.
<녹취> 이승재(선수) : "(그러면서까지 야구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한 번 이제 나가보고 싶어요. 그 무대라는 데를.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 지금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자리에 끼어보고 싶어서 재도전을 하는 거죠."
당장은 고양원더스에서 살아 남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선발된 45명 가운데 일부는 훈련을 거쳐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숙소 주변 공터에선 밤 늦게까지 선수들의 특훈이 이어집니다.
공식 창단식 다음날 밤, 김성근 감독이 불쑥 전주의 숙소로 내려 왔습니다.
선수들과의 첫 대면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나 역시 마찬가지로 프로에 못 들어갔다고 낙오자라고 생각한다고. 코치 역시 낙오자고 실패자라고. 그건 과거고 오늘부터 지금 현재부터 미래라고 하는 건 다르다고."
<녹취> 김성근(고양원더스 감독) : "연습메뉴는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1/3도 안 가 있다. 안 된다고 뒤돌아 버리면 아무 것도 안 남는 거예요. 안 될 때가 여러분들 잘 알다시키 핀치(위기) 때가 찬스라고. 사람이 성장하는 것 이건 잘 머리 속에 넣어 놔"
다음날은 아침 7시부터 구장에 나와 선수들을 세심히 살폈습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1월 달부터 하려고 했는데, 집에 있으니까 갑갑해서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물끄러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자세를 잡아주더니 일단 해 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동안 12개 팀을 거치며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에게도 고양원더스는 분명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녹취>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 "모험이었고, 될 지 안 될 지...몰라도 이렇게 하는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재미있고, 답이 없는 것을 시작하는 거니까. 어려운 걸 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원래..."
지난 12일, 공식 창단한 고양원더스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내년부터 프로 2군 팀들과 50게임 정도의 번외 경기를 치릅니다.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새로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패자 부활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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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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